모든 분야들이 서로 그러한 면은 다 가지고 있지만, 수학 논문은 여러모로 다른 논문들과 구조적인 면에서 구별되는 특징을 가짐. 수학은 일반적으로는 이공계에 분류되기는 하지만, 다른 이공계 과목들과는 구별되어 인문학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함. 그런데 이 특성이 합집합이 아니라 교집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양쪽에 다 가깝다기보다는 양쪽에서 다 멀어지는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닌가 없잖아 있음.
그런 의미에서, 수학 논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관성이 많이 배제된다는 점임. 본디 논문은 무엇인가 주제를 '논하는' 글로서, 당연히 이에 따라서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임. 그런데 이 특성은 수학 자체가 가지는 성질과 모순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는 것.
이공계 논문이라면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인문학 논문이라면 자료와 성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찾아 이를 주장하는 것이 논문이 된다면, 수학의 경우, 특히 순수 수학의 경우는, 오로지 증명에 기반한 연역적 논의만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이 연역적 논의는, 주장에 딱히 "설득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됨. 맞으면 맞는 것이고 틀리면 틀린 것일 뿐이니. 또 이런 성향 때문에 필연적인 서술이 많다보니 수학 문제라든가 풀이에 있어서 저작권 면에서도 조금 꼬이는 면이 있긴 한데 이것은 논문과는 동떨어진 얘기이니 여기서 마치고,
이 5개 이미지는 수학에서 가장 좋은 저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수학회 저널에서 적당히 논문 끝부분을 잘라서 가져와본 것임. 아마 수학 외의 다른 분야 논문을 써보거나 읽은 경험이 있다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임.
물론 수학 용어나 기호 등이 익숙하지 않다든가 막 눈에 안 들어온다든가 그런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위화감의 핵심임. 무슨 말인가 하면
수학 논문에는 결론부가 없음
쉽게 논문 내용을 다시 다듬어주는 결론부가 없이 마지막까지 증명이며 수학적 서술이며 꽉꽉 채워서 이루어지다보니 위화감이 느껴지기 쉬운 것. 실제로 MIT의 한 교수님이 쓰신 수학 논문 조언을 보면
이론 수학 논문은 대체로 끝부분에 결론부가 없다. (글을 쓸 때 일반적인 과학적 논문 형식에 맞추려고 하지 마라) 라는 조언이 명확하게 쓰여 있음.
이는 수학 논문을 쓰다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수학 논문에서도 다른 논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론 부분에서 이 논문에서 증명한 정리가 어떤 내용이며, 우리가 어떤 방법론을 적용하여 증명하였으며 같은 것을 나열하게 됨. 문제는, 결론에 들어갈 내용들이 여기 온전히 담겨 있다는 것임.
수학 논문은 이미 동료 평가를 거쳤다면 어지간해서는 틀린 내용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딱히 본문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을 강하게 의심할 필요가 없음. 본문을 읽는 사람은 그 결과보다는 방법론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궁금한 사람뿐일 것이고, 결론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굳이 본문을 읽을 필요가 없이 그냥 따올 것임. 따라서, 결론 부분에서 다시 자신의 주장을 환기시킬 필요가 전혀 없음.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론 부분이 삭제되고, 그냥 감사의 말로 끝맺거나, 때로는 자기가 증명 못 한 것이라든가 자신의 추측 같은 것을 짤막하게 남기는 것이 전부임.
추가로, 이것은 딱히 내용과는 상관 없는데, 많은 이공계 논문과는 다르게 다단이 없는 것도 특징임. 이건 단순히 수식과 관련된 가독성 문제일 뿐이니까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음.
그리고 서론 부분을 보면 역시 위화감들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인데
잘 보면 저자들에 연구비 지원 관련 표시만 있을 뿐 기여도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고 성 기준 ABC 순서로 나열되어 있을뿐임.
저자들이 ABC 순서로 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수학적으로 굳은지 오래인 관행임. 이에 대해서는 대한수학회 공문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
수학에는 기본적으로 제1저자, 주저자 같은 개념이 없음. 이는 기본적으로 위에 있듯, 기여도의 평가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임. 극단적으로는 단 한 정리만 증명했더라도 그것이 핵심 블록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음. 문제는 이 사실이 생각보다 널리 퍼져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진짜 거의 수학 분야에만 국한된 예외적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 수학계에서는 안씨가 은근슬쩍 이익을 본다든가 같은 상황이 튀어나옴. 아직도 국내에서는 수학 분야 모집을 하면서도 제1저자, 주저자를 가지고 평가한다든가 하는 게 좀 남아있고 하다보니......
1. 수학 논문 읽을 때는 결론 없으니 서론 열심히 봐라
2. 수학 논문 저자 순서는 ABC 순이다.
3. 만약 김씨라면 영어 이름을 Gim으로 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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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써있는 부분은 뭔 소리인지 이해 못 해도 됨. 핵심이 아님 | 25.07.02 23:3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