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역버스 운행하면서 졸음방지 및 심신안정을 위해 적당한 볼륨으로 운전석에만 들리는 정도로 음악을 틀거든,
그래도 어쨋든 앞~중간 정도 자리까진 음악이 들리긴 할거야,
굳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듣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양쪽 귀를 열어놔야 버스 외부 상황파악 및 손님 요청에 응할 수 있어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
내 취향은 기본적으로 잡식이긴 하지만 일단은 애니송이라든지 덕후취향 노래들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가사 있는 것들은 손님들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서
손님들에게 덜 폐가 되도록 피아노라든지 바이올린, 포크 기타 등 현악기류 커버곡들로 틀고 있어, 이러면 아무래도 까페BGM 느낌 들어서 손님들에게도 편안하게 들릴테니까.
적당한 곡으로 시작하면 애플뮤직이 알아서 픽하는 걸로 걍 주는대로 듣는 중인데
'LEMON'이라는 곡 피아노 커버가 틀어져 있었어
근데 마지막 남은 종점까지 가는 길에 마지막 남은 한 명인 젊은 여자손님이 음악에 맞춰 가사를 부르시는 거야
난 사실 곡 이름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순간 당황했지만(왜냐면 보통 이런 경우는 아 그 곡 아시네요! 명곡이죠! 라는 느낌으로 아는 척 해야 할 각인 것 같았는데 정작 음악을 틀은 내가 곡을 몰랐거든 ㅋㅋ)
음악이 아직 나오고 있었고 종점까진 아직 거리가 있었어서 나는 별 말 없이 손님이 부르는 가사와 내가 틀어 놓은 피아노커버의 하모니를 이루며 갔지
이 미묘한 상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곡이 끝나자마자 어떻게 아는 척을 할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다행히 손님이 먼저 '기사님 피아노 곡들 좋아하시나 봐요' 이러셔서
그대로 몇 분간 좋은 음악에 대한 스몰톡을 나눴지
알고 보니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분이셨고 내가 틀은 곡들 라인업이 맘에 드셨었나 봐
암튼 곧이어 종점에 도착하고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끝났음을 자찬하며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인사 드렸고 손님 또한 기사님 좋은 음악 틀어주신 덕에 즐겁게 왔다며 마중 나온 일행분과 잘 귀가하셨어
버스 몰면서 참 이런 저런 재미가 있다.
PS: 나중에 알아보니 LEMON은 가수 요네즈 켄시가 부른 노래더라??
체인소맨 오프닝밖에 몰랐는데 이런 곡도 불렀는 줄 몰랐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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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체인소맨 오프닝 듣기 전까진 요네즈 켄시라는 가수를 아예 몰랐었어 ㅋㅋ 굉장히 시야가 좁은 안목이었나 봐 | 25.06.29 03:1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