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에 들어가는 화약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니?
응급 수류탄을 만들때 뜯어본 적이 있어요, 어두운 회색의 알갱이 모양이었죠
그럼 폭죽용 화약은?
손에 드는 막대기라면 회색 반죽을 굳힌 모양이었는데, 터뜨리는 종류는 못 봤네
그것도 뜯어보면 회색 알갱이 모양이야
네? 그럼 설마 총알이랑 폭죽용 화약이 같은 종류란 건가요?
아니, 폭죽에 쓰이는 건 흑색화약이고 총알에 쓰이는 건 무연화약이야
무연이라기엔 연기가 제법 많이 나지 않나.....?
흑색화약에 비하면 없다시피 한 수준이라 그래
모아서 쏴보면 흑색화약은 이렇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나거든
종류가 다른데 비슷한 외형인 건 어째서인가요?
발사되기 전까지는 안정한 형태로 있도록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셈이지
그런데 혹시 화약의 향이나 맛을 본 사람은 없니?
불을 붙이기 전이라면 묘하게 지린내 같은 향이 나던데, 맛은 잘 모르겠는걸
........
눈 피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무슨 맛이었어?
....시고 쓴 맛이었어요
대체 왜 화약을 먹어본 거야....?
아니 그치만, 총알을 멀리 보내는 정도의 열량이 들어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사람의 위장을 하루정도는 배부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화학적으로는 맞는데 생화학적으로 틀렸구나
그래서 그 날 배탈이 났던 거였네
그런데 또 분석은 정확했어. 왜 화약에선 시고 쓴 맛이 나는 걸까?
원래대로라면 사람이 먹어선 안 될 독이라서요....?
경험적으론 맞는 답인데, 지금은 약리학 시간이 아니라 인정이 안되겠네
냄새랑 연관이 있는 거야?
어느 정도는
쓴맛과 지린내는 질소랑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신맛은 모르겠네요
어떻게 보면 신맛도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진짜 모르겠는데.....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무연화약에 널리 쓰이는 성분 두 종류야
니트로글리세린(NTG)이랑 트리니트로톨루엔(TNT)이라는 성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이렇게 보니 확실히 질소가 많이 달라붙어 있네요
그리고 '이상적인' 분해 반응은 이런 식으로 나와
이상적이라고 붙인 걸 보면 실제론 좀 다르다는 말이구나
![블루아카,괴문서] 시고 쓰다가 짠 맛이 나는 것은?_34.png](https://i1.ruliweb.com/img/25/04/09/196177f4c33159acd.png)
당연히 저 과정에선 많은 열이 발생하기에, 부산물끼리 반응이 일어나거든
NTG의 경우엔 질소 산화물, TNT의 경우엔 암모니아가 일부 생겨
안정하게 만든 화약이라 해도 조금은 분해가 되고,
그 부산물 때문에 지린내(암모니아)랑 신맛(질소 산화물)이 나는 거였네요, 근데 쓴맛은 어째서죠?
저번에 말했듯이, 폭발의 주 과정은 질소의 환원이야
그런데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으로 산화환원 말고 또 배우는게 있지 않니?
산-염기?
그렇지! 전자의 시점에서 보면 둘 다 주는 쪽(염기/산화)이랑 받는 쪽(산/환원)이 있어
그러니까 저 분해 반응은 질소가 환원되는 반응으로도 볼 수 있고
분자 내에서 질소가 산으로서 작용하는 반응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 과정은 화약이 터지기 전까지 매우 느리게 유지돼야 하지
산이 산으로서 작용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염기 같은 걸 끼얹나....?
그래서 화약을 고체로 제조할 때는 염기성 조건에서 만들고,
탄소로 둘러싸서 회색의 알갱이 형태가 되는거야
쓴맛의 기원이 그거였군요
염기성 용액은 보통 약산의 이온에 나트륨을 짝지은 완충용액으로 만들지
혀가 충분히 예민하다면 쓴맛 사이에 짠맛이 섞여있는 걸 느낄 수도 있을거야
설마 이 말 듣고 또 화약을 맛보려는 건 아니지?
아니에요!
산-염기랑 (총알을 위한)금속의 제련과 전기화학까지 하면 화학괴문서도 끝!
물리에 비해 분량이 아쉽지만 이정도로 하고 마무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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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어떤 화약이든 회색 알갱이의 형태를 띈다는건 진화학적 관점으로 보면 수렴진화 같은 거 구나! 닮은 구석이 있어,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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