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직구 규제 옹호하는 글은 아니라는 점을 밝힘. 나도 규제 짜증남
베스트 둘러보다가 '왜 국산 제품인데 외국에서 더 비싸냐'는 반응이 꽤 보이길래 작년에 썼던 글 보강해서 다시 가져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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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제품임에도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재화에 대하여 다른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것을 경영학·경제학에서는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가격 차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가격 차별을 함으로써 기업은 더욱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요금을 예시로 들어보자.
항공요금의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가 위 그림과 같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항공사는 항공료를 얼마에 받아야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5만원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경우 항공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5x50만원의 값인 250만원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이 경우, 항공사는 5만원보다 더 비싼 값에 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닐까?
또한 5만원보다 저렴하게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고객 역시 놓치는 것이 아닐까?
만일 여기서 항공사가 위 그림과 같이 가격 책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항공사는 총 375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가격 차별을 통해 기업은 더욱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동일한 제품에 대하여 각각의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만족감)이 다르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다.
따라서 기업은 재화의 구입량에 따라 가격을 차별하기도 하고(ex. 전기요금, 휴대폰 사용요금 등)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ex. 연령에 따른 요금 차이, 영화관의 조조 할인, 심야 택시 할증 등)
이 경우 판매가는 각 소비자군이 가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냐에 따라 결정된다(수요의 가격 탄력성).
탄력성이 작을 수록(가격 변화에 덜 민감할수록) 고가, 높을 수록(가격 변화에 민감할수록) 저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유리하다.
"선생님! 그렇다면 가격 차별은 결국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횡포가 아닌가요? 담합과 다른 점이 뭔가요?"
담합은 수요·공급곡선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범법 행위이다.
하지만 가격 차별은 엄연히 시장 원리인 수요·공급곡선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리고 가격 차별은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인다는 이점 역시 가져온다. 위 그림을 보자.
독점시장에서는 지불용의가 낮은 일부 소비자가 소비를 포기해 그만큼의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사중손실).
하지만 가격 차별을 했을 경우에는 거래에 참가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경제적 순손실이 없어진다.
이와 같이 가격 차별은 기업의 이윤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의 효율성도 증가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소비자를 분리함으로서 저소득층에게 낮은 가격으로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선생님! 사회적 손실이 없어진 건 좋은데, 그만큼 소비자 잉여는 없어지고 전부 생산자 잉여가 되어버렸는데요?"
정확하게 보았다. 가격차별을 실행하면 생산자가 소비자의 잉여를 가져오게 되므로 소득분배의 문제가 악화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기업이 모든 소비자의 최대 지불 의사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저렇게 완벽한 가격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산자가 소비자 잉여를 빼앗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은 여러 방식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해 가격 차별의 형평성을 마련하려 하기도 한다.
또한 가격을 책정하기 전 고객들이 가격 차별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검토한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례가 있는데, 바로 코카콜라의 스마트 자판기이다.
1999년 코카콜라는 사람들이 더운 여름에 콜라를 더 찾는다는 점에서 착안, 외부 온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더운 날에는 콜라를 비싸게 팔고 추운 날에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스마트 자판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참신한(?) 아이디어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코카콜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판기를 자진 철거해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기업은 가격 차별에 앞서 시장과 고객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가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단순한 물리적인 물건의 사용가치만이 아니라 지역적·시간적 요소와 서비스를 고려한 일종의 종합적인 평가지수이다.
소비자가 더 간절히 원하면 가격은 그만큼 올라가고, 덜 원하면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국가에서 민생 안정을 위해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등의 예외는 있다)
따라서 소비자 역시 원가 공개와 이를 바탕으로 한 획일적인 마진율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가격 독점권을 쥐고 있지 않는가를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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