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몇 명을 제거하고 싶으신 겁니까?"
"한 명입니다. 이름은 아치볼드 기번스이고 클래매지스 백화점 회계팀에서 일합니다. 주소는..."
캠블이 말을 끊었다. "괜찮으시다면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비용 문제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죠. 우선 비용은 500파운드이고..."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사실은 더 비쌀 줄 알았다.
"...당연히 특가 제안도 있습니다." 캠블은 능숙하게 말을 끝맺었다.
피터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흥정을 좋아했다. 도무지 필요없는 물건이라도 세일이나 특가라면 혹해서 살 때가 많았다. 이 단 한가지 흠만 빼면 그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특가 제안요?"
"한 명 값으로 두 명을 처리해 드립니다, 고객님."
흠. 피터는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그러면 인당 250파운드라는 말이니 어느 쪽이든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저는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하나뿐인데요."
켐블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안타깝네요, 고객님. 두 명으로 하시면 가격을 좀 더 깎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두 명에 450 파운드 정도로요."
"정말입니까?"
"현장 직원들에게 일거리가 생기는 거니까요. 사실 이쪽은 일거리가 많지 않다 보니 별로 바쁘지 않거든요. 예전같지가 않단 말이죠. 딱 한 명만 더 있으면 되는데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어디 더 없으신가요?"
피터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기회를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사람을 좋아했으니까. 그래도 특가 제안을 놓칠 순 없었다.
"저기, 제가 생각을 좀 해 볼 테니까 내일 저녁에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영업맨은 기쁜 표정이었다.
"당연하죠, 고객님. 분명 생각이 나실 겁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뒤척이던 때 까무룩 잠드려던 찰나 피터의 머릿속에 답이, 그것도 아주 분명하게 떠올랐다. 순간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켜 더듬더듬 스탠드를 켰다. 까먹을까 봐 종이 뒷면에 이름을 눌러 적었다. 아주 선명히 떠오른 답이라 도저히 까먹을 리 없겠지만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잠든 도중의 기억은 깨는 순간 잊게 된다고.
그웬돌린 소프. 피터는 적은 이름을 확인하고 불을 다시 껐다. 잠은 금방 다시 찾아왔다. 그는 사람 죽이는 일 따위와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꿈을 꾸었다.
다시 찾은 술집엔 벌써 캠블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피터는 술을 주문하고 그 옆에 자리했다.
"특가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피터가 인사말 대신 말했다. 캠블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고객님."
피터 핀터는 <파이낸셜 타임스>를 즐겨 보면서 현명한 사업 결정을 내린 사람처럼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그럼 450파운드 맞죠?"
"고객님, 제가 450파운드라고 말씀드렸던가요? 아이쿠,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대량 구매 가격을 말씀드렸네요. 두 명은 475파운드입니다."
그 말을 들은 피터의 평범한 얼굴에 실망과 함께 탐욕이 피어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25파운드 더 비싼 비용은 차치하고, 캠블의 말이 솔깃했다.
"대량 구매라고요?"
"네, 하지만 고객님은 관심 없으실 것 같네요."
"아뇨, 아뇨. 관심 있습니다. 자세히 말해 주세요."
"그럼...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고객님. 대량 구매는 열 명 기준이고, 450파운드에 맞춰 드립니다."
피터는 순간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아해졌다.
"열 명이라고요? 그럼 1인당 45파운드밖에 안 되는데요."
"그렇습니다, 고객님. 대량 주문이니까요. 그만큼 이익이죠."
"그렇군요, 흠."
피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일 저녁에 같은 시간에 여기서 만날 수 있을까요?"
캠블은 아주 커다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입니다, 고객님."
과연 우리의 호구 피터는 어떻게 될까요?
사람 목숨 하나에 8만원 값을 매기는 캠블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판타지 소설 작가 닐 게이먼의 단편,
할인가에 싹 없애드립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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