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노옹이 AI가 쓴 소설은 못 쓴 야설에 불과하다 평가한 거 보고 나서 다시금 써 보는 글.
확실히 토미노옹이 본질을 잘 캐치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함. 다만 문제라면... 토미노옹이 지적한 그 부분도 어디까지나 작품성 차원 또는 상업성 차원의 이야기일 뿐임.
일단 AI 생성물의 상업적 이용이 금지되어도 비상업적 이용은 풀어 놓는다면 오히려 공짜로 공급되면서 또 대량으로 공급되는 AI 생성물에 대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낵 컬처로서 만족할 가능성도 있음. 바이오는 저작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가닉만이 저작권을 보장받는다는 게 역으로 이렇게도 작용하는 거임.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이미 이를 예견하기도 했는데, 1984를 보면 서민들은 기계가 자동으로 생산하는 소설과 노래를 소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로 나옴. 생각해보면 이거 AI 생성물이 스낵 컬처로서 대중에게 소비되는 걸 예견한 거 아닌가?
아무튼 AI 생성물에게 저작권이 인정되진 않지만 그렇기에 AI 생성물이 공짜로 그것도 대량으로 빠르게 공급될 수 있다면, 스낵 컬처로선 확실히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굳이 AI로 생성한 바이오가 아니더라도, 공짜로 풀린 무료 오가닉이나 싼 값에 풀린 저가 오가닉이 정규 업체의 고가 오가닉을 구축해버린 상황은 일본 에로게 시장의 멸망으로 이미 예전부터 증명되어 버렸음. 픽시브는 물론이고 팬박스에 패트리온에 동인 CG집에 온갖 쯔꾸르 게임에...
사실 생각해보면 AI 생성물 등장 이전부터, 지금까지 픽시브에다 일러레들이 공짜로 올려 배포한 일러스트들이나 그걸 긴빠이해간 단부루 갤부루 히토미 등등이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볼 수 있겠지. 퀄리티가 충분치 않다 해도 스낵 컬처로서 일정 수준의 기준만 채운다면 사람들은 거기에 만족한다는 거. 사실 이런 건 전연령 매체에서도 한국의 웹툰 웹소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이렇게 보면 그 가능성을 더욱 극단적인 방향성으로 전개시키고 있는 AI의 위험성은 확실히 경계할 만한 부분임.
한편 오가닉 쪽도 저작권 만료 기간이 70년인 현재 법률대로라면 재미있는 일이 생기게 되는데...
당장 현재까지 만들어진 것들도 2090년대~2100년대를 전후로 저작권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이 될 것이고.
21세기에 만들어진 작품 전체가 2170년대 전후로 저작권이 만료되어서 퍼블릭 도메인이 됨. 20세기 작품들이야 당연히 그 한참 이전에 만료되어서 퍼블릭 도메인이 되고.
자기들이 들고 있는 IP의 저작권 기한을 영구적으로 늘려 놓을 수 있는 디즈니 같은 예외 케이스가 아니면 결국 70년이 지나면 다 풀린다는 거임. IP 관리할 회사가 망해서 저작권 자체가 붕 뜨면 더욱 그렇겠고. 지금이야 그렇게 회사가 망한 경우 아직 저작권 기한 자체는 남아 있으니 작품 자체가 누구도 손댈 수 없도록 봉인되지만(그래서 이렇게 저작권이 붕 뜬 IP들의 판권을 다시 되살려서 봉인을 푸는 사업을 하는 회사들도 있음), 70년이 다 지나 퍼블릭 도메인이 되면 얘기는 달라짐.
이렇게 되면 무료로 풀리는 바이오와도 경쟁해야 하고 역시 무료로 풀리는 퍼블릭 도메인 고전작들과도 경쟁해야 할 미래의 창작자들이 아주 불쌍해질 거 같다.
게다가 그 퍼블릭 도메인 고전작들을 가지고 AI를 합법적으로 학습시키는 경우까지 나온다면 더더욱 답이 없어짐. 설령 AI 생성물의 상업적 이용이 막힌다 해도 일단 퍼블릭 도메인 고전작들을 가지고 AI를 학습시키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막을 명분이 없으니까.
레알 소아온처럼 완전 몰입형 VR 기술이라도 발명되어야 미래의 창작자들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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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퀄리티 좋은 고퀄 작품은 없어져도 적당한 퀄리티의 스낵 컬처는 이제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시대가 되는 거지. AI 생성물을 상업적으로 사고 팔지 못 하게 막는다 해도 이건 이미 예정된 미래라 봐야 할 거야. | 23.07.05 22:1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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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람이 만든 오가닉의 경우에도 현행 법률에서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기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디즈니 소유 IP들 같은 예외 케이스가 아닌 한 다들 이번 세기 말이나 다음 세기 중반 정도 되면 모두 저작권이 풀리게 됨. 마침 현재 대중문화나 서브컬처에서 전반적으로 정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못 만들어내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저작권 풀린 과거 작품들도 신작들의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 매우 큼. | 23.07.05 22:1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