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중경화 사건이란... 2008년에 애니타운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면 당시 흔했던 허언증 오타쿠 인시던트 중 하나입니다
요새는 이런 사건이 잘 없죠. 그림 도용의 경우 구글 이미지 검색만 하면 바로 원본 나오니까. 좀더 심화하면 saucenao도 있고요
이런 일들은 이 사건 외에도 많았습니다만 아무튼 이 시절에나 가능했던 특이한 종류의 사건들이었습니다
흔한 도용 사건중 하나지만 이 사건이 특히 웃기고 기억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당사자의 어처구니없는 변명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이사람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습은 힘들고 사람들이 관심은 안줬기 때문인지 결국 이 사람은 해서는 안될 짓을 합니다
딱봐도 손그림은 아니죠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액정 타블렛같은 편한 도구가 있던 시절도 아니었습니다. 2008년이라는걸 기억해주세요
이미지 검색 해보면 나오는데 로자리오와 뱀파이어라는애니메이션에서 캡쳐해서 그냥 뚝 따오고 흑백으로 바꾸기만 한겁니다
본인은 이걸 자랑스럽게 '3단계 작업과정'이라고 올리기도 했습니다만
이 첫번째 그림을 잘 보면 굉장히 문제점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어쨌건 이사람은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인기를 얻고 하던 와중에 뽀록이 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당시 인기있었던 양궁춘일이 연필화를 그렸다면서 카페에 업로드한 것입니다
이 글은 사건의 발단이 된 글이라 그런지 삭제되어서 현재는 파편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둘은 겹쳐도 연필화의 굵기, 위치, 방향까지 완전히 동일합니다. 이런 일은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중간에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한다고 장황하게 떠벌렸다는 파편이 있습니다(이것도 원본은 현재 없어서 확인불가)
조금만 그래픽적인 지식이 있다면 완전히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당사자의 마지막 글입니다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림 실력 하나만 허언을 했다는게 아니라는걸 아실 수 있을겁니다. 일본 이중국적... 이야 뭐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근데 뭐? 11년 사귄 여자친구?
마지막 글에서조차 무슨 TTL이 어쩌고 서버 중개점 저쩌고 하며 이상한 용어들로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게 보이죠
(TTL = Time To Live. 패킷이 라우터를 하나 지날 때마다 감소하는 값으로 이 값이 0이 되면 패킷을 폐기함으로써 계속해서 회선을 타지 않게 방지함)
위에 썼듯이 이 사건은 평범한 허언증+도용 사건이었습니다만 당사자의 변명 구조가 워낙 웃겼기 때문에 당시 이글루스에서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일종의 '그때 그시절 중2병 증상' 같은거라고 할 수도 있죠. 나이먹은 지금 보면 좀 귀엽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글루스조차도 전부 폐허가 되어서 이 사건에 대해 알기 힘든데, 어찌저찌 파편들을 발굴해서 당시 기록들을 짜맞춰봤습니다
애니타운 옛날 글들이 지워지고 있다니까 좀 보존하는 그런 느낌에서요. 누군가는 이런걸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이 사건이 조금 화가 나는게, 이 사람은 사실 그럭저럭 모작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잘 그리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아예 못그리는 사람은 모작도 조지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근데 최소 그정도는 가능했던거죠
그정도 하다가 오리지널 그림도 그리기 시작하고 뭐 다들 그러는 겁니다. 근데 그런 노력은 싫어서 쉽고 빠른 걸 선택했다 파멸한거에요
이 사람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짓 안하고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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