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흐르고 있는 트와일라잇 시티 황혼 중학교.
하지만 평화라는 말은, 이 황혼 중학교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약 사흘 전,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에 재학 중인 교내 TOP 5 안에 들어갈 정도로 꽃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미소년 듀얼리스트 하림과, 황혼 중학교 2학년 3반에 재학 중인 교내 TOP 5 미소녀라고 불리며, 동시에 TDC 최연소 듀얼 챔피언, 진홍월의 여동생으로 유명한 여학생, 진청월이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청월의 남자친구 하림에게 계속해서 듀얼을 걸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림 입장에선 그 날 하굣길에 우연히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청월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로 인해 호구가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청월과 사귀게 된 것이었지만, 청월을 사모하고 있던 황혼 중학교 남학생들에게, 하림이 호구 잡힌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오늘도 청월을 사모하는 학생들의 모임, 일명 청사모에 소속된 남학생들과 듀얼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되어 터덜터덜 발걸음을 걷는 하림.
청사모 학생들도 휴식이 필요하긴 한지, 하굣길에 덤벼오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하림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부모님께 귀가 인사를 드린 뒤, 마치 좀비마냥 축 늘어진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침대에 눕자마자 하얗게 질린 톤에 다크서클이 볼 밑까지 내려온 것으로 인해 잘생긴 얼굴이 초췌하게 추욱 늘어져 버린 하림.
연달아 사흘이나 청사모 학생들의 듀얼을 받아줘야 했던 하림의 머릿속은, 대체 언제까지 이런 뭐 빠지게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며, 마음 속으로 시간을 되돌려 그 날의 자신에게 음악실을 엿보지 말고 그냥 지나쳐 가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평범한 중학생인 하림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 같은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만 멍 하니 바라보고 싶은 마음 뿐.
침대에 몸을 뉘인 하림은, 자신의 방 침대가 주는 포근함에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내 서서히 눈이 감기며 잠깐의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하림이 잠에 빠져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하늘에 뉘엿뉘엿 고개를 걸치고 있던 태양은, 이내 침대에 누운 하림처럼 잠을 청하기 위해 하늘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따사로운 빛을 내리쬐는 해가 저물고, 은은한 빛을 내며 어두운 하늘을 수 놓는 별과 달이 떠오르는 밤.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 찬 하림의 집 앞에 세워진 나무 한 그루 밑에서, 하림의 방이 있는 곳을 향해 가만히 두 눈을 응시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딱 봐도 수상쩍은 검은 복장에 검은 두건, 그리고 입에는 검은 복면을 쓰고, 허리춤에 검 한 자루, 등에는 두 자루의 검을 맨 한 명의 수상한 사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자신이 매우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한 복장을 입은 그 이는, 행여 하림의 집이 있는 장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염려한 것인지,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속도를 내며 하림이 잠을 청하고 있는 방 창문 앞까지 도달했다.
자신의 방 앞에 수상한 자가 나타났다는 것도 모른 채, 오늘 있었던 듀얼들이 준 피로로 인해 곤히 잠을 청하는 하림.
하림이 지금 잠을 청하고 있어 그 어떠한 것도 인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 수상한 자는, 대체 어디서 났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리검에 무언가를 묶고는, 마치 하림이 눈치채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하림의 방 창문 틀에 수리검을 꽂은 뒤, 조용하게 임무를 완수했다는 말을 남기며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다.
자신의 방 창문에 무언가가 꽂히는 둔탁한 소리가 나자, 하림은 지금 편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는 게 누구냐며 신경질을 부렸다.
침대에서 두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하림은, 자신의 방 근처에서 들려온 수상한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창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림이 창문을 열었으나 밖에는 사람은 커녕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고, 대체 누가 이 밤중에 장난질이냐고 신경질을 부리는 하림의 눈에, 방금 전 다녀간 수상한 자가 꽂아놓은 수리검이 눈에 보였다.
자신의 방 창틀에 꽂힌 수리검을 보자마자 잠들어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깰 정도로 기겁하며 자리에 주저앉는 하림.
하림은 이제 청사모가 하다하다 암살자까지 고용하는 거냐며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고, 창틀에 꽂힌 수리검을 뽑자 수리검 끝에 묶여 있는 누군가가 쓴 쪽지를 보고 혹시 진짜 청사모가 고용한 암살자가 보내는 경고장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수리검에 묶인 실을 풀고 그 끝에 매달려 있던 쪽지를 조심조심 펴 보기 시작했다.
쪽지의 내용을 본 하림은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건지 반드시 밝혀 주겠다고 다짐한 뒤, 외출 복장과 듀얼 디스크, 덱을 챙겨 쪽지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
하림이 받은 수상한 자가 남긴 쪽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 하림이라고 하는 자여.
너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내가 들은 소문이 정확하다면, 너는 얼마 전에 듀얼 챔피언 진홍월과 에스트렐라를 상대하고, 진홍월의 여동생 진청월과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 쪽지를 보는 즉시 듀얼 디스크와 덱을 가지고 트와일라잇 파크 공터로 와라.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너의 하나밖에 없는 아리따운 연인, 진청월은 지금 나를 고용한 자들이 데리고 있다.
이 쪽지를 본 이후 1시간 안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진청월이 어떻게 될 지 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너 역시 듀얼리스트라면 내가 보내는 도전을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그럼 이 쪽지를 본 이후 1시간 안으로, 트와일라잇 시티의 트와일라잇 파크 공터로 나와라.
트와일라잇 파크 공터에서, 너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겠다.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들이 하다하다 이런 짓까지 벌여?! 절대 용서 못 해!!! 기다려, 청월아! 내가 지금 갈게!!!"
수상한 자가 남긴 쪽지를 본 하림은, 이제 청사모가 넘어선 안될 선까지 넘었다는 사실에 격분하며, 약속 장소인 트와일라잇 파크를 향해 숨 가쁘게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호구 잡힌 채로 시작한 연애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소중한 여자친구가, 지금 청사모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접한 하림의 눈에는, 누구도 꺼트릴 수 없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 후, 수상한 자가 보낸 쪽지에 쓰인 약속 장소, 트와일라잇 시티에 세워진 트와일라잇 파크의 한 공터.
이곳은 원래 트와일라잇 시티 주민들을 포함해, 트와일라잇 시티에 방문한 외부인들을 위해 각종 놀이기구 및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공공시설이다.
원래대로라면 사람들로 인해 왁자지껄해야 하는 트와일라잇 파크이지만, 밤이 깊게 차 오른 지금은 그저 고요한 적막만이 트와일라잇 파크를 가득 뒤덮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하림은, 여기까지 달려 오느라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을 고른 뒤, 자신에게 쪽지를 보낸 수상한 자를 찾기 위해 자신이 위치한 곳을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야, 당장 튀어나와!!! 감히 내 소중한 여친을 건드려?! 넌 오늘부로 제삿날 될 줄 알아!!! 약속대로 여기 도착했으니까, 빠릿빠릿하게 튀어나와!!!"
하림의 분노로 가득 찬 외침이 트와일라잇 파크 공터를 가득 메웠고, 하림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오자 하림의 방에 쪽지를 남기고 떠난 수상한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상한 자의 기척을 느낀 하림이 뒤를 돌아보자, 하림의 눈에는 딱 봐도 "나 완전 수상한 사람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허리춤에 한 자루, 등에 두 자루의 검을 지니고, 몸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을 법한 검은색으로 가득한 복장을 입고 나타난, 한 사람의 닌자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수상한 닌자는 하림을 보고 복면으로 감춘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고, 하림은 자신 앞에 나타난 수상한 자의 정체를 물었다.
"이 쪽지를 보낸 게 너냐?!"
"훗. 내가 보낸 쪽지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나타나 주었군."
"남의 여친을 납치한 빌어먹을 자식이 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훗."
"그 웃음 소리 완전 기분 나쁘거든?!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당장 그 재수 없는 복면 벗지 못 해?!"
"의외로 예의를 모르는 것 같군.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먼저 본인부터 상대방에게 소개하는 것이 예의라는 사실,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께서 가르쳐 주시지 않았는가?"
"뭐야?!"
수상한 닌자의 말에 하림은 속에서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소중한 연인을 납치한 망할 놈이 예의를 운운하며 자기소개부터 먼저 하라니.
하림은 속에서 열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이내 닌자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청월을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닌자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난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 하림이다! 보는 바와 같이 듀얼리스트이기도 하지!"
"그렇군."
"자, 내 소개 다 마쳤다! 그럼 이제 네 정체를 밝히시지!"
"훗, 그래도 예의는 제법 잘 갖추고 있군."
"뭐가 어째?!"
닌자의 도발 섞인 말에 하림은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마치 오랫동안 활동을 쉬다가 용암을 터뜨리는 휴화산처럼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림이 그러거나 말거나, 닌자는 자신의 정체와 자신이 하림을 이곳 트와일라잇 파크 공터로 부른 이유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카게야마. 보는 바와 같이 닌자다."
"진짜 닌자 같은 이름이구만. 그래, 내 여자친구는 지금 어디 있지?! 내 여친을 납치한 이유는 또 뭐야?!"
"네가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연인, 진청월은 지금 이 곳에서 약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느 컨테이너 안에 가두어 놓았다. 나를 고용한 자들 말로는, 황혼 중학교 모든 남학생들의 적, 하림을 꼭 쓰러뜨려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내 여친을 납치하고, 날 여기로 불러 내셨다?"
"그렇다. 그래서 난 나를 고용한 자들이 부탁한 대로 진청월이 잠든 틈을 타 그녀를 납치해 컨테이너에 가두었고, 그 이후 널 이곳으로 불러내기 위해 네 방 창문 앞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지."
"그렇게 된 거였구만....!!!"
자신을 카게야마라고 밝힌 닌자의 배후에 청사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하림은, 당장에라도 자기 눈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카게야마를 리얼 파이트로 때려 눕히고, 청사모의 사주에 의해 카게야마에게 납치된 청월을 구하기 위해 닌자가 말한 컨테이너가 있는 장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품었다.
하지만 하림이 컨테이너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할 때마다, 카게야마가 신출귀몰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하림의 앞을 가로막았고, 하림이 왜 자기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고 말하자, 카게야마는 고용주들의 부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며, 청월이 갇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면 자신을 결투로 쓰러뜨리고 가라고 말하였다.
카게야마의 단호한 말에 이제 하림에겐 듀얼에서 승리한다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심을 굳힌 하림은 팔에 듀얼 디스크와 덱을 장착하며 카게야마에게 반드시 널 쓰러뜨려 주겠다고 말하였고, 카게야마 역시 복면 너머로 미소를 지으며 듀얼 디스크와 덱을 장착하며 듀얼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하림과 카게야마, 두 사람의 듀얼이 이곳 트와일라잇 시티, 트와일라잇 파크의 한 공터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자신의 소중한 여자친구, 청월을 구하기 위해 카게야마와의 듀얼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하림.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인 청사모 학생들의 부탁에 따라 하림을 쓰러뜨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받은 카게야마.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듀얼은, 과연 어떤 결과로 끝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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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듀얼에 임하는 하림과 카게야마!
두 사람이 벌이는 듀얼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어떤 이에게 미소를 지어줄 것인가!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 이 소설의 주인공! 꽃미남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미소년 듀얼리스트, 하림!
그림자 속에 숨어 임무를 수행하는 자! 듀얼에선 숨지 않고 날뛰어 주마! 닌자 듀얼리스트, 카게야마!
과연 이 두 사람이 벌이는 듀얼은, 어떤 이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사람도 모르게, 세상도 모르게!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두 명의 듀얼리스트의 듀얼!!! Rock스러운 비트로 Party Night!!!
그럼 모두, 듀얼 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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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연재 완료!
이번 편에선 림이의 수난기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한 번 써 보았습니다.
과연 림이는 카게야마와의 듀얼에서 이겨서 소중한 여친 청월이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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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카게야마는 이 듀얼에서 하이쿠를 읊을 수 있을 것인가...!!! 여담으로 이번 편 내용은 허리켄쟈/닌닌쟈/가면라이더 시노비의 구호를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 23.03.24 2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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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렇군요! 모바일로 글 내용 다듬을 때 들어간 건가... 즉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23.03.26 17: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