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가 상초 때였으니까 2013년 여름이던것 같습니다.
같은 연대 내의 해안GOP에서 복무하던 옆대대가 태풍으로 인해 손상된 철책 및 진지보수를 해야했는데, 그쪽이 근무지 특성상 자기네 인원들만으로는 근무서기도 빠듯한지라 연대장 지시로 1대대인 저희에게 진지보수에 참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최소한의 인원들만을 남긴 채로 1,2,3,4중대 상당수가 해안GOP 보수를 위해 부대를 잠시 떠나있었습니다.
대대 통신병이었던 저에겐 근무라 하면 지휘통제실에서 하는 무전반+교환대 업무 또는 불침번정도뿐이었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기존의 소총중대들의 상당수가 부대를 비운터라 본부중대에서도 인원을 차출해 일주일전도 위병소 근무를 서게 되었고, 하필이면 일주일 내내 0200-0400시 근무 때 배치가 되어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나 그 날만큼은 무덥던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선선한 기온과 계속해서 시원하게 불어주던 바람덕에 그럭저럭 짜증을 눌러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몰려오는 고요함과 심심함은 부사수였던 후임을 갈구게 만들기 충분한 이유였고(?) 재밌는+야한 이야기 해봐라, 전역하면 뭐할꺼냐, 나도아직 깜깜한데 너가 그런날이 올거같냐 등등 정말 쓸데라고는 1도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던 중, 주제가 무서운 이야기로 돌아갔고 후임과 저는 서로 한번씩 번갈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것마저 질려서 어느 순간부터는 위병소에서 무전반(지휘통제실)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를 하면서 무전반 근무를 서던 후임에게 혹시라도 당직사관이나 사령이 위병소 순찰 올거같으면 바로 연락떄리라고 말하고 부사수에게도 너도 눈 좀 붙이라 한 후 편하게 졸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졸던 중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불어와 안면을 강타하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고 그것은 부사수도 마찬가지였는지 잠에서 깨어나 부스럭 거리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근무 시간이 아직도 한시간이나 남은 것에 대해 짜증을 내며 어차피 더 졸아봐야 잠도 안올것 같아서 그냥 성실하게 전방을 본 상태로 멍하니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대대의 위병소 바로 맞은편에는 도로 반사경이 하나 있었는데 워낙에 심심하기도 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반사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심심한 마음에 네이버 지도로 대대 위치를 찾아보니 아직도 있더군요)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어둡긴 했지만 도로쪽에도 도로 등이 있었던 터라 윤곽정도는 충분히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반사경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런 소리도 없이. 도로 반사경에 군인 두명이 지나가는게 보이는 겁니다. 앞의 사람은 총+ 군장을, 뒷 사람은 총+ 999K무전기를 든 형태였습니다.
순간 저는 순찰자인가 싶어서 순간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순찰자가 영내가 아닌 영외를 돌아다닌다는 것과, 군장에 무전기, 거기에 총까지 휴대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단 한번도 듣도 보도 못했기에, 그럼 혹시 순찰자가 아닌 5분대기조인가 생각했으나 그들 역시 이전 근무자와 인수인계에서 밖으로 나간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단 두명의 5대기가 순찰을 돈다는 것도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지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에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더욱이 도로반사경에서 그들을 식별한 위치가 도로 맞은편이 아닌 부대 철책의 바로 옆, 즉 위병소 담장 너머 바로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자 정말 귀신을 본 것인가 하는 혼란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혼란스러워서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부사수에게 혹시 어떤 발소리나 반사경에 비친 형체를 보았느냐고 물으려던 찰나.
굳게 닫혀있던 위병소 철문이 찢어지는듯한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혼자 열렸습니다.
분명히, 분명히 바람한 점 불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반사경에서 형체를 본 그 순간부터 바람은 단 한점도 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병소의 두껍고 무거운 철문이 스스로 열렸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았지만, 문이 쇠로 되어서 무거운데다 경첩이 녹슬어서 문의 무게중심이 기울어져서 자동으로 열렸다 생각 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주간이야 차량이 빈번하게 드나들기에 잠금쇠를 걸지 않지만, 야간의 위병소는 아주 가끔씩 밖에 차량출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잠궈두는 편이었고 교대면서 직접 자물쇠 건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철문이 혼자 열리자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철문이 열렸으나 철문 너머에서 무엇인가 영내로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잠시 후 놀란 마음을 진정 한 후 저는 부사수에게 문을 닫으라고 시켰고,
이후 교대자가 올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교대 후 환복하고 다시 취침하기 전 화장실 잠시 갔습니다. 거기서 마찬가지로 화장실에 온 부사수에게 혹시 근무 중 위병소 문 열리기 전에 혹시 발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도로반사경에서 어떠한 형체를 보았는지 물어봤으나 아무 소리도, 형체도 못보고 못 들었다고 햇습니다...
다만 자신은 한참 졸다가 위병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서 사수인 제가 문을 닫으라고 시키자 문을 닫기 위해 문으로 다가간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닌 단 한번의 발소리만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피칠갑이나 괴물같은 두렵게 하는 무엇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제 인생에서 여태까지 중 처음으로 귀신을 본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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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 보면 별것 아닌것 같아도 이게 실제로 겪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엄청 소름돋는 일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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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 보면 별것 아닌것 같아도 이게 실제로 겪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엄청 소름돋는 일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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