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차는 말굽 소리, 갑옷끼리 부딛혀 만들어내는 마찰음.
그것이 이 이국의 북방 땅에서 허락된 유일한 소리라는 듯이,
"장군"이 이끄는 군대는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게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거대한 "늑대" 무리는
더 늦기 전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사냥할지, 물러나야 할지를.
그 늑대무리가 평범한 "늑대"가 아님은 그 겉모습만을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제 3급종'으로 분류되는 몬스터.
황금빛 채모와 핏빛 눈을 가진 위험 맹수였다.
상대가 제국의 훈련된 정예병이라고 해도 그 승부를 장담하지 못 할 정도로.
물론, 바꿔 말하자면 그만한 군대는 제 아무리 '3급종 늑대'라 해도 무리없이 사냥할 대상은 아니었다.
그들을 사냥하려면 이쪽 역시 피해를 감수하여야만 한다.
물론, 그들이 '패퇴한 군대'일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지칠 대로 지치고 부상을 입은 "먹이"만큼이나 사냥하기 쉬운 것은 없으니까.
실제로 멀리서 보이는 저들의 행진은
'승전을 알리는 군대'라 하기엔 지나치게 고요했다.
그럼에도 늑대 무리가 사냥을 머뭇거리는 것은
아직 우두머리 늑대의 "신호"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르릉'
슬슬 늑대들 사이에서 불만의 울음소리가 나오려 할 쯤,
우두머리 늑대는 신호를 내렸다.
그것은 후퇴의 신호였다.
늑대의 우두머리는 두 개의 태양 아래 보았던 것이다.
침묵의 행군으로도 미쳐 숨기지 못 한
환희에 찬 병사들의 표정을.
"...갔나?"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혹시 행군 전 내리셨던 명령 즉,
'북방민족의 땅에서 벗어나기 전까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고 진격하라'
...라는 명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음, 맞췄다고 해두지.
이런 이국의 땅에선 작은 소리만으로도 적을 늘릴 수 있는 법이지않나?"
부관은 때때로 이렇게 장군의 수수께끼같은 면모에 의문을 품곤 하였다.
장군은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으며, 광장한 명장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간혹 이렇게 의문 모를 명을 내리곤 했으니까.
그러나 부관은 장군에게 의문을 품을 지언정 장군의 명을 의심하진 않았다.
그것은 부관이 장군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뢰였다.
그가 내린 명령은 모두 옳은 결과를 가져왔고, 이번에도 그랬을 것이라 믿을 뿐.
'뭐어, 이번에도 생각이 있으셨겠지.'
부관은 그렇게 생각하며 거기서 자신의 생각을 끊었다.
(부관 본인은 모르지만) 그것은 장군이 그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기도 했다.
수 번의 해와 달이 지나가고, 차츰 땅을 울리던 말굽 소리도 잦아들 무렵,
병사들의 시야에 제국의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 불리는 '브라티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 사이에서도 차츰 '소리'세어나왔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이국 북방 땅을 벗어나
제국 내에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희열,애통,감동,환성.
여러 '소리'가 세어 나오는 가운데
어느 이름 모를 병사의 말이 부관의 귀를 파고들었다.
"전쟁이란 것이 본래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결과는 뜻밖이군."
"...설마, 10년에 걸쳐왔던 전쟁이 내부의 배신으로 이토록 허무히 끝날 줄이야."
부관은 그 말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조금 더 오래 걸렸을 뿐,
본디 전쟁이란 이런 형식으로 끝나는 것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그러나 부관은 그들을 '머저리'라고 부르는 대신 그저 웃음을 지었다.
10년에 걸쳐온 전쟁이 드디어 끝이 났다는 "행복"은
부관에게도 자비심과 이해심을 가져다주기엔 충분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 "행복"은 보다 '물리적인 가치'가 있었다.
전쟁에서 수많은 공을 세운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부관은 장군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부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장군은 자신이 여태 봐왔던 그 어떤 얼굴과도 다른
탐욕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감"이 남들과는 다르다 생각했다.
그 "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 본인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어쨌든 그것이 분명히 실존한다는 사실 만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이 보일 때마다 그것을 따랐고,
그것은 늘 성공을 불러왔다.
'이대로라면 황제조차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히, 그가 제국 황제 자리에 욕심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제국의 장군 정도 되는 위치라면 충분히 높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단지,
그는 무료했다.
그 뿐이었다.
'답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에게 '싸움'이란
검이나 주먹을 "감"이 있는 위치에 두면 되는 것에 불과했다.
그에게 '전략'이란
그저 "감"이 가장 희게 빛나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에 불과했다.
위협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감"을 따르면 될 뿐.
그에게 "감"이란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싫증을 느꼈다.
계속되는 성공 속에서 느낀 무료함.
그가 믿고, 그가 의지한 "감"은 어느새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는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그 다음엔?"
그에겐 미래가 보였다.
성군이 되어 태평성대하게 나라를 다스릴 자신의 모습이.
'음, 지루하군.'
이 경우 차라리 폭군이 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결과가 보인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부관이 알았더라면
'장군답지 않게 퍽 오만한 생각이시군요'...라고 말할법한 시안
피식,
장군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허무의, 아무런 의미 없는 웃음.
'그래, 만에하나라도 부관 정도는 그 충성심을 보아 살려둘까.'
어쨌든 장군은 무료했다.
그에게 사람의 목숨이란 그런 의미의 가벼움을 띠고 있었다.
그것엔 황제의 목숨도 차이가 없었고, 그 자신의 목숨 마저도 그러했다.
그의 "감"이 더이상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느껴질 쯤,
그가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택하려 스스로 목을 죄이려던 순간
"자,장군! 전쟁입니다! 북방민족이...!"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부관의 말.
그는 부관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군은 확실히 보았다.
자신의 "감"이
그 어떤 때보다도 밝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음을.
북방의 땅은 혹한의 추위가 이어지는 곳 답게
인간 외의 생명은 살아가기 힘든 곳이었다.
추위가 오죽 심했으면
'거대한 드래곤의 그림자를 봤다'는 헛것을 본 이들까지 나오겠는가
(때문에 사는의 북방은 '드래곤이 사는 나라'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환상이며 거짓이다.
그들이 봤다는 그림자 대다수는 거대한 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드래곤의 존재 자체가 동화속 환상 따위에 가까웠다.
이 세상엔 평생을 바쳐 그런 환상을 쫓는 사람들도 있다곤 들었으나
적어도 부관은 그런 유형의 인간은 아니었다.
반면 장군은 (겉으론 티내지 않았지만) 그런 환상 자체는 긍정했다.
드래곤이 정말로 있을지는 모르겠고, 또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나
정말로 있다면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런 드래곤에 대한 생각도 옅어질 쯤
마침내 북방의 군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군은 북방의 군을 통솔하고 있는, 전위에 선 한 계집을 발견했다.
얼음장처럼 흰 피부와 적발 머리를 한,
이제 막 성인이 된 듯 보이는 북방의 계집.
이 전장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의 감상은 고작 그 정도였으나,
장군은 의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자신의 "감"을 의심하지 않았다.
별처럼 빛나는 적색 눈동자와
황제의 꽃들조차 시들게 할 아름다운 외모 따위,
애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군은 검을 이윽고 계집을 향했다.
그의 검은 평소처럼 그의 "감"을 따랐다.
그러나
"......!"
처음으로 그의 "감"은 그를 배신했다.
그녀는 베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여유를 부리며, 그의 검을 피한 것이 아니겠는가?
수 십 번의 공방.
그러나 결판은 나지 않는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숨 쉬는 것 조차도 잊어버릴 쯤,
어느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국인 치고는 제법인걸?"
그 순간
그는,
장군은,
그녀를 자신의 "희망"이라고 확정 지었다.
그 계집을 자신의 "사랑"이라고 확정 지었다.
장군은 처음으로 자신 안의 허기를 느꼈다.
장군은 실로 오랜만에 여자를 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눈 앞의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다.
홀벗은 그녀를 범하고, 희롱하는.....
훙ㅡ
"제국인, 싸움중에 뭔 생각을 하는거냐?"
빈틈을 노린 그녀의 검이 장군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아니, 그럴리 없지.
고작 그런 것일린 없을 것이다."
장군은 그런 자신을 부정하며 검을 맞댔다.
훙ㅡ
다시 한 번
검과 검이 내질런다.
비릿한 피 냄새, 검이 갑옷을 빗겨나가는 마찰음, 새벽을 알리는 나팔소리
그렇게
천 번의 공방이 이룬다.
백 번의 싸움이 지난다.
십 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장군은 어느 날 이변을 깨닫는다
그는 거울을 쳐다 보았다.
십 년의 세월 속에서 노쇄해진 몸은
젊은 날의 빛의 잃어가고 있었다.
'저울이 기울었나'
제 아무리 자신의 "감"을 따라도
어느새 육중해진 몸은 그것을 지탱할 도리가 없었다.
'다음번 싸움이 마지막이겠군.'
그러나 그는 상관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목숨조차 가벼히 여기는 그였다.
그녀에게 베임으로써 자신의 패배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는 그 나름대로 만족할 생각이 있었다.
자신에게 희망을 준 대가로
자신의 목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 그렇기에 이런 "결과"는 장군에게 있어서도 무척 당혹스런 것이었다.
"배신이랍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앞에 포박되어 끌려나왔다.
그녀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장군을 노려 봤다.
실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피가 끓는다.
장군은 지금, 그 어떤 순간보다도 환희에 차 있었다.
장군은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보다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을
***
"장군, 정말로 그게 다인가?"
웅성거리는 주변의 잡음,
무언갈 외치는 부관의 목소리.
그러나 그것들은 장군에게 들리지 않는다.
장군은 황제의 입만을 응시하고 있다.
"예"
장군의 완고한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황제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본래, 전쟁 후 왕족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처형하는 것이 관례..."
장군은 기다렸다.
황제의 말을 기다렸다.
황제의 앞이기에,
지금의 장군은 맨 손이다.
그러나 자신이 있었다.
자신 앞에 찬란히 빛나는 "감"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윽고 황제는 자신의 명운을 가를 말을 내뱉었다.
***
그녀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고풍스런 가구와 아름답게 치장된 장식품들이 눈에 들어왔으나,
그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곳이 북방이 아닌 제국의 중추라는 점과
아직 자신의 팔에 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허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목에 채워진 '목줄 비스무리한 무언가'와
자신 앞의 '장군'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황제가 그대의 생존을 허락해서 다행이군."
그녀도 감옥 간수들이 웅얼거렸던 소리를 통해 알고 있다.
이유는 그녀 자신도 모르겠으나
장군이 자신이 처형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을.
"...왜 나를 살렸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장군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대가 바로 나의 전리품이기에."
".......뭐?"
장군은 그녀의 얼굴에서 일순간, 약간의 동요가 생긴것을 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것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은 없소.
가장 아름다운 것엔 늘 높은 가치가 생기기 마련.
많은 이들이 전쟁의 공로로써 보물을 가져가듯,
나 또한 그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오."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수갑을 풀어주었고
그녀는 그 즉시 장군의 목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러나 닿지 않는다.
무서운 기세로 나아간 그녀의 팔은
장군의 손에 의해 붙잡혔다.
"아름답군! 실로 아름답다!
이런 계집의 몸으로 나에게 대항해왔던건가!
이런 아름다움을 숨기고 검을 쥐었던 것인가!"
"네...놈...!"
장군이 그녀의 수갑을 풀어준것은
딱히 그녀를 얕봤기 때문은 아니었다.
전장에서 자신과 수많은 싸움을 한 그녀라면
설사 맨몸이라 한들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일 것이다.
그렇기에 장군은 그녀에게 그가 '난쟁이'들에게 특별 제작하게 한
'목줄'을 채워넣은 것이다.
"무슨, 짓...을...!"
힘없이 뻗어나간 그녀의 팔은 더이상 장군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장군은 그것을 마저 확인한뒤 그녀를 놓아주었다.
"크아아아아!"
다시 한 번 그녀가 몸을 날리자,
장군은 이번에는 그녀에게 채워진 목줄을 잡아당겼다.
"크...읏?"
그녀는 역시나 무력하게 장군의 품으로 끌려나왔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녀의 턱을
장군은 가련하다는 듯 쥐어잡았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내지으며 말했다.
"그대는, 그저 선택만 하면 되오.
나를 거부하고 가축으로써 사육 당할 것인가,
나를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써 내게 안길 것인가!"
퉛ㅡ
"개소리도 못 들어 주겠군."
그녀는 경멸에 찬 얼굴로 장군에게 침을 뱉었다.
하지만 장군은 그 조차도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든지 그대를 기다리겠소.
우리가 전장에서 함께 했던 10년이란 세월이 그러했듯."
장군은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있던 방을 나섰다.
자신의 지루할뻔 했던 인생이
무척 즐겁게 변하리란 확신을 가진채
.
***
'이건 이것 나름대로...꽤나...재미있겠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군의 뒷모습을 향해 미소지었다.
본디 전능한 존재란 모든 것에 쉽게 싫증을 느끼기 마련.
이는 드래곤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드래곤이 심심풀이로 한 나라를 멸망시킨다는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는 것도 몇 세대 전의 이야기.
그들은 쉽게 질렸으며, 쉽게 무료해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묘한 발상을 생각해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확실히 그것은 이전보다는 재미 있는 취미였다.
본체에 비해 턱없이 약했으나
그 점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들었다.
나약한 인간의 육신은 '싸움'이라 할만한 것을 그럭저럭 즐길 수 있게 해주었으므로.
그런 생각에 착안하여
하나 둘 씩 인간으로 의태하는 드래곤들이 생겼다.
그녀 또한 그런 드래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조차 질려가고 있었다.
'너무 약해'
스스로 약체화되었다곤 하나, 어쨌든 그들은 드래곤.
애초에 통상적인 인간이 상대가 될리가 만무했다.
때문에 그들은 인간에게서 또다른 취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이 만든 도구=짐 마차- 따위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개 중에는 그것에 애정을 품는 드래곤까지 있다고 들었으나,
적어도 그녀는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이것이 드래곤의 말로인가..."
그녀는 그들의 취미에 혀를 찼다.
동족이라고 인정하는것 조차 하기 싫은 추잡함.
때문에 그녀는 바랬다.
다른 드래곤과는 다른 자신만의 '재미'를 찾고자.
그렇게 방황하길 수 백년.
그녀는 마침내 찾아냈다.
자신의 "재미"를.
***
"제국인 치고는 제법인걸?"
실제로 그는 (인간치고는) 뛰어났다.
특히 '마나'의 흐름을 느끼는 부분이 그랬다.
대부분의 인간은 마나의 흐름을 알 수 없지만,
수 천년에 한 번 꼴로 그런 인간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곤 해봐야 결국은 인간.
인간 따위가 드래곤의 상대가 될 리 전무하다.
'적당히 즐기다가 죽일까'
그런 감상을 남기며 장군의 목을 베려던 순간,
그녀는 보았다.
자신과의 싸움을 진심으로 '즐겁다' 여기는 장군의 모습을.
그녀가 장군에게서 묘한 부러움을 느낀 것은 분명 그 쯤이었으리라.
그녀는 본래 전쟁이 종국에 달했을 때
본모습으로 돌아가 제국과 북방을 멸망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장군 정도라면 자비를 베풀 의향이 있었다.
장군 정도라면 자신의 애완 인간으로써 키워보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자신의 '재미'로 결정하려던 찰나,
그녀도 예상치 못 했던 두 가지 사태가 발생했다.
첫 번째는 북방인들의 내분이었다.
전쟁을 버티지 못 한 북방인들 일부가 고위층을 배신한 것이 그것이다.
수 십년간 결속으로 다뤄졌을 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이 꽤나 우스웠기에
그녀는 특별히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들이 붙잡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됐을 때, 그 경악이 보고싶다는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어찌되었든, 여기 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평정을 유지했다.
그녀의 평정이 깨진 것은, 이어진 두 번째 사태 때문이었다.
...장군의 반응이 이상했다.
적인 자신을 살리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나
장군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자신이 장군에게 하려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가?
"후훗."
장군의 등을 보며 그녀는 웃었다.
몇 천년만에 웃는 것인지 모를, 진심을 담은 웃음이었다.
짐마차 따위에 박아대던 영락한 동족의 꼬락서니를 보며
이것이 전능에 다다른 자의 말로인가 혀를 차던 것도 옛 일.
그녀는 드디어 자신만의 "재미"를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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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예전에 따옴표 드립 썼던거 좀 보충해서 가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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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카ㅅㅅ인간사육물' | 25.08.24 00:1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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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부터는 짧게 쓸게오...ㅠㅠ | 25.08.24 00:1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