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럴일 없겠지만 나 초딩때 학급도서를 학생들이 사가야 했음
그게 무슨 말이냐면 학교에서 권장도서 목록을 뽑아 주는데
그걸 출석 번호 순서대로 목록에서 한 권씩 사와서 반에 기부해야 했음
아무튼 그래서 나에게 할당된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갔는데
표지 보고 뭔가 ㅈ됐음을 느낌
하필 내가 성교육책이 걸렸던 거였음 ㅋㅋㅋ
성교육책도 그냥 글로만 써진 그런게 아니라
물 건너온 풀 컬러로 성기 그림까지 자세히 그려진 그런 책이었음
벌써 20년 전인데 상당히 진보적인 책이었음
보수적인 집에서 자란 것도 있고 워낙 내성적이었어서
아 이거 뭔가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도
선생님이 지정한 준비물이라 안 살수도 없고 딜레마에 빠졌지만
결국 살 수 밖에 없었음
일단 뭐 제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 남자애들한테 엄청난 인기 도서가 됨 ㅋㅋㅋ
진짜 애들이 그 책만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돌려봄
두세명이서 희희덕 거리면서 보기도 하고 ㅋㅋ
근데 그게 반 여자애들이 보기에는 많이 안 좋았나봄
결국 학급 회의 시간에 어떤 여자애가 안건으로 제출함
남자애들이 불온 서적을 본다고 ㅋㅋㅋ
그리고 다른 여자애들도 찬동을 했고
내가 이상한 책을 사왔다는 말까지 나옴;;
그리고 그 때 장난기 많은 남자애가 이 책! 하면서
팔 들고 책을 펼쳐서 적나라하게 풀컬러 춘화를 보여줌 ㅋㅋㅋ
왠지 모르게 내가 너무 수치스럽더라;;
그리고 선생님이 중재를 위해 그 책 가져와 보라고 함
뭔가 굉장한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음
많이 엄격한 중년의 여성 선생님이어서 더 그랬던 거 같음
근데 선생님이 그냥 한번 쭉 훑어 보더니
'뭐야 그냥 성교육 책이잖아' 하면서 안건을 일축해 버림 ㅋㅋㅋ
그렇게 해서 그 책은 다시 학급 도서에 꽂혔고
남자애들은 이제 대놓고 그 책을 보기 시작하고
여자애들은 여전히 아니꼬와했고
그 책은 학년 바뀔 때쯤 걸레짝이 되어 버림
P.S.
이거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하나 더 있는데
아마 저 에피소드랑 다른 학년 때 일이 었던 거 같기도 함
한번 조별 과제를 하게 되었고 그 조에서 내가 유일한 남자애 였음
그땐 나도 진짜 순진하고 얌전한 초딩이었음
근데 같은 조 여자애들이 좀 조숙하다 해야하나... 암튼 그랬음
아무튼 그래서 조원 중 한 여자애 집에 모여서 숙제를 하는데
전지에다가 여자애들이 그림을 그렸단 말이야
그때 토끼 캐릭터가 다리 뻗고 앉아 있는 걸 그렸는데
다른 애가 그 가랑이 사이에 3 자를 그리더니
지들끼리 웃고 그러는 거야 ㅋㅋ
그때 그거 보면서 이년들 뭐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