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던 모 교육부대의 일임.
나는 대위가 되면서 당직사령 근무에 투입되게 되었고, 사건이 일어난 그 때는 대위 된 지도 한참 지나서 전역할 때가 가까웠을 것인데 생긴 일임.
내가 근무하던 대대에는 특기교육 기간에는 '장기하고 싶다'고 했던 놈이 정작 자기가 교육받던 대대에 부임해서는 일도 성실히 안하는 그런 소위가 옆 중대에 있었다.
(얘는 장교훈육관 직책으로 보면 '내 후임의 후임'이고, 나중에 내가 전역하고 걔가 맡게 된 운영중대장 직책으로 보면 '내 후임'인 그런 녀석이었다, 이하 A소위)
* 결국 걔가 하던 일과 장차 해야 하는 일은 전부 내가 이미 해봤기 때문에 다 알고 있음.
대대 내에서 나는 대부분의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중대장이었고, 우리 대대에는 수많은 병 교육생 등등이 있어서 당직사관이 필요했기에 항상 당직사관&당직부관 신규 투입 인원에 대해서 순찰로, 관리해야 할 교육생 숙소들, 보일러 켜고 끄는 시간대, 숙소별 보일러 작동 방법 등 온갖 사항을 교육해야 했고, 퇴근 전에 당직사관과 부관 상번 전 인수인계도 해야 했고, 그들이 볼 대대 당직근무지침서도 내가 만들었다.
대부분 근무 경력이 되다가 이 교육부대로 전입와서 당직근무 투입되는 고참 부사관들은 쉽게쉽게 가르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A소위가 우리 대대에 장교훈육관으로 부임하고서 시간이 흘러 어느덧 당직근무에 투입될 시기가 되었다.
당연히 나는 당직근무 투입 전 며칠 전부터 '지침서' 다 읽어보고 모르는 점 질문하라고 했다.(같은 대대이니 교육생 숙소들 위치나 창고 위치 안내나 이런 건 다 아니까 생략하고)
그리고 마침내 근무일 퇴근 시간 직전이 되었다. 당직근무자 상번 보고 시간이 되었으니 대대장님께 당연히 나는 A소위한테 그 날의 인수인계 사항을 전달하고 데려갔다.
대대장실에서 대대장님께서 엄청나게 화가 나셨더라.
아니 당직사관 상번 보고를 하러 왔는데, 당직근무가 무엇인지, 근무 시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전에 인수인계 받은 내용조차 알지를 못하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지침서 안 읽어봤다. 그리고 나한테 물어본 것도 없다. 내가 잘못했지. ㅠㅠ 중간중간 읽고 있는지 체크를 좀 해봤어야 하는 건데
뭐 아무튼, 대대장님께서 나를 찾았다. "A소위 얘 어떻게 된 거냐? *대위, 왜 당직근무를 하나?"
"지휘관 부재 상황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1차적으로 조치하고 보고하고 책임지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내가 답했던가?
"그런데 얘 이래갖고 당직근무 서겠어!? 교육 어떻게 한 거야? 선택지를 둘 줄께. *대위가 A소위가 당직근무 설 수 있게 교육하고 저녁 점호 때도 동행하고 퇴근했다가 내일 아침 일찍 점호 전에 출근해서 또 확인하든가, 아니면 *대위가 대신 오늘 당직근무 서고 A소위는 저녁 점호하는 거 확인하고 근무 어떻게 하는지 보고 퇴근했다가 내일 아침 점호 전에 출근해서 또 어떻게 아침 점호하는지 봐."
(나중에 대대장님께서 따로 말씀해주시기를 A소위가 뭐 좀 느끼라고, 자기 때문에 선배가 꾸중 받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나를 더 혼내셨다고 한다.)
나는 두 선택지 중에서 "A소위가 긴급상황 발생 시 조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오늘 근무 서고 A소위 다음 근무 전까지 교육시키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그 날 대대당직을 서게 되었다.
상번한 당직사관들은 정해진 시간에 부대본부 상황실로 이동해서 당직사령 주관 회의에 참석하는데 그 때 당직사령 대위가 나보다 후배였음. ;
그 뒤로도 A소위의 행보는 지금 생각해도 한숨만 나오지만 이건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