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키가 ㅈㄴ 작음
대충 몇년 전 성인되고 얼마 안되었을 때임.
강의 다 끝나고 집 가서 밥 먹고 체육관 갈라고 버스를 탐.
그 때나 지금이나 난 시내버스는 앞자리는 되도록 안타고 뒷자리만 탐.
앞자리는 노약자, 임산부 석이 많기도 하고, 양보하려고 일어섰다가 꽤 많은 분들이 괜찮다고 사양하셔서 뻘줌해 진 적도 몇번 있어서 앞좌석은 타는걸 꺼려함.
어쨌든 그 날도 버스 뒷자리가 만원이길래 앞에 서서 봉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었음.
얼마 시간이 안 지나서 버스가 한 정류장에 잠깐 정차 했을 때 내가 서있는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학생, 타요.'하고 내리심.
난 어차피 탈 생각이 없어서 가볍게 목례 후 '네~'만 외치고, 뒷자리를 보니 아직 만원이길래 계속 서서 갈 생각이었음.
그 때 였음
내 머리 위로 가방이 휙 하고 날라가더니, 하차 문 쪽에 있던 키 180 정도 돼보이는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가 갑자기 막 다급하게 나한태로 오는거임
난 그 때 한손으로 봉을 잡고 있는지라 손이 대충 내 명치 높이 쯔음 위치해있어서 왼쪽 몸통이 다 비어있었는데, 그 키도 멀대 같이 큰 남자가 내 팔 밑으로 파고 들더니 지가 내 앞자리에 앉는거임.
그거 보고 순간 벙쪄서 한 10초 가만히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음.
그 때 나도 모르게 '하, 시바ㅋㅋ'하고 헛웃음 나왔는데, 그 머리 덥수룩한 남자는 이어폰을 껴서 못 들은건지, 아님 일부러 못 들은 척 하는건지 끝까지 날 무시하고 창 밖만 보면서 흡족한 표정으로 가더라고.
난 그 때 일부러 에휴하고 한숨 쉬면서 ㅈ같으라고 그 남자 얼굴에 바람 불었음.
그날 그 사건을 친구들 단톡방에서 한국의 이오리라면서 재미있게 썰 풀었던 적이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