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을 때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라멘이었지만
고향인 청주는 라멘 불모지였습니다.
라멘 먹으러 서울로 가는게 취미였는데
올해부터는 청주에 굉장히 수준 높은 라멘야가 개업해서
다행히 교통비가 줄었습니다.
오늘은 이 라멘야에서 세 번째 이벤트 라멘, 앤초비 츠케멘을 선보여서 다녀왔습니다.
첫번째 이벤트 라멘인 새우 츠케멘,
두번째 이벤트 라멘인 돈코츠 라멘 모두
사람이 엄청나게 줄 서 있었습니다.
원체 줄 서는 걸 싫어합니다만
오늘은 다녀올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상시 다찌석에 놓여있는 시즈닝들입니다.
특히 유자식초가 킥입니다.
산초가루는 사장님의 라멘 스타일에 맞는 좋은 재료입니다.
후추는 기본기입니다.
앤초비 츠케멘의 스프입니다.
평소의 츠케스프보다는 조금 믉습니다.
사장님이 육수 재료를 아끼지 않는 편이라
평소에는 베이스인 소와 돼지의 존재감이 꽤 있어서 묵직했는데
오늘은 닭과 니보시를 사용해 베이스가 덜 기름집니다.
대신 요리명대로 멸치의 향이 매우 두드러집니다.
SNS에 따르면 훈연멸치 외 멸치를 두 종류 더 넣었고
갈치새끼인 풀치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어분과 쪽파가 위에 올라가 있는데
뭔가 모를 감칠맛이 나는 하얀 재료가 있었습니다.
치즈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합니다.
뭘까?
오늘의 이벤트 라멘의 컨셉이 양식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의 껍질을 벗겨 칠리오일에 마리네이드했습니다.
함께 있는 건 그린올리브와 케이퍼입니다.
니보시 츠케멘의 해산물 향에 치우친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사이드입니다.
이 친구들은 가격 더 받고 사이드 메뉴로 출시해주면 좋겠습니다.
평소엔 넓은 접시에 재료들을 놓아주는데
이벤트라멘을 할 때면 항상 면기에 재료들을 놓아줍니다.
곡물 향 강한 평소의 극태면 대신
은은한 녹색 빛깔의 중면입니다.
저는 면추가를 해서 주문했습니다.
양념을 해서 튀겨낸 뒤 토치질로 불향을 살려낸 시샤모가
오늘의 주제에 맞는 특별 토핑입니다.
삼겹살은 간장 차슈 대신
포르게타로 만들어서 양식 향신료의 느낌이 꽤 두드러집니다.
멘마와 김은 평소에도 올라갑니다.
시샤모를 그냥 튀겨준 게 아니라 양념이 되어 있어
짭짤하고 감칠맛이 도는게 꽤나 맛있습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남김없이 먹어줍니다.
포르게타 삼겹살 차슈도 맛이 매우 훌륭합니다.
다만 양식 느낌이 너무 강해서 조금은 갸웃한 조화를 느꼈습니다.
저도 동행자도 오늘의 구성의 화룡점정으로 꼽는
칠리오일 마리네이드 방울토마토입니다.
새콤달콤한 맛 끝에 치고 오는 매운맛이 예술이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어…
면과 토핑을 마무리하고
와리스프를 요청드립니다.
오늘의 츠케멘은 산미가 없는 대신
놓여있는 유자식초로 충분히 균형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멸치의 향이 평소에 강했던 육류를 모두 대체했는데
오늘은 스프와리에서 그 묵직한 느낌을 꽤나 씻어주었습니다.
완식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에필로그)
라멘을 좋아하지만
줄 서는 건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줄을 설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제 동창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을 타지로 가면서 연락을 못 하다가
군대에서 병사와 관리자의 관계로 다시 만났습니다.
전역한 뒤 또 연락이 끊겼다가
우연히 서울행 버스 안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 뒤 또 잊고 살던 친구가
키오스크를 보던 제 뒤에서 나타났습니다.
여러 라멘야에서 수행하고
이제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어엿한 셰프입니다.
이런 친구가 자부심을 담아 말합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 와서 꼭 먹어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이벤트 라멘이었습니다.
상시 라멘도 참 맛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가성비라고 하나도 안 챙기는
속된 말로 재료를 때려붓는 라멘입니다.
걱정되어 돈 벌라고 말하면
그래도 본인은 계속해서 레시피를 수정하는
라멘을 만드는 과정이 참 즐겁다며
당분간은 이렇게 연구를 거듭할 것 같다고
호쾌히 대답하는 멋진 사장님입니다.
본인의 이름이 가게 이름에 붙어 있는
이 가게가 앞으로도 친구의 자부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박나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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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청주는 그래도 좀 거리가 되지만 캐치테이블로 확인하셨으면 이동거리중에 와보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상시메뉴가 훌륭한 편이니 나중에라도 꼭 와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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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 이 친구는 털보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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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멋진 사람이라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친목은 안 하려고 제삼자가 없을 때만 사적인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열심히 노력하더라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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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멋진 사람이라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친목은 안 하려고 제삼자가 없을 때만 사적인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열심히 노력하더라구요 하하 | 25.06.28 19: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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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만 좀 더 편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저는 아예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긴 합니다 | 25.06.28 1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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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간 못 만났던 친구를 이렇게 만난 걸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닌가봅니다 ㅎㅎㅎ | 25.06.28 2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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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청주는 그래도 좀 거리가 되지만 캐치테이블로 확인하셨으면 이동거리중에 와보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상시메뉴가 훌륭한 편이니 나중에라도 꼭 와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 25.06.29 05: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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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 이 친구는 털보입니다 ㅋㅋㅋ | 25.06.29 05: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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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충주는 막국수집은 맛있긴 한데 여긴 청주입니다!! | 25.06.29 07: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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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 정정 감사합니다 🙏🙏 라멘먹으러 이제 서울에서 청주를 가야 할 듯.... | 25.06.29 08: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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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사람이지만 아이 데리고 둘러볼 만한 곳은 아마 충주가 더 많으실 거예요 :) 대전보다 더 노잼도시는 사실 청주입니다🤣🤣 | 25.06.29 08: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