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옮기고 여기저기 인사하러 다닐 일이 많은데 빈손으로 가기는 뭐해서 낼름 만든 티라미수.
달걀노른자 세 개에 설탕 한 숟갈 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냄비에 물을 끓이고, 그 위에 스텐볼을 얹어서 중탕으로 가열하며 거품기로 계속 저어줍니다.
색깔이 밝은 노란색으로 변하고 약간 걸쭉한 크림 형태가 될 때까지 잘 저어줘야 합니다.
여기에 와인을 조금 넣으면서 저으면 자바이오네라고 하는 크림 형태의 디저트가 되지만, 오늘의 목표는 티라미수이므로 일단 여기서 스톱.
달걀노른자 크림을 냉장고에 넣어서 식히는 동안 에스프레소를 뽑아줍니다.
대략... 15샷 정도.
그나마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안 사도 되는게 다행입니다.
식은 달걀 노른자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와 마스카포네 치즈를 1:2~2:3 비율로 넣고 섞어줍니다.
예전에는 마스카포네 100%가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필리 크림치즈의 약간 신맛나는 짭짤함이 들어가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설탕도 더 넣어서 달달하게 만드는데, 이번에는 좀 달지 않게 만들기 위해 추가로 설탕을 넣지는 않도록 합니다.
레이디핑거 쿠키를 에스프레소에 잠깐 적셨다가 용기에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 크림을 바른 후 다시 쿠키를 적셔서 쌓습니다.
레이디핑거 쿠키는 수분을 엄청 빨리 흡수하기 때문에 잠깐 머뭇거리면 다 흐물흐물해지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쿠키도 직접 구워버리면 좋겠지만 그러면 일거리도 엄청 많아지고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리게 됩니다.
이탈리아 가정의 맛이라면 대충 시판용 제품을 살 수 있는 건 사서 만드는게 비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요즘에는 엄마의 손맛 김치찌개라고 하면 직접 담근 김치가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김치를 써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크림치즈를 꼼꼼히 덮은 후 100% 코코아 가루를 체에 쳐서 뿌려줍니다.
이 상태로 냉장고에 몇시간 정도 묵혀두면 완성.
만들어서 곧바로 먹어도 되긴 하는데 레이디핑거 쿠키의 가운데 부분이 아직 살짝 딱딱할 수 있습니다.
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게 아니라면 반나절 쯤 냉장고에서 묵혀두면 크림치즈의 수분을 흡수하며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완성된 티라미수. 두 개는 선물용으로 가져갈 예정이고, 코코아 가루를 뿌리지 않은 한 개는 집에서 먹을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집에서 먹는 티라미수는 먹기 직전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줍니다.
고소하면서도 초콜렛과 커피 특유의 향이 잘 어우러지는 티라미수 완성입니다.
설탕을 최소한으로 줄였지만 레이디핑거 쿠키에 이미 설탕이 많이 붙어있기 때문에 그래도 꽤 단맛이 납니다.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정말 대충 만들었는데도 맛있습니다.
어쩌면 설렁설렁 만든 이것이야말로 이탈리아 가정식의 손맛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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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많이 뽑아야하고 마스카포네가 비싸다는 점만 제외하면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ㅎㅎ | 25.06.27 14: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