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아스팔트가
기다란 조각이 되어 공중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심야의 도쿄 한복판은
장대한 탱크 추격 경주장으로 변해,
경찰 장갑차를 추적하는
한 대의 탱크를 쫓아
열 대의 탱크가 종횡으로 달리고 있었다.
열 대의 탱크가 종횡으로 달리고 있었다.
평화에 길들어 있던 도로가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추적에 몰두해 있는 군인들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3호 전차!
외무성 옆으로 가라!"
"7호차는 문부성과 대장성 사이로 전진!"
통화 내용만 들으면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웃기는 서커스장(?)을
어떻게든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괴도 키드의 4인조(?) 팀이 타고 있는 탱크는
어떻게든
블로펠트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도쿄 항이 있는 동북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열 대 가까운 탱크가
포위하고자 달려들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에
언론계 내부에서도 소동이 일고 있었다.
"자위대 일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모양이다!
지금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권력층에서는
정보 통제를 내리고 싶어했지만
정보 부족은
반드시 유언비어를 낳는다.
이미
2천 년 전
고대 중국의 현자가 지적했는데도
권력자들의 의식 구조는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도쿄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여파가
그런 유언비어에 기름을 끼얻는 꼴이 되기까지 했으니....
거기에
경시청 역시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말단 경찰들의
그런
직접적인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탱크 추격이
경시청 고위 관료들이 모여 있는
사쿠라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경시청 현관 앞에서는
소집된 경찰들이
긴장과 불안에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속되는 총성이
그들을 질겁하게 만들었다.
결국
도난 탱크가 발포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120밀리미터 주포가 아닌
포탑에 설치된 기관총으로
10시 방향에서 육박해 오는
1대의 캐터필러를 향해 총탄을 쏘아 댄 것이다.
끈질긴 추격에
짜증이 확 올라온 모습으로 혀를 차던
코고로가
결국
해치 위로 상반신을 내밀고는
미즈치에게 배운 대로
기관총을 쏘기 시작하자
몇 발의 총탄이
지면에 연기를 일으키고
그런
코고로의 짜증이 뒤섞인 듯한 발포에
탱크는
당황하며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너무 급한 나머지
탱크는 차도를 벗어나
인도 위로 올라가고 말았고
인도로 올라선 탱크는
가로등을 들이박아 구부러뜨리고는
더욱 당황하여
다시 방향을 바꾸려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후진해서
차도로 나오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너무나 흥분하고 당황한 나머지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회전시킬 필요도 없는 포탑을 회전시키자
기세 좋게 돌아가던
주포의 포신이
다른 가로등을 다시 들이받으면서
그 탱크는
더 이상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훈련과 시물레이션을 거듭했다고 하지만
실전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초보자도 하지 않을 실수를 하게 된 것이었고
실탄을 맞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야쿠자와의 전투를 경험한
경찰 쪽이
더 나을지 몰랐다.
그렇다고
자위대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그런 난장판을 뒤로 한 채로
또 다른 탱크가 육박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차체에 총탄이 발사되자
서둘러 방향을 바꾸려고 하다가
뒤에서 쫓아오던 탱크가
미처 피하지 못하는 바람에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충돌하고 말았다.
거기에
세 번째 탱크가
그곳으로 달려와
솜씨 나쁜 동료들을 추월하려는 순간,
두 번째 탱크의 포신이
옆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피하지 못해
역시
큰 소리를 내며
포탑을 들이받는 대혼란이
도쿄 시내를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지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헬리콥터의 굉음이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에도가와 코난의 요청 아니 명령으로
요코다 기지에서 날아온
미군 헬리콥터였는데,
세 대로 편대를 이루어
밤하늘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는
에도가와 코난의
만약을 대비한 지원요청으로
도쿄 국립극장으로 향하던 것이었지만,
테러리스트들이 탈출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급히 이쪽 방향으로
날아온 것이다.
"저기 날고 있는
저 친구들 말인데,
절대로 도심에서는 발포하지 않겠지?"
확답을 얻으려는 듯이
코난을 바라보면서
코고로가 묻자
코난은
그 부분은 걱정 말라는 듯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 코난을 바라만 보고 있던
운전수 겸 가이드인 미즈치가
무책임한 제안을 했다.
"저 뒤에 따라오고 있는
머저리 친구들이
만약에 격추시킬 지도 모르겠는데요?.
잘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텐데."
그런
미즈치 이등 육위의
재미있어보이는 말투에
코고로는
꿀밤을 먹이면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은 없으니까.
그것보다 전진!"
어디까지나
그들로선
블로펠트를 잡는 데 목적이 있었으므로
일부러
전쟁을 일으킬 필요도,
그런 취미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편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애써 평화를 지킬 생각도 없었다.
다행히
따라붙던 탱크 무리를
조금 떨어뜨릴 수 있었고
동시에
그들이 탄 탱크는
어느새
경시청 앞을 지나서
히비야 공원을 통과하고 있었으니,
정치 중심지에서
경제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었다.
거의 시골 사람들의 관광 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바깥을 관측창으로 바라보던
쿠로바 카이토는
조금 바보스런 기분이 들었고,
거기에
더욱 바보스런 일은
운전사 겸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군인이
마이크로
상관과 코미디를 하고 있는 일이었으니....
"미즈치 이등 육위,
거기 있는 것 다 안다.
얌전히 탱크를 세워라."
"이등 육좌님,
전 지금
흉악한 일당(?)들에게
총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겁니다.
물에 빠진 일반 시민보다
배에 탄 자위대원의 목숨이 더욱 소중하다는 건 상식 아닙니까?"
"무슨 횡설수설을 늘어놓고 있는 거냐!
자네 스스로
탱크에 올라타는 걸 봤다는 증인이 있단 말이다!"
"그 흉악한 일당(?)들을 잡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잡혔다는 건가?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자넨 그런 판단도 못하나!"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군도
미국한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됐어,
그 훙악한 일당들 중 하나를 바꿔!
직접 얘기하겠다."
그리하여
미즈치 이등 육위가
코난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했지만,
이렇게 보여도
독일 연방군 대장 ( 4성장군 ) 대우를 받는
코난 ( 쿠도 신이치 ) 은
이등 육좌 ( 중령 ) 따위를 상대하려는 기분도 아니어서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리고
전진을 계속하여
시 외곽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갑자기
공중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아까 전의
미군 헬리콥터가 아닌
블로펠트를 탈출시키기 위해서 날아오는
다른 헬기가
탱크 상공에 도착하더니
바로
빨간 불빛이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땅에 총알소리가 들렸다.
"그 스펙터 놈들 결국에는 총을 쏘는군.
정말 비상식적인 놈들이야."
코고로가 으르렁댔지만
그다지 쓸모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강변이라고 해도
도쿄 시내에서 발포해 올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때는
오전 1시 무렵이었다.
노명에
발칸포의 포탄이 일직선을 그어 댔다.
겨냥을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위협하는 것일까?
도난당한 탱크는
다리위를 지그재그로 전진하면서
총격을 피했다.
"형님, 위험해요.
엎드려요!"
코난이
다급하게 소리치자
탱크 밖에 있던
신이치(?)는
포탑 아래로 몸을 숨겼지만
그다지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정말로 공격할 생각이라면
대전차 로켓이라도 발사했을 것이다.
그 때,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기다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코난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Panzer Vor! ( 독일어로 전차 전진! 이라는 뜻 ) ."
라고 외치자
코난에게
격려(?)를 받은 듯한 모습으로
탱크는
맹렬하게 다리를 흔들며
돌진했고,
그리고,
드디어
경찰이 발포하기 시작했다.
20정이 넘는 권총이
화력을 집중시켜
총성과 총알을 난사했다.
하지만
탱크는 꿈쩍도 않고
저지선을 돌파,
방패나 순찰차들을 짓밟으며
경찰들을 분산시켰다.
몇 명인가는
다리 난간을 넘어 다이빙한 모양이었고
경찰차의 잔해와
망연자실한 경찰들을 다리에 남기고,
그렇게
그들의 탱크는
도쿄 항으로 전진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고
총리 관저는 술렁거렸다.
"부총리 각하,
어떻게 할까요?"
안색이 바뀐 관료들의 질문에도
부총리는
넋이 빠져 있는 표정으로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다급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한 관료가
"부총리 각하!"
라고 외치자
부총리는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아아,
그러니까
이번 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경솔하게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일본은 법치 국가이므로
사회 질서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평화주의의 균형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서
정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자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부총리의 말이
중간쯤 진행되었을 때부터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총리는
쇼크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성을 잃고 있었으니...
누구나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횡설수설하는 부총리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곧
눈길이 마주친 관료들은
집무실 한구석에 모인 뒤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은
방금 전
횡설수설 하는 부총리의 행동과
오십보 백보 정도의 차이도 나지 않았으니..........
"이대로는
도쿄 시내가 전쟁터로 변합니다.
지금
총리대신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은
이 마당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이 정권이 남아나는 것은 둘째치고
미국이
직접적으로 내정 간섭을 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은
미군의 독주를 막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잘못해서
자위대와 미군이
우발적인 전투라도 벌이는 날에는
러시아만 기뻐할 게 뻔해요."
"납치된 탱크를
우리 손으로 파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
피를 흘리지 않고 해결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그 강탈범들은
미친 자들이므로
코너로 몰아서
전부 없애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의논을 주고받는 중
그나마
건설적인 대안이 나왔으니.....
"그렇다면
그 탱크를
서둘러 도쿄 밖으로 내몰아야 한다.
저지한다는 건
백해무익하니까
도쿄 밖으로 몰아내
날이 밝기 전에 완전히 처치하도록."
그런 식으로
일단 결론이 나자
총리 관저를 중심으로 한
통신망은
국가의 위신과
체제의 이익을 지키자고 결의한 관료들에 의해 점령되었다.
도주 탱크는
그대로 강을 넘어가게 놔 둔다.
싸움은
그 다음부터다.
오전 2시까지
수도권은 다시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예정을 잡은 그들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엘리트 관료들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으니......
코난을 포함한 4명이 직접적으로 하려는 것은
탱크를 탈취해서
블로펠트를 추적하는 것이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탱크를 탈취한 이유도
추적 중이던 순찰차를 못 쓰게 되었고
마침 그 근처에
그 탱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단순한 이유였으니......
그렇게
그 관료집단이 생각한
모든 것들은
전부 다 틀렸었던 것이었지만
단 하나,
그들이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옳았으니,
그 짓을 한 놈들이
진짜로 미치고 돈 짓을 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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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소설 속 모습이나 지금 일본의 모습이나 도진개진 그 자체군요. 진짜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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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 주셔서. | 21.04.23 00: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