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6편의 세련됨과 7편의 공포, 바이오하자드 RE:2
서바이벌 호러의 전설 ‘바이오하자드 2’가 장장 20여년 만에 다시금 게이머들과 만난다. 지난 6월, E3 2018을 기하여 진면모를 드러낸 리메이크작 ‘바이오하자드 RE:2’는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십분 계승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완전히 일신된 모습으로 좌중을 놀래켰다. 이제와 돌아보면 사이버 가수마냥 촌스럽던 레온은 미드에서 볼 법한 말쑥한 청년 경관이 되었고, 지저분한 텍스처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던 좀비는 이제 훨씬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무서워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20년도 더 된 게임을 리메이크하는 시도 자체가 얄팍한 추억팔이로 그치거나, 최악의 경우 원작에 먹칠을 하는 사태로 번질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에 기자는 20일 개막한 도쿄게임쇼 2018 캡콤 부스에서 ‘바이오하자드 RE:2’ 데모를 약 20분간 시연하며 그 면면을 살펴봤다. 현장에는 레온과 클레어 버전 데모가 각각 마련됐는데, 이번 시연에선 레온 S. 케네디가 라쿤 시경에 막 배치를 받아 혼란스러운 좀비 사태에 뛰어드는 도입부를 선택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R.P.D 본서에 진입한 레온이 CCTV로 좀비 사태를 목도하고는 기겁을 하며 주위를 살핀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당연히 고정 카메라 시점이었던 ‘바이오하자드 2’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나,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굼뜨고 무술에 능하지 않은 점은 클래식 시리즈를 닮았다. 총을 쏘는 감각도 굉장히 훌륭하지만 그만큼 좀비들도 맷집이 좋아졌는지 머리에 두 발 가량 맞고도 건재한지라 긴장감이 줄어들거나 하진 않았다.
사실 분위기가 무섭냐 아니냐를 떠나서 ‘바이오하자드’가 줄곧 수준 높은 TPS였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카미 신지가 감독한 ‘바이오하자드 4’는 TPS 장르 자체를 재정의했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으며, 이후 속편에서 평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슈팅 감각만큼은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오히려 액션성에만 너무 참작한 나머지 호러 요소가 지나치게 희석되고 전개도 산으로 가버리면서 시리즈가 사양길을 걸은 것이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호러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오하자드 7’은 또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다. 확실히 원점 회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정작 게임이 지나치게 무서운 나머지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또한 사실상 기존 시리즈와 접점이 없다시피 한 스토리와 1인칭 시점으로의 변화는 기존 팬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웠으니. 기자도 재미있게 즐기긴 했지만 정식 넘버링을 받기에는 여러모로 급진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뭇 ‘바이오하자드’ 팬덤이 염원하기를, 6편과 7편이 적절히 혼합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서바이벌 호러가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자가 시연하기로는 ‘바이오하자드 RE:2’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고전적이면서도 고민할 거리가 많은 퍼즐과 새로운 장비를 얻으며 차근히 탐색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 소수의 좀비를 상대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적절한 밸런스는 7편을 닮았다. 그 외에 뛰어난 슈팅 감각이나 쾌적한 시스템은 6편에 기반했다.
다만 ‘바이오하자드 RE:2’는 리메이크작으로서의 한계가 명확하기도 하다. 이 작품은 고전 명작을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니만큼, 이제껏 보지못한 참신한 무언가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랬다가는 고전의 복원이라는 당초 목표가 되려 왜곡되기 때문이다. 겨우 20분 시연으로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바이오하자드 RE:2’에는 기존 팬덤이 모르는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똑같이 허브를 씹으며 좀비를 쏘고 퍼즐을 푼다. 그저 그걸 아주 수준 높게 만들었을 뿐.
교과서적인 신작이란 그간 시리즈가 다져온 반석 위에 또다른 금자탑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하자드 RE:2’는 아무리 잘 쳐줘도 최고의 리메이크작 이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있음으로써 방황하던 ‘바이오하자드’가 호흡을 가다듬고, 이윽고 더욱 훌륭한 8편으로 나아갈 변곡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바이오하자드 RE:2’ 그 자체로도 서바이벌 호러에 목마른 게이머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겠지만 말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