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호러 영화의 역사는 영화 탄생부터 함께 해왔다. 최초의 호러 영화로 기록에 남은 조르주 멜리아스의 '귀신들린 성'으로부터 시작해서 로베르트 비네의 걸작 '칼리가리 박사의 장롱'과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폴 위그너의 '골렘'이 인류 역사에 깊게 뿌리 박혀온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영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렸다. 이후 이들을 쫓아서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뱀파이어'나 장 엡스탱의 '어셔가의 몰락', 벤자민 크리스틴센 '헥센' 같은 후배 영화들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호러 영화의 문법을 만들었다.
이 영화들의 내력이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호러 영화는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유럽의 표현주의와 함께 성장했다.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등장한 표현주의는 극단적으로 과장된 암부 표현과 조명 설계, 비틀린 세트와 소품들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는데 지금 호러 영화들이 조명을 최대한 죽이고,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동원하는 도구들은 모두 이 시절 선배들이 표현주의와 고딕 소설들의 도움을 받아 개척해낸 것이다.
이후 1930년대 호러 영화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정립되고 유성 영화 시기를 거치면서 호러 영화는 소리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게 되면서 관객을 불러모으게 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제임스 웨일스나 조지 와그너, 토드 브라우닝 같은 감독과 보리스 칼로프와 벨라 루고시, 론 체니 주니어 같은 배우를 기용해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미이라' '투명인간' 같은 호러 영화들을 쏟아내 인기를 얻었으며 영화사 불세출의 거장 오손 웰즈가 있었던 RKO 영화사에서는 발 류튼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가 나타나 '캣 피플'과 '시체 도둑' 같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무성영화 시절의 은밀한 공포를 자극케 하는 영화들을 다시 복권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유니버설 호러 영화는 쇠퇴했지만 해머 호러 영화가 그 위세를 이어받았고 동시에 냉전 시절의 분위기를 다룬 호러 영화들이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에메릭 프레스버거와 함께 영화사에 남을 걸작을 남긴 영국의 거장 마이클 파웰이 만든 '저주의 카메라'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가 홀연히 등장해 슬래셔 영화를 개척했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 호러 영화는 급속도로 분화했고 특수 효과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다리오 아르젠토, 조지 로메로, 토브 후퍼와 존 카펜터, 데이빗 크로넨버그, 웨스 크레이븐 같은 호러 거장부터 시작해 '13일의 금요일'을 위시한 1980년대 틴에이지 호러 영화들은 더욱더 그 묘사의 강도를 올릴수 있게 되었다. 와중에 100년 이상 된 호러 영화의 전통을 가지고 노는, '스크림' 같은 메타 호러 영화들도 등장했다.
호러 게임은 그렇게 만들어진 호러 영화에 기반을 빌려 탄생했다. 호러 영화가 100년을 걸쳐 쌓아온 영상과 음향 문법들은 모두 호러 게임의 어법으로 이식되었다. 다만 플레이어로 그 세계와 공간에 들어서게 되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호러 게임은 호러 영화가 손을 뻗지 못했던, 상호작용적인 '생존'과 '체험'에 중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서 시야와 아이템 제약으로 탐험과 전투에 긴장을 불어넣어 최초의 호러 게임으로 불리는 '헌티드 하우스'와 '싸울 수 없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3D 몬스터 메이지'로 막을 올린 호러 게임은 주로 어드벤처와 액션 장르에서 성과를 쌓아왔다.
최초의 호러 텍스트 어드벤처인 '더 카운트', 인포컴에서 1987년에 나온 걸출한 러브크래프트 풍 텍스트 호러 어드벤처 '러킹 호러' (이 게임은 훗날 실리콘 나이츠가 만든 '이터널 다크니스'가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악마성 드라큘라', 1980년대 스플래터 호러에 영감을 받은 스크롤벨트 게임 '스플래터하우스', 3D를 도입한 최초의 호러 게임 '어둠 속에 나홀로', 일본 호러 영화의 거장 쿠로사와 키요시의 동명 초기작을 게임화해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큰 공을 세운 '스위트 홈'과 그 정신을 이어받아 '바이오하자드'를 거치면서 호러 게임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질문이 있다. 호러 장르가 성공하려면 어떤 것을 성공해야 하는가? 단순히 놀래키는 것만으로 호러 장르는 점수를 딸 수 있는가? 호러 장르에서 캐릭터들은 과연 과장되고 공식적인 행동만 해야 하는가? 그리고 호러 장르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요사이 등장하고 있는 영화적 게임이 취하고 있는 '영화적인 체험'이 과연 게임이라는 매체에 가까운 것인가?
겨울 산장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다룬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하니깐 야지마 토오루랑 코바야시 마리를 생각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
솔직히 배경이 캐나다 앨버타 주인데다 작중에서 울버린이 나오니깐, 아다만티움 클로 달린 동명 아재를 잠깐 생각했더랬다. |
언틸 던은 그런 유구한 호러 게임/영화의 전통에 속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떤가? 호러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도 언틸 던의 초반 내용이 막 신선하거나 그렇지 않다는걸 눈치챌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언틸 던의 초반은 매우 전통적인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슬래셔 영화다.
젊은 남녀들이 눈내리는 겨울밤 캐나다 앨버타에 있는 산장에 놀러갔다가 두 명이 죽는 비극이 일어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그들이 다시 그 산장에 모이면서 참극의 밤이 시작된다. 여러분들은 언틸 던 초반부가 안겨주는 익숙함에 여러 이름들을 댈수 있을 것이다. '캐빈 피버', '이블 데드', '13일의 금요일', '버닝', 일본 비주얼 노벨의 시금석으로 꼽히는 '카마이타치의 밤' 심지어 이 소재를 가지고 아예 코미디로 만들어버린 '터커 & 데일 Vs. 이블'까지….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매우 익숙하며 표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공식화되버렸다는 사실이다.
메타 호러 발언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할 박사. 코엔 형제나 잉마르 베리만같은 거장들의 영화부터 |
메타 호러 게임 답게 영화 내에서 실제 호러 영화도 포스터도 깜짝 등장한다. |
하지만 언틸 던은 중반부부터 징그러울정도로 전형적인 얘기에서 벗어나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특정 캐릭터의 배경 설정부터 정신과 의사인 할 박사의 '게임'을 비롯한 여러 대사와 단순한 슬래셔 살인마라고 보기 어려운 연출에서 슬슬 복선을 던지더니 중반부 반전에서 언틸 던은 자신의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한마디로 언틸 던은 '스크림'과 '캐빈 인 더 우즈'가 일으킨 메타 호러 장르에 속해 있는 게임이다.
그걸 증명하듯이 언틸 던은 정말 장르 백화점이라 할만큼 다양한 장르를 끌어다 쓴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호러 재료만 해도 다음과 같다. 저택의 귀신, 혹독한 날씨, 가면을 쓴 광적인 살인마, 폐쇠된 동굴, 고문 포르노, 오컬트, 정신병원, 식인, 감염, 심리 호러... 메타 호러라는 사실을 밝히고 난 뒤에도 언틸 던은 새로운 장르를 끌어와 장르 백과사전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언틸 던의 메타호러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는 캐릭터는 바로 할 박사다. 할 박사가 상담하면서 하는 이야기는 사이코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동시에 호러 장르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할 박사의 입을 빌려 사이코가 주인공들을 상대로 하는 '게임'과 호러 게임를 등치시키면서 플레이어와 게임 간의 관계에 대한 촌평을 던지며 심지어 클라이맥스 직전엔 2000년대에 유행했던 공포 영화의 모 하위 장르를 대놓고 까버린다.
이처럼 언틸 던의 제작진은 뻔한 슬래셔 내용을 기대하고 온 플레이어에게 장르/플롯 게임을 제안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온갖 호러 장르를 백화점식으로 구성하고 이종교배하고 촌평하면서 예상외의 전개를 만들려고 한다. 실제로 게임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인 윌 바일즈는 대단한 호러광이라고 하며, 작중 전개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모 캐릭터는 미국 인디 호러 영화 감독/배우로 유명한 래리 페센덴을 기용했다. 게임 내 등장하는 실제 호러 영화 포스터들은 이 레리 페센덴이 관여한 영화들의 포스터다. 호러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언틸 던을 한번 해보면 온갖 기시감과 더불어 호러 장르를 궤뚫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틸 던은 1. 놀래키기만 하면 호러로서 점수를 딴다는 착각과 |
이런 시도가 성공적이었나? 적어도 할 박사의 코멘트에서 느껴지는 제작진의 호러 장르에 대한 애정은 분명한 편이고, 반전 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전개도 배경과도 그럭저럭 어울리고 긴장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언틸 던은 전체적인 인상을 놓고 보면 매우 불안정해보인다. '캐빈 인 더 우즈'처럼 장르/플롯 게임을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그냥 뭉텅뭉텅 쌓아놓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그 뭉텅뭉텅 쌓아놓은 것들의 진상이 밝혀지고 새로운 전개에 들어서는 후반부와 결말에 이르면 내가 뭘 봤던걸까라는 허탈감만이 들게 한다.
메타 호러 전개와 코멘트를 담당하던 할 박사도 후반부로 가면서 존재감이 점차 사라져 평범한 내면의 지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전반적으로 장르/플롯 게임이 지나쳐서 진짜 이야기로 보이지 않고 애정과 의도마저도 클리셰가 된 듯한 느낌이다. 스토리 작가들이 자신이 다루고 있는 아이디어가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믿고 이야기를 짠 것 같지만 메타 호러라는 장르 역시 어느새 역사가 20년째 들어서고 있는 유서깊은 장르라는 것을 깜빡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정작 핵심인 공포 연출은 평범한 호러 영화가 빠지는 함정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언틸 던의 공포는 공포 장르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기보다는 그 상황으로 직접 들어가 헤쳐나오게 만드는 '게임'이라는 매체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나오는 경향이 크다. 일단 게임 디자인 부분의 공포 연출 자체는 확실히 몰입도가 있는 편이다. QTE 타이밍도 아슬아슬하게 잘 잡았고, 미끼나 함정 같은 요소를 설치해서 플레이어가 예상치 못한 부분을 건드려서 쇼크를 안겨준다던가 절묘하게 카메라를 배치해 보이지 않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공포 요소를 배치해 공포를 자극하게 하는 방식도 좋다.
반대로 게임 디자인이 아닌 부분에서 공포를 만드는 연출은 대부분의 호러 영화들이 빠지는 아드레날린 과다로 넘쳐난다. 템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솔직히 언틸 던 수준으로 템포를 통제하지 못한 호러 영화/게임들은 널려 있다.) 음향 연출에서 신경질적인 음악을 가져다 쓰고, 고어 연출도 2% 과해지는 부분이 있는 등 언틸 던은 흔한 공포 영화들이 선택하는, 말초적인 방법론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2회차를 하면 어느 부분에서 공포가 나올지 예측되기에 긴장감이 확 빠져버리는 게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좋은 공포가 되기엔 유원지 효과가 강하다.
이런 공포 영화에 나오는 10대 캐릭터들이 드문 예를 제외하면 과장된 도구 캐릭터들이 즐비하지만 언틸 던의 몇몇 캐릭터들은 좀 심각하다. |
특히 배우마저도 악녀라 평가한 에밀리는 제작진의 악의가 담겨 있을 정도. |
캐릭터 메이킹 대부분이 클리셰라는 점도 몰입을 방해한다. 정확히는 살아 숨 쉰다기보다는 그 장르의 일부처럼 보인다. 특히 똑똑하다는 설정과 반대로 멍청하고 징징대는 모습만 강조되서 인종주의과 성차별주의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에밀리나 너무 운동계 백인 히어로 클리셰에 충실하고 바보 같은 판단력을 보여서 되려 이입이 얕아진 마이크가 그 클리세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선택지를 달리해도 이 부분은 그렇게까지 달라지질 않아서 대부분 도구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캐릭터들은 이야기 속에서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을 종종 보여서 제작진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나,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제작진들이 B급 호러 영화 클리셰를 총망라하자는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다면 어쩔수 없지만, 후술할 게임 디자인과 같이 생각하면 제작진이 메타호러 아이디어에 푹 빠져서 다른 부분에서 게을렀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퀸틱 드림의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시리즈들이 캐릭터들에게 깊이를 부여하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려고 노력해 플레이의 재미를 부가했던 것을 생각면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쉬는 확실히 인상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쉬는(여전히 생각이 짧긴 하지만) 등장 인물 중에서도 인간적인 비틀림을 지녀서 그 내면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이며, 그가 맞이한 결말 역시 언틸 던의 밋밋하거나 구제불능인 인물들 사이에서 비극의 향취를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조쉬가 가지고 있는 지옥을 꺼내 호러를 만드는 부분은 메타 호러 전개와 별개로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만약 언틸 던이 플레이어에게 감정적인 여진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었다면 조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 초반에 그럭저럭 배분되던 캐릭터 비중은 나중엔 몇몇 캐릭터들은 거의 후반부에나 언급된다던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발생하는 캐릭터가 제시카와 매트인데,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보면 후반부의 이 둘은 딱히 새로운 정보도 없고 그저 생존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여서 메인스트림에서 따로 노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분명 전원에게 고루고루 비중을 주려고 했던 앙상블 드라마로 의도한 모양새지만 앞서 말한 메타적인 전개가 지나친데다 비중 문제가 있어서 각 캐릭터들 파트 간의 이질감이 좀 있다.
그래픽이나 모델링 자체는 불만은 없지만 평상시 모션이 다소 애매해 보이는 게 단점. |
게임에 대한 평가로 넘어가도록 하자. 그래픽 자체는 뛰어난 편이다. 헐리우드 청춘 배우들과 베테랑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모델링도 준수하고 피부 질감이나 표정 부터 고어스러운 부분에 나타나는 질감도 불쾌한 맛이 잘 살아 있다. 아무래도 광원이나 암부 표현이 중요할수 밖에 없는 장르에 속한 게임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서도 합격 점수를 줄만하다. 특히 정신병동이나 광산 부분의 음침한 광원 묘사나 싸늘한 깊은 산속 겨울 공기를 살린 색감들은 나름 볼만하다. 전반적으로 PS4라는 기기 성능에 보답하는 안정적인 실사 지향적 그래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션 캡쳐의 섬세함이 부족했는지 평상시 움직임 같은 건 좀 뻣뻣한 감이 없잖아 있고 가끔 프레임이 끊기는 부분도 보인다.
게임 디자인 퀄리티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
퀸틱 드림의 혁신을 취하면서도 행동에 따른 변화를 강조하거나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장점을 끌고 오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
게임 디자인에서는 언틸 던은 퀸틱 드림이 '인디고 프로퍼시'와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로 개척해놓은 인터랙티브 어드벤처에 속해 있는 게임이다. 인물을 조종해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증거들을 조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이벤트에 등장하는 QTE 플레이를 조작하면서 플레이어들을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는, 퀸틱 드림제 인터랙티브 게임의 전통에 충실하다고 할까.
일단 게임 디자인 디자인 자체는 안정되어 있고 일정한 긴장감과 재미를 보장하긴 한다. 모션 센서 기능과 게임 패드 내 스피커를 이용한 긴장감 있는 QTE 시스템(QTE에 대한 호불호는 제외하더라도)이나 호러 게임 특성에 맞춰 찾기 쉽게 빛나는 디자인으로 이뤄져 있는 점은 핫스팟, 행동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게 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높게 살만하다. 다만 스킵이 안 된다는 점, 의도겠지만 재플레이가 챕터별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정 장면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긴 이벤트 영상과 다른 캐릭터 플레이까지 모조리 다시 해야 한다는 점, 이런 장르의 게임들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불편한 카메라 시점 등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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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의 선택과 그 여파를 정리해 보여주는 나비 효과나 토템을 이용한 미래 예지 및 사건의 진상 같은 디자인은 괜찮은 편. |
언틸 던이 퀸틱 드림 게임들과 차별화하기 내세운 디자인은 바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의 복권과 어떤 행동의 '변수'가 궁극적으로 미래의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 여전히 인벤토리나 퍼즐은 등장하지 않지만 대신 진상을 담고 있는 '단서' 수집을 중요하게 내세우면서 2회차 플레이를 유도하게 하고 있다. 진상과 미래를 알려주는 '토템', 쌍둥이 자매와 의문의 남자, 1952년 세 파트로 나눠진 '단서' 수집은 인터랙티브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좀 더 '게임'스럽게 만들어보려는 제작진의 시도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후자 같은 경우 '나비효과'와 '인물 스테이터스'라는 디자인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비 효과'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면 그 다음 연쇄 작용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장기적으로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콘셉트의 디자인이고, '인물 스테이터스'는 심즈 스타일의 패러미터 개념을 도입해 감정이나 관계에 포인트를 적용해 행동에 따라 관계도와 캐릭터 성격이 달라지게 하고 있다. 이런 변수들이나 변화들이 사운드 노벨의 책갈피 형식처럼 관리된다는 점이나, 엮여서 전개 도중 행동의 연쇄 작용이 중층적으로 이뤄져 작품 내에서 크게 바뀌거나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은 괜찮다. 예를 들어 매트와 에밀리 파트에 나오는 조명총이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거나 샘이 살인마에게 잡혀가느나 잡혀가지 않느냐에 따라 얻을수 있는 증거들 같은 나비효과를 통해 변하는 부분들이라거나.
하지만 이런 차별점들을 내세웠음에도 언틸 던은 퀸틱 드림 게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끝내 고정된 서사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토템을 모으고, 나비효과가 아무리 일어나고 인물 스테이터스가 변화한다고 해도 결말 자체는 크게 변하질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클리어 후 엔딩 종류를 확인해보면 크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인물들 조합에 따라 에필로그가 달라지는 '헤비 레인'이나 '비욘드: 투 소울즈'보다도 폭이 좁다) 수집 요소를 모으거나 다른 반응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개인 성향에 따라 1회차에서 그만둘 가능성도 높다. 제작비 문제인지 아니면 제작진들이 '영화적'인 고정된 서사에 대한 집착 때문에 벗어나지 못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언틸 던은 고전 어드벤처의 특징들을 도입했음에도 핵심에서는 '영화적인 게임'이 흔히 빠지는 게임의 상호작용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디테일한 부분의 변화에서 대충 넘어가는 부분도 있다는것도 소소하게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의 벤치마킹이 너무 지나쳐서 다른 게임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문제다. |
무엇보다도, 홍보한 것치고 전반적인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약점. |
무엇보다도, 언틸 던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창의력의 부재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언급한 장단점 자체를 뛰어넘는, 게임 전반적인 태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애시당초 인터랙티브 어드벤처라는 장르 자체가 퀸틱 드림이 짜놓은 큰 틀에서 벗어날수 없는 상황이긴 해도, 언틸 던의 기시감은 종종 심각할 정도다.
메뉴 디자인에서는 '비욘드 투 소울즈'를 벤치마킹하고 지난 이야기라는 디자인은 '앨런 웨이크'를 그대로 따라하고, '헤비 레인'에서 악명 높았던 모 선택지 시퀀스를 그대로 가져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자신이 혁신하고 먼 게임이라는걸 주저하지 않고 드러낸다. 퀸틱 드림이나 언틸 던 모두 소니 엔터테인먼트가 지원했다는걸 상기해보면 소니가 언틸 던 제작진에게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의 틀을 철저히 답습해 자극적인 소재와 몰입으로 흥행을 하자는 심정으로 디자인한 것이 보인다. 어찌보면 '헤비 레인'이 발매되었을 때 찬사와 동시에 예측되었던 미래가 언틸 던을 통해 이뤄졌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언틸 던은 인터랙티브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표방한 게임이지만, 이 장르의 선두주자인 퀸틱 드림 게임과 달리 도전보다는 철저히 그 장르에 안주하면서 만들어낸 게임이다. 지금 이 게임이 조금이나마 호평을 얻었다면 아직 인터랙티브 어드벤처라는 장르 자체가 많은 이들이 도전하지 않은 블루 오션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하게 얘기하면 선점효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틸 던은 선구자들이 완성한 게임 디자인과 자신이 고안해낸 몇몇 좋은 아이디어를 과대평가하거나 게으르게 다루고 있으며 이는 게임 전체의 단점으로 연결된다.
실은 언틸 던을 플레이하면서 떠올린 게임이 하나 있었다. 어드벤처 장르를 개척했던 회사 시에라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판타즈마고리아'라는 공포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였다. 풀 모션 비디오라는 실사 영상 기법을 써서 만든 '판타즈마고리아' 시리즈는 화제를 얻기 위해 화려한 실사 그래픽과 강도 높은 고어 영상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게임 디자인이나 이야기 부분에서는 애매한 평가를 받은 게임 시리즈였다.
언틸 던의 실사 지향적 그래픽과 고어 묘사, 이제 막 경력을 쌓고 있는 헐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외적인-소위 영화스러운-매력'을 강조한 부분, 그렇게 외적인 매력을 강조했음에도 발견되는 게임 자체의 애매한 부분들은 판타즈마고리아 시리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더 불안한 점은 업계 베테랑이자 판타즈마고리아를 내놓고도 가브리엘 나이트 2라는 FMV 시대 걸작 어드벤처를 만든 시에라 엔터테인먼트랑 달리 언틸 던을 만든 슈퍼 매시브 게임즈는 무브 게임을 주로 만들다가 이 게임을 통해 내러티브 게임에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도전했다는 점이다. 슈퍼 매시브 게임즈가 언틸 던에 대한 몇몇 칭찬을 게임의 허점에 대한 칭찬으로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언틸 던이 판타즈마고리아 시리즈처럼 세월을 이기지 못할지 아니면 거물 회사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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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웨스 크레이븐의 명복을 빈다. 그가 없었더라면 분명 언틸 던의 모양새도 분명 달랐을 것이다. |
장점
● 고전 어드벤처의 유산을 인터랙티브 어드벤처에 접목시키려는 시도
● 호러 영화 장르에 대한 풍부한 애정이 담긴 요소.
● 안정적이면서도 의외의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는 게임 디자인.
● PS4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보려는 제작진의 시도
● 일단 첫 플레이 시 몰입은 상당히 잘 되는 편이다.
단점
● 캐릭터들 대부분이 클리셰에 함몰되어 있어서 그닥 정감이 가질 않는다.
● 지나치게 쇼크 효과에 방점이 찍힌 공포 연출
● 메타 호러/백화점식 구성이 도가 지나쳐 이야기 자체 완성도에 결함이 있음.
● 종종 어색해지는 캐릭터 모션과 카메라 시점
● 2회차에도 스킵 불가.
● 홍보했던 것과 달리 이야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 결정적으로 어디서 본 거 같은 디자인과 연출
요약
언틸 던은 인터랙티브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표방한 게임이지만, 퀸틱 드림 게임들과 달리 철저히 그 장르에 안주하면서 만들어낸 게임이다.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고 메타 호러적인 전개라던가 결정적인 행동을 통해 전개가 바뀌는 부분 같은 괜찮은 아이디어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홍보했던 것과 달리 변화의 폭이 좁고 자신이 고안해낸 몇몇 좋은 아이디어를 과대평가하거나 다소 게으르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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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였습니다. 정말 장/단점 모두 크게 공감이 됩니다. 많은 분들께서도 알고계시다시피 언틸던의 최대 마케팅포인트는 나비효과시스템이 가져다주는 인물들의 생사와 관계의 변화, 그로인해 결정되는 유동적인 스토리였는데.. 막상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심각하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플레이어가 무슨 선택을 하던 어떤 컬렉션 아이템을 모으던지 스토리는 절대 변하지 않는데... 생존자 조합이 1~8이냐, 1,3,5,7이냐가 과연 다양한 결과일지 싶습니다 심지어 생존자들은 후일담에서 한자리에 있지조차 않기 때문에, 그냥 내가 살린 캐릭터들의 컷씬만 틀어주는 모양새였습니다. 본편 진행 중의 선택지도 가령 예를 들자면 짜장면을 먹고있는데 단무지랑 먹을 것인지 양파랑 먹을 것인지... 양파를 고르면 친구가 "너 양파 되게 좋아하는구나~ 야 얘는 짜장면을 양파랑 먹는데 (상태변화-호감도 하락)" 하고 반응하는 정도가 과연 2,3회차 플레이를 즐길 만큼의 메리트가 있는 변화인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그 현장의 분위기나 스토리에서 주는 싸한 공포감을 기대했다면 심히 맹맹한 맛이었고, 캡싸이신이라도 잔뜩 뿌린 듯 너무 자주 등장하는 1회성 깜놀은 IPTV무료에서 자주 보이는 B급 공포영화처럼 작품의 급을 계속 떨어뜨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느낀 큰 아쉬움은 중반이후 스토리라인의 급변인데, 언챠티드 1때의 충격을 수년이 지난 후에 다른게임에서 동일하게 느끼게 될 줄 몰랐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변화가 재미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공개영상과 홍보자료들로 마음껏 저 안에서 벌어질 사건과 관계를 상상하며 한 껏 기대에 부풀었던 소비자들을 크게 기만하는 부분일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틸던은 그래픽의 탁월함과 실제 배우들을 정교하게 본뜬 모델링을 통해 PS4를 통해서 이 정도 수준의 어드벤쳐게임을 플레이하고 있구나라는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고 1회차 플레이에 한해서 신선하고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서양B급 공포물을 즐겨보는 분이시라면 한번 쯤 직접 영화속 주인공들을 움직여서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서 플레이 해보시면 재밌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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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점수보단 저평가네요 엄청 잼낫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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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래키는 것 만큼은 제일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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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로는 좋은데 게임 리뷰로는 별로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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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가 생각보다 지루함... 홍보용 설명과는 다르게 큰 변화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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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로는 좋은데 게임 리뷰로는 별로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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