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암살자가 되어서 하라는 암살은 안 하고 무쌍만 찍는다'는 내용의 글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암살자'라고 하면 복면을 쓰고 숨어들어 왕이나 고관대작 등을 소리 없이 죽이고 사라지는 자객, 닌자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저도 그렇고요. 이건 아무래도 옆에 있는 섬나라의 영향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assassin'이 '암살자'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그리고 '암살'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몰래 사람을 죽임'이라고 정의되어 있죠. 유의어로는 도살(盜殺, 도둑 도/죽일 살), 밀살(密殺, 빽빽할 밀/죽일 살, '밀실' 할 때 그 밀 맞습니다), 암해(暗害, 어두울 암/해할 해)가 있고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은 '영한사전'과 '국어사전'의 정의일 뿐이고, 과연 'assassin'의 번역어로 '암살자'가 적절하냐는 겁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화자들은 사람으로서의 assassin, 그리고 그 행위인 assassination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영어사전', 그러니까 '영영사전'에서는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요?
2번 설명은 해당 단어의 기원이 된 단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니 넘어가고, 1번을 보겠습니다.
'A person who murders an important person for political or religious reasons', 한국어로 굳이 바꾼다면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이유로 중요한 사람을 살해한 사람'이죠.
'암살'의 원어인 'assassination'을 살펴보죠.
롱맨 영영사전에서는 'the act of murdering an important person'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자면 '중요한 사람을 살인하는 행위', 요약하면 '요인 살해(要人殺害)'입니다.
옥스포드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The action of assassinating someone', 누군가를 'assassinating'하는 것이래요. 그럼 'assassinate'는 뭘까요?
'Murder (an important person) for political or religious reasons.', 우리말로는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의 (요인) 살인'. 구글의 정의와 거의 일치합니다.
'When someone important is assassinate, they are murdered as a political act', '누군가 중요한 사람이 assassinate 되었을 때, 그들은 정치적인 행위로 살해당한 것이다'라고 설명해요. 후술하겠지만, 예문에서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암살도 적고 있죠.
지금까지 영영사전 셋을 찾아보았는데, 그 어디에도 '비밀스럽게', '몰래'라는 의미는 없습니다.
Merriam-Webster 사전에서 'secret attack'을 찾을 수 있기는 있습니다만, 그 앞에 'and'가 아닌 'or'이 붙어있죠. 다시 말해 꼭 'secret attack'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며, 그 뒤에 역시 빠지지 않고 '정치적인 동기'가 붙어있죠.
사전적 의미는 찾아볼만큼 찾아본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실제 사례를 살펴보죠.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던 사라예보 암살 사건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부부가 폭탄 테러를 당했고 간발의 차이로 살아 남았지만, 그 뒤에 총 두 발을 맞고 assassinated 된 겁니다.
Ferdinand assassination,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미합중국 제35대 대통령도 영부인과 함께 오픈카를 타고 군중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다가 총을 맞아서 죽었습니다만, assassinated 되었다고 하네요.
혐오스러울 수 있으니 미성년자, 임산부, 노약자는 재생을 삼가주세요.
불가리아에서 있었던, 생중계 되었던 암살 미수 사건입니다.
게임 내에서 살펴볼까요?
8분 58초부터, 에지오의 첫 암살입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합니다.
AC2 최후반부 DLC 시퀀스에서 에지오가 지롤라모 사보나롤라가 화형을 당하기 직전 화형대로 뛰어 올라가 그의 목에 암살검을 꽂아넣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입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실제 사례들과 게임 내에서의 사례를 살펴보면, 누가 봐도 '몰래', '조용히', '은밀히'는 아닙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때때로 몰래, 은밀히 죽여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항상 소리 없이, 남 모르게 죽여야 하는 건 아닌 겁니다. 남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대놓고 살해하는 것도, 그것이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이유라면 'assassination'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럼 저 단어를 과연 어떤 단어로 번역하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는 저도 답할 수 없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assassin'이라는 영어 단어를 '암살자'라는 한국어 단어로, 'assassination' = '암살'로 1:1 매칭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죠. 뉘앙스도 쓰임새도 다르고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assassin이라는 단어만 이러한 것도 아닐 겁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교과서에도 실린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입니다. 이걸 어떻게 영어로 뉘앙스를 살려가며 번역을 할 수 있겠어요? 번역을 한다 한들 그걸 읽은 미국인이 우리가 이걸 한국어로 읽었을 때와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요?
'Hidden Blade' 또한 '암살자'가 쓰는 무기니 '암살검'이라고 번역했겠지만, 사실 '히든 블레이드'는 그냥 '히든 블레이드'인 겁니다.
'모텔에간민호'님 댓글을 보고 추가하는데, 히든 블레이드는 은닉 무기이고 암살을 할 때도 쓰지만, 이 무기를 은닉하는 이유는 암살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급습을 하기 위해서이며, 일반 전투를 할 때도 쓰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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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정보 게시판이고, 꼭 외신 번역글만 정보인 것만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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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가 아니라 닌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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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추천 이제 암살겜인데 왜 대놓고 죽이냐는 말에 이 글 링크달아주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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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황숙이 옳았어... 미발각따위는 중요한게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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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2에서의 첫 암살도 대낮에서 칼 빼들고 달려나가서 난도질 한거였습니다. 그후 주변 시민들에게 범행성명을 연설하듯이 말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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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추천 이제 암살겜인데 왜 대놓고 죽이냐는 말에 이 글 링크달아주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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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백주대낮, 공공장소(선죽교)에서 정몽준을 살해한 것도, 재규어 열사의 탕탕도, 안중근 열사의 탕탕도 영어로는 assassination이죠. 꼭 자객을 보내 몰래 죽이는 '암살'이 아닌데 말이죠... | 18.06.14 16:3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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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누군가 말을하면 숨겨진 속뜻을 알기위해 원어까지 찾아야겠군요. | 18.06.14 17: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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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m❄️
어이쿠 정몽주를 잘못 썼네요... ㅋㅋ 부끄럽습니다... | 18.06.22 13:3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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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황숙이 옳았어... 미발각따위는 중요한게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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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정보 게시판이고, 꼭 외신 번역글만 정보인 것만도 아닙니다. | 18.06.14 16: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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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보지 뭐임? | 18.06.14 22:4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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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는 댜신 시리즈 최초로 허리를 숙여서 몸을 낮출수 있는 작품이였죠. 테이블 하나두고 같은 방안에서 숨을수 있는 최초의 어크작품. | 18.06.14 16:1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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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가 아니라 닌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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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의 댓글입니다.]
.L.S.W.
어크2에서의 첫 암살도 대낮에서 칼 빼들고 달려나가서 난도질 한거였습니다. 그후 주변 시민들에게 범행성명을 연설하듯이 말하기도 했고요. | 18.06.14 16:1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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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했습니다. | 18.06.14 16:2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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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W.
시네마틱 트레일러 기준 어크1 에서는 처형대앞 사람들 모여있는 장소에서 목에 히든블레이드박고 도망치고 어크2 에서는 축제? 에서 목표 목에 칼박고 병사들이랑 싸우다가 다른 목표 추적하죠 어크3 에서는 혼자 막무가내로 달려가서 병사진 뚫고 들어가서 화살박고 도끼로 내려찍죠 그런데 오디세이는 저 장면이 암살이라고 하기엔...... 물론 정치적 목적으로 죽이는건 맞는데 | 18.06.14 16:3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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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은 맞으나 방향성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 18.06.14 16:3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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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트레일러를 보시면 주인공은 조용히 처리할려 할때 주변 인물이 권유해서 선택지가 나온뒤 전면전으로 이어지죠. 아마 조용히 처리하는 방법도 있을듯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18.06.14 16: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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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링크 타고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주로 정치적 음모에 의하여 사람을 몰래 살해함."인데, 저 정의대로라면 정치적 음모에 의해 살해하였더라도 그게 '몰래'가 아니면 암살이 아닐지도.. 그래서 '주로'를 붙여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놓은 걸까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냥 "몰래 사람을 죽임."이라고만 나와있고요. http://stdweb2.korean.go.kr/search/List_dic.jsp 애초에 암살에서 암이 暗(어두울 암)이라 몰래하는 그런 이미지가 있긴 해요. | 18.06.14 16:4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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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해당 단어의 유래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달라서 그런게 아닐까요?... 서양의 경우엔 하사신들이 종교적 광신으로 설치는 데에서 유래한 게 assassinate -- 현대의 테러리즘과 같은 행위인 반면, 동양의 경우는 중국 춘추시대 시절 상대방을 자객으로 몰래 죽이던 행위에서 暗殺 -- "모습을 감춘 상태로 누군가를 죽이다" 로 유래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동양 부분은 제 뇌피셜입니다...) 어쨌든 현대에 들어서 "암살"은 공적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지칭하는 의미가 크기에 문제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962116&cid=42149&categoryId=42149) 경찰학사전 - 암살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28524&cid=42140&categoryId=42140) - 정치학대사전 - 암살 | 18.06.14 17:0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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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역사성이라는 것도 있으니,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도 바뀌고 대중들의 인식도 바뀐다면 별 문제가 없겠네요. 지금은 국어사전의 정의가 제각각이지만.. | 18.06.14 17: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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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굳이 대놓고 다 죽이면서 학살하거 굳이 암살자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걍 워리어크리드로 제목 바꾸는걸로 | 18.06.14 16: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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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플레이어가 하는 짓.... | 18.06.14 16:4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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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스토리에도 있어요. 오리진에서 딱히 죽일 인물 아닌데 주인공이 "죽어버리죠" 하고 답정너 하는거 있습니다. | 18.06.14 16:4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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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어쌔신의 아이덴티티가 히든블레이드가 맞죠 스타워즈의 제다이에게 광선검이 있다면 어쌔신에겐 히든블레이드 암살검이 있죠... 애초에 암살작전에선 은닉성이 중요해서 은닉무기인 암살검이 어쌔신의 상징 | 18.06.14 16:5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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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무기가 왜 은밀하게 죽이는 용도로 치환되는건지 전혀 모르겠네요 히든블레이드는 말그대로 숨겨진 무기일뿐이고 기습의 용도지 은밀하게 죽이는 용도는 아닙니다 | 18.06.14 16:5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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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가 시간상으로 제일 과거여서 암살단이 창립되지 않았던거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히든블레이드도 암살단의 증표같은 역할을 하니까요 | 18.06.14 17:1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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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히든블레이드를 은밀하데 죽이는 용도로 치환하냐면 은밀하게 사용되는 시스템이니까 그런 거. 단순히 무기를 숨셔진 무기가 아닌 팔 안쪽에 숨겨서 사용을 그렇게 하니까 용도로 보자면 은밀과 기습에 부합한다고 생각함. 총으로 보자면 단순 권총처럼 은닉무기가 아닌 소음기가 일체인 무기라고 보는 거임. | 18.06.14 17: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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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함. 오리진에서 약지씬이 나왔는데 그보다 더 괴거니... 그래도 아쉬움. | 18.06.14 17:2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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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언어 순화 느낌(...) | 18.06.14 22:5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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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블레이드 하는데 에지오는 무려 이 히든블레이드로 무쌍찍던 게임이 바로 에지오 3부작. 이후 점차 히든블레이드와 무기의 전투차별점을 만들다가 아예 암살에서만 쓰이게 만든게 생각보다 얼마 안되었음. 히든블레이드를 가장 니들이 원하는 히든블레이드답지 않게 쓴게 에지오임. 근데 에지오 언급하면서 지금은 어쌔신답지 않다느니 워리어크리드라느니 이런건 난 게임 안해본 입만터는 사람입니다 하는걸로 보임. | 18.06.15 13:3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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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암살은 몰래죽임이 아님. 방법이 어찌되었든 정해진 목표물을 죽이면 어쌔시네이션임. 특히 서양의 암살은 몰래 죽이기보단 사람 많은데 죽임으로써 그 메세지를 남기는 방법이 가장 흔했음. 그걸 알리는 글에서조차 어쌔신이 뭔지 모른다. 아무튼 모른다. 우리들은 닌자를 원한다 라는 글이 대다수인거보면 그냥 답이 없는 주제임. | 18.06.15 13:4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