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정체성-공상 과학-괴물딱지(SOMA) 때도 그랬지만, 지난 2 주일은 스토리텔링에 있어 제법
알찬 한때였다. BEGINNER'S GUIDE의 10 달러는 입장료 치고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스토리만큼은
조리 있게 잘 만들어졌고. 언더테일에 관해선 장황설을 늘어놓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하필이면 제펑질(ZP-ING)할 것이 산더미 같은 때에 나온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어차피
크게 리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일러나
과대광고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이 게임에 대해 여러 차례 들었던 말이지만, 여기서 반복하겠다
- 아직 이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더 많이 알기 전에 해라.
가령, 지금이라든가, 이건 그만 읽고.
아직 계신가? 플레이는 안 해봤고? 나무랄 수야 없지, 게임을 판매할 때 쓸만한 말은 아니니까, 자신이
좋아할 만한 부류의 게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라고? 뭐, 그래도 도움을 주자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기준으로, 메타크리틱 차트에서 최근 90일 이전에 출시된 모든 PC게임 리스트 중
11개의 상위 항목을 확인해보시라. 그럼 굳이 본인의 말을 고려할 필는 없을 것이다.
자, 이제 그만 사라져서, 다음 문단이 시작되기 전에 그 좋다는 거 한번 플레이해보시길.
당신과 나 모두를 위해서라도.
좋아, 드디어 같은 선상에 올랐다, 좋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어떻게 이런 보편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을 끌어내는 걸까. 난 위험을 무릅쓰고 그래픽 때문은 아니라 말하겠다. 겨우 기본적인,
최저한과 나쁨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며, 사운드 디자인도 몇몇 음악을 제외하면 그리 대단한 편이 못된다.
고전적인 칩튠 오디오만 쓰던가 말든가 둘 중 하나만 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여간 그래픽은 그래픽이고, 언더테일은 SNES 시대 끝물에 등장한 RPG인 어스바운드와
매우, 매우, 매우 유사하다. 게임 플레이도 유사하고, 메타유머도 유사하고, 어린 동심의 눈으로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또한 유사하다.(머리 큰 꼬맹이의 무서운 세상 여행이라는 인디의
오랜 유행과도 맞물리지만) 그래서, 어스바운드에 대한 추억팔이가 언더테일의 성공 비결인가?
시발점이 되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더테일을 11위까지 밀어준 것은 메타유머에 치중된
어스바운드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산재해있던 비디오 게임의 틀을 거진 다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세이브 시스템부터, 캐릭터의 이름, 바탕화면으로 튕기는 현상까지, 코믹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어스바운드와 다른 점이 뭐냐면, 어스바운드는 턴제 기반의 RPG 전투를 받아들이라는 어려운 주문을 한다.
언더테일은 표면상으로 그와 비슷하지만, 탄막지옥 슈팅게임처럼 하트 모양 아이콘을 이미저리 움직여
들어오는 공격을 회피해야 한다. 게임 자체의 잠재력을 최대로 활용한 참으로 기발한 게임플레이 메카닉이다.
그리고 페이퍼 마리오도 실시간 액션과 턴제를 혼합한 페이퍼 마리오의 타이밍 히트 시스템이 있었지.
하지만 이것도 언더테일을 진정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디테일도 어지간히 주목할만하다. 게임 다시 시작하고 또 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대화문과 사소한
변화가 발견된다. 혹시 게임의 극 초반에서 스파이더 도넛을 습득하고 머펫과의 전투에서 그것을
먹으면 바로 전투가 종료된다는 걸 아는가? 기본 무기인 막대기를 다른 무기와 바꾸더라도 일단
가지고 있으면, 그것으로 멍멍이 계열 몬스터를 즉시 진정시킬 수 있다는 건? 그 밖에도 수많은 것들의
당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모든 전투는 상대방을 죽이거나 아니면 상대방과 친구(여러가지 의미로)가
되는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
언더테일의 스토리와 서술은, 시작할 때는 우스꽝스러움으로 당신을 끌어들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진심을 다하게 만든다. 평화적으로 해결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으며, 나의 돌같은 심장도 좋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가 마냥 끼쁘지만은 않다만.
평화적인 결말을 다시 이끌고, 다시 보면서, 순간 아랫 입술의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감지했는데,
바로 당신에게 대적하기 위해 지하세계의 모든 몬스터들을 흡수하고 힘을 하나로 모은 메인 빌런이,
그들이 얼마나 주인공을 생각해주는지 느껴진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것.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정곡이었다. 시작 부분에서 게임은 지하세계는 당신을 죽이려고하는 몬스터들로
가득한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준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신이 싸워 나가야 하는 보스 캐릭터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군다는 것이다. 다들 복잡하며, 결함이 있으며, 마음씨가 따듯한 사람들이고
자신들의 태생 때문에 과거에 험한 꼴을 당한 적이 있어, 다시는 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신을 적대하려 하지만, 막상 당신과 만났을 땐(아니면 적어도 평화적인 당신과 만났을 때)
차마 그러지 못한다. 왜냐면 아무리 그들이 똥을 던져도, 당신이 계속 싸움을 거부하고, 그들에게 선량함을
버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차츰차츰 당신 내면의 인간성을 각성해 나가기 때문이다.
메인 빌런은 영혼이 부족하고 그것 때문에 사랑하는 능력이 결여된, 불안정한 존재이기 때문에 꾀나
특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데(특히나 보통 엔딩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흡수하는 순간 그들로부터 당신을 향한
사랑을 대신 느끼게 되어, 이윽고 갱생에 이르게 된다. 내 생각에 이러한 선량함의 승리는 비극이 닥치기
전 그들은 어떠한 사람이었는가를 상기시키는 것이 목적인듯하다.
근데 이거 게임보다는 내 이야기일지도.
하여간에 물론, 배드 엔딩도 엄연히 있다. 지하 세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극악무도하게 살해하는,
대부분의 요즘 게임이랑 같은 일을 하는 것. 이 게임은 그렇게 잘도 나에게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갖게
만들었으면서 이런 것을 넣다니 무슨 경계성 성격장애라도 있는 것인가 싶어지는데. 그냥 모든 콘텐츠를
체험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넣어둔 듯. 그런데, 평화적인 엔딩에서는 사실상 세이브 파일을 지우지
말고 다시 플레이해 달라고 사실상 애원을 하며 끝을 맺는데, 거기다가 학살 엔딩을 보면 세이브 파일을
초기화 시키더라도 그 영향이 계속 남게 된다
대량학살 선택지를 넣은 게임에 나도 화가 났지만,
그것을 저지른 나에게 게임이 더 화가 났을 것이라.
오역 및 오타 제보는 대체로 두 팔 벌리고 환영합니다
역자 왈(구):
정말정말정말 모를수록 이득인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하세요, 사전 정보 하나하나 알면 알수록 손해가 막대합니다.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한 후발주자로서 서럽기가 그지없군요.
가령 최종 보스가 누구라든지, 누구랑 싸울 때는 어떤 음악이 나온다든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놈을 죽인다든지,
그리고 가장 최악인 건, 각 엔딩의 명칭이 플레이어가 한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거,
더군다나 사람들은 그 엔딩의 명칭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는 거...
하다못해 해피, 노말, 배드 정도로 해주면 안 되나...
덕분에
"나는 이러고 싶으니까 이런 행동을 할 거야"
가 아니라
"나는 이런 엔딩을 보고 싶으니까 이런 행동을 할 거야"
가 돼버리는 것 같아 몹시 불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게임은 충격과 신선함으로 넘칩니다.
자요, 생각도 검색도 하지 말도 일단 질러요.
역자 왈(신):
아 빌어먹을 나머지 엔딩도 다 보고 번역할걸
========================================
얏지는 이전에 2015 Top 5에서 언더테일을 2015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았습니다.
퍼니 플래닛에 엑스트라 펑츄에이션도 번역이 되어있길래 올렸습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