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앞둔 ‘DC 언체인드’, DC 부활의 기폭제 될까
바야흐로 영웅들의 시대다. 2000년대만 해도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던 아메리칸 슈퍼히어로가 이제는 영화, 게임, 디자인 소품 등으로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온갖 흥미로운 영웅담을 전파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다만 연신 흥행작을 뽑아내는 마블 코믹스에 비해 DC 코믹스는 국내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영웅들의 총집결로 기대를 모은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여러모로 아쉬운 평가를 받았고, 게임 또한 어느덧 서비스 3년차에 접어든 ‘마블 퓨처파이트’를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와신상담한 DC가 반격에 나섰다. ‘영웅 for kakao’로 개발력을 입증한 썸에이지와 워너브라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WBIE)가 공동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퍼블리싱하는 ‘DC 언체인드’가 그 주인공. 과연 모바일 게임만큼은 마블이 아닌 DC의 깃발이 나부끼게 될지, 썸에이지 김정수 기획팀장과 박인우 PD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반갑다. 우선 ‘DC 언체인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김: DC 코믹스 IP를 활용한 모바일 액션 RPG다. 매력적인 영웅 캐릭터들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게임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 DC의 어떤 매력에 끌려서 게임을 개발하게 됐나
김: DC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다. 영웅의 내면적인 고뇌를 진중하게 다루다 보니 코믹스 자체가 조금 더 높은 연령 대상의 이야기고, 거기서 무언가 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전작 ‘영웅 for kakao’에 이어 또다시 3인1조 액션 RPG인데
박: 처음에는 캐릭터를 한 명만 조종하는 기획도 있었는데 WBIE가 3인1조를 강하게 원했다. 그래도 캐릭터 교체 시 즉발적으로 발동하는 태그 액션으로 ‘영웅 for kakao’와 차별화를 꾀했다. 서로 연관 있는 캐릭터끼리 태그할 경우 특별한 액션도 감상할 수 있다.
● 론칭 빌드에선 어느 정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까
김: 우선 영웅과 악당, 중립을 포함해 캐릭터 30명이 투입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진영별로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와 보다 자유롭게 실시간 협동 플레이를 펼치는 언체인드 모드, 이따금씩 추가 재화를 얻게 해주는 특별 임무, 팀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팀 훈련 전장, 그리고 영웅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사이드 퀘스트. 끝으로 PvP는 실시간 랭크 및 연습, AI 대전이 있다.
● 게임 모드는 정말 많은데 정작 캐릭터가 좀 부족해 보인다
김: 대신 캐릭터마다 색다른 스킨이 있다. ‘DC 언체인드’의 스킨은 단순히 외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성능과 컨셉을 갖췄으므로 실질적인 캐릭터 수는 훨씬 많은 셈이다.
● 영웅과 악당은 알겠는데 중립 영웅은 무엇인가
김: 어느 진영에나 속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리킨다. 가령 ‘캣우먼’은 악당에 가까운 존재지만 ‘배트맨’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렉스 루터’ 또한 ‘슈퍼맨’을 증오하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 스토리 모드는 코믹스 원작와 동일한 이야기가 전개되나
김: 스토리 모드는 시즌 단위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처음 공개될 시즌 1은 뉴52 코믹스 ‘저스티스 리그’와 상당히 유사하게 흘러간다. 악신 ‘다크사이드’의 부하들이 지구를 침략하자 영웅들이 모여서 이에 맞선다. 다만 이후부터는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만의 이야기로 풀어가려 한다.
● 국내외 테스트를 진행하며 개선된 사항은 무엇인가
김: 본래 캐릭터 단위로 실버, 골드를 카드를 모아야 했던 것이 패밀리 단위로 통폐합됐다. 덕분에 원하는 영웅을 획득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또한 캐릭터 랭크로 인한 레벨업 제한을 제거하기도 했다.
박: 스킨과 관련한 피드백도 많았다. 기존에는 잠시동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위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계속 스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 패밀리 시스템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김: 원작에서 서로 같은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끼리 묶어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로빈’, ‘캣우먼’, ‘조커’ 등은 ‘배트맨’ 패밀리에 속한다. 게임 내에서 한 패밀리의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특별한 버프를 받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각 캐릭터의 성장 정도가 중요한 것이며 패밀리 효과를 위해 같은 패밀리만으로 파티를 꾸릴 필요는 없다.
● 아무래도 국내와 서구권 유저의 피드백이 다를 것 같다
김: 다른 정도가 아니라 같은 캐릭터와 상황을 놓고 완전히 반대로 피드백을 준다. 때문에 어느 쪽 어떻게 거를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이외에도 국내는 ‘배트맨’, ‘원더우먼’ 같이 주역 영웅을 선택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반면 서구권은 ‘라플리즈’ 같은 비주류 악당도 균등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의외로 브라질에서 반응이 엄청났다.
● 캐릭터간 밸런스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적잖다
김: 모든 캐릭터가 완벽하게 공평한 상태로 게임을 론칭하기는 어렵다. 밸런스는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상시 작업영역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테스트 전까지는 캐릭터 자체를 완성하는데 집중했고 그 이후로는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으니, 아마도 테스트에 참여했던 유저라면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것이다.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그냥 막 강하거나 약한 것보다는 특정한 상황에서 장단점이 극대화되는 기획을 선호한다. 이런 부분이 밸런스에 반영되기도 했는데, 테스트 당시에는 일부 콘텐츠만 제공되다 보니 특정 캐릭터가 지나치게 좋아 보였을 수 있다. 이다음에 보다 폭넓게 게임을 즐겨보면 차츰 단점도 보이지 않을까.
● 아직 보고싶은 영웅이 많다. 향후 업데이트 플랜은
박: 30여 캐릭터를 협의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굉장히 험난했다. 아무래도 원작자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 현재 작업 속도라면 두 달에 캐릭터 하나와 스킨 3~4개 정도 물론 게임이 잘되면 개발 자원을 확충해 빨라질 수 있다.
● 같은 캐릭터라도 코믹스마다 모습이 다른데, 어떻게 표현하나
김: 인민 슈퍼맨 ‘레드썬’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정말 많았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다른 모습은 스킨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이외에도 이러저러한 아이디어를 얘기 중인데 확정된 것은 없다.
● 검수가 빡빡했던 모양인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검수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슈퍼맨’ 같은 주역 캐릭터는 얼굴만 한 다섯번 고친 것 같다. 앞머리의 곱슬거림이 포인트인데 컬의 느낌과 각도가 딱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이걸 어느 방향으로 몇 도 꼰다든가 그런 구체적인 피드백이 없고 대강 ‘중후한 백인 남성의 고독함을 표현해달라’는 식이다. 서로 살아온 문화가 다르다 보니 우리가 보기에 충분히 중후해 보여도 저쪽에서 반려하면 다시 작업해야 한다.
● 기존 30명과 앞으로 추가할 캐릭터의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김: 개발 초기와 현재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주요 패밀리를 나열하고 그 안에서 멋지게 보여질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 DC에 전달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거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접한 후로는 요청이 많은 캐릭터를 우선 작업하고 있다. 다만 원작에서 존재감이 크더라도 게임으로 재해석하기 난감한 경우에는 뒤로 밀리게 된다.
● DC와 WBIE가 ‘DC 언체인드’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김: DC는 처음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매번 새로운 빌드를 공유할 때도 만족스러워 했고, 관계자가 직접 캐릭터의 움직임을 제안해주기도 했다.
박: 이 정도로 치밀하게 협업하는 게임은 몇 없다더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가까운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 그런데 하필 DC 영화가 잘 안 풀려서 후광을 입기 어렵게 됐다
김: 마블 IP를 활용한 경쟁작은 영화가 나올 때마다 상승 효과를 얻는다. 우리도 그런 관계를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힘든 분위기라, 대신 영화가 아닌 코믹스 기반의 디자인을 채택했다. 캐릭터끼리 상호작용도 말풍선으로 하고 작은 연출 하나에서도 원작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영화와 상관없이 게임만으로 자생하는 것이 목표다.
● 원작 팬덤이 고증이나 스토리를 두고 가탈스럽게 굴진 않았나
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가 바로 그런 부류다. 그럼에도 한정된 자원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구현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든 WBIE와 협력하고 있고 원작자가 뒤에 있기 때문에 고증에 대한 부담감은 적은 편이다.
● 캐릭터 스킨은 유료 결제를 통해 구입해야만 하나
김: 물론 가챠에서 스킨 구매권을 뽑으면 되지만, 무과금 유저도 패밀리 골드 카드로 원하는 캐릭터의 스킨을 획득 가능하다.
● 그렇다면 주요 BM(수익화 구조)는 무엇인가
김: 무과금으로도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본다. 대신 유료 상품을 구매하면 패밀리 카드 획득 확률이 늘어나거나 전투에서 더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꼭 갖고 싶은 캐릭터는 가챠가 아닌 확정 구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 ‘DC 언체인드’의 구체적인 매출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김: 나부터가 DC 팬이자 하드코어 게이머인만큼, 매출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 썸에이지는 내부에서 그런 얘기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표를 포함해 조직원 90% 이상이 개발자다 보니 사업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그저 우리가 만든 게임을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기면 좋겠다.
● 끝으로 ‘DC 언체인드’가 유저들에게 어떤 게임이 되길 바라나
박: 오늘날 마블이 이만큼 성장하게 된 계기가 영화 ‘아이언맨’이었듯 게임 ‘DC 언체인드’가 DC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가 잘 안된 탓에 국내에서 DC를 접하기가 어려운 편인데 게임을 통해서 인지도를 확장하길 바란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