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노래
봄이 오면 들에 나가 이 씨앗을 심겠소
씨앗의 눈은 가늘고
단단한 껍질에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황색 씨앗,
봄이 오면 들에 나가 이 씨앗을
떡갈나무에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 심겠소
거긴 멀리 북방에서
늑대의 등을 타고 온 봄이
연둣빛 구두로 처음 땅을 밟는 곳
아직은 춥고 어두운 계절이오
떡갈나무는 외로이 들판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며 사나운 바람과 싸우고 있고
떡갈나무 뿌리는 캄캄한 지하에서
무거운 쇠공을 굴려
잠든 대지를 깨우고 있으니
오너라, 더딘 봄이여 여기는
아시아의 맨 끝
서정의 박토
눈썹 없는 신이
돌멩이 한 자루 메고 터벅터벅 지나가는 곳
봄이 오면 눈이 가늘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이 말의 씨앗을 심어보겠소
여긴 멀리 북방에서
늑대의 등을 타고 온 봄이
이야기꾼으로 그 고단한 몸을 처음 내린 곳
송찬호
분홍 나막신, 문학과지성 시인선 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