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미로 기획자 일을 하…지는않는, 그냥 모바일 게임으로 한 우물을 파던 목마른 기획자입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아니 작년.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언젠가는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겠지, 내 게임으로 사람들에게즐거운 경험을 시켜줄 수 있겠지 그러면서
지금까지 9여 년을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일하면서 7~8개의 타이틀을 출시했습니다만,
결국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제게 남은 건 야근에 망가진 몸뚱아리와 통장 잔고 몇 천 만원(-학자금 대출)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여자친구는 3년 전에 헤어졌고, 아 지금은 4년째군요.
그 이후에는 새벽별 보면서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바람에 사람 하나 만나지 못했으며,
그 사이에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하고 애도 놓고 잘 살고 있더군요.
어쨌거나 저는 부양할 부모님들이 있었기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과
근 3년여 동안 사장님들이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만 만들어주는 바람에욕구불만 일보직전이 된 제 창작욕을 해소시킬 곳이 필요했고
또한 마지막 회사에서 개발자들의 “유니티는 이게 안 되요. 못해요.” 라는 말에 과연 이게 진짜 안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유니티 엔진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회상 시작-------
뭐, 사실 제게 개발은 그리 낯선 천장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때 TRPG와 슈퍼패미콤에 빠져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막연히가지고 있었지만 만드는 법도 모르고 만들 줄 아는 사람도 몰랐기에,
결국 결단을 내려 교차지원을 통해 모 대학의 소프트웨어학과에 들어갔으니까요.
그 곳에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지만, 역시 가장 좋은 만남은 C(프로그래밍 언어)였습니다.
졸업 후,
동기가 자기 대신 노예로 쓰라고 던져 넣은 첫 회사에서 개발자가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남은 소스를 분석하고 채워넣으면서 첫 ARPG 타이틀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제가 만들고 싶었던 몇몇 게임들을 더 내놓았지요.
개인적으로 꽤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년차가 차고 이직을 하면서 회사가 제게 원하는 것은 달라지고 한편으로 제한되어 갔으며,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하면서 시장 상황도 급변하게 되었습니다.
-------회상 종료-------
하여간 근 3년간은 기획만 하느라 개발과 멀어져 있었고
앞으로도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아닌, 위에서 원하는 게임만 만들어주게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직 저는 게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첫회사를 제외한 회사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3년간의 연달은 실패들로 인해, 정녕내 게임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갖게 되었고요.
우선 퇴사하고 한 달은, 유니티와 필요한 기술들을 공부하면서 보냈습니다. 3년만의 개발이었으니까요.
퇴직금은 못 받았지만 솔로는 가족 외에는 돈 쓸 데가 없으니 돈은 당장 죽지는 않을 만큼은 있었습니다.
[전 무적의 솔로부대니까요.]
장르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했고(2차 슈로대가 제 첫 패미컴게임이었습니다)
제 시스템 기획력이 어느 정도인가 제 자신을 시험해보는 측면도 있었으며
어차피 사업 센스가 없으므로 유저를 확보할 수 없다면 어렵사리 확보한 유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결정한것이었습니다.
한 달 간 유니티를 공부하며 컨셉/시스템/데이터 기획서를 작성한 후 2016년 5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더 많은 기획서가 필요할 테지만 혼자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서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뭐, 커뮤니케이션용 문서는 확실히 필요 없었죠. 사실 모니터도 하나뿐이었거든요.
[지금은 두 개입니다. 사실 모니터 두 개 사이즈가 약간 달라 불편합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죠.]
클라이언트는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UI툴은 UGUI라고 유니티에서 자체 지원하는 툴을 사용했죠.
벌이가 없으므로비용은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고생도 좀 했지만, 경험이되었다 생각해요.
게임의 구조는 클라이언트는 가볍게, 모든 계산 및 처리는 서버에서한 다음 DB에 등록하고 결과를 클라에 보내주는 씬클라이언트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Json이라는 프로토콜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지요.
씬클라이언트 구조로 만들었기에 서버 역시 구축해야 했습니다.
마침 아마존에서 프리티어라고 서버를 1년간 무료로 구축해서 사용할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더군요.
아마존에 등록하여 웹 서버를 구축한 다음 MySQL을 설치해서 데이터 DB와 유저 DB를구축했습니다.
기획, 클라이언트 개발, 서버개발의 세 영역을 모두 하려니까 솔직히 죽겠더군요.
3개월간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 새벽 3시에잠드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야근은 정말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더군요. 정신 및 신체의 건강을 위해 칼퇴는 중요한데 말이에요.
그나마 C로 기초를 닦아 PHP와 C#을다룰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정부 지원 과제 응모에서도 떨어지고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갔으며 통장의 잔고는 생각보다 빠르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게임을 보며 느낀 보람이 삶을 지탱하게 해줬습니다.
…뭐 중간중간 스카이림도요.
...가끔씩 술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래픽, 아트였죠.
저는 기획과 개발은 괴발개발 할 수 있었지만, 아트는 못합니다. 비루한 샤프 스케치 정도가 한계입니다.
시간과 돈이 좀 있었다면...
하지만 어쩌겠나요. 제가 저축한 돈의 대부분은 IMF때 망한 가족의 정상화를 위해 들어갔으니까요.
아트쪽 인맥이라도 넓혀놨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왔습니다.
결국 아트 소스는 카피레프트로 풀린 것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초기에 생각한 전투 방식 두 개, 야전과 공성전 중 공성전은서버를 전부 구현해 놓고서도 묻히게 되었습니다.
맵 중앙에 성채가 있는 필드 배경을 구할 수가 없었거든요.
때문에 처음 생각한 유저간 영지전투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어버렸지요.
게임의 매력 요소가 되어야 할 캐릭터 역시 아쉽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게임의 전투 컨텐츠는 캠페인, 퀘스트,영지전, 군단전의 네 가지 모드였습니다.
4개월 만에 구현한 것은 결국 아웃게임과 캠페인/야전 뿐이었죠.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쓸 수 없었습니다.
(나머지 전투 컨텐츠는 그 후 두 달 동안 업데이트 했습니다.)
결국 2016년 9월 24일, 안드로이드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유료/무료로 나눠서 출시했는데, 유료버전을 출시한 것은 그 당시 구글의 신규 인기 유료/게임 탭을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신규 인기 게임(무료) 순위는 체리피킹 때문에 힘들지만 유료 탭 순위라면 노출될 가능성이 보다 높았기 때문이었죠.
[노출은 이목을 끌기 위해 중요합니다]
뭐든지 팔리기 위해서는 우선 노출이 필수입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는 말이 있듯이, 출시해서 유저들에게평가를 받으려면 일단 유저들이 알고 받아는 봐야 하거든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이지만, 지금껏 제가 만든 게임들은그것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나름 나쁘지 않았던 첫 회사에서 나온 것도, 제가 만든 게임이 출시되었는지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싫어서였지요.
여담이지만 마케팅과 아트는 아직도 제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 당시 구글의 신규 인기 유/무료 탭은 11월에 사라질 메뉴였습니다.
이미 최신 OS에서는 그 탭이 나오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제 게임은 다행히 그 막차에 탑승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신규 인기 유료 3위까지 올라가면서 유저들이 조금씩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영광의 한 때]
사실 이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튜토리얼도 시간 문제로 넣지 못했고, 그래픽 대신 많은 부분에서 글씨로표시되었으니까요.
제가 토탈 워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게임 켜놓고 한 시간 동안 이것저것 눌러보다 끄고 나가는 걸 반복했었는데
아마 비슷한 기분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그래픽이 안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시나리오도 없습니다.
저는 게임의 시나리오를 중시 여겨 왔지만, 시간 때문에 이번 게임에서는 그것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업계에 오래 있다보니 제 초심도 사라져 버린걸까요?
하지만,
이런 부족한 게임이라도 재미있어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게는 구원의 목소리와도 같았죠.
조금씩 돈도 벌리고, 이대로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업데이트에서 혹평을 들었을 때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어떤 유저가 매크로를 돌리면서 제 게임의 서비스는 엉망이되고 맙니다.
t2nano. 그 안에 웹서버와DB서버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DDOS를 방불케 하는 요청에 서버는 과부하 걸렸고 결국에러 로그의 양 때문에 멈춰버렸습니다.
서버 운영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씬클라이언트를 구현한 자의 비참한 말로이자, 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명백한 과오였습니다.
간신히 매크로 유저를 제제하고 정상화시켰으나 가장 잘 팔려야 하는 시점에서 게임의 기세는 사그라들었습니다.
또한 신규 인기 유료 탭에서도 내려가게 되면서 제 게임은 심연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iOS 출시를 12월에하면서 반등을 꾀했으나, 서버를 나눈 여파와 역시 홍보의 미비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유저 수는 5천명 수준에서 멎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은 있었습니다.
꾸준히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분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유/무료 합산 ARPU(총 유저 당 평균 매출액) 1000~1100원이라는 나름 의미있는 지표를 기록했으며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은 엉성한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유저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원(?)을 바탕으로 2017년 5월에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업데이트를 단행했습니다.
[업데이트 전과 후의 영지 내부 UI. 별 거 안 바뀐거 같은데 내부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iOS 출시를 마친 다음, 저는직장을 구하기 시작했고, 1월에 취직해서 5월까지 일하다가결국 일하는 방식이 서로 맞지 않아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근속기간 때문에 오해하실 수도 있지만 이전에는 9년 동안 회사를세 군데 다녔고 그 중 망해서 나온 곳이 둘이었습니다.
현실의 벽 때문에 지금 많은 고민을 하고는 있습니다.
신규 탭이 사라지면서 유저분들에게 게임을 알릴 문도 좁아졌고요.
하지만 결국 제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TRPG를 하던 시절부터 그랬듯이 제 게임으로 저와 타인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쨌거나 다음에는,
여러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다시 한 번 정진해 볼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정리 겸 마지막 홍보라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후출사표같은 느낌으로 마무리되었네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두 하시는 일 잘 풀리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P.S 마지막으로 아래는 제 게임의 링크입니다. 굽신굽신
구글플레이스토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lwgames.dofel
iOS앱스토어
https://itunes.apple.com/us/app/dawn-of-empire/id1177896044?l=ko&ls=1&mt=8
(IP보기클릭)58.143.***.***
(IP보기클릭)211.5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인App개발자 님도 화이팅! | 17.06.21 12:18 | |
(IP보기클릭)1.242.***.***
(IP보기클릭)211.51.***.***
어휴, 별말씀을요. 아직 모자란게 많습니다 : ) 응원 감사드려요! | 17.06.21 20:04 | |
(IP보기클릭)58.233.***.***
(IP보기클릭)211.51.***.***
조언 감사합니다 : ) | 17.06.26 12:40 | |
(IP보기클릭)122.38.***.***
(IP보기클릭)211.51.***.***
웹 서버이기에 뻗은 경우는 1년동안 돌리면서 저 매크로 사건 때 로그로 인해 하드가 꽉 찬 경우 한번 외에는 없었지만, 통신량 부하는 역시 무시 못하겠더군요. 조언 감사드려요 : ) | 17.06.27 00:14 | |
(IP보기클릭)122.38.***.***
어느정도 대박을 쳤을때를 생각해서 이야기 드리는 거예요.. 인디게임들도 나름 히트치면 다운수가 몇십만단위 가뿐히 찍는데, 그정도 찍으면 공격 장난 아니게 들어옵니다. 혼자면 그거 처리하느라 다른거 하나도 못할수준으로 들어오거든요. | 17.06.27 00:19 | |
(IP보기클릭)122.38.***.***
세상에 진짜 미친넘들이 많아서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나름 유명해진겜에 깽판치는 걸 재미로 하는 인간들이 있거든요. 제 아는 개발자 한분은 게임 냈는데, 며칠만에 결제가 몇억단위로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다 구라 결제... 중국쪽에서 대량으로 가짜 결제가 들어왔다더군요... 심지어 게임서버가 터지나 안터지나 테스트하는 생퀴들도 있어서..ㅡㅡa | 17.06.27 00:22 | |
(IP보기클릭)211.51.***.***
그런 사람들 있긴 있더군요 ^^ 그리고 저도 말로만 들었는데 가짜 결제 엄청 많았습니다. 전 가짜 결제 요청은 서버에서 영수증 검증해서 걸러냈어요. 광고 매출 말고 인앱 결제 모듈 게임 안에 넣는다면 결제 영수증 검증용 웹서버는 거의 필수 수준이 아닐까 싶더군요. | 17.06.27 00:36 | |
(IP보기클릭)22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