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모두들 무사안녕하신지요.
저는 4월 17일부터 5월 9일까지 한달 가량되는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올해 초에 무턱대고 가보고싶다.. 생각을 하기만 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간사이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습니다.
간사이 공항으로 들어가서 오사카 - 나라 - 교토 - 고베 - 히메지 - 다시 고베 - 다시 오사카 - 간사이 공항
이렇게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를 주유하는 일정입니다.
여행을 시작한지 9일째인 지금은 히메지성 옆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 빨리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잃어버린 아이디를 찾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서(...)
지금에사 쓰고 있습니다. 여행이 끝나기 전에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지런히 한 번 써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은 아니고 상주로 가는 버스 안입니다.
뜬금없이 왠 상주인고 하니, 고등학교 동기에게 자전거를 빌린 연유입니다.
비록 친구는 부산에 있지만 자전거가 고향에 잠들어 있다고 하여 그 자전거를 깨우러 가는 중입니다.
대학 다닐 때도, 첫 직장의 출퇴근도 모두 자전거로 했습니다만
언제나 생활자전거와 함께였기에 자전거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냥 친구가 좋은 자전거라고만 얘기를 해주었고
지금도 무슨 자전거인지는 모르고 타고 다니는 중입니다.
약 300km 조금 더 되게 탔는데 펑크 한 번 나지 않는거 보면 좋은 녀석 맞나봅니다.
가끔 자전거가 잘 안나가서 고장이 났나 싶을 때가 있기는 한데
고장난건 자전거가 아니라 항상 제 몸뚱아리였습니다.
지금은 또 몸뚱아리가 고장이 났구나 하면서 그러려니 합니다.
친구의 어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맛있는 돈까스도 얻어먹고, 이런 저런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여행의 시작을 훈훈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자전거와 저는 이제 대구로 떠납니다.
저는 김해공항에서 출국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김해공항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대구에서 환승을 하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하루 쉬다가 가기로 합니다.
수요일에 출국이지만 대구에 도착한 오늘은 월요일이고, 마침 동생이 대구에서 일을 합니다.
화요일 하루 정도는 저를 위한 시간 정도 가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 근질거리는 몸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하는 전역 전날과 같은 여행의 하루 전날이지만 저는 청도로 가고 있습니다.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고지대라서 그런 것인지 남쪽임에도 불구하고 만개한 벚꽃이 저를 반깁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잠들어계신 곳입니다.
잘 다녀올 수 있게 부탁도 드리고 간만에 인사도 드릴 겸 산소에 찾아뵈었습니다.
저 산을 넘어왔는데, 슬프게도 다시 넘어가야 합니다.
결국은 자전거를 끌고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여행은 다음날이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타야하는데 그걸 생각 못했습니다.
멍청하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진짜로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대구로 다시 돌아오니 엉덩이에서 과거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것은 아마 고등학교 다닐 적 체육선생님에게 심심하면 쳐맞던 빠따의 기억 비스무리한 것이었던 듯 합니다.
그 기분나쁜 기억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지 않았던 저는 안장에 매달 푹신한 패드를 하나 샀습니다.
저 패드는 성능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일본에 오자마자 시마노 사의 엉덩이뽕을 하나 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맞닿는 두 녀석이 뽕으로 연결되는 지금은 굉장히 괄목할만한 수준의 부드러움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안장과 엉덩이 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차갑고 배려없이 전해지던 충격력에 비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밤은 아직 저물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과외했던 녀석이 지금은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간만에 녀석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3시간, 딱 3시간의 수면만이 허락되었습니다.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다섯시에 있었고, 저는 네시 반에 집을 나서 열심히 바퀴를 굴렸습니다.
이미 몸뚱아리가 말이 아닌데,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여기는 간사이공항입니다.
김해공항에 내려 자전거를 내리고, 그것을 포장하고 체크인을 하는 과정부터
간사이공항에 내려 입국수속을 마치고 자전거를 찾는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만
원래 힘들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법 아니겠습니까. 감히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찍겠다고 들고 간 고프로가 있습니다.
스크린샷이라도 이렇게 남길 수 있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이 휴먼은 고프로님에게 계속 감사하겠습니다. 충성충성충성
여튼, 자전거를 카트에 실어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하철을 타러 왔습니다.
만 카트는 여기까지입니다. 한 정거장 떨어져있는 린쿠타운까지 어떻게든 이 자전거를 실어가야합니다.
조립을 하든, 고물상에 팔아버리든, 자전거집에 중고로 팔든 뭘 하든 간에 어떻게든 공항을 벗어나야합니다.
이미 피로에 절고 지쳤습니다만 저렇게 덩치 큰 자전거를 두고 어디 식사나 제대로 하러 가겠습니까.
빵 한쪼가리 대충 사서 끼니랍시고 때워봅니다.
이것은 아마 일본에 도착한 당일, '그나마' 맨 정신에 찍은 마지막 사진일 것입니다.
이후로는.. 음.. 글쎄요 기억이 잘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자기방어기재는 생각보다 위대합니다.
딱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직전이 되어 린쿠타운역에 있는 어느 공터에 당도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자전거 박스에서 자전거를 꺼내줍니다. 조립이라고 해봐야 앞바퀴 좀 달고 안장 다시 달고
바람 좀 넣는게 전부입니다만 그게 마냥 쉬웠다면 자전거포에서 돈받고 해주는 일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약 20분의 사투 끝에 자전거는 원형을 찾게 되었습니다.
딱 한 가지, 잔뜩 움츠린 채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안장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당당히 펴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저에게는 렌치가 없습니다.
사러 갑시다.
네. 다이소제 천원짜리 육각렌치의 성은에 힘입어 이 녀석은 다시 당당해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사카로 들어가는 것 뿐입니다.
만 비가 옵니다.
이런거는 미리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네. 그래서 미리 알아왔는데 그냥 맞고 가지 생각하고 왔습니다.
단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 뿐입니다.
그러니깐 맞고 갑시다.
라고 하려고 했는데 다리가 덜덜 떨리고 마그네슘이 부족한지 사지의 말단이 제 멋대로 움직입니다.
더 악다구니를 썼다가는 그나마도 없는 근손실이 발생할 것 같으니 신속하게 탄수화물을 보충하러 갑니다.
공항에서 내린 지 만으로 7시간 만, 요시노야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2시간 만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 앞이라 벗어던졌지만, 헬멧은 잘 쓰고 다니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저는 제 목숨을 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여튼, 저는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한 바퀴 한 바퀴 구를 때 마다 무릎을 바늘로 찌르는 듯 한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만
존버는 역시 승리합니다.
첫날의 저녁이 어땠는지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위대한 인간의 자기방어기재에 1 치어스 드립니다.
다음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합니다. 3년만이니 꽤나 간만인 오사카, 동네나 한 번 둘러보기로 합니다.
익숙한 유튜버이신 심익현를 이렇게 타향에서 만나게 되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ㅇㄷㄱㄷㄴㅊ을 피하기 위해 모자이크를 했습니다만 어째 더 이상해보이는 것은 비단 저만이 느끼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도톤보리에 왔는데 이 아재를 보고 가지 않는다면 쓰겠습니까.
근데 못 본 사이에 조금 많이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이분이 빗겨간 세월은 제가 혼자 다 두들겨맞았나봅니다.
아마, 감히 2019년을 살고 있는 저에게 있어 지금까지 가장 충격적인 발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톤보리 돈키호테에는 장식처럼 달린 관람차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장식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작동을 합니다.
너무나 충격이었던지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8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곧 다시 돌아가는 오사카에서 이 녀석을 타보아야되나 고민이 됩니다만 저는 높은 곳을 싫어합니다.
꼭대기의 높이는 78미터 정도가 된다고 하니, 혹 궁금하신 분들 계시다면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저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오사카를 한 두번 가본 것이 아니었습니다만, 쿠로몬 시장을 가본 적 없다는 사실 역시 이번에 알게되었습니다.
미미! 맛있어!라고 먹을만 한 음식임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음에 저도 모르게 지갑을 열었습니다만
요즈음 무너져가는 일본 신뢰 사회의 한 단면만을 확인하고 만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하루 제대로 쉬니깐 몸이 그나마 조금 쓸만해졌습니다.
이제 저는 나라로 떠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오사카, 2주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오사카에서 나라로 가는 것은 무척 쉽습니다. 그냥 동쪽으로 자전거를 계속 밟으면 됩니다.
아, 페달을 계속 밟아야됩니다. 애꿎은 자전거를 계속 밟으면 저는 집에 못돌아 갑니다.
36km밖에 되지 않으니 거리도 멀지 않습니다. 중간에 산이 하나 있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오사카를 벗어나니 점점 경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만 아직은 올라갈 만 합니다.
여기까지도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육두문자가 간헐적으로 튀어나옵니다만 올라갈 만 합니다.
아직은 자전거를 타도 무리가 없습니다.
아직은 할 만 합니다.
산을 올라야하니 경사가 가파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자전거에서 내려서 올라가면 되니깐 문제없습니다.
경사가 조금 더 심해지는 것도 그러려니 합니다.
20분 쯤 지났습니다만 아직 할 만 합니다. 하늘이 오늘따라 조금 노란 것 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한 시간 동안 이 짓거리를 해야하는지는 몰랐습니다.
포장된 자전거가 12.5키로였는데 가방이 13키로 쯤 됩니다. 대체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운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방메고 자전거 끌고 등산하려니깐
아 모르겠고 살려주세요.
이 자전거가 아마 요단강으로 가는 쾌속열차의 현신이었구나 생각이 들 때 즈음 내리막으로 추정되는 구간이 등장하였습니다.
부디 이것이 오늘 고생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길 바라며 조심스레 내려가봅니다.
저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습니다만 혹시나 천국으로 가는 와중에 문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 생김새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살았습니다. 내리막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것입니다.
이 기쁜 순간을 어찌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환희에 찬 마음으로 사진도 한 장 남겨줍니다.
딱히 마음에 들게 찍히진 않았습니다만 말입니다.
제 손을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습니까.
끝없는 내리막과 함께 저는 속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떠납니다.
물론 제 목숨이 누구보다 중한 저는 언제나 브레이크와 함께합니다.
한 시간 넘게 오른 산인데 다시 바닥으로 내려오는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내려오면서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 해봅니다.
나라 시내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습니다만 다시 사지의 말단이 조종불능에 빠지려고 각을 잡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미연에 방지해줍니다. 마쿠도나루도 선생님을 뵈러 갑시다.
단언컨데, 이것은 제가 살면서 먹어본 맥도날드 중 가장 맛있는 맥도날드였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맛있는 맥도날드를 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불행히도 오늘 고베에서 히메지로 오는 중에 이 때의 빅맥과 호각세를 다투는 빅맥을 또 먹고야 말았습니다.
꽈찌쭈는 말했습니다. 왜 나는 햄보칼수가 엄냐고
글쎄요. 저도 묻고 싶습니다. 이 앞에 있는게 산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제앞에 또 산이 나타난 것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제가 구글 지도를 잘못 본 탓이었을 것입니다.
오르는 내도록 구글 욕을 했습니다만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입니다.
저는 구글님의 성은을 오늘도 입고 살고 있습니다. 충성충성충성
슬픔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아마 해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가장 좋은 암기는 역시 경험입니다.
마치 사인함수와도 같았던 두번째 산은 대략 3번의 주기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딱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순간에 저는 내리막을 맞이하였고, 마침내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 시내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1970년 경주와 자매결연을 맺은 나라는 여러모로 경주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별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만 지금 안하면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굳이 얘기해봅니다.
여튼 나라는 예쁩니다.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기쁠 수가 있을까요.
저는 나라에 마침내 도착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저대로 제가 약골이라서 그런 것도 맞고 힘이 들어서 그런 것도 맞습니다.
약골이 힘이 드는 상태이니 자전거의 미세한 쓰러짐에 몸을 맡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순리인 것이지요.
여튼, 4월 19일 오후 다섯시에 저는 나라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길어도 길어도 너무 길어졌습니다. 분량 조절을 나름 한다고 한 것인데 완벽하게 실패해버렸습니다.
다만 진도를 맞춰야하니 몇 편은 이렇게 분량이 길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여행의 밤마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한 것을 올리고, 낮에는 또 자전거를 타고 중간 중간 일도 해야하는 일상이라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가 좀 쉽지 않습니다. 만 그래도 열심히 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정말 긴 글이었는데 중간에 백스페이스 누르지 않고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름 영상도 만들고 조금씩 올려보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찾아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늦은 시간, 모두들 좋은 밤 되시길 바라오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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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릎과 허리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타는중입니다.. ㅎㅎ 안그래도 그런 가방이 있다는걸 여기 와서 알아버려서 호오옥시 다음에 또 갈일이 생긴다면 하나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19.04.26 0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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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감사합니다! 여행은 이제 막바지입니다! 안전하게 잘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ㅎㅎ | 19.05.03 10: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