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메리 크로포드 1855~1909 미국 작가로 이 작품은 80년대 소년중앙이나 소년경향에서도 으스스한 삽화와 같이
공포의 105호실, 105호실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죠.
그리고 일본판으로 보이는 삽화가 들어간 과거 세계문학전집으로도 여럿 나왔고요
이것도 오래전 직접 타이핑을 했는데 올린 사이트가 사라져서 이건 저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완역판을 발견하여 퍼옵니다
http://echochmber.tistory.com/category/%EB%B2%88%EC%97%AD/%EB%8B%A8%ED%8E%B8
2층 침대가 무서워졌던 어린 시절 추억. 그리고 국딩 시절 학원에서 여름방학 단체여행가서 머무른 모텔이 105호실이라서(?!)
어릴적 기억에 남은 추억이 있답니다.
사진 출처는 http://dvdprime.donga.com/g5/bbs/board.php?bo_table=archive_comm_2010&wr_id=4098574
DVD프라임 슈퍼샘통님입니다.
누군가 내게 여송연을 청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담배연기가 두터운 장막을 이루고 와인에 취한 두 사람의 머리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미 상황은 그렇게 굳어진 것으로 보였다. 누군가가 뭔가 해서 우리의 침체된 영혼을 일깨우지 않은 이상은 그랬다. 그런 만남은 이내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그리고 손님들의 대부분이 신속하게 집으로 돌아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 대부분이 깊이 잠들었다. 그 누구도 눈에 띌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존은 요크셔로 떠났던 사냥 여행에서 겪은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보스턴의 톰킨스 씨는 자신의 작업철학을 긴 시간을 들여 상세히 설명했다. 꼼꼼하게 유지 관리해온 애치슨, 토피카, 산타페의 철도에 대한 것, 그것의 확장과 각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의 증가, 살아있는 가축들이 굶어죽기 전에 배달한다든지 하는 일 뿐 아니라 인간의 일상을 파괴시키는 일 없이 옮기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허황된 꿈을 안고 표를 사는 승객들을 운송하는 일을 수년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에 대해서. 시뇨르 톰볼라는 반대자가 없다면 말썽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논쟁하고 있는 우리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었다. 통합이라는 것은 그의 나라에서 늘상 근대식 어뢰와 같은 효력을 보여줬으며 조심스럽게 고안되어, 유럽을 거대한 병참기지로 만들었다. 그것이 완성 되었을 때 의지가 약한 지도자가 사는 지역은 필연적으로 붕괴하고, 보지도 두려워하지도 듣지도 않는 그칠 줄 모르는 정치적 혼란에 처하게 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더 자세히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 대화는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위에서 간을 쪼아 먹히는 것이나 탄탈로스의 물이 흩어지는 것, 올렌도르프 경의 교훈적인 글에 서 평안을 찾기를 강요당한 익시온의 처지와 비교할 때 우리 대화를 듣는 것이 더 지독한 일이었다. 우리는 탁자에 여러 시간을 앉아있었다. 지겨웠고 피곤했으나 누구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여송연을 주문했다. 우리는 말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사내, 브리즈번은 서른 다섯살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강건한 사내였으며 그 겉모습만 봐도 제법 상식을 뛰어 넘는 크기였다. 그의 키는 6피트(182.88cm)가 훨씬 넘었다. (19세기를 생각하면 꽤 큰 키죠)
살찐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른 편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의 작은 머리는 강건하고 근육이 잘 발달한 목이 지탱하고 있었다. 그 넓고 탄탄한 손은 호두까기 없이 호두를 부수는 독특한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를 보게되면 보통을 넘는 소매 넓이와 두터운 가슴에 놀라지 않기는 어려웠다. 그는 별것 아닌 이야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겉보기에도 강해보였지만 실제로는 보기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다. 그 모습을 묘사하는 데는 긴말이 필요 없었다. 밝은 색 머리털, 푸른 눈, 큰 코 밑에는 콧수염이 조금 나있었고 사각턱이었다. 브리즈번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그가 여송연을 요청했을 때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요." 브리즈번이 말했다.
모두가 말을 멈췄다. 브리즈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기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칼로 자른 것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꿰뚫고 들어왔다. 모두가 듣고 있었다. 브리즈번은 그가 청중의 주목을 끌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매우 침착하게 여송연에 불을 붙였다.
"이것 참 독특한 이야기지요." 그가 반복했다. “그건 유령에 관한 이야깁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유령의 목격담을 묻기를 즐기죠. 제가 본 적 있습니다.”
“허튼소리! 당신이? 뭔 말을 하는지 알고나 하는 말이요, 브리즈번? 어쨌든 지성인 아니요!”
다들 감탄사를 내뱉으며 브리즈번의 주목할 만한 발언을 반겼다. 모두가 짤막해진 여송연를 주문하기 위해 지배인을 호출했다. 갑자기 어딘지 모를 깊숙한 곳에서 신선한 드라이 샴페인 병이 나타났다. 상황은 정리되고, 브리즈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노련한 사업가랍니다. 브리즈번이 말했다. 종종 대서양을 건너건 했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었죠.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어요. 전에 브로드웨이의 바에서 몇 시간이고 자신이 아끼는 특별한 자동차를 기다리며 죽치고 앉았는 사람을 본 일이 있지요. 술집 주인장의 인생의 최소 3분의 1정도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게는 목적지가 정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오리 연못을 건너다니곤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성급한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일생에 딱한 번을 제외하면 행복한 여행을 해왔죠. 그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는 유월의 더운 아침이었죠. 그 사람은 세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검역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증기선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기묘하게 몽롱하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죠. 나는 짐이 거의 없었, 아니 가지고 다니질 않았죠. 무리를 지은 여행자, 짐꾼, 습한 증기선의 갑판에 툭 튀어나온 버섯처럼 청동 단추를 단 푸른 코트를 입고서 주제넘게 홀로 여행하는 승객들에게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드는 무리들과 어울렸습니다. 종종 눈에 확 띄는 흥미로운 무리들과 친분을 쌓곤 했죠. 당신네들이 도착했을 때 그들은 없을 겁니다. 5분쯤 지나자 도선사가 ‘어서 가시오!’하고 소리치자, 마침내 청동 단추에 푸른코트를 입은 무리들은 데비 존스의 궤짝에 집어넣는다는 전설 이야기처럼 갑판과 통로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지요.
하지만 그때부터 시작이지요. 깨끗하게 면도하고, 푸른 코트를 입고 게걸스럽게 보수를 받아 챙깁니다. 나는 서둘러 탑승했습니다. 캄차카 호는 내가 좋아하는 배 중 하나였지요. 내가 본 것 중에 그만한 배는 없었거든요. 그 어떠한 유혹이 오더라도 다시 그 배를 타고 항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요. 당신네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압니다. 그 배는 드물게 깔끔한 고물을 가지고 있었고 이물의 가파른 경사는 배를 항상 보송보송하게 유지해줬죠. 게다가 침실 아랫단은 대부분 더블 사이즈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뛰어낸 배죠. 하지만 다시는 그 배를 타고 항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하겠습니다. 나는 배에 탔고 선원을 불렀습니다. 붉은 코에 더 붉은 구레나룻을 단 서로 잘 아는 선원이었죠.
"105호 선실 1층 침대." 도심지의 델모니코에서 위스키 칵테일을 시켜먹고 대서양을 건너려는 특이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사무적인 목소리로 내가 말했어요.
그 선원은 여행가방, 두꺼운 코트, 발판 등을 날라다주었습니다. 그자의 얼굴에서 받은 인상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겁니다. 핏기가 싹 가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장 뛰어난 신이 일으킨 기적이라 할지라도 자연법칙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 사람의 혈색은 멀쩡했습니다. 하지만 행동이 보여주고 있었지요. 그자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콜록거리더니만 내 여행 가방을 떨구고 가버렸거든요. 거기에는 오랜 친구인 스닉슨 반 피킨이 항해를 위해 선물한 오래 묵은 고급품 셰리주가 두병 들어 있었기에, 내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선원은 그런 건 몰랐겠죠.
“어, 그러니까 나는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러더니만 그대로 앞장서 가버립니다.
내 생각이지만 나를 아래층으로 인도하는 헤르메스는 독한 술을 좀 걸친 듯 했어요. 그러나 나는 말없이 그를 따라갔지요. 105호실은 좌현, 적당한 후미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객실이었습니다. 캄차카의 아랫단 침대는 더블사이즈입니다. 큰 방이었습니다. 보통 쓰는 세면대가 있었고,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느낌이 나도록 화려하게 꾸몄지요. 보통은 쓸 일이 없는 갈색 목재선반도 있었죠. 큰 사이즈의 우산을 걸기보단 보통 하는 칫솔장사에게나 어울리는 물품이었죠. 멋없는 매트리스위에는 세심하게 개켜놓은 담요가 놓여 있었는데 위대한 현대의 유머작가가 본다면 차게 식은 메밀 팬케이크와 꼭 같다고 했겠죠. 수건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유리제 디캔터에는 옅은 갈색을 띤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거기서 희미하게 풍겨오는 냄새는 더 이상의 흥미를 잃게 했습니다. 코를 움찔거려 봐야 오래전의 뱃멀미를 연상케 하는 기름때 낀 기계를 연상케 했거든요. 칙칙한 색깔의 커튼이 아랫단을 반쯤 가리고 있었습니다. 안개낀 유월의 햇빛이 다소 황량하게 보이는 그 풍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죠. 우욱! 얼마나 이 방이 싫었는지!
선원은 내 짐을 내리고 나서 날 보고 있었어요. 비록 도망가고 싶은 걸로 보이긴 했지만. 십중팔구는 승객이 웃돈을 더 주지 않을까 해서겠지요. 관리들에게 잘 보여야 좋은 일이 시작되는 법이니까, 그 사람에게 곧바로 동전 몇 개를 쥐어주었어요.
“손님께서 편히 지내시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동전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심쩍은 어조 때문에 난 놀라고 말았습니다. 생각보다 보수가 모자라서 불만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유리창처럼 속보이게 표출하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했지요. 잘못짚은 거죠. 그 사람을 잘못 본 거예요.
II
그날은 특별히 말할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정시에 부두를 떠났고, 순조로운 운항에 즐거워했습니다. 날씨는 덥고 습했지만 증기선이 움직이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거든요. 모두가 첫날에는 바다가 친절하다고 믿게 되죠. 사람들은 갑판이나 계단을 거닐며 배에탄 낯선사람 들을 만나서 얼굴을 익히지요. 음식이 훌륭할지, 끔찍할지 아니면 별거 아닐지는 처음 두 끼를 먹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요. 보통 배가 파이어 섬에서 꽤 멀어지게 되면 날씨가 불안정해집니다. 처음에는 식탁이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그러다가 급격히 한산해지죠. 창백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각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쏜살같이 문을 향해 갑니다. 그러나 노련한 선원들은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멀미난 사람들보단 편하게 호흡하고 있었죠. 곁을 벗어나면 담황색 액체를 쏟아내는 데 충분한 공간이 있었어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여정은 다른 항로와 별 다를 바가 없었죠. 항해 도중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고래나 빙산 같은 것들이란 참말 항상 흥미를 끄는 것들이긴 하죠. 하지만 결국에는 고래라는 것은 다른 고래랑 많이 닮은 법이고 드물게 빙하를 본다 해도 방에 틀어박히게 마련이지요. 우리 대부분이 바다의 증기선 위에서 하루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을 보내는 법은 갑판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마지막 여송연을 태워대는 거죠. 그러다가 충분히 피곤해지면 의식은 명료해지고 자유를 느끼게 되죠. 항해 첫날밤에는 기묘하게 나른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105호실의 침대로 돌아갔답니다. 들어 갔을 때, 내게 동행이 생긴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내것과 많이 닮은 여행가방이 반대편 모서리에 놓여있더군요. 게다가 침대 윗단에는 잘 개킨 깔개가 지팡이, 우산과 함께 놓여있었죠. 나는 홀로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실망했어요. 하지만 내 룸메이트가 어떤사람인지 궁금해졌답니다. 그래서 그를 관찰해보기로 결심했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았어요.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 사람은 매우 키가 컸으며 무지 말랐고 아주 창백한데다 옅은 갈색의 머리와 구레나룻에 무채색의 회색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자에 대해서라면 내 생각이지만 어느쪽이냐면 애매모호한 차림이었어요. 월 가에서 볼 수 있는 남자들에 비하면 모자라보이고, 그자가 거기서 뭘 하는 지 확실히 말해줄 만한게 없었어요. 까페 앙글레에 항상 혼자 와서 샴패인을 마시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죠. 경마장에서 볼 수 있지만 거기서 더 이상 아무 일도 벌이지 않는 사람이요. 조금 지나치게 차려입었다 싶은게 좀 이상하긴 했죠. 어느 바다 증기선에나 서너명은 있는 그런 부류였답니다. 그와 친분을 쌓는 일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 저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 생활 습관을 관찰해봐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일찍 일어난다면 나는 늦게 일어나려고요. 그 사람이 늦게 잠든다면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요. 그 사람에 대해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부류를 한번 알고 지내게 되면 그치들은 항상 눈앞에 나타나거든요. 가엾은 녀석들! 그에 대해 이것저것 판단하느라 곤란을 겪고 싶진 않았어요. 첫날밤 이후로 105실에서 그 사람과 절대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푹 자다가 큰 소리 때문에 별안간 깨고 말았어요. 소리로 미루어 판단하건데 내 룸메이트가 윗 단에서 바닥으로 한 번에 뛰어내린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문의 걸쇠와 빗장을 더듬는 소리를 들었어요. 문은 거의 즉시 열리더군요. 그러더나 그 사람이 전속력으로 통로를 따라 뛰어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가고 난 다음에 문이 열려있더군요. 배는 약간 흔들렸어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발을 헛디뎠거나 추락했을 거라는 걸 짐작하게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마치 자신의 삶으로부터 달아나려는 듯 달려갔거든요. 경첩에 매달린 문짝은 배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고 그 소리는 날 성가시게 했죠. 나는 일어나서 문을 닫고 어둠속을 더듬으며 내 침대로 돌아왔어요. 다시 잠들었지요. 하지만 내가 얼마나 오래 잤는지 나도 모르겠단 말입니다.
내가 일어났을 때 아직 꽤 어두웠어요. 왜냐하면 불쾌할 정도의 추위가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공기가 축축해진 것 같았어요.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바닷물에 젖은 선실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요. 나는 최대한 내 몸을 감싸고 나서 다시 잠들었지요. 다음날에는 불평을 늘어놓았어요. 고를 수 있는 말 중에 최대한 강력한 형용사를 사용해서요. 내 룸메이트가 윗 단에서 몸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어요. 아마도 내가 잠이든 동안 돌아온 것 같았어요. 한번은 그 사람이 신음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그 뱃멀미라도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죠. 그런 사람 밑에 있다는 건 특히나 불쾌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들었고 이른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잤습니다.
배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전날 저녁 보다 훨씬 더요. 게다가 현창을 통해 들어온 회색빛이 모든 움직임을 흐릿하게 만들었어요. 유리창은 선체와 직각을 이루고 있었고 바다쪽이나 하늘쪽이나 똑같았답니다. 굉장히 추웠어요. 6월치고는 기묘하게요. 고개를 현창쪽으로 돌렸지요. 그리고 걸쇠가 벗겨진 채 완전히 열려있는 모습에 놀라고 말았답니다. 확실히 소리 내서 욕을 했어요. 그리고는 일어나서 닫아버렸습니다. 돌아오면서 침대 윗단을 노려보았지요. 커튼은 닫혀있었어요. 아마도 내 동행자도 나만큼이나 추웠겠죠. 충분히 잤다는 생각이 나를 스치더군요. 그 객실은 불편했지만 이상하게도 밤새 나를 괴롭혔던 습한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답니다. 내 룸메이트는 아직 잠들어있었어요. 그자를 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그래서 옷을 입고 단번에 갑판으로 나왔답니다. 그 날은 덥고 흐렸어요. 물에서는 기름 냄새가 났죠. 내가 밖으로 나온 것이 일곱시 정각이더군요. 생각보다 많이 늦었어요. 아침 공기에 코를 킁킁 거리고 있던 의사를 만났습니다. 아일랜드 서부에서 온 젊은 남자로 굉장한 친구였죠. 까만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살집이 좋은 편인 그 사람이 가진 태평스러운 태도는 그를 보다 매력적이고 건강하게 보이게 했어요.
“멋진 아침이군요.” 나는 먼저 이렇게 말을 꺼냈죠.
“글쎄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젊잖을 빼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죠. “좋은 아침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죠. 엄청나게 좋은 아침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뇨.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네요.” 내가 말했지요.
“난 이런 걸 칙칙한 날씨라 칭한답니다.” 의사가 답했어요.
“어젯밤에는 굉장히 추웠죠. 내 생각이지만.” 내가 지적했어요. “ 어쨌든 현창이 완전히 열려있는 걸 발견했답니다. 잠자리에 들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객실이 축축하기까지 하지 뭡니까.”
“축축하다고!” 그가 말했다. “당신이 묵는 곳이 어디요?”
“105호….”
의사는 눈에 띄게 놀란 것 같았답니다. 그리고 나를 응시했죠.
“왜 그러십니까?” 내가 물었어요.
“오, 아닙니다.” 그가 답했어요. “그저 모두가 여행이 3일 남은 탓인지 객실에 대해 불평하더군요.”
“나도 불만이 있어요.” 내가 말했지요. “그건 확실히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요. 너무 심하다고요.”
“그건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의사가 답했어요. “ 내 생각에는 거기 뭔가 있어요. 그러니까 내 일은 승객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 거라서….”
“내가 놀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답했지요. “더 이상 엄청난 습기를 참을 수 없어요. 이대로는 내가 심한 감기에 걸려 당신을 찾아가게 될지도 몰라요.”
의사에게 여송연을 주었답니다. 그 사람은 그걸 받아 들고는 세심하게 살폈죠.
“더 이상 습하지 않을 거요.” 그 사람이 단언 했어요. “어찌되었든 내가 감히 말하는 데 다 잘 될 거예요. 룸메이트는 있나요?”
“그래요. 빌어먹을 친구죠. 한밤중에 문을 박차고 나가질 않나 게다가 문까지 열어두고 나갔다고요.”
또다시 의사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러더니 여송연에 불을 붙이고는 정색을 했어요.
“그 사람 돌아왔나요?” 이윽고 그가 물었답니다.
“그래요. 자고 있었는데 깨버렸죠. 그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그리고 추위를 느끼며 다시 잠들었죠. 오늘 아침에 현창이 열린 것을 발견했고요.”
“여길 봐요.” 의사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배에 더는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 이 배가 오명을 뒤집어써도 상관 않겠단 말이요. 내가 어쩔 작정인지 말해주겠습니다. 내 방은 꽤 넓답니다. 당신과 나눠 쓰겠어요. 비록 생판 모르는 남이라 할지라도.”
그 제안에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왜 갑자기 내가 잘지는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지요. 어쨌든 그의 태도는 그도 말했지만 선상에서는 별난 것이었죠.
“당신은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 의사양반.” 내가 말했어요. “하지만 정말, 그 선실도 환기시키거나 청소 하거나 어떻게 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해요. 왜 더 이상 배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는 거죠?”
“우리 직업군에선 미신을 믿지 않지요.” 의사가 답했다. “하지만 바다는 사람을 그렇게 만듭니다. 당신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놀라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g지만 내 조언을 듣는다면 여기로 옮기게 될 겁니다.” 그는 진지하게 덧붙였어요. “당신 뿐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105호에서 자선 안 됩니다.”
“어이가 없군요! 왜요?” 내가 물었어요.
“그게 여행이 삼일 밖에 안 남았을 때 사람들은 원래 배에서 추락하거든요.” 그의 답변은 진지했어요.
지성인이라면 펄쩍 뛰면서 매우 불쾌하게 여길 거라는 걸 나는 시인합니다. 의사를 노려보았답니다. 그 자가 날 놀리는 건가 싶어서요. 하지만 그 사람은 완전 진지하더라고요. 그 사람의 따스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긴 했지만 규정을 어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어요. 상륙하기 전에는 정해진 방에서 묵어야 하니까요. 더 이상 말이 없긴 했지만 전보다 더 침통해 보이더군요. 건너가기 전에 넌지시 비치긴 했죠. 그의 제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답니다. 시간이 꽤 흐르고 아침을 먹으러 갔을 때 승객들이 얼마 없더군요. 아침을 먹고 나서 책을 꺼내기 위해 방에 들렀어요. 침대 윗 단의 커튼은 아직도 닫혀있더군요.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답니다. 내 룸메이트는 아직 자고 있는 듯 했어요.
나왔을 때 나를 담당하는 일을 맡은 선원을 만났답니다. 그 자는 선장이 날 보자고 한다고 속삭였어요. 그러더니 아래쪽 통로로 황급히 달아나 버렸답니다. 마치 더 이상의 질문을 피하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선장의 선실로 갔을 때 그 사람이 날 기다리고 있더군요.
“손님.” 그가 말했어요. “당신께 부탁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지요.
“당신의 룸메이트가 사라졌습니다.” 그가 말했어요. “어젯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더군요. 그 사람의 태도에서 뭔가 수상한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질문은 그런 식으로 계속되었죠. 한 시간 반 쯤 전에 의사가 보여줬던 두려움을 확인하는 듯 했어요. 나는 동요했답니다.
“그 사람이 배에서 떨어졌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내가 물었죠.
“그렇게 되었을까 두렵습니다.” 선장이 답했습니다.
“그거 엄청나게 이상한 일……이군요?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머뭇거리던 선장이 차근 차근 이야길 털어놨죠. 2층침대에서 잠을 자던 손님이 이로서 4명째 행방불명되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네 번째라고요, 그럼?” 나는 소리쳤어요. 선장이 또 다른 질문을 퍼붓더군요. 나는 설명했죠. 의사가 말해줬다는 이야긴 빼고요. 내가 들은 105호실 이야기를요. 그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 들려줬더니 매우 불편해 보이더라고요.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었어요.
선장이 말하더군요.
"그 방에 묵었던 사람 셋 중 둘은 정확히 똑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그 사람들이 방을 박차고 나가서 통로를 내려갔다는 겁니다. 그 중 두 명은 배에서 떨어지는 걸 봤다고 하더군요. 배를 멈추고 보트를 내렸습니다만 찾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지난밤에 사라진 사람에 대해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실종되었다면요. 선원들이란 미신을 믿는 부류거든요. 아마도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사람을 찾으러 갔지요. 오늘 아침에 그의 침대가 빈 것을 발견했거든요. 게다가 옷이 아무렇게나 흩어져있어서 마치 그걸 버리고 간 것 같았어요. 그 선원이 탑승자 중에서 그 사람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그 사람을 찾으러 다녔답니다. 그 사람은 사라졌어요! 지금은, 손님. 주변의 다른 승객들에게 이 걸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이 배의 평판이 나빠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외항선의 자살이야기가 떠도는 것도 싫고요. 다른 항해사들의 방 중에 원하는 것을 고르세요. 제 방도 포함해서요.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요. 괜찮은 거래 아닌가요?”
“참 그렇군요.” 내가 말했어요. “그래도 내게 강요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난 혼자 지냈어요. 그래서 방도 혼자 써왔지요. 옮기지 않는 게 낫겠어요. 선원이 그 불행한 남자의 물건을 치워 준다면, 그대로 거기에 머물겠어요. 그 일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약속하겠습니다. 내 룸메이트를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요.”
선장은 내 계획을 말리려 들었지만, 항해하는 동안 방을 혼자 쓰고 싶었지 항해사와 같이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내가 최고로 바보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죠. 하지만 충고를 받아들였으면 더 이상 이야기 거리가 없었겠지요. 기분 나쁜 우연의 일치가 남아있었죠. 같은 선실에서 잠자던 남자들이 몇 번이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 죽은 건 아니니까요.
그게 사건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랬죠.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이런 이야기에 동요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선장을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그 방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죠. 습한 편이었어요. 지난밤에 현창이 열린 채로 방치되어있었고요. 내 룸메이트는 탑승 당시부터 아파 보였으니 그 사람이 잠자리에 든 후에 착란상태에 빠졌을 거라고요. 그러니 나중에 나타날 거라 했습니다. 그 방을 환기시키고 현창을 단단히 조여야 한다는 것도요. 선장이 날 그대로 있게 해준다면 필요한 조치들이 즉시 처리되는 것을 보고 싶었어요.
“물론 손님이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안달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답은 했어요. “하지만 마음이 바뀌게 된다면 제가 그곳을 봉쇄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처리 될 겁니다.”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본 일은 없기 때문에 선장을 놔두고 와버렸죠. 그리고 약속대로 사라진 동반자에 관한 일은 입을 다물었답니다. 나중에는 탑승객 중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하루 종일 기다릴 일도 없었다. 저녁 무렵에 나는 의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은 내게 마음이 바뀌었냐고 묻더라고요. 말해줬죠. 그럴 생각이 없다고.
“그게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그 사람이 진중하게 말하더라고요.
III
저녁때 휘스트 게임을 했습니다. 그리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죠. 지금에 와서 고백하건데 내 객실에 들어섰을 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지난밤에 봤던 키 큰 남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금은 죽어서 물에 빠진 채로 이백 내지 삼백 마일은 뒤떨어진 곳에서 긴 너울을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을 그 남자요. 옷을 벗기 전에 그 남자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더군요. 게다가 갔을 때 침대 윗단의 커튼은 젖혀져 있기 까지 했습니다. 나에게 그 사람이 정녕 가버렸다는 것을 확신시켜주기라도 하려는 듯이요. 나는 물론 객실문의 빗장을 질렀지요. 별안간 현창이 열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가서 다시 채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참을 수 있는 한계였어요. 서둘러 가운을 걸치고 로버트를 찾으러 갔지요. 그는 내 여행을 책임지는 선원이었습니다. 기억해 보건데 무지하게 화가 났었나 봐요. 그래서 그 자를 찾아내서는 거칠게 105호 실로 끌고 들어왔지요. 그리고는 그 작자를 열려있는 현창 앞으로 밀었습니다.
“당신 뭐하는 인간이요? 불한당 같으니라고. 왜 현창이 매일 밤 저절로 열리는 거요? 규정을 거스르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거요? 배가 기울어져 물이라도 들어오기 시작하면 남자 열 명이 덤벼들어도 닫지 못한다는 거 모르시오? 선장에게 보고 하겠소. 당신이 배를 위험에 빠뜨리는 불한당이라고 말이요!”
나는 굉장히 심하게 날뛰었죠. 그 사람은 덜덜 떨더니만 창백해지더군요. 그러더니 원형 유리판을 두꺼운 황동제 창틀을 닫아걸기 시작했어요.
“왜 대답이 없는 거요?” 내가 난폭하게 말했어요.
“원하신다면요. 손님.” 로버트가 중얼거렸어요. “이 배에 탄 어떤 사람도 밤에 이 창문을 닫아걸 수 없습니다. 한번 스스로 해보세요. 손님. 저는 물론 이 배의 그 누구도 멈추지 못하니다. 손님. 저는 당연히 불가능하죠. 그러니까 제가 손님이라면 그냥 나가서 외과의사하고 자든지 어떻게 하든지 할 겁니다. 저라면 그렇게 합니다. 여길 보세요, 손님. 단단히 걸려있지요. 그렇지 않나요, 손님? 해보세요. 경첩이 움직이나 보시라고요.”
현창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완벽하게 잠겨있었다.
“그러니까, 손님.” 로버트가 자신만만하게 반복했다. “A1등급 선원의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저 창은 한 시간 반도 안 되어 다시 열릴 겁니다. 다시 잠가도 마찬가집니다. 손님. 거참 무서분 일이지요. 다시 잠가도요!”
거대한 나사와 그것을 두른 넛트를 면밀히 검사해보았지요.
“로버트, 이게 밤새 열린다면 자네에게 금화 한 닢을 주겠네. 불가능해. 그럼 가도 좋네.”
“금화요? 말씀하신 겁니다. 손님. 아주 좋습니다. 고맙슴다. 좋은 밤 되시고요. 쾌적하게 쉬도록 하시구요. 어쨌든 모든 면에서 조은 꿈꾸시길. 손님.”
로버트는 허둥지둥 떠났답니다. 기뻐서 그런지 긴장이 풀린 것 같았지요. 물론 나는 그 사람이 자신의 부주의를 바보 같은 이야기로 얼버무리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놀라게 할 생각으로요.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금화를 얻었고 나는 아주 기묘하고 불쾌한 밤을 보냈죠.
잠자리에 들고 오 분쯤 후에 담요로 몸을 말아야했어요. 무정한 로버트가 문짝에 붙은 간유리 판 너머에서 계속해서 타오르던 불을 꺼버렸죠. 어둠속에서 조용히 누워서 잠을 청했어요. 하지만 이내 그게 불가능 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원이 짜증낼 걸 생각하니 좀 신나더라고요. 하지만 불쾌한 감각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처음에 생각난 것은 물에 빠져죽은 내 동행에 대한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더 이상 졸리지 않았습니다. 누운 채로 깨서 얼마간 시간을 보냈죠. 이따금씩 현창을 노려보면서요. 누운 자리에서 그냥 보였거든요. 어둠속에서 가냘프게 빛나는 수프 그릇 같은 것이 암흑 한 가운데 매달려있었죠. 한 시간쯤 지나자 거짓말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 기억에 그대로 잠들었다가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깨고 말았습니다. 의심할 것도 없이 바닷 물보라가 내 얼굴을 강타하고 있었어요. 두 발로 서려 했지만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배안을 걷는 게 쉽진 않았어요. 잠자리를 벗어나자마자 현창 바로 밑까지 난폭하게 내팽개쳐 지더군요. 즉시 내 몸을 감쌌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무릎으로 기어가기로 했지요. 현창이 또 활짝 열려있는 게 아니겠어요! 잠갔는데도 말이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입니다. 제대로 추락하는 바람에 잠이 완전히 깨기 전까지는 깜빡 잠이 들었었답니다. 게다가 팔꿈치하고 무릎에 심하게 멍이 든 것 같았어요. 아침이 된 다음에야 그렇지 않을까 의심했던 대로 멍든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죠. 활짝 열린 현창을 잠갔습니다. 너무 불가사의한 일이라 그것을 발견하고는 두려움보다는 놀라움을 느꼈던 것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내가 창문을 닫고 고리의 너트를 있는 힘을 다해 조였거든요. 객실은 무지하게 어두웠죠. 로버트가 내 앞에서 한번 닫아걸면서 한 시간 안에 열릴 거라고 한 것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는데, 또 다시 열리고 말았단 말입니다. 황동 부품들은 굉장히 육중해서 쉽게 움직일 수 없었어요. 나사가 좀 흔들렸다고 죔쇠가 풀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두꺼운 유리 너머를 바라보니 바다는 흰색과 회색이 교차하고 있었고 배 옆으로는 포말이 부셔지고 있더군요. 한 시간 15분쯤 지났을 거예요.
일어섰을 때 갑작스럽지만 분명히 소리가 들렸어요. 내 뒤의 침대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였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거의 본능적으로 돌아섰어요. 그렇게 하긴 했지만 물론 어둠속이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요. 아주 희미한 신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튀어오를 듯이 객실을 가로 질렀죠. 그런 다음에 침대 윗단의 커튼을 잡아 뜯었습니다. 손을 쑤셔 넣자 거기에 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거기에 누군가 있었어요.
그 감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마치 축축한 지하 저장고의 공기 속에 손을 담그고 있는 듯 했어요. 게다가 커튼 뒤에서 광풍이 일더니만 고여 있는 바닷물I 특유의 지독한 냄새가 났어요. 내 손에 사람의 팔 같은 것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축축했으며 얼음장처럼 차가웠어요. 하지만 내가 잡아 다니자 갑자기 그 생물이 나를 향해 난폭하게 튀어나왔어요. 눅눅하고 축축한 덩어리 같은 게 보였죠. 육중하고 축축한데다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 느껴졌어요. 나는 비틀거리며 객실을 가로 질렀습니다. 그 때 바로 문이 열리더니 그 생물이 튀어나갔습니다.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죠. 어서 스스로를 지켜야 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10 야드 정도 뒤떨어진 상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봤다는 걸 확신합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희미하게 밝혀진 통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림자는 빠르기가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켜고 달리는 이륜마차를 끄는 말과 같이 빠르더군요. 하지만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다가 통로의 격벽을 따라 붙어있는 윤을 낸 난간에 매달려서 승강구로 향하는 통로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 머리칼은 곤두서 있었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일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는 아주 끔찍하게 놀란 상태였거든요.
아직도 내 감각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까 먹은 웰시 레빗(치즈 토스트)이 내게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나는 악몽을 꾼 거예요. 내 객실로 돌아와서 용기를 내어 들어갔습니다. 방 전체에 고인 바닷물 냄새가 가득하더군요. 전날 저녁에 잠이 깼을 때처럼요.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야 했어요. 내 짐을 더듬어서 작은 초 한 상자를 찾았습니다. 철도용 길잡이 등불에 불을 붙였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늘 가지고 다니던 거죠. 등불을 꺼내들고 나가고 싶었어요. 현창이 또다시 열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전에 절대로 느껴보지 못했으며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모종의 소름끼치는 공포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등불이 있었으므로 윗단 침대를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닷물로 푹 젖어있을 거라 기대했죠.
하지만 실망하고 말았어요. 침대에는 잠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게다가 바다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그러나 침구는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말라있었어요. 로버트가 지난밤에 일어난 사고 때문에 침대 정리 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생각했지요. 거참 무시무시한 꿈이었어요. 커튼을 걷어치우고 그 곳을 아주 세심하게 조사했습니다. 그곳은 완벽하게 말라있었어요. 그러나 현창은 다시 열려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공포에 당황하면서도 문을 닫고 걸쇠를 걸었습니다. 황동제 갈고리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두꺼운 지팡이를 쑤셔 넣었어요.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그것을 조였죠. 두꺼운 금속이 압력을 받아 구부러질 때까지요. 그리고 나서 길잡이 등불을 붉은 벨벳 소파 머리맡에 걸었답니다. 그 다음에 거기 앉아서 할 수 있는 한 내 감각을 회복시키려 했어요. 밤새 거기에 앉아있었습니다. 쉴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더 이상 생각하기조차 힘들었지만요. 하지만 현창은 여전히 닫혀있었습니다. 엄청난 힘들 들이지 않고 다시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마침내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옷을 입었지요. 간밤에 일어난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참 날씨가 좋은 날이었죠. 그래서 갑판으로 나갔습니다. 이른 아침의 순수한 햇살을 맞으니 기쁘더군요. 그리고 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 바람의 냄새를 맡았지요. 내 객실에서 나는 정체된 썩은 악취와는 너무나 달랐어요. 본능적으로 고물 쪽으로 돌아서 외과의의 객실로 향했습니다. 그 남자는 입에 파이프를 물고 서있었어요. 지난날과 꼭 같이 아침 공기를 쐬고 있었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살피고 있었죠.
“의사양반, 당신이 확실히 옳았어요.” 내가 말했어요. “그곳은 뭔가 잘못되었어요.”
“당신이 마음을 바꿀 거라 생각했지요.” 그 양반은 의기양양하게 답했어요. “끔찍한 밤을 보냈지요, 예? 기운 나게 해드릴까요? 내게 최고의 방책이 있답니다.”
“사양하겠습니다.” 내가 외쳤어요.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말해주고 싶어요.”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능한 정확하고 분명하게 설명하려 애썼어요. 일생을 통틀어 이전에는 겪어본 일 없는 공포를 경험했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했지요. 현창이 일으킨 현상에 대해서 특별히 자세하게 설명했답니다. 내가 증명할 수 있다는 것 까지요. 나머지는 환상이라 치더라도. 사실 밤에 두 번이나 닫았고 두 번째는 내 지팡이로 황동을 조이느라 구부러뜨리기까지 했으니까요. 이점에 대한 것이 좋은 증거가 될 거라 믿었습니다.
“내가 그 이야기를 의심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현창의 상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듣고 미소 지었습니다.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아요. 당신을 다시 초대하겠습니다. 짐을 가지고와요. 그리고 내 방의 절반을 쓰세요.”
“오셔서 나와 함께 하룻밤을 보냅시다.” 내가 말했지요. “나를 도와서 이 괴물의 정체를 파헤쳐봅시다.”
“그 뭔가의 정체를 파헤칠 생각이라면 당신이 해보세요.” 의사가 답했어요.
“뭐라고요?” 내가 물었지요.
“바다의 정체라고요. 나는 이 배를 뜰 겁니다. 그건 현명하지 못해요.”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방법을….”
“나는 안 돼요.” 의사가 재빠르게 말했습니다. “내 일이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어있어요. 유령이나 괴물에 관한 건 아닙니다.”
“정말로 그게 유령이라 생각하나요?” 나는 다소 거만하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귀신 들린 것 같았던 지난밤의 초자연적인 공포의 느낌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죠. 의사는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답니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 어떠한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가 물었어요. “아니죠. 당신은 못해요. 뭐, 당신이야 설명할 방법을 찾을 거라 말하겠지만요. 내가 말하는데 당신은 못해요. 간단히 말해서 거기엔 아무것도 없거든요.”
“하지만 친애하는 신사양반.” 내가 말했어요. “당신은 과학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도 그게 뭔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가 소리치듯이 답했어요. “그리고 가능하다고 해도 그걸 증명해내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요.”
내 객실에서 하룻밤을 더 혼자 보내는 일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쨌든가에 소동의 근원을 캐내겠다는 결심은 확고했거든요. 이틀 동안 밤을 보내면서 거기에 자러오는 사람은 여럿이 아니라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나와 같이 지켜볼 다른 누군가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의사는 이 같은 실험이 확실히 내키지 않는 듯 했어요. 그 사람은 스스로를 외과의라 칭했고, 그렇다면 배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사고에 항상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죠. 그 자신의 신경 줄을 뒤흔들 만한 일은 할 수 없을 거예요. 어쩌면 그 사람이 확실히 옳았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조심성을 자극해서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사에 앞서, 그 사람은 이 배에서 나와 함께 그런 수사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 말해주었죠. 그 뒤로 조금 더 대화를 지속하다가 그 사람을 두고 나와 버렸어요. 조금 후에 나는 선장을 만났답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해줬죠. 그 누구도 나와 함께 밤을 보내려 하지 않더라도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거기에 남아서라도 해볼 거라고요.
“이거 보세요.” 그 사람이 말합디다. “내가 어떻게 할지 말씀드릴게요. 함께 지켜봅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겁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우리는 해답을 찾게 되겠죠. 통로를 몰래 살금살금 돌아다니면서 승객들을 놀라게 하는 녀석이 있을 겁니다. 그저 침대가 뭔가 기묘한 걸로 만들어 졌을 가능성도 있지요.”
선상의 목수를 불러다가 선실과 그 장소를 조사해보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나는 선장이 나와 함께 밤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에 지나치게 흥분해 있었답니다. 그 사람은 인부를 불러다 명했어요. 내가 요구한 것이면 어떤 것이든 들어주라고요. 일단 선실로 갔지요. 윗단 침대의 침구가 깨끗하게 정리된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는 그 곳을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혹시나 바닥 판이 꺼진 데는 없는지, 내지는 벽의 판자가 열리는지 밀어보았지요. 바닥의 모든 판자를 두드려 보기로 했습니다. 아랫단 침대의 이음쇠를 하나하나 풀어서 조각 조각분해 해봤습니다. 말하자면 객실의 구석구석 1인치까지 조사하거나 시험해 보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겁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리만치 질서 정연했어요. 그래서 모든 조각을 제자리에 돌려놓았죠. 우리가 일을 마치고 나니 로버트가 문을 열고 들어와 보더군요.
“저기, 손님.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나요?” 그 작자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습니다.
“현창에 대한 건 자네가 옳았네. 로버트.” 그렇게 말하고는 약속했던 금화를 건네주었습니다. 목수가 조용히 능숙하게 일을 해치우더니 내 쪽으로 오더군요. 그때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정직한 사람입니다. 손님.” 그 사람이 말했어요. “제 생각이지만 짐을 빼내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4인치 나사 반다스로 이 문을 막게 해주세요. 이 선실에는 절대로 안 들어가는 게 좋은 일입니다. 제 기억에만해도 이곳에서 네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네 번 항해하는 동안이요. 포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손님.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요!”
“하룻밤만 더 해볼 생각일세.” 내가 말했지요.
“포기하는 게 나아요. 손님. 포기하시는 게 낫다고요! 그건 엄청나게 불길한 일이라고요.” 인부는 반복하더니, 그의 연장 가방을 놔둔 채 선실을 떠나 버렸습니다.
하지만 내 용기는 선장을 관찰 동료로 얻은 덕에 제법 고무되어있었고, 이 요상한 사건의 끝장을 보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죠. 나는 저녁 때 웰시 레빗과 그로그술을 참았답니다. 습관적으로 즐기던 휘스트 게임조차 끼지 않았어요. 내 정신을 고요히 가라앉히길 원했거든요. 선장의 눈에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허영심이 있었거든요.
IV
선장은 뱃사람 중에서도 특출 나게 강인하고 유쾌한 부류 중 하나였습니다. 용기와 담대함 그리고 어려운 상황일 때 높은 지위를 믿고 맡길 만한 침착성이 결합된 사람이었죠. 그 사람은 가만히 이야기만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기꺼이 나와 함께 조사에 착수하려는 것만 봐도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일반론이나 미신이라고 웃고 넘어갈 만한 게 아니라고요. 그 자신의 평판 만큼이나 배의 평판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습니다. 승객이 익사하는 일이 가벼운 일이 아님을 그도 알고 있었어요.
10시 정각 무렵데 나는 마지막 여송연을 태웠답니다. 그 사람이 다가오더니 어둡고 더운 갑판에서 다른 승객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던 나를 끌어냈습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브리즈번 씨.” 그 사람이 말했지요. “어느 쪽이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내가 웃음거리나 제공해주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맹세해주길 바랍니다. 오늘 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일 그리고 다음날도 시도해보는 겁니다. 준비 되었나요?”
그래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객실에 들어갔지요. 내려가다가 통로 아래쪽에서 늘상 짓는 미소를 짓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로버트를 만났습니다.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지요. 선장은 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어요.
“여행 가방을 문에 기대 놓는 게 좋겠어요.” 그 사람이 제안했습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거기 앉아 있지요. 그러면 아무도 나갈 수 없습니다. 현창은 잘 잠겼나요?”
아침에 두고 간 그대로라는 걸 발견했지요. 물론,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열수 없게 해놨거든요. 그 누가 와도 열 수 없었을 겁니다. 윗단 침대의 커튼을 걷고 그 안이 멀쩡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선장의 조언에 따라 길잡이 등불을 켜서 그 하얀 시트 위에다 놓았습니다. 그 사람은 말했던 대로 여행 가방 위에 앉아서 문을 막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객실 전체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요. 작업은 금방 끝났답니다. 단지 아랫단 침대 밑과 현창아래 놓인 소파만 살펴보면 되었으니까요. 그 공간들은 완전히 비어 있었습니다.
“그 어떤 인간도 안에 들어오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가 말했지요. “또한 그 어떤 인간이라 할지라도 창문을 열 수는 없어요.”
“아주, 좋습니다.” 선장이 침착하게 말했지요. “지금부터 보게 되는 뭔가는, 분명 상상에 지나지 않거나 뭔가 초자연적인 존재일 겁니다.”
나는 아랫단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았어요.
“처음 그 일이 일어났을 때는.” 선장이 말했습니다. 다리를 꼬고 몸을 문간에 기대고요. “3월이었습니다. 그 승객은 여기서 묵었죠. 윗단 침대에서요. 그리고 미치광이로 판명되었습니다. 아무튼 그 사람은 약간 미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죠. 게다가 여행하는 걸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답니다. 한밤중에 뛰쳐나가더니만 스스로 몸을 던졌답니다. 경비원이 발견하고 제지하기도 전에요. 배를 멈추고 보트를 내렸습니다. 고요한 밤이었죠. 악천후가 다가오기 직전이었습니다. 결국 그 남자를 찾을 수 없었어요. 물론 그 사람의 자살은 광기 탓으로 추정되었지요.
“늘 있는 일이 아니었나요?” 내가 넋을 잃고 말했습니다.
“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선장이 말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에 탔던 다른 배에서조차 들어본 일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말한 3월에 일어난 이야깁니다. 다음번 항해 때는 대단히…. 뭘 보고 있는 겁니까?” 그 사람이 별안간 설명을 멈추고 물었습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내 시선은 현창에 고정되어있었어요. 황동 고리 나사가 아주 느리지만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너무 느리기 때문에 그것이 움직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면서 그 위치를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위치가 바뀌는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지요. 내가 바라보는 것을 선장도 바라보더군요.
“움직인다!” 그 사람이 확신에 찬 어조로 외쳤습니다. “아냐, 그렇지 않아.” 잠시 후에 그렇게 덧붙였어요.
“나사가 삐걱거린 모양입니다.” 내가 말했지요. “낮동안 풀렸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이번 저녁에 아침에 떠날 때처럼 단단히 조여진 것을 확인 했다고요.”
일어서서 너트를 시험해보았습니다. 확실히 느슨해져서 손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거, 기괴한 일이군요.” 선장이 말했어요. “두 번째 남자는 바로 그 현창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끔찍한 시간을 보냈지요. 한밤중에 일어난 일인데, 날씨가 아주 나빴어요. 현창이 열려서 바닷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경보가 울렸습니다. 갑판 아래로 내려갔을 때 모든 곳이 물바다였답니다. 계속해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니 배가 흔들리더군요. 게다가 모든 창문이 꼭대기의 걸쇠에 매달려서 달랑거리고 있었어요. 현창 구멍을 막고 있는 게 없더군요. 어쨌든 우린 그걸 닫았답니다. 그렇지만 그 물이 상당한 손해를 끼쳤죠. 그 이후로 그 곳에서는 두고두고 바닷물 냄새가 났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고 추정했어요. 그 사람이 한 짓은 주님만이 알고 계실 겁니다. 선원들이 계속해서 말하더군요. 여기 있는 그 어떤 창문도 닫을 수가 없다고요. 맹세컨대, 지금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안 나나요?” 그렇게 묻고는 수상쩍다는 듯 공기를 킁킁 거렸습니다.
“그래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진저리를 쳤습니다. 그와 동시에 선실 안의 정체된 바닷물 냄새가 더 강해졌거든요. “바로, 이 정도 냄새가 나려면, 그 장소는 축축해야 합니다.” 나는 계속 말했지요. “그리고 아침에 목수와 함께 조사 했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말라있었어요. 이건 정말 정도를 벗어난…. 이보쇼!”
윗단 침대에 놓인 내 길잡이 등불이 별안간 꺼졌습니다. 문에 붙은 원창 너머로는 아직 상냥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너머로 보통 등불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죠. 배가 심하게 흔들렸어요. 윗단 침대의 커튼이 바깥쪽으로 심하게 펄럭거리더니 다시 돌아갔습니다. 나는 재빠르게 앉아있던 침대 가장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동시에 선장이 놀라움으로 큰 소리를 지르며 발을 옮겼습니다. 등불을 내려서 살펴볼 요량으로 몸을 돌렸을 때 그 사람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더군요. 그 사람에게 튀어갔습니다. 그 사람은 온 힘을 다해 현창의 황동 걸쇠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손과는 반대로 계속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이더라고요. 늘 가지고 다니던 육중한 참나무 지팡이를 고리에 끼우고 있는 힘을 다해 조였습니다. 그러나 튼튼한 나무가 별안간 부러지는 바람에 소파위로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다시 일어났을 때 현창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선장은 입술이 창백하게 질린 채 문에 기대 서 있더군요.
“뭔가가 침대에 있어요!” 그가 괴상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눈을 거의 화등잔만하게 뜨고요. “내가 살펴볼 테니 그 동안 문을 막고 계세요.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 사람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에, 나는 아랫단 침대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윗단 침대에 있는 것을 꽉 붙잡았지요.
그것은 뭔가 유령같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잡고 있는데도 움직이더군요.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던 남자의 몸과 같았답니다. 게다가 아직 움직이는데다 10대 청년만큼이나 강했어요. 그렇지만 온 힘을 다해 그 미끄덩하고 질척거리는 끔찍한 것을 붙잡았습니다. 생기가 없는 하얀 눈이 어둠속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바닷물 썩은 냄새가 가득했어요. 게다가 지저분하고 축축한 번들거리는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생기 없는 얼굴을 덮고 있었지요. 나는 그 생기 없는 것과 격투를 벌였습니다. 그게 내게 덤벼들면서 나를 뒤로 밀쳤습니다. 거의 팔이 부러질 뻔했지요. 그게 시체의 팔로 내 목을 감았습니다. 그 살아있는 망자는 나를 압도했어요. 그래서 나는 결국 큰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습니다. 그랬더니 놓치더군요.
내가 넘어졌을 때 그 괴물은 나를 넘어서 뛰어갔습니다. 마치 선장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사람이 발이 굳은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망자의 맹공이라도 얻어맞은 듯 보였지요. 그러더니 그 사람도 얼굴을 위로 한 채 넘어져버렸습니다. 알 수 없는 공포의 비명을 지르면서요.
그 괴물은 잠시 멈춰 서서, 쓰러진 그 사람의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매우 공포스러운 나머지 다시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괴물은 별안간 사라져버렸습니다. 내 감각을 흩트려 뜨려놓고 열려진 현창으로 나간 것 같았습니다. 그 구멍의 크기가 작다는 것을 감안 할 때,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답니다. 마침내 부분적으로나마 감각과 움직임을 회복했고 그 즉시 내 팔이 부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 전박 손목 부근의 조그만 뼈였죠.
어떻게 해서든 두 발로 섰습니다. 그리고 멀쩡한 손으로 선장을 일으키려 했지요. 그 사람은 신음하면서 꿈틀거리더니 마침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다친 데는 없었지만 심하게 충격받은 것 같았어요.
자, 더 이상 듣고 싶으신가요? 더 이상은 없답니다. 이것이 내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목수가 계획대로 4인치 나사를 반다스 가져다가 105호실의 문을 막았습니다. 만약에 캄차카 호를 타고 여행하실 일이 있다면 그 방의 침대에 대해 물어보세요. 그 방은 예약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겁니다. 그래요. 죽은 생물이 예약한 거죠.
나는 외과의의 선실에서 항해를 마쳤답니다. 그 사람은 부러진 팔을 진료하면서 내게 충고했어요. “귀신이나 괴물 주변을 얼쩡거리는 짓”은 더 이상 하지 말라고요. 선장은 굉장히 조용했어요. 그리고는 다시는 그 배를 타고 항해하지 않았죠. 아직 그 배가 멀쩡한데도 말이죠. 물론 나도 더 이상 그 배를 타고 항해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고, 아주 심하게 놀랐거든요. 그런 괴물은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게 다에요. 그것이 내가 유령을 본 사연입니다. 그게 유령이라면 말이지요. 어쨌든 그것은 죽었으니까요.
--밑에서 2번째 삽화는 어릴적 이것만 보고 무서워서 다시는 안 봤던 추억이 있답니다;;; 지금 보니 덤덤하네요
80년대 소년지에 밑에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네요
출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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