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속설 중 하나가 "임신을 하면 신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영양소 섭취를 위한 몸의 신호인지, 호르몬의 영향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산부가 신 것을 즐겨찾는다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자주 보이는 현상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딸기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해서 임신 사실을 은근히 암시하기도 했지요.
요즘에는 비닐하우스도 많아서 사시사철 딸기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만
옛날에는 제철이 아니고서야 딸기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효자, 효녀 설화에도 나오듯 "지극한 효성에 하늘이 감동"해야 겨울철 눈 밭에서 발견할 수 있는게 딸기였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서양의 남편들은 임신한 아내 입맛을 맞춰주기가 좀 더 쉬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산부들이 즐겨찾는 대표적인 음식인 신 맛 나는 오이피클은 일년 내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저장식품이었으니까요.
피클 만들기의 시작은 저장용기의 소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에서 잼이나 피클 등을 저장할 때는 거의 대부분 메이슨 유리병 (Mason Jar)을 사용합니다.
메이슨 유리병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리병 보존식품이란 입구에 고무 링을 끼우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뚜껑에 압력을 가하며 닫거나, 아예 왁스를 녹여서 밀봉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850년대에 양철 세공인이었던 존 메이슨이 스크류 형태의 고리와 고무 밴드가 붙은 디스크로 이루어진 밀봉 시스템을 개발한 덕에 집에서 저장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번거로운 왁스 녹이기에서 해방된 거지요.
오래 두고 먹는 음식인만큼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병을 끓는 물에 담가서 소독합니다.
병의 소독이 끝나면 피클쥬스를 만들 차례입니다.
물, 식초, 설탕을 2:1:1의 비율로 섞고 여기에 소금을 2~3 티스푼 넣어줍니다.
예전에 콘비프(http://blog.naver.com/40075km/220936554637) 만들 때에도 한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보존식품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의 소금을 부어넣습니다.
피클도 옛날 기준으로 만들자면 총량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의 소금을 넣을 정도.
하지만 요즘엔 나트륨 과다섭취가 더 큰 문제인지라 너무 짜지 않게 만들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대세입니다.
설탕과 소금이 물에 다 녹으면 피클링 스파이스를 테이블 스푼으로 한 스푼 넣고 끓입니다.
원래는 피클링 스파이스라는 향신료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겨자씨, 월계수잎, 후추, 코리안더, 카다멈, 클로브 등 피클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놓은 조합을 말합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집에서 그 수많은 향신료를 일일히 갈아넣을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아예 피클링 스파이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요. 그래서 회사마다 피클링 스파이스의 재료 종류나 배햡 비율이 약간씩 다르기도 합니다.
이탈리안 시즈닝이나 프로방스 허브(Herbs de Provence)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조합된 모듬 허브 제품입니다.
피클 쥬스가 끓는 동안 채소를 미리 준비해 둡니다.
오이만 넣어도 괜찮지만 오랫동안 먹는 저장식품이니만큼 다양한 채소를 넣어서 만드는 것이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채소는 피클용 오이, 당근, 양파, 피망, 브로콜리.
입맛에 따라 고추, 무, 레몬, 심지어는 연근이나 참외를 넣기도 합니다.
당근이나 양파처럼 껍질을 한 겹 벗겨내는 채소는 괜찮지만, 다른 채소들은 통채로 절이기 때문에 베이킹 소다를 뿌려서 박박 문질러 닦아줍니다.
피클용 오이는 컬비(Kirby) 오이를 주로 쓰는데, 크기가 작아서 자르지 않고도 통채로 병에 넣기 편합니다.
오이를 통으로 넣어주는 게 좀 더 아삭아삭하고 맛있는 피클이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소독한 메이슨 유리병에 양파, 피망, 브로콜리, 당근을 잘라서 넣고 오이도 통채로 넣거나 반으로 잘라서 꽉꽉 채워넣습니다.
빈틈없이 채소를 밀어넣어도 며칠 지나면 오이가 쪼그라들면서 공간이 널럴해집니다.
팔팔 끓인 피클 주스를 뜨거울 때 부어줍니다. 뜨거울 때 부어야 아삭아삭한 피클이 만들어 집니다.
입구 가까이에 올 정도로 가득 채워넣고 병 뚜껑을 꽉 닫아줍니다.
힘 꽉 주면서 뚜껑을 돌려 닫다보니 예전에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파워퍼프걸'이 떠오릅니다.
초능력 소녀들이 사는 '타운스빌'의 시장님이 항상 긴급 상황이라고 불러서 잠긴 피클 병을 열어달라고 부탁하곤 했지요.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 두고 먹으려고 보관하던 것이 피클이다보니 그 역사는 동서를 막론하고 수 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 레시피 또한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코리안 스타일 피클: 김치)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이 피클로 범위를 한정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레시피가 존재합니다. (코리안 스타일 오이 피클: 오이 소박이)
설탕과 식초가 첨가된 오이 피클은 주로 "빵과 버터 피클"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공황 당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채소인 오이 피클을 빵과 버터만큼이나 자주 먹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새콤달콤한 오이 피클을 만들어 팔던 패닝(Fanning) 가족이 사업에 성공하기 전, 가난한 시절을 견디면서 자신들이 만든 피클을 이웃 농가의 빵이나 버터와 물물교환해서 먹고 살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뒷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번역한 소설을 보면 간혹 "빵과 버터로 만든 피클"이라는 말이 나와 웃음을 자아내곤 합니다.
실온에 하루나 이틀 정도 보관하고 냉장고에 넣어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키면 아삭아삭하고 새콤달콤한 피클 완성입니다.
피클은 의외로 만들기가 쉬우면서도 직접 만든 것과 시판용 제품의 퀄리티 차이가 꽤나 많이 나는 요리중의 하나입니다.
과일잼이나 모듬 피클은 한 번 만들어 두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보니 워낙 노력 대비 성능이 훌륭해서 자꾸 만들어 먹게 되지요.
저도 고등학생 시절에 허브 동호회에서 피클 만들어 보고 나서는 피자 주문하면 곁다리로 따라오던 피클과의 현격한 격차에 놀라며 푹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빵을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입가심 용도로 좋은 음식이고, 아예 잘게 다져서 샌드위치 스프레드에 섞어넣어도 좋습니다. 피자나 햄버거, 크림 파스타처럼 기름진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영 반찬거리 없으면 밥 반찬으로 단무지 먹듯 한조각씩 집어먹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언제나 성공적인 식탁을 만들어 내는 믿을만한 조연이라고나 할까요.
출연료(비용 및 난이도) 역시 저렴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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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글은 음식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사진 찍은거며 각종 정보들이며 뭐하나 거를게없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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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미드에서 보던 딱 그 피클이네요 ㅋㅋ 채소가 다양해서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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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 저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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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처럼 새콤달콤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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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익은 피클은 좋은 소리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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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전설! 머큐리어스 프리티! 호문클루스! | 17.05.03 2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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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습니다. 가끔 밤중에 먹을 거 없으면 오이만 우적우적 씹어먹곤 합니다. | 17.05.03 2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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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처럼 새콤달콤한 댓글 감사합니다! | 17.05.03 2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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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지도 따지고 보면 피클의 일종이 맞긴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피클이 사실은 빵과 버터 피클인 거지요. 실제로는 오이만 피클로 만드는 게 아니고, 심슨에 등장하는 달걀피클 같은 괴랄한 물건도 있지만요. | 17.05.03 2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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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피자집에서 주는 피클은 극혐. 아삭하지 않고 물렁한 식감이 별로더라구요. 가끔 마트에서 단무지 사는데 물컹물컹한 단무지가 걸리면 일주일 내내 기분이 나쁩니다. | 17.05.03 2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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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모의 주점! 검사관이 왔다가 하나 집어먹고 곧바로 죽어버렸죠 ㅋㅋ | 17.05.03 2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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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다님
헐... 왜 그럴까요. 식초, 설탕, 소금물, 오이에 별다른 알러지가 없다면 피클링 스파이스로 들어가는 허브 중에 뭔가와 맞지 않을수도 있겠네요. | 17.05.03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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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클용 오이는 조그맣고 단단한 컬비(Kirby) 오이가 주로 사용되는데, 1920년대에 필라델피아 종자 회사에서 근무하던 노벌 컬비라는 사람이 개발한 종자입니다. | 17.05.03 23: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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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미드에서 보던 딱 그 피클이네요 ㅋㅋ 채소가 다양해서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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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누르면서 그거 생각했는뎈ㅋㅋㅋㅋㅋㅋ | 17.05.06 23: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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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여지면서 물이 빠져나가고 그래서 줄어드는거죠 과일이나 야채류는 물이 대부분이니 | 17.05.06 2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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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 피클은 거의가 단맛이 강조되서 음식맛 해치는 경향이 있는것같은데 수제 피클은 조미료따라 산뜻한 맛 즐길 수 있어서 아마 가능하지않을까싶네요 ㅋㅋ; | 17.05.07 0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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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익은 피클은 좋은 소리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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