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1) 여행의 첫걸음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2) 히로시마 관광
지난 내용은 상단을 참고해주세요.
이제야 히로시마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11일엔 말 그대로 유유히 돌아다니며 준비자세를 다진 셈이죠.다 끝나고 나서 보면 이 하루 여유부린 게 잘한건지 잘못한 건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인생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데드라인을 접하게 되는데, 여유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초반엔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말곤 하죠. 책임은 미래의 자신이 지게 되지만...
아무쪼록,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의 시간과 여유가 괜찮으시다면, 한 사람이 10년 전 어렸을 그 때, 스마트폰조차 없던 그 때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움을 이겨가며 완주했던 여행기를 재미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본문은 일기와 비슷한 형식으로, 존대가 없는 평어체입니다.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리 감사인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본 여행정보
목적:
히로시마-도쿄 자전거 일주
차종:
몬테규 바이크 파라트루퍼(16인치 프레임)
순수 여행경비:
항공료 제외 61만원
여행기간:
2008년 8월 11일~8월 24일 (13박 14일)
여행지:
히로시마(출발지)-도쿄(도착지)
경유지:
오카야마,교토,오사카,나고야,시즈오카,후지산 등 2번 도로와 1번 도로의 주요 도시
최종주행거리:
1036.8km
3. 둘째날, 8월 12일 히로시마를 나와서, 무작정 동쪽으로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몰라도 당일 할당 목표같은 게 딱히 없었다. 말 그대로 눈 뜨면 출발, 기력 닿는대로 가는 것이다.
이런 고된 여행을 하려면 잘 먹고 잘 쉬어야 옳은 것이지만,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나에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첫날 묵은 3600엔 숙소도 어찌보면 호화판이었던 것이기에 근 며칠간 푹 자는 건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고, 12일 밤부터는 텐트가 제 역할을 잘 해주길 빌어야 했다.
일찍 기상, 오늘은 할일이 많다.
아침인데도 좀 더웠다.
전날 신었던 양말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다. 저 양말은 바로 버렸다.
아침식사는 편의점에서 산 봉지라면, 끓여먹는 법을 읽을 수가 없어서 대충 끓였더니...
맛없어...
원래 맛없는 건지 내가 엉망으로 끓인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쨋든 에너지는 필요하므로 완식, 조리도구와 시설이 숙소 내 기본 비치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사용했다.
짐을 챙기고 씻고서 숙소를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히로시마 근방 지도를 챙겨주며 '키요츠케테~'라고 하셨다.
이때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채 그냥 고맙다고만 하고 출발,
말의 의미는 몰라도 챙겨주시는 게 정말 감사했다.
평범한 일본 중소도시 시내부터 외곽까지...
히로시마 시내에서 동쪽으로 가면서 히가시히로시마에 진입했다. 시내도로에서 나오면서 메인루트라 할 수 있는 2번도로에 들어왔고,
여기서 쭉 동쪽으로만 가면 오사카이므로 계속 2번 도로를 달리면 되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길거리 표지판에 도쿄는 커녕 오사카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시내도로에서 2번도로 합류지점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러 쉬면서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었는데 하나같이 친절하고, 안부를 물어 주었다.
싫지 않은 오지랖이었다. 여행 중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좀 달렸을까 싶을 때쯤일까,
숙소 자판기에서 사왔던 게토레이도 바닥나고, 세븐일레븐에서 사 마셨던 아쿠아리우스도 모두 마셔없앴다.
낮기온이 36도를 찍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염치도 없이 지나가다가 보이는 민가에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인자한 인상의 할머니 한분이 나오셨고, 나는 언어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열심히 내 상황을 설명했다.
미즈...미즈...구다사이
인자할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알겠다시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시더니 방울토마토와 소금물을 갖고 나오셨다.
땀을 한바가지씩 흘리는 이 날씨에 너무나도 적절한 식음료였다. 정말 큰 은혜를 입었다.
연거푸 감사인사를 전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도쿄를 간다고 말씀드리니 진심 놀라시며 많이 걱정하셨다.
그래도 작정하고 출발하는 것 같아 보이는 외양 덕인지 할머니께선 응원을 보내주시며 '키요츠케떼네~'라고 말씀하셨다.
아침에도 들었지만 이때도 아직 뜻을 몰랐기에(여행 내내 뜻을 몰랐다) 대충 좋은 의미로 이해했다.
생명을 살리는 친절함에 감동받고, 다시 출발한다.
할머니집에서 나온 후, 계속되는 진행구간이 오르막길에다가 산골도로가 많아 꽤나 힘이 들었다.
기진맥진해져서 BIG HOUSE라는 마트에 들러 마트구경도 하고 식음료를 구입해 점심을 해결했다.
12일의 점심식사는 야끼소바 도시락과 스포츠 네비게이터
비축체력이 남아있었는지는 몰라도 초반부에는 돈 아낀다고 밥을 꽤나 대충 먹었다.
그러나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하루에 4~5끼씩 먹게 된다.(...)
2번 도로는 주요지역간을 잇는 큰 도로인 것 같았다.
이렇게 인도가 없는 구간들도 꽤나 많아 난감한 적도 많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메인루트는 바이패스 루트로 만들어진 고속화선(기존선과 도로번호가 같다)이 중첩되어있는 곳이 많은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고가화되어 있거나, 따로 분기된 고속화선을 타고 가게 된 것이다.
저 사진을 찍을 때는 낮이었기에 심각성과 위험성을 몰랐지만 문제는 밤이었다.
밤의 바이패스에서 겪은 곤란함은 후술할 예정이다.
바이패스(로 추정되는) 길을 타고 가다가 그늘이 없어서 너무 힘들던 차,
숲(?)으로 빠지는 길이 보여서 냅다 들어가서 쉬려니 내부에 작은 공터가 있고 저렇게 비석들이 세워져 있었다.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고, 공터는 햇볕이 따가워서 숲에 다시 들어갔더니 모기가 물고 난리가 아니었다.
산모기라 아픔이 큰 건 덤...
할머니가 챙겨주신 소금물과 방울토마토를 수시로 섭취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어제 쿠시다 씨(자전거 주차장 관리인)가 주셨던 포도젤리를 뜯어 당을 보충했다.
수시로 쉬어줘야 한다. 날이 너무 혹독하다.
내리막을 만난 덕에 조금 수월하게 이동했다.
그러나 여행길이란 건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차후 다가올 오르막을 대비해 또 쉰다.
저 그늘에서 자리잡고 꾸벅꾸벅 졸다가 인근에서 외부수도를 이용해 돗자리를 빨고 계신 아저씨를 발견, 역시 철판깔고 다가갔다.
'아노... 스미마셍, 미즈오 카케떼구다사이'
아저씨는 흔쾌히 호스로 물을 푸봐봐봑 뿌려주셨다.
으어 살 것 같다.
내 행색이 정말 초췌한건지, 아니면 이 날씨에 자전거여행하는 이 청년이 측은해보였는지 아저씨는 두말없이 물을 뿌려주시며,
아예 호스를 건네주신 후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신다.
잠시 후 아저씨는 아쿠아리우스 1L를 챙겨나오시며 꼭 잘 마시고 건강하게 잘 여행하라고 하셨다.
만나는 사람마다 도움을 받는다. 큰 고마움에 감동이 밀려왔다.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자전거 여행이나, 오토바이 여행을 할 때마다 맞은편에서 오는 여행자를 만나는 경우가 꽤나 있다.
이럴 때 여행자들끼리 반가운 기색으로 목례를 하거나 한손을 들어 인사하곤 한다.
나는 처음에 잘 몰라서 못 받아주었다가, 익숙해지고 나선 먼저 인사하게 되었다.
인사란 건 정말 사소한 액션이지만 그걸로서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참 좋아지게 되더라.
정말 싼 값에 살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위의 사진들은 달리다가 발견한 큰 장수잠자리 시쳬(...)
아직 한여름인데 벌써 저렇게 자연사해서 나뒹굴고 있는 게 정말 의아했다. 자연사라고 추정한 것은 형태가 너무 온전했기 때문에...
빠른 체력소진, 급속히 배가 고파져 도로변 맥도날드에서 맥랩을 먹었다.
슬슬 저런 걸론 배가 안차기 시작한다.
트레이 바닥 인쇄물의 삽화가 재미있어서 찍어보았다.
손에서 불은 왜? 오리발은 왜?
일본어 독해가 안되니 그냥 삽화가 재밌을 따름...
해가 지면서 미하라 시로 입성,
다리를 건너면서 보는데 강변에 선박이 많이 주박되어 있다.
이 강이 바다로 통하는 강인 걸까? 궁금해지지만 이 때의 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매우 제한적이었으므로 궁금한 걸 해결할 수 없었다.
완연히 어두워져, 8시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거리에서 사람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미하라 시는 이게 전부로, 정말 스쳐지나가는 여행이나 마찬가지,
신기하게도 해만 져도 확 시원해졌다. 낮의 더위도 찌는 더위는 아니었고 햇볕이 엄청나게 따가웠을 뿐...
강과 바다를 많이 끼고 있어 습하다고 하는 일본의 더위를 많이 걱정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그런지 땀을 계속 흘리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체감으로는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근데 살이 엄청나게 타 버렸다.
이 시점에서 낮 라이딩은 자제하고 밤 라이딩으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낮의 햇살에 익은 살갗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미하라 시를 나도 모르는 새에 통과하고, 오노미치 시에 진입했다.
역 앞에 '에키마에코반'이란 곳이 있길래 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경찰서였다.
3명의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반갑게 인사하고 내 신분을 밝혔다.
지금 생각해보니 경찰관들 입장에선 난데없이 남루한 행색의 외국인 청년이 나타나서 되도않는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글 작성하면서 참고기록인 당시 일기를 보고 알게 된 건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2시간이나 죽치고 있었다.
갈 길이 바쁜데 두시간 동안 현지 경찰관들과 수다 떤 것이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단지 기록상에선 내가 경찰관들에게 이것저것 캐리커쳐 같은 걸 그려줬다고 쓰여져 있다.
영문모를 짓을 하는 과거의 나...
경찰관들과 노가리 깔 시간에 숙소라도 물어봤어야 했다.
나도 경찰관들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외국인 여행자가 이 시간에 싸돌아다니고 있으면 냉큼 숙소 잡아서 들어가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난 그런 걸 묻지 않았고 그들도 그런 걸 신경써줄 의무는 없었던 것 같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일부 가로등이 있는 구간이 아니면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다행히 나는 어둠에 겁을 먹는 건 초등학교 때 졸업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별로 밝지도 않은 간이 라이트에 의지하며 그냥 달려나가고 있었다.
밤공기가 시원해서 달리는 맛이 좋았지만 IC가 여러 개 겹치자 자전거 진입금지인 고속화선을 피하기 위해 우회로로 빙글빙글 돌면서 길을 잃고 말았다.
빙빙 돌면서 헤맸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금 계속 달릴 것인가?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더욱 해메며 체력을 소진할 것이다.
그만두고 잠잘 곳을 찾을 것인가? -> 해가 밝은 후에는 이 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를 선택했고, 옳은 판단이었다.
잘 곳을 찾는 것도 일이었는데, 1시간 여쯤 더 헤매다가 터널공사 준비로 터를 다져놓은 도로 가의 공터를 찾았다.
자갈이 널린 흙바닥이라서 편안함 따윈 없었지만 뭔들 어떠랴 자다가 차에 치이진 않는 곳에 자야 할 거 아녀...
모레더미가 쌓인 곳이 있어 그 안쪽에다 텐트를 쳤다. 이곳은 도로에서 가려져 있기에 엄한 해코지를 당할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냉큼 텐트를 치고 들어가 누웠다.
너무 피곤했다.
9시 경 출발했는데 25시 경에 주행을 멈췄다. 16시간 정도 이동한 셈이다.
나름대로 고된 일정을 보냈다고 생각했고,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맨바닥에 그냥 텐트가 쳐진 것인데다가 쿠션용도로 쓸 만한게 아무것도 없어서 등이 너무 배기고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누워 자야만 한다. 내일은 얼마나 더 달려야 할지 모르기에...
2008년 8월 12일 소비금내역
사용내역 | 사용액 | 잔액 (엔) | 비고 |
전날 잔액 | 31600 | ||
게토레이(자판기) | -150 | ||
아쿠아리우스(자판기) | -120 | ||
배 맛 아이스크림 | -63 | ||
야끼소바 | -295 | ||
스포츠네비게이터 2병 | -140 | ||
아쿠아리우스 1병 | -125 | ||
맥랩+콜라 | -330 | ||
기타 간식 | -245 | ||
합계 | -1468 | 30132 |
둘쨋 날, 총예산 38000엔의 3.8%를 사용했다.
숙박을 포기하니 예산을 선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체력의 급격한 소진으로 인해 식음료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연비가 안 좋은 나...
그래도 힘 냈다. 이런 식으로 12일만 더 힘내자!
2008년 8월 12일 주행거리
105.8km
(히로시마-오노미치)
총 주행거리
120.8km
사진이 무척 많고, 내용도 많기에, 내용을 소분해서 업로드합니다. 예전에 타 사이트에 이렇게 연이어 올리려다가 귀찮아져서 무산된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데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리 다음 업로드 일자를 써둡니다. 다음 업로드는 9월3일 0시 이전 또는 0시 부근입니다.
(IP보기클릭)58.239.***.***
(IP보기클릭)125.180.***.***
고맙습니다! 1일당 1화씩으로 계속 업로드 예정이니 남은 화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록 말재주가 없어 재미있게 풀어내진 못하지만 당시 느꼈던 진솔한 느낌들을 최대한 담고자 하니 좋게 봐주세요~ | 18.09.01 20:40 | |
(IP보기클릭)203.251.***.***
(IP보기클릭)125.180.***.***
감사합니다!^^ | 18.09.01 20:40 | |
(IP보기클릭)222.118.***.***
(IP보기클릭)125.180.***.***
고맙습니다! 오늘 20시~24시 사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18.09.02 16: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