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에 조용히 혼자서 아마가미를 보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아마가미ss 짱 재밌음. 러블리 하루카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러다 친구들이 불러서 술을 마셨습니다.
제 눈에서 술이 흐를 때까지 마셨습니다.
다음 날은 헌법재판연구원(헌법재판소 부속기관)에서 대학생 헌법교육을
하기 때문에 술에 떡이 된 모습으로 잠들었습니다.
교육이 9시 30분이고 헌법재판연구원인 종각역까지 가려면 안산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기에
아침에 빨리 일어나서 역으로 나왔습니다. 12월 최고의 한파라던데, 옆구리가 많이 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 빨리 출발했는데, 사당역을 지나고 나서 4호선이 고장나서 10분정도 정차했습니다.
시간이 아슬아슬해집니다.
종각역에 내려서 보신각이 보이길래 한 방 찍었습니다.
강북은 강남과 달리 한국의 옛 맛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좋아합니다.
어쨌든 아침에 지각할 것 같아서 달려서 가보니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청춘을 즐기는 인싸들은 지금 쯤 서로의 품안에서 잠자고 있겠죠. 아님 말구요.
교육은 2일동안 헌법의 총강과 기본권을 간단히 다루고 중간에 헌법재판소를 견학합니다.
교육을 하는 건 좋은데 교육의 목적이 좀 불분명하다고 해야하나?
전공자들이 듣기에는 쉬운내용이고, 초학자들이 듣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거든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재판 이후, 높아진 헌법에 대한 관심을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높이는데
사용하기 위해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는데 차라리 초학자들을 위해 더 간단한 교육을 실시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사로 나오신 분들은 당연히 헌법재판연구원들인데,
똑똑하신 분들이겠지만 전문적인 강사가 아니기에
지식은 많으셔도 초학자들이 이해할만한 적절한 단어들이 아니었습니다.
뜬금없이 초학자들에게 헌법의 일반원칙을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 못하거든요.
이건 머리의 좋고 나쁘고가 아닌 그냥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서 그래요.
오전에 여차저차 헌법에 관련된 일화를 듣고, 오후에는 총강을 잠시 핥았다가
기다리던 헌법재판소 견학을 갑니다. 정문을 통과해서 대강당으로 갑니다.
헌법재판소 홍보동영상을 틀어주는데, 국가기관의 홍보영상이 뭐 있겠습니까?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제4의 권력기관 쏼라쏼라' 자기 PR을 열심히 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정문으로 들어가서 바로 머리를 들면 헌법 제 10조가 적혀있습니다.
헌법의 기본의 일반규정(주: 모든 기본권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 적혀있습니다.
누군가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뭐냐고 물으시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헌법에 적힌 모든 기본권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니깐요.
이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정문에 새겨놓았다고 합니다.
이 때 전공자로써 약간 뽕이 차올라서 사진을 막 찍어댔습니다. 부끄럽네요.
헌법재판소 중앙에 서면 천장이 뚫려있습니다. 공간낭비인 것 같긴 한데,
여기에도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뭐... 있겠죠. 말을 맞추면 뭘 못 만들까요.
헌법재판소 중앙 뚫려잇는 천장 밑에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밑에 그려진 문장들과 하트모양의 수를 합치면 9가 되는데
이건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의 수 9명을 뜻한다고 합니다.
저 멀리 북한산이 보이네요.
옥상으로 올라가보면 서울 강북의 전경이 보입니다.
시원하죠?
주변에 헌법재판소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래요.
왜냐고요?
이 건물이 있거든요.
파란지붕의 이 건물이 주변 건물들의 고도를 제한해서 그래요.
풍경 사진 시원하고 좋네요.
저기 보이는 하얀 건물주변이 옛 안기부 안가입니다.
그 앞의 한옥이 있는데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입니다.
옛날에 윤보선 대통령의 집에서 안기부 건물이 꼴보기 싫다고 큰 나무들을 심어서 가렸는데
그 때마다 안기부 건물도 층수를 올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옥상에서 바라본 헌법재판소의 상징인 백송.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공법도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이 많아서 몇 시간씩 눌러 앉아 책을 보고 싶었는데, 일정을 10분만 줘서 한 번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공부하시는 분도 있어서 안에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송덕수 교수님의 민법교과서도 있군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법학자인데,
이화여대 부총장으로써 정유라 관련돼서 요즘에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대 재판정입니다.
앞에 보이는 의자 9개가 재판관님들이 앉으시는 의자입니다.
중앙은 당연히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고
앉는 순서는 왼쪽 오른쪽 번갈아서 서열 순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서열은 임관 순입니다.
서로 호를 부를 정도로 예의를 차릴정도로 서열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보통 재판의 의견을 낼 때, 서열이 가장 낮은 재판관부터 냅니다.
그 이유는 선배 재판관들이 먼저 의견을 내면 후임 재판관들이 그 의견에 맟춰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관자리 앞 왼쪽은 청구인 오른쪽은 피청구인이나 이해당사자의 자리입니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탄핵재판을 청구한 국회 법사위장은 왼쪽이고,
탄핵사건을 청구 당한(被청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오른쪽에 앉게 됩니다.
재판정에 있는 나무기둥은 전부 백두산 홍송입니다.
1988년 갓 만들어진 헌법재판소는 명칭만 있지 가진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없어서 여기저기 셋방살이도 했습니다.
그러다 재동에 헌법재판소를 짓기로 결정하고 대한민국 법학의 대가(!)들이 여기저기
예산을 타기위해 아는 장관들에게 부탁도 하면서 동분서주 합니다.
그 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친했던 한병채 재판관과
조규광 소장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부탁해 남는 백두산 소나무를 가져다 쓰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형식이 실질을 결정한다고 믿는 입장'에서 멋들어진 헌법재판소를 만들기 위한
전 헌법재판관들의 노력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참 존경스럽습니다.
재판정 천장
증인석
헌법재판소의 상징인 천연기념물 8호 백송입니다.
백송의 껍질은 벗겨져 새로운 살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쌓인 폐단(잘못된 법)을 벗고
새로운 질서(헌법에 맞는)를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중국산입니다 ㅎㅎ 우리나라에 몇 없어요ㅎㅎ
이 장애인주차장 자리는 이름높던 옛 통리기무아문 터입니다.
세월은 참 무상하군요.
떠나면서 정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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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수박 겉핥기로 보여줍니다. ㅎㅎ 저도 2시간 좀 안됐어요. | 18.02.22 13: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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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기 여자애가 기대를 무지막지하게 하고 크고 무거운 카메라까지 메고 왔다가, 일정이 끝나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리면서 개인적으로라도 좀 더 여유롭게 돌아 보면 안 되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 18.02.22 1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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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면 안되는 곳은 안갈테지만 1층과 옥상만 왔다갔다하면 견학을 해도 한게 아니게 되지요 ㅎㅎ. 1층에 역대 헌법재판관들 사진도 걸려있는데 여유롭게 둘러보고 2층도 좀 보고 3층도 좀 보고 그래야 견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꼭 헌법재판소에 취직해서 못 가본 곳도 다시 가보고 싶네요. | 18.02.22 13: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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