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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쓰는 조명의 어떤 성능을 가리키는 말로 연색성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빛을 내는 도구나 장치가 물체를 비출 때에, 그 물체의 색상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을 말합니다.
자세한 과학적 기술적 가르침은 구글 도사나 네이버 선생께 여쭈면 얻을 수 있고(...)
하여튼 이 연색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연색평가수(CRI, Color Rendering Index),
또는 평균 연색평가수(Ra, average of Rendering index)가 높을수록 좋은 성능이라 보면 됩니다.
자 그럼 이게 높으면 뭐가 좋냐...
원점이자 최강의 조명(!)인 자연광, 또는 이것과 완전히 동등한 광원의 Ra를 100이라 보았을 때,
이 Ra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연광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잘 재현하고 있다는 증명이 됩니다.
(▲ 퍼 온 사진들입니다. 아무튼 높으면 좋은 것이라 이해하면 ㅇㅋ)
태양광 색을 덮어놓고 재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지라도(일부러 다른 빛을 고르고 싶은 공간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조명의 연색성 수치가 낮으면 푸르딩딩한 안방에서 호젓하고 싸늘한 시간을 보내게 되거나
모처럼의 식사의 색이 탁해 보여서 식욕에 조금이나마 영향이 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이라도 생활의 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취미인 피규어 촬영에 있어서도 맥락이 같은 얘기입니다.
카메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연광 밑에서 쓸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기계인지라.
요놈들은 인공적인 불빛 아래에서는 곧잘 색상을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조명의 연색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더욱 정신 못차리고 엄청 이상한 빛깔로 풍경을 관측합니다.
(실내에서 뭐 찍을 거면 화이트 밸런스 자동으로 맡기지 말고 수동으로 설정해라,
그레이 카드 써라라는 잔소리가 옛날부터 나와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조명의 연색성능이 구리더라도 그레이 카드나 raw 리터칭으로 대책을 하면
그런대로 완화시킬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합니다마는,
원본의 색상 재현도에 차이가 있는 사진끼리는 최종적인 퀄리티에 아무래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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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여기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서.
피규어 촬영에 있어서 연색성이 우량한 LED 광원과 그렇지 않은 LED 광원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는 LED만 다룰 겁니다.
왜냐하면 시중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광원 중 LED의 연색성능이 특히 구리기 때문이며,
나머지는 대충 아무렇게나 골라도 양호하기 때문입니다.
대전제를 깔고 들어가건데, 시중에서 흔히 보는 LED 조명의 연색성 스펙은 후집니다.
태양과 물리적으로 비슷한 '연소작용' 을 통해 빛을 내고
따라서 빛 스펙트럼의 범위도 태양광과 동등한 연색성능 최강의 백열등(과 할로겐등),
전자를 받은 수은증기 자외선이 형광물질을 때려서 빛을 내므로 왠만해선 Ra 80은 넘는 법인 형광등 상대로는
단조로운 단색 다이오드를 억지 가공해서 흰빛 노란빛을 만드는 LED는 원리적으로 불리합니다.
고급 신기술을 적용해서 이 스펙을 크게 끌어올린 것들도 있지만,
동등한(!) 색성능인 삼파장 형광등이나 연색성 평범한 흔한 LED에 비하면 몇 배는 비싸집니다.
즉 처음부터 할로겐등이나 삼파장 램프를 쓰면 훨씬 적은 돈으로
LED와 동등 이상인 연색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함정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뇌이버에서 검색해 참고한 전문가 분의 글에서도 LED 조명은 비판받고 있더군요.
정작 광원의 미덕인 색감이 구린데 광고가 떠드는 대로 전기세니 수명인지에 낚이는 건 본말전도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굳이 일부러 LED에 관해 다루겠습니다.
저처럼, 더운 여름에 방 안 기온을 더욱 올려주는 형광 램프에 비해 발열이 적다는 점,
피규어에 쬐기 싫은 자외선이 없다는 점을 추구해 일부러 LED 전구를 쓰는 괴짜가 계실지도 모르고,
그까이거 조명에 신경 안 쓴다 해도 유일한 조명인 천장의 방등이 LED인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을 향한 팁인 것입니다.
Ra 값은 99~100이라는 최강이어도
여름에 피규어와 함께 촬영자 두뇌의 단백질까지 뜨겁게 데워 줄 것 같은 할로겐 램프와 백열등
(특히 백열전구는 색온도가 너무 낮아 저녁놀 빛 수준이므로 피규어 조명으로는 논외),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합리적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일부러 다룰 필요가 없는 형광등은
이 글 주제와는 거리가 머니까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제 경우 피규어 촬영에는 절대 쓰지 않는 스트로보도
애시당초 순간적으로 모의 태양광을 낼 것을 기대하며 설계하는 장치이기에
연색값 하나는 Ra 95 이상(!)일 것이니 그 점에 관해서는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_-;
▲ 준비한 것은 도시바 라이텍에서 몇 년 전에 내놓은 LED 키레이이로(キレイ色) 시리즈,
그리고 모 대형마트에서 싼 가격을 무기로 들려 내놓은 묻지마 LED 전구입니다.
▲ 이 키레이이로 시리즈는, 최근에 SNS 상에서 어그로 트윗을 보고 발끈한 제가
새로운 주력 광원으로 쓰기 위해 한 벌씩 들여놓은 것으로,
시판되는 LED 전구 중에서는 최강급인 Ra 90을 자랑한다며 도시바가 으스대는 시리즈입니다.
(▲최근에 촬영한 굿스 製 1/8 레이싱 미쿠 2011 Ver. 에도 이 광원을 썼습니다)
(http://bbs.ruliweb.com/family/242/board/300087/read/30566281?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2177)
실제로도 현실적인 금액의 돈을 내고 Ra값 90을 얻을 수 있는 LED는 파격적이므로
나온 뒤로 그 누구보다도 실내에서 사진 찍는 피규어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제품입니다
(현실적이라고만 했지 싸다고는 안 했습니다. 흔한 것에 비하면 몇 배는 비싸니 주의)
▲ 한 편 이 묻지마 LED는 Ra 값이 75로 알려져 있습니다.
▲ 대형마트에서 현재 판매중인 이 제품의 포장 겉면에는 연색지수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도,
같은 제조사의 동급 스펙 제품에 Ra 75라고 적혀있던 적이 있거든요.
아마 불리한 요소이니 의도적으로 표기하지 않은 것일테죠
(명백한 구라를 치면 사기여도 그냥 잠자코 있을 뿐이라면 사기가 아니라는 메서드).
이걸 만약 크게 개선이라도 했다면 대놓고 크게 적어서 자랑했겠으나
그렇지 않으니 Ra 75인 그대로 혹은 그 이하라 믿고 가겠습니다.
▲ 이 두 전등은 색온도 스펙이 5000k로 동등합니다.
밝기는 아쉽게도 40lm 쯤 차이가 납니다만 오차의 범위이므로 그냥 감행하겠습니다.
▲ 모델은 알터 1/8 사냐를 데려다 놓고 라이팅은 이렇게 세팅했습니다.
제대로 찍는다면 광원을 하나로 때울 생각은 없지만 이건 특수한 경우니까요.
이걸 오로지 광원인 전등알만 바꿔서 두 장씩 찍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그 밖의 세팅은 조명과 피사체 위치, 카메라 설정 그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않고 오로지 전구만 말입니다.
물론 화이트 밸런스도 같은 설정으로 찍을 것이며
기준은 이 글 주제의 설득력을 위해 Ra 90 쪽에 맞춘 것으로 하겠습니다.
▲ 결과입니다...
Oh...
▲ 인간미를 띠는 살색을 보이는 왼쪽과 달리 오른쪽은 피부톤이 누렇게 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체색
다시 강조하건데 전등알은 연색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능이 동일,
카메라 설정과 조명 배치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전구만 바꿔치기 해서 찍은 두 장입니다.
하나만 갖고 퉁치기 뭐하니 피사체를 바꿔서 한번 더 시험해 보죠.
살색이 많은 수영복 피규어로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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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추가한 본문)
아니 아직입니다.
(▲ 가시광선 색부터가 다르잖어 어디서 약을 팔어)
일단 제품 사양 표기를 믿는다면 두 전등알의 색온도는 모두 5000k 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양 쪽의 색상 재현도가 워낙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바람에,
정확하게 실험을 한 저조차 "이 싸구려 전구 진짜 5000k 맞음? 구라 같은데??" 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연색성 사양도 제대로 적어놓지 않을 정도인 최하급 LED 전구이니
색온도 역시 틀려있을 가능성이 만에 하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빛의 색깔부터가 달라 있다면 연색성 어쩌고 하기 이전의 문제입니다...
팁이랍시고 열심히 적은 글이 결과적으로는 악질적 날조글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란 말이죠.
그렇다면 양 쪽 전등알 모두 피사체를 찍기 전에 그레이 카드로 화이트 밸런스를 잡아놓으면 어떨까.
최악의 경우로 색온도가 달라서 조명 빛깔에 근본적 차이가 있더라도,
똑같은 18% 그레이 카드를 기준으로 설정하면 두 사진의 화이트 밸런스는 유사해질 것입니다.
과연 그 상태에서도 색 재현도에 차이가 큰지 보기로 했습니다.
▲ 촬영 전에 ㄴㅣ콘 그레이 카드로 화이트 밸런스를 수동설정 한 뒤 찍었습니다.
음. 이렇게 보면 Ra 75 쪽 색상이 아주 자연스러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른 보아서는 Ra 90 쪽과 극단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네요.
...헉. 이 글 화이트 밸런스 수동 설정의 중요성으로 제목 바꾸는 게 낫지 않나?(...)
▲ 이렇게 자세히 보면 아무래도 차이는 나고 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보정 하에서 보였던 시체색처럼 누렇게 뜬 빛깔까지는 아니더라도,
Ra 75 쪽은 미묘하게 파란색이 돌아서 혈색이 나쁘달까 건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레이 카드로 흰색 균형을 맞추면 크게 양호해지기는 하되, 원본 풍경의 색 재현도에 워낙 차이가 있다보니
신경써서 설정을 한 다음 찍은 결과물에서도 품질 차이는 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보정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우열이 생기는 만큼,
역시 사진 품질을 추구한다면 Ra 값이 너무 저조한 광원은 고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추가 본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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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가 적게 드느니 수명이 기느니 하는 노래를 부르며 소비자를 꼬시는 LED 조명...
저런 광고적 장점을 전부 다 곧이듣는 것은 호갱 짓이지만
최소한 개구라는 아니라 할 때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졌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몇 년 전부터 피규어 촬영에서는 이미 LED 전등밖에 안 쓰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적은 발열과 無 자외선이라는 특성에 낚였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전달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위의 실험결과 사진으로 다 끝나 있습니다.
지난번 팁글처럼 테크니컬한(?) 얘기도 아닙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조명을 고를 때 연색성 스펙까지 놓치지 않고 따지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 좀 더 피규어 사진을 예쁘게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까요 ;(
...솔직히 애초에 이게 완전 노파심 글인 게.
삼ㅅ이나 오ㅅ람, 필ㄹ스 같은 유명 메이커의 것일 경우
제품 경쟁력을 위해 Ra 80 이상의 양호한 연색성을 기본으로 실현시켜 놓은 지 오래입니다.
(▲ 도시바 것을 쓰기 직전까지 썼던 필립스 양산품)
(Ra 80. 개당 몇천원)
(▲ 리뷰에도 멀쩡히 썼었습니다)
만에 하나 LED 조명을 피규어 촬영에 쓰고 있다, 쓸 생각이다 하더라도
Ra 값 10 정도를 위해 피규어 몇 개 값을 때려 붓는다는 건 상당한 괴짜 짓이라 하겠죠
이 여름에 암실에서 할로겐등으로 촬영하는 ㅂㅌ고수들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처음부터 할로겐등이나 삼파장 램프를 쓰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사항이며,
기어이 LED를 쓰더라도 완전 듣보잡 묻지마 싸구려를 쓰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니
참고하셔서 참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
이 글 왜 적었는지 모르겠군요 (@ヮ@
그냥 피규어 촬영할 때엔 LED 쓰지 말고 삼파장 램프를 쓰세요!
기승전형광등! 하하하하!!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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