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소울 시리즈의 주문은 크게 세 가지, 암술을 따로 보면 네 가지가 있죠. 하지만 1편부터 해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건 다시 두 가지로 합쳐질 수가 있습니다. '기적'과 '마술'입니다. 주술은 본래 이자리스의 마녀가 만들어낸 '화염의 마술'이 그 시초이며, 암술은 심연의 영향으로 마술과 주술이 변질되어 탄생한 뒤 이후 기적까지 발전한 형태이죠.(2편까지의 암술 주문은 대부분 다른 카테고리 주문의 속성 어레인지판이었던게 이 설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중 마술은 불의 시대의 근원적인 힘, '소울'을 매개로 한 주문입니다. 이후 갈라져나간 주문들은 각각 '불'과 '인간성'을 매개로 삼게 되었습니다. 반면 기적은 이런 세세한 매커니즘은 알려져있질 않습니다. 다만 주로 벼락 속성을 띄거나, 무속성(포스 시리즈), 혹은 회복 용도라고 알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크 소울의 기적은 일반적인 판타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신성주문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즉, 믿는 신에 따라 그 성향과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이죠. 한번 볼까요?
- 뇌창 시리즈를 위시한 전격계 주문들 : 주신 그윈, 그리고 그 장남인 전신 '이름없는 왕'의 힘
- 회복계 주문 : 태양의 왕녀 그위네비아의 기적('태양의 샘', '태양의 은혜'의 하위호환)
- 암월의 빛의 검 : 암월의 신 그윈돌린
- 생명을 수확하는 낫 : 반룡 프리실라
- 묘왕의 검무 시리즈 : 묘왕 니토
니토의 기적은 잊어버리기 쉽지요. 2편에서부터는 그 존재조차 찾을 수 없었던, 실전되어버린 하나의 신앙이었습니다. 하지만 1편에서 직접 사용해보면 투명한 붉은 색으로, 1편 당시 사용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기적과는 매우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죠. 암월의 검 역시 특유의 보랏빛을 띄었고요. 그나마 3편에서 재등장한 암월의 검과는 달리, 니토는 딱히 세계에 영향을 끼친 것도 없을 뿐더러, 그를 모시는 신앙 자체도 굉장히 은밀한 분위기였던 탓인지(페니토나 밀파니토도 그에게 특정한 임무를 받았을 뿐, 신앙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진 않더군요) 기적 자체가 모두 잊혀져버린 것 같습니다. 3편에서는 생명을 수확하는 낫이 고유색을 가지고 나왔습니다만 이건 굉장히 애매하군요. 신앙의 대상이 프리실라인지, 아니면 그녀를 삼킨 엘드리치인지..... 암술계라고 알고 있긴 한데, 이 기적 자체가 누굴 근원으로 삼는지 제법 궁금합니다.(프리실라로부터 기인했으나 변질된것인가, 아니면 엘드리치가 처음부터 만든것인가...)
아. 참고로 오프닝에서의 그윈이나 3편의 무명왕, 왕들의 화신을 보면 탈리스만 없이 바로 기적을 쓰는 모습이 나오죠. (물론 화신은 주술의 불꽃 없이도 주술 씁니다만.) 니토 역시 손에는 키아란의 단검보다 맹독대미지 낮은 묘왕의 대곡검만을 들고서도 묘왕의 대검무를 날리죠. 1편 당시 최초의 세 왕 중에서는 유일하게 니토만 제정신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꽤 의미심장합니다. 반면 회복주문을 쓰는 그루들은 손에 엉성하게 생긴 주머니(인지 나뭇조각인지)를 들고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드랍테이블에 없는 그루 전용 탈리스만(독안개 쓰는걸 보니 전용전기거나, 아니면 주술 겸용 탈리스만일수도....)을 쓰는 듯 합니다. 아무튼 요는 '기적은 신앙의 대상에게서 힘을 빌려오는 것이며, 따라서 신족들은 촉매 없이 기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걸 알 수 있겠죠. 정석적인 판타지 설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그윈 일족의 대표적인 기적이 '벼락'인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봤는데요... 예전에 제가 '대수'에 대한 프롬뇌를 써본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쩌면 최초의 불꽃은 벼락이 대수에 떨어진 것을 계기로 생겨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이 추측대로라면 최초의 4인은 모두 불꽃의 한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겠네요.
불꽃을 태어나게 한 벼락. 이는 불의 시대를 열고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시작의 왕, 그윈에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렁이는 불규칙성과, 온기를 주는 동시에 화상을 입히는 불의 이중성. 이는 화염의 마술을 만들어냈으나, 결국 불꽃에 먹혀버린 혼돈의 왕 이자리스에게.
언젠가는 꺼져버릴 운명. 이는 죽음의 힘을 다룰 수 있었던 죽은 자의 왕, 니토에게.
빛을 바라보고 그에 익숙해진 눈은 그 빛이 사라졌을때 더 깊은 어둠을 보게 되듯, 어둠을 예고하는 속성. 이는 다크 소울을 찾아낸 망자의 왕, 난쟁이에게.
루리웹 잠긴동안 문득 떠오른 니토의 기적을 시작으로 굴린 프롬뇌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시 재의 묘소로 돌아가지요.
재의 귀인들에게 태양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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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명의 샘 쪽에 로이드 언급되고 있었군요. ...... 호신부 빼고는 로이드 자체를 떠올리질 못하는 바람에 ^^;;;; | 16.07.02 14: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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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설정놀음 자체가 중2병 특효약 아닙니까 하하하! | 16.07.02 20: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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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솔라의 경우에는 그 자신이 태양의 전사로서 '태양'이라는 신앙의 대상이 있었죠.(최후에는 때려쳤습니다만...) 한다리 건너 '태양'이라는 상징으로서 그윈의 힘을 일부 발현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태직으로 발동시키는 전기는 태양의 전사를 위한 '굳은 맹세' 버프와 동일한 점으로 보아 그윈, 혹은 그 검으로 자주 접했던 '태양'(=태양의 전사들이 예를 바치던 무명왕)과 연동이 되었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16.07.02 20: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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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설명에 신앙의 대상이 없어도 그 집착이 힘을 발휘했다고 나와있어서 그렇게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지 | 16.07.02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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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는 특징 없는 롱소드에 지나지 않으나 깃들어 있는 힘은 분명히 태양의 그것이다 이는 편집증에 가까운 믿음의 보상이었던 것인가ㅡ태직 로어입니다. 신의 대상에 대한 언급은 없죠. 편집증 운운은 그만큼 신앙이 강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 16.07.03 11: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