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떤 게임이 더 훌륭하다, ~에 비해서 너무 허접하다 같은 비하 목적을 가지고 쓴 글이 아닙니다.
제 인생게임이라고 손 꼽는 두 게임 중에서 어느 부분이 와닿았고 어느 부분이 아쉬웠다를 비교하자는 의미에서 써보는 글입니다. ㅎㅎ
스카이림 같은 경우에 모드는 스카이림의 꽃이자 모드가 곧 바닐라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기본적인 필수 모드만 설치하고 게임을 즐기니, 스카이림의 모드를 맥시멈으로 꾸민다는 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구매할 때 쓰는 돈은 완성된 게임을 사는 것이니 모드에 투자할 시간과 노력이 별개로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필수 리텍을 제외하곤)
스토리
스카이림은 전설적인 드래곤 알두인의 탄생 배경, 그를 무찌르려는 블레이드단의 역사, 오직 드래곤본만이 용을 완전히 소멸시킨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위쳐보다 장엄하고 스케일이 큰 편이죠. 따라서 주인공이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위쳐의 은검과 포션보다 드래곤본이라는
주인공의 혈통이 훨씬 멋있고 의미있어 보입니다. 두 게임 모두 플레이를 해보신 분이라면 '검이 두 자루라니... 당신은 설마 위쳐?' 보다
'맙소사, 들었어? 그가 용의 언어를 썼어...'를 NPC로부터 처음 들을 때 더 짜릿했을 겁니다. 그리고 다크 브라더 후드 같은 집단의 참신한 이야기 또한
뛰어난 감초 역할을 해주는 스카이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쳐의 스토리는 단조롭고 평범했지만 상당히 재밌는 구조였습니다. 은검을 가진 괴물 사냥꾼이 시리라는 위험에 처한 아이를 쫓는 이야기가 스토리의 절반으로서 꽤나 평범했죠. 그리고 심지어 처음엔 좀 뺑이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스토리 자체를 '시리? 걔가 봤다는데?' -> '아 시리? 알지. 근데 맨입으로?' -> '좋아 이제 알려줄게 ~한테 가봐' ->'야 지금 시리가 중요한 게 아냐 걔있잖아 걔 줫됐어'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죠. 하지만 시리를 찾는 것은 '목표'이지 '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스토리는 조연 캐릭터들의 사연과 주인공과의 이전 관계 이야기였습니다. 조연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개연성 있고 정말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웅장하고 멋진 스토리는 스카이림, 교훈있고 재밌는 스토리는 위쳐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
평면적인 캐릭터를 가진 스카이림에 비해 위쳐의 캐릭터는 정말 입체적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스카이림의 인물들은 까칠한 녀석, 착한 녀석, 나쁜 녀석, 불쌍한 녀석 모두 다 정해져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어떤 대화를 선택해도 NPC는 그 캐릭터성을 밀고 나가며 심정의 변화 또한 없죠. 아주 일방적인 소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쳐의 경우 플레이어의 말에 인물들의 행동과 성격이 새롭게 바뀌죠. 변이 인간인 게롤트에게 공격적으로 나왔던 캐릭터가 시간이 지나면서 위쳐에 대한 인식이 바뀌거나 그 편견에 대해 사과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악당 편이었던 놈도 그 내면의 작은 정의감을 끌어오는 노력을 하면 유도했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바뀌면서 스토리의 진행 또한 바뀝니다. 악당도 사연이 있다 이런 부분은 세계관에서 다소 밋밋한 위쳐라는 설정을 커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게임 시스템
가장 큰 차이점이 스카이림은 주인공이 말하지 않고 위쳐3는 말한다가 되겠습니다. 게롤트가 말할 수 있고 (목소리 또한 멋지더군요), 제가 말한 그 선택지들이 영향력이 있다보니 마치 정말 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느낄 정도로 몰입도가 강했습니다. 스카이림을 플레이하고 나서는 잘 못 느꼈는데 위쳐를 플레이하고는 여운이 상당히 오래갔습니다. 판타지 세계인데 그렇게나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시스템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쳐의 에니메이션 시스템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카이림은 정말 중요한 순간 말고는 에니메이션 씬이 없는데(심지어 있는 것도 좀 많이 엉성합니다.) 위쳐는 조금이라도 중요한 퀘스트들은 모두 에니메이션으로 생동감있게 진행하니 정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에니메이션 씬이 스토리를 더 완벽하게 꾸며줬죠.
히로인 시스템도 신의 한수네요. 히로인의 중요도가 위쳐보다 덜한 스카이림에서는 상당히 외로웠습니다. 화이트런의 이솔다 밖에 의지할 수 없었죠. 하지만 위쳐는...
트리스로 요약 가능한 부분이네요. 게임이든 인생이든 어떻게 사랑이 빠질 수 있습니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위쳐3에 결혼 시스템을 안 넣은 건 상당히 잘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프리실라 씬에서 이별의 슬픔을 애절하고 사무치게 잘 표현했죠. 이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사랑이라는 요소가 꼭 들어가야하는 건 맞지만 그 사랑이 무조건 이루어져서 결말을 맺는다는 건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저는 트리스 루트라 이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 갑자기 첫사랑 생각나서 오바했네요; ㅈㅅ
스킬과 전투
사실 위쳐의 제대로된 스킬은 표식과 검술입니다. (연금, 석궁, 폭탄은 사실... 이거 너무하잖아요..?) 그에 비해 스카이림은 전투 방식에서 더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검술, 궁술, 마법, 은신술 (조심조심 기어가서 은신 상태에서 날리는 치명타가 상당히 짜릿하죠) 등 전투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스킬들이 상당히 많았고 전투를 제외한 상황에서도 잠금 해제, 소매치기가 또다른 재미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전투에서의 타격감은 위쳐가 훨씬 좋았던 것 같네요.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데 제 생각엔
스킬의 재미는 스카이림이, 전투는 위쳐가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동의? 어 보겸
그래픽
스카이림은 추운 설원의 배경과 웅장한 풍경이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은(은하수 모드) 말할 것도 없구요. 스카이림의 그래픽 특징으로는 장엄한 풍경의 묘사,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실적이고 선명한 묘사가 되겠네요. 물론 중세 시대에 얼굴로는 여자 남자 구분이 잘 안된다는 고증을 잘 반영한 것 같습니다. 엘더6에서는 성별 구분이 가능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스카이림의 그래픽이 2011년작이라는 걸 감안하지 않아도 정말 훌륭합니다. 여기에 리텍 모드가 들어가면... 위쳐를 넘어설 수 있겠죠.
반면에 위쳐의 그래픽은 상당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움에 기반한 그래픽이었습니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배경 또한 아침, 해질녘, 저녁, 훌륭하게 표현했고 폭풍우나 눈 오는 날씨 또한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한 것들을 보면서 '아... 심즈 기능 있었으면 개꿀이겠다. 여기서 살고 싶네' 계속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튼 저는 위쳐의 그래픽이 훨씬 좋았습니다. 캐릭터도 그렇고 풍경도 그렇고 더 아름다웠네요. 하지만 위쳐의 동굴은 좀 밝게 꾸몄으면 싶네요.. 고양이 포션을 먹어야 돼서 많이 귀찮았어요.. 동굴 그래픽은 스카이림이 더 분위기 있고 좋았습니다.
BGM
사실 메인 브금은 스카이림이 낫죠... 아직까지도 리메이크되고 패러디로 쓰이는 명곡들이 워낙 많습니다. 그리고 그 웅장한 스토리에 맞게 브금 자체도 굉장히 위엄있고 전율을 일으키죠. 전투, 필드에서의 브금은 스카이림을 이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위쳐는 마을, 연애에서 굉장히 훌륭하죠. 술에 꼴은 취객이 토하는 소리, 구석에서 우는 소리, 가래침 뱉는 소리 등 참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습니다. 연애할 때 나오는 그 달달한 하프(맞나?) 브금은 잊을 수가 없네요.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분발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
-> 두 게임 다 훌륭하지만 스카이림이 동시대에 나왔다면 어땠을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쳐가 더 재밌었습니다. (여운이 너무 심해서 좀 슬픈데 ㅠㅜ)
아 그리고 위쳐는 좀 포션이나 기름 종류 좀 간소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름의 종류가 너무 많아요. 차라리 제작 단계를 늘리고 효과나 종류를 3, 4가지로 줄였으면 좋겠어요. 너무 복잡해요.
포션이 위쳐의 상징인 건 알겠는데 전투 효과를 너무 포션에 때려박은 느낌이네요. 음식에 좀 분배좀.. (맛있게 생겼는데 쓸모가 없으니까 영...)
아!!!! 촛불에 상호작용 좀 껐으면 좋겠네요 루팅할 때마다 자꾸 뜬금없이 촛불 끄는 거 개빡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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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추천박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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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제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 17.11.30 19: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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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굉장히 공감합니다. 스카이림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길드도 있고 그런 길드 내에서도 스토리가 알차긴 하지만 기승전결이 꽤나 비슷하더라구요... 의심과 배심이 대부분의 소재라서 좀 진부하긴 했습니다 ㅎㅎ 반면에 위쳐3는 메인이든 서브든 선택에 따라 정말 결과가 확바뀌어서 매 퀘스트마다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 작품엔 캐릭터 성장 부분에서 RPG 요소를 좀 더 개선시켜주면 좋겠네요. ㅋㅋ | 17.11.30 20: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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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성장 관련은 구색만 맞춘게 맞죠 일부러 제작의도가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게롤트는 완성된 전사이기 때문에 성장성 관련해서는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제작자 인터뷰가 있었죠. 소설원작도 있는 캐릭터이고 세계관에서 손꼽히는 검사이자 위쳐니까... | 17.12.04 09: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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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프리실라 노래 정말 인정합니다. 그러고보니 스카이림 여관에서 바드들이 부르는 노래들도 상당히 퀄리티 있었네요 ㅎ | 17.12.01 0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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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헷 | 17.12.01 0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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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게임을 즐길 줄 아시는 분이군요. 굳이 제작사가 정해준 스토리 루트를 따라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게 스카이림 장점 중 하나죠 ㅎㅎ | 17.12.01 13: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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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전 시리즈까지 해보셨으면 두 게임에 대해 애정이 남다르시겠군요 ㅎㅎ 나중에 시간나면 모드 깔아서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브금도 참 공감되네요 | 17.12.02 1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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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17.12.04 2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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