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이 1기와 2기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 적으려는 내용은 '럽라팬'의 관점 보다는 '애니팬'의 관점으로
다소 비판적으로 적어 보려고 합니다.
러브라이브 애니는
http://bbs.ruliweb.com/family/211/board/300015/read/2145915
보시다시피, 이 컨텐츠의 애니들은 어떻게 나와도 매상이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애니입니다.
뮤즈 시절보다 화력이 약간 떨어졌다고 평가받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은 저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자꾸 우려할 점이 생기는데,
그건 '어짜피 흥행이 보장된 애니라서', 그걸 통해서 애니 자체의 재미를 넣을 자리에
자꾸 외적인 부가 요소를 이것 저것 넣는다는 점입니다.
그게 이번 선샤인 2기에서 특히 더 많이 보입니다.
지역 상가
레일 있는 귤 농장
우치우라 바다 동물 스테이지
하코다테 전통 찻집
하코다테 명물 고쿄가쿠 타워
하코다테 하치만자카 거리
누마즈 철물점
럽라 선샤인의 1기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2기에서는 이제 이게 눈에 확 띌 정도로 많이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충분히 애니 기획에서 어떻게 해서든 '지역의 유명 문물을 집어 넣는다'를 고정시키고
거기에 맞춰 애니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죠.
매 화 애니가 나오자마자, 누마즈나 하코다테 각 지역과 연계 마케팅을 벌리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발생하는 문제가 뭘까요.
바로, '애니 본래 흐름을 진행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뮤즈 시절에는 러브라이브라는 행사가 더 부각되었는 데 반해서,
아쿠아로 와서는 모교라는 공간이 더 부각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각각 메인으로 두고,
뮤즈 시절에는 캐릭터간의 꽁냥거리는 에피소드들을 많이 집어넣었죠.
그리고 캐릭터성을 더 강화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를테면, 멤버가 다 모이고 나서 기준으로도
코토리의 캐릭터를 위하여 1기 9화를 통째로 썼고
린이라는 캐릭터를 위하여 2기 6화를 통째로 썼습니다.
니코라는 캐릭터를 위해서 2기 4화를 만들죠.
그 외 다들 이야기 메인 흐름과 떨어져서 번외적인 이야기는 받아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우미와 하나요가 단독 에피로 캐릭터성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그걸 인지했는 지 우미와 하나요와 호노카의 다이어트 에피소드로 퉁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걸로는 부족한 느낌이죠.
(그래서 그런지 애니에서 단독 센터가 없는 건 둘이 유일합니다.)
아쿠아 역시 메인으로 둔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사이에 캐릭터를 말하는 에피를 넣으려고 하는데...
이미 많은 러닝 타임이 소모되어서, 캐릭터 강화하려는 에피는 다소 축소됩니다.
아쿠아에서는 멤버가 다 모인 이후로
요우는 1기 11화에서,
리코는 1기 10화를 통해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이아는 2기 4화,
요시코는 리코와 함께 2기 5화,
루비는 2기 8,9화를 각각 할당 받았는데,
하나마루와 카난과 마리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떨어져 단독 이야기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루비 에피도 사실은, 세인트 스노우와 함께 이야기 본 흐름을 탄 메인 이야기지
따로 번외 적인 성격을 할당 받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카난을 떠올리면, 1기에서 마리와 함께 과거를 가지고 드라마를 찍는 장면이 생각나지만,
카난 개인의 생활이 어떤지 떠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킨 스쿠버 가게를 도울까?' '왜 유급했을까?' '덤블링의 고수 같은데 실제로 그럴까?'
등등 온갖 의문들이 생기죠.
즉, 애니에서 카난이라고 하는 캐릭터를 잘 묘사했는 지는 의문이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보면 3번째 싱글 앨범의 PV가 카난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이미지화 하기에 더 좋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세인트 스노우 2인까지, 이 애니가 다루어야할 캐릭터들이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인트 스노우의 합류는 좋게 평가합니다. 이야기가 더 풍부하게 외부로 뻗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 애니가 각종 장면에서 사건과 장면을 두고 배치할 시간이 줄어들고,
그래서 나오는 전개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다소 '쉬운 길'을 갑니다.
그 쉬운 길이란 바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직설적으로 대놓고 말하는' 묘사 입니다.
쥿키가 그렇게 능력없는 각본가까지는 아닙니다.
그가 맡은 '울려라 유포니엄'같은 경우에는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장면 연출과 어울려서 제법 수준 높게 묘사해낸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러브라이브에서는 유독 심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떤 인물이 연습 많이 했다는 걸 묘사할 때
그 인물의 턱에 고인 땀방울을 살짝 클로즈 업 해주는 묘사가 있고
반면에 그 인물의 멘토가 앞으로 걸어나와서 '너는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묘사가 있습니다.
물론 어떤 묘사가 더 적절한 지는 케바케이긴 해도,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전자가 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량을 담을 수 있고
또한 연출의 다채로움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연출입니다.
후자는 꼭 소위 말하는 '설명충'이 주연에게 붙어 다니면서 쉴새없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2기 1화를 보세요.
상황은 폐교 저지를 위한 마리의 노력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치카에게 납득 시켜야 하는 장면인데
3학년들이 차례차례 벽에서 나와서 주절주절 그걸 직설적으로 말로 설명해 줍니다.
2기 7화의 장면입니다.
폐교는 결정되고, 아쿠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얼 할 수 있으며, 어떤 의미인가?'라는 중대한 핵심 질문이
던져진 상황에서 갈등을 3학년들의 입을 빌려서
차례차례 끝말잇기 놀이라도 하듯이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도나 상황을 이용해서 답을 낸다는 연출이 이 다음 장면에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우라노호시 동급생들이 모여서 외쳐준다'는 전개가 나와서 어느 정도 보완은 합니다만,
그 전에 그 해결해야할 문제를 직면해서 혼란스러워 하는상황 자체는 이런 식의 전개였죠)
어떤 인물이 이 점을 놓고 갈등하다가 결국 답을 낸다는 전개도 아니고,
무언가 다른데서 비유적인 힌트를 얻거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힌트를 얻거나 하는 것도 아니며,
함축적인 장면 구도를 내 놓은 것도 아닙니다.
상징성 짙은 소재를 사용하여서 고민점을 은유한 것도 아닙니다.
마치 뮤지컬 무대에서 배우들이 모여서 대사를 주고 받는 것 같습니다.
공간적인 제약이 있는 뮤지컬에서 그럴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자본적인 제약만 있는 애니에서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데,
이 애니에서는 그게 갇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점이 뭐냐면,
의도치 않게 몇몇 인물들이 소위 말하는 '설명충'이 되어서 화자를 따라다니면서
구구절절 상태를 정리해 주거나 힌트를 주거나 상황의 깊이를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자꾸 이 애니에서 '뭔가 깨달았다.'이런 장면들이 늘어나고
'이 애니, 자꾸 우리에게 뭔가 교훈을 줄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또한 시청자들이 보고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나마루가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 스토리 상에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면,
시청자들은 여러 지나가는 장면과 연출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열 수 있습니다만,
루비가 '원래 몸이 약해서 하나마루는 적극적이지 못하게 되었어'라고 말해버리면
거기서 해석의 요소나 상상력의 발휘는 전부 탁 잘려져 나가게 됩니다.
이런 단점 요소들이 비교적 덜하고,
2기와 대조적으로 인물들 간의 갈등과 서사가 맞물리다가
결정적인 타이밍에 음악과 장면 회상을 곁들여서 잘 결론 지은...
그래서 제법 잘 만들었다고 평가받던 1기에서도 사실 조짐은 있었습니다.
잘 서사해 나가다가 바로 이런 설명충과 교훈주기의 함정에 빠진 화가 있었죠.
뮤즈를 우상화 하는 것을 극복해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 자체는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오토노키자카 앞에서 한 '지나가는 학생'의 설명으로 해결보고
바닷가에서 또 이리저리 자신들이 받은 느낌을 설명하는 반성회를 열고
'그래, 바로 이거였어'하면서 결론을 내리죠.
그랬던 1기보다 2기 와서는 그런 장면이 훨씬 더 늘었습니다.
반면에 지역 명물 소개 장면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러브라이브 팬은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긍정하기 위해서 애니를 보지,
여기서 무슨 삶의 철학을 얻으려고 애니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긴 글의 결론을 지어보면 이러합니다.
1. 지역 소개등의 애니 외적인 요소를 많이 집어 넣다보니 정작 캐릭터 매력 소개나 이야기 전개에 사용될 애니적인 자원이 부족해졌다.
2. 그 점을 메꾸기 위해서 사건과 정서 묘사에서 애니적인 연출보다는 직설적인 대사를 더 선호하여 메꾸게 되었다.
3. 그러다 보니 애니에서 교훈을 줄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 자꾸 '설명충들'이 보이게 된다.
4. 이는 애니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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