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 SS에 들어가기에 앞서
유닛 AZALEA의 문학소녀, 사투리가 귀여운 Aqours의 막내
쿠니키다 하나마루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성가대 소속이지만 집안은 절인,
시도때도 없이 먹방을 찍는,
친구의 꿈을 응원하고 또 자신도 운동을 못하는 약점을 극복해나가며 스쿨아이돌에의 꿈을 함께 쫓아나가는 하나마루쨩
그런 하나마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늘부터 연속으로 중학교 시절의 하나마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SS를 올립니다
제목은 하나마루의 퍼스널 컬러인 노란색과
꽃말에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영원한 우정'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란꽃 '프리지아'에서 따왔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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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지아 (1)
- 프리지아 (2)
- 프리지아 (3)
- 프리지아 (4) -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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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춤추듯 내려오는 먼지.
커텐너머로 스며드는 저녁노을.
등에 비치는 따스한 기운에 약간의 나른함을 느끼며 마루는 책장을 정리하는 중이었습니다.
책들이 반듯하게 늘어서 있는 책장 속 책을 한 권씩 빼서 다시 천천히 끼워나가면서요.
이미 정렬이 끝난 책장을 왜 굳이 정리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마루의 일과이기 때문입니다. 마루는 우라노호시의 도서위원이거든요.
그러나 도서위원의 일과라고는해도 단지 의무감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장을 정리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책의 제목을 읽어나가는 건 마루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 그런 말은 좀 더 재미있는 활동에 붙여야 하지 않나요? 예를 들면 쇼핑이나 영화감상 같은? 하고 또 물으신다면 설명이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제목을 읽었을 때 어떠한 세계가 페이지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마루는 꽤나 즐겁습니다.
제목만으로 책의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목과 띠지가 주는 실마리가 저자의 머릿 속을 슬쩍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복잡해서 혼란스러운 책장보다는 알기 쉽도록 깔끔하게 정돈된 편이 책을 꺼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는 이유도 있구요.
그래서 마루는 도서위원을 맡고 있는 학교는 물론, 할아버님의 책들이 가득한 마루의 집에서도 줄곧 책장을 정리하곤 한답니다.
이렇게 어느덧 매일의 규칙이 되어버린 책장정리지만, 사실 막 하고 있었던 정리는 평소와 조금 다릅니다.
지금 하고 있는 건, 보물찾기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겠네요.
마루는 현재, 방 안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마루가 무척 아낀다는 점만은 분명한 책입니다.
찾고 있는 책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번째 책장을 끝내고 다시 두번째 책장의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오던 마루의 눈길이 바지런히 쌓여 있는 책들 중 하나에 꽂혔습니다.
마침 눈높이에 위치해 있어서 눈에 띄었던 그 책은, 한 눈에 보기에도 낡고 닳은 표지가 인상적인, 아주 얇은 책이었습니다.
손을 뻗어 꺼내들자 붓글씨로 제목이 써 있는, 상당히 표지의 마모가 진행된 책이 나타납니다.
살짝 열린 책의 속페이지들로부터는 향내도 풍겨왔습니다. 얼핏 보면 어느 쪽도 세련된 부분은 없어서, 사람들의 손에 쉽게 잡히지 않을 겉보기였습니다.
표지 뿐만 아니라 책의 두께도 학생들이 쓰는 공책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식적으로 출판된 책조차 아닌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귀여운 핑크색 꽃모양의 테이프로 갈라진 부분을 이어붙이거나 떨어진 부분을 정성스럽게 장식해놓은 종이커버가, 그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임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낌을 받는 책이라면, 역시 베스트 셀러거나 추천서적의 종류 중 하나겠지요. 아니면 특정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상당히 얇은 책이라서 단순히 누군가의 공책일 가능성도 있지만요.
겉에 남겨져 있는 글자만으로는 더 이상 저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도, 다행히 마루는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책.
표지를 뒤로하고 첫페이지를 넘겨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죄송합니다'라고 시작하는 문장이 익숙한 이 책이 바로 마루가 찾던 책입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말로 또 어떤 기도로 어느 분께 먼저 용서를 구해야할지 몰라서 여기에 씁니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신께 용서를 구하면서까지라도 해야겠다고 이미 결정했습니다.
친구의 손을 빌렸지만, 그래도 제게는 지금이 처음으로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게 써내려간 글자와 유명한 빌둥스로만에서 가져온 듯한 구절.
작년 한 해동안 매일 어떤 중학생의 소녀가 작성했던 이 책은.
마루의 일기장입니다.
프리지아
1년 전.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곳에 왔으니 이걸 기회로 자신의 캐릭터를 바꿔보자고 마음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운동을 못하고 자꾸만 사투리를 쓰게 되버리는 그동안의 자신이 싫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맞겠지만, 그보다는 감명 깊게 읽었던 빌둥스로만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루의 인생이 한 권의 책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기를 적극적으로 쓰게 된 것도 그 무렵부터이니까요.
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루는 등장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 몰입하게 되었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방황하며 싸우는 사람.
주변 인물과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운명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사람으로
책은 주인공이 성장을 이뤄내는 모습으로 결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루는 알게되었습니다.
인생. 그 안에서 사람은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마루도 스스로 자신을 부수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깨닫는 것과 실현하는 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커서,
마루의 앞에 놓인 현실들은 마루가 홀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워 보여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껏 그랬듯 다시 또 다른 책들 속으로 파고 들고 있었습니다. 마루가 살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삶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책을 읽는 것은 오히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간접경험이 되죠.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마루의 대부분은, 책에서 받은 반짝거리는 도움들로 이루어져 있는 걸요.
그저.
지가 하고 싶은 말은 그저.
그저 그렇게 지금에 이르렀다는 거에요.
마루의 껍질을 깨는 일을 줄곧 미루어 오면서.
언젠가 읽었던 책 속의 어린 주인공처럼, 마루만의 일기장에서 홀로 방황하면서.
'띵동땡동'
「오늘의 HR은 여기까지. 다들 너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지말고.」
「「「네~」」」
「그럼, 위원장?」
「차렷!...경례!」
「「「감사합니다~」」」
소심하게 책 뒤로 숨어왔던 1년의 시간.
정말로 중요한 일은 미루어 왔던 날들을 일기를 통해서 끊임없이 곱씹는 것을 제외하면, 1년이 다 지나갔음을 깨닫는 것은 3학기의 마지막을 몸으로 느낄 때입니다.
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말 그대로, 교실 안으로 꽃잎이 기분 좋게 날아들어오는 걸 발견하거나 따스한 봄바람이 손등에 닿을 때,
수업이 끝난 학생들의 상쾌한 목소리가 보다 높게 울려퍼질 때,
반장이 경례를 마침과 동시에 꾸밈없는 미소의 소녀들이 2월부터 책상 속에 고이 간직해둔 쵸코렛을 음미할 때이죠.
안쪽으로 오목하게 패인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오른 중학교의 교실 속, 한참 떠들썩하게 얘기꽃을 피우는 친구들을 보며 집에 갈 채비를 하던 마루는 시간이 참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마루쨩? 하교할 준비 됐어?」
「...」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는 지표에는, 눈 앞에 루비쨩처럼 바로 보이는 변화도 있습니다.
3년 간의 성장을 고려하여 구매했다던 다소 긴 소매의 교복이 어느새 매우 잘 어울리는 마루의 친구, 루비쨩.
고등부와 붙어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게 조금은 겁이 난다던 그 루비쨩이 이렇게나 활기차게 웃고 있는 걸 보면, 과연 1년은 착실하게 흘러갔구나 하는 걸 깨닫습니다.
「마루쨩? 공책 떨어뜨렸어. 루비가 주워줄게.」
「...」
「하나마루쨩?」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루의 책상 바로 위에 루비쨩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마루는 으와와 하고 뒤로 물러납니다. 마루의 표정이 제법 우스웠는지 루비쨩은 연신 키득댔습니다.
「루비쨩도 참. 사람을 놀리면 안돼유.」
「미안미안.」
아무래도 타인의 1년 동안의 변화를 읽는데에 몰입하여, 루비쨩을 유심히 관찰하던 마루의 손에서 가방에 넣으려던 공책이 빠져나가버린 모양이네요.
본래 몸을 사용하는 일에 자신이 없는 저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 방해도 없는 곳에서 공책을 흘리다니.
필시 봄바람이 머리를 멍하게 했기 때문이야 하고 애꿎은 봄의 요정 탓을 해봅니다.
「마루쨩은 의외로 표지에 크게 이름을 쓰는 타입이네?」
마루가 마음 속으로 봄바람에게 불평을 하고 있는 사이, 루비쨩은 몸을 숙여 주운 공책을 건네줍니다.
루비쨩이 주운 것은 마루의 일기장이었습니다.
「할아버님이.」
「할아버님?」
「이름에는 힘이 있으니 소지품에는 크게 소유자의 이름을 써붙여야한다고 하셨거든유.」
대답을 하며 마루는 일기장을 건네받았습니다.
쿠니키다 하나마루라고 붓글씨로 써져있는 이름을 보던 루비쨩은 과연, 그렇구나하고 끄덕입니다.
「루비는 자주 공책같은 물건을 잊어버려. 그게 중학교 들어오면서 언니랑 함께 산 거라서, 언니의 것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랑 섞여서 혼나기도 하구.」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잊지말고 커다랗게 이름을 쓰는 거에유.」
「응. 하나마루쨩을 본받아야겠네.」
「언니분께서도 칭찬해주실거구만유.」
루비쨩이 '후훗'하고 웃으며 잠시 마루의 책상에 올려놓은 자신의 가방을 손에 쥡니다. 마루도 가방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일기장을 마지막으로 책상을 전부 정리하고 일어났습니다.
함께 뒷문을 향해 걸어가는 사이, 루비쨩은 마루의 손글씨가 언니 것처럼 정말 예쁘다고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언니'는 루비쨩에게 있어서 '최고'를 나타내는 다른 단어였기에, 서슴없이 해주는 칭찬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어서 마루는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건 루비쨩의 칭찬이 간질간질해서 부끄러움을 숨기려다 나온 억지 웃음이 아니라, 루비쨩의 존재 덕분에 지어지는 행복의 웃음이었습니다.
마루에게 있어서 루비쨩은, 1년의 시간이 단지 고민 속에서 계속되는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반박하는, 살아있는 증거였으니까요.
「..다행이어유.」
「응? 뭐라고 했어, 하나마루쨩?」
「아, 아무 것도 아니어유.」
그러니까 마루는 앞으로도 루비쨩과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루비쨩이라면, 앞으로 선택해야할 마루만의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이해자가 되어줄거라고 멋대로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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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끝을 내지는 못했는데, 충분히 시간 녹여서 잘 마무리해서 들고 오겠습니다 | 18.03.05 00: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