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네와 티오나가 동행한 벨 일행은, 던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단 몇시간 후, 벨 일행은 던전 12계층에 도착했다.
현재 장소는 마른나무가 서있는 넓은 공간.
넓은 공간의 중앙부근에는 안개 속에서 여러개의 그림자가—— 오크와 하드 아머드, 임프
가 나타나 벨 일행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위 따윈 순식간에 뚫렸다.
제1급 모험자에 의해.
“간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합과 함께 티오나가 뛰었다.
눈을 의심할 만한 크기와 질량을 자랑하는 전용장비, 대쌍인(大雙刃).
특별주문한 무기를 두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며 질주해, 오크를 향해 내지른다.
“우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열백의 기합소리와 함께 힘껏 휘둘러진 거대한 아다만타이트의 칼날이 일섬을 그린다.
그와 동시, 오크 무리는 순식간에 갈라져버린다.
초중량이기에 가능한 초위력.
그 누구도 장비하지 못하는 굵은 손잡이로 연결된 두 자루의 거검.
수많은 무기들 중에서도 초대형으로 분류되는 티오나의 무기는 위력도 엄청났다.
지극히 넓고 두꺼운 검신은 몬스터의 단단한 피부를 무시하듯, 가녀린 몸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한 괴력을 발휘하며, 원을 그리는 움직임으로 마치 춤을 추듯, 숭덩숭덩 잘라내 몸을 절단해버린다.
느려터진 오크 따위는 반응도 못한 채 온몸이 분단되어 간다.
한편, 바로 옆에서 자리를 잡은 티오네는 이따금 투척 나이프로 지원하는 동시, 몬스터를 도륙해간다.
긴 흑발을 나부끼며 쿠쿠리 나이프 한자루를 투척하고, 또하나의 쿠쿠리 나이프를 휘두르며, 순식간에 몬스터를 해체해버렸다.
조용한 표정 속에서 이따금 사나운 전의를 드러내며 살짝 입가를 틀어 올리는 그녀는 쿠쿠리 나이프를 휘두르며 요란하게 춤을 추었다.
“강하군요…….”
“혼자서 저만큼의 몬스터를…….”
“역시 제1급 모험자는 달라도 다르군…….”
시선 앞, 전방의 광경을 보게 된 미코토, 릴리, 벨프는 서로 하는 말은 달라도 충격을 공유했다.
잔상을 남길 정도로 고속으로 휘둘러지는 참격, 땀으로 옅게 물들어 가는 갈색의 피부, 난폭하게 보이면서도 어딘가 기품이 느껴지는 움직임.
벨을 비롯한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출발한 뒤부터 약 3시간 후, 순식간에 12계층으로 발을 디뎠다.
계층의 진행 속도는 릴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이 진격 속도는 전적으로 제1급 모험자—— 히류테 자매의 활약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약한 상층 몬스터라지만 혼자서 어태커쪽 역할을 한 티오나.
그런 그녀와 완벽한 연대를 이루어낸 티오네.
벨 일행들과 경지와는 멀리 동떨어진, 최강 파벌 소속의 모험자—— Lv.6으로서의 실력.
다른 사람이 나올 필요도 없이 전방의 몬스터는 그녀들이 격퇴해갔다.
몬스터의 흉포한 노성이 곧바로 비명소리로 바뀐다.
날카로운 바람 가르는 소리에 뒤따르는 것은 단발마의 연속이었다.
“——여러분, 이쪽에도 오고 있어요”
후방에서 자리잡은 릴리의 목소리가 파티 사이에 울렸다.
말하면서도 자세를 바로 잡는 그녀에게 늦지 않게 각각 무기를 드는 벨 일행.
통로의 어둠 안쪽에 떠오르는 번쩍번쩍 빛나는 무수한 눈빛이다.
다가오는 격한 발소리에 벨프와 벨이 앞쪽으로 나섰다.
“선공은 맡길게!”
“응!”
“벨 님. 아시겠지만……”
“응, 괜찮아. 절대 방심하지 않을게.”
“릴리공, 제 옆으로!”
“네, 부탁할게요 미코토 님!”
각자 무기를 들고 대열을 갖추었다.
그리고 준비가 되자 벨은—— 대열에서 뛰쳐나갔다.
“———하아아!”
백발의 소년이 돌격한다.
마치 번개처럼, 산토끼처럼.
“끼이익!?”
“케엑!!”
초원을 질주해 오른손에 칠흑의 나이프, 왼손에 붉은색 단도를 든 소년은 Lv.3라는 초월한 속도로 기선을 제압하며 고속으로 베어갔다.
베여 쓰러진 임프의 시체가 초원 위로 나뒹굴었다.
그 다음으로 벨프의 대도(大刀)가—— 철퇴와 같은 대참격이 오크를 박살내버린다.
일섬은 커다란 몸집의 괴물을 베어갈랐다.
“릴리공, 창을!”
바로 앞에서 전투를 하고 있는 벨과 벨프의 뒤를 이어, 미코토가 흑발을 나부꼈다.
곧바로 릴리의 가방에서 꺼내진 것은 앞쪽에 날붙이가 날려있는 단검길의 정도의 금속봉(스틱)이었다.
서포터가 던져서 준 그것을 힘차게 가로로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게 뻗어나와서 2미터를 넘는 길쭉한 무기로 변했다.
신축성이 있는 은창(실버 랜스).
타케미 카즈치의 권속이었던 미코토는 중위(中衛)용 무장을 어렵지 않게 사용했고, 전위의 두 사람을 원호했다.
계속해서 쏘아진 찌르기가 하드 아머드의 급소를 정확하게 꿰뚫고, 잿더미로 바뀌었다.
“헤에…… 잘하네.”
전투를 하면서 티오네는 벨 일행의 전투를 눈 여겨 보았다.
[아폴론 파밀리아]와의 결전 때도 느꼈지만,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굉장히 연대가 잘되어있었다.
한 발짝 물러난 파룸 소녀가 적절하게 지시하며 움직임이 겹치지 않도록 그들의 중개를 잘 맡아줬고, 극동의 소녀가 절묘한 원호로 선공하고 있는 백발의 소년과 붉은 머리의 청년을 도와주고 있었다.
비록 소수이지만 파티로서의 전력은 틀림없이 높을지 모르겠다, 라고 티오네는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놀라운 건 저 아이네. 이제 Lv.3이 되었을 뿐일 텐데, 어떻게 된 [민첩]인지…….”
“그치그치 티오네~! 아르고노트 군, 굉장하지~~!!”
벨의 [민첩]에 티오네가 기막혀 하자 티오나가 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티오네에게 말했다.
“에헤헤, 아이즈랑 내가 도운 보람이 있었지” 라고 말하며 웃음을 짓는 티오나.
그런 여동생이 이제는 반응하기도 귀찮은지 티오네는 “바보……” 라고 말한다.
그때,
“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머 아머드가 티오나와 티오네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 커다란 고목 근처에서 쿵 소리가 들리더니 실버백 한 마리가 지면에 착지했다.
“거봐, 시끄럽게 구니까 자꾸 나타나잖아 바보 티오나.”
“뭐~ 별로 상관없잖아.”
“대충 때려눕히자구.” 라고 티오나가 티오네에게 말하려는 다음 순간.
“──커걱?!”
“에?!”
엄청난 기세로 질주해온 벨이 하드 아머드에게 측면공격을 가했다.
그야말로 투창과도 같은 강렬한 날아차기가 몬스터의 옆얼굴에 꽂혀졌고, 머리가 이상한 각도로 구부러진 하드 아머드는 옆에 있던 실버백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티오나와 티오네가 뻣뻣이 굳어버린 가운데, 벨은 몬스터에게 오른팔을 내밀었다.
“[파이어볼트]——!!”
염뢰(炎雷)가 울부짖었다.
더 빠르고 더 굵어진 다홍색 화염은 하드 아머드와 실버백을 동시에 꿰뚫었다.
작렬.
폭풍이 발생하는 가운데 통구이가 된 까만 덩어리가 금방 모습을 나타냈고, 침묵했다.
그 직후 두 마리의 몬스터는, 몸의 일부가 재로 변하더니, 바람에 실려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몬스터가 섬멸된 장소는 이제 정적만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