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0.0
1. 디지털 월드(이하 DW)와 디지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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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이 ‘창조’가 아닌 ‘발견’된 생물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디지몬은 인간의 전자기술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발생한 종이다. 그들의 생명신호를 포착한 최초의 관측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져있지 않으나, 적어도 그가 디지몬들이 안정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장본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예를 들어 ‘파일 섬’의 ‘무겐 마운틴’은, 그가 모니터 상의 평면으로 온 생태계를 조명하고 있다는 희열에서 이름지어진 곳으로 여겨진다. 모니터가 섬의 평면을 비추는 광경이 필경 그에게는 가장 높은 산에서 세계를 지켜보고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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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이 ‘디지털 몬스터’라 이름붙여진 이유는 디지털 신호를 통해 그들의 차원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일 뿐, 디지몬의 본질이 디지털 신호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디지몬의 생체구조가 흔히 '엔진'이라 불리는 프로그램화된 그래픽 데이터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디지몬은 인간의 육신에 해당하는 와이어 프레임과 영혼에 해당하는 디지코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와이어 프레임은 이미 타국의 해킹 팀에 의해 해독되어 온전한 육체를 인공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가 진척되어있다. 그러나 디지코어의 경우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를 띄어 현대의 컴퓨터공학기술로는 아직 식별 및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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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어는 디지몬의 개체로서의 정보를 담은 코드이며, 흔히 '디지타마'로 알려져 있는 초기 형태에서 복합화 및 안정화의 단계를 거쳐 디지몬을 탄생시킨다. 이 디지타마는 성숙기 이상의 디지몬이 자신의 디지코어를 복제하여 만들거나, 혹은 사망한 디지몬의 디지코어가 와이어 프레임 일부를 수습할 수 있을 경우에 디지몬의 사체에서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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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의 일반적 생존방식 역시 이 디지코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디지몬은 상대방의 디지코어를 포식하여 자신의 디지코어를 '오버라이트', 즉 덮어씀으로서 생명을 유지한다. 포식당한 디지몬의 디지코어는 보통 핵심 코드만을 남겨둔 채 디지타마화 하지만, 디지코어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경우에는 다크 에어리어라는 곳에 폐기당하여 악마형 디지몬들의 먹이가 되곤 한다. (다크 에어리어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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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버라이트가 일정 이상 진행되어 와이어 프레임이 디지코어의 용량을 감당하기 힘들 때, 디지몬은 '진화'라는 방법을 통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디지몬은 포식한 데이터의 종류, 혹은 성장과정상 축적된 데이터의 양상에 따라 수만가지 종으로 진화할 수 있으나, 진화에도 한계는 있기 때문에 디지코어가 오버라이트를 거듭하여 낡고 닳아버리면 핵심 코드가 손상되기 전에 진화를 멈추고 디지타마화한다.
2. 사성수와 황룡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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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라이트라는 공격적이고 소모적인 생존방식의 특성상, 디지몬은 멸종이나 생태계 파괴에 취약해보였다. 완전체 디지몬과 갓 태어난 유년기 디지몬의 전투력 차가 데이터의 빈익빈 부익부를 발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원시 DW는, 먹이 사슬 최정점의 극소수는 궁극체에 도달해 신화나 전설이 되어 잊혀져버리고, 대부분의 디지몬들은 완전체까지도 이르지 못한채 생존의 무한 경쟁을 반복하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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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발생한 것이 ‘사성수’다. 사성수는 DW 자체의 와이어 프레임 데이터에서 탄생한 존재들이며, 탄생할 당시부터 이미 ‘궁극체’ 레벨에 도달해있던, 그야말로 신과 같은 디지몬들이었다. 창세기 시절 사성수 이외에 궁극체까지 이른 개체는 몇 있었지만, 그들의 대부분이 다른 디지몬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음을 감안하면 사성수는 그 당시 궁극체 중에서도 DW의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기능했던 유일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사성수는 고대의 디지몬들 사이에서 ‘신’이라는 이름으로 숭배받아왔다. 성수를 숭배하는 과정에서 디지몬들은 '권력'을 학습하게 되었고, 이는 마치 고대 인류의 원시 공동체처럼 디지몬들을 대륙 곳곳으로 분산시켜 군락을 이루게 했다. 이 시기에 공동체 의식을 가진 수많은 원시 마을 및 부족이 DW에 탄생했고, 생태계 하위인 유년기나 성장기는 군락 내 성숙기 및 완전체의 보호 아래서 안전하게 진화를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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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권력’이라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입수한 DW는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수, 권력의 상징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바로 황룡몬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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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수의 중앙에 앉아 황제의 자리에 오른 황룡몬은 이제 DW의 새로운 질서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황룡몬은 사성수 이상의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성수는 보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성격으로서 속세에 그다지 관련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디지몬도 황룡몬의 압도적인 독재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3. 루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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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DW의 창조자(이하 ‘신’이라 한다.)는 원시 DW의 현위치를 혼돈이라고 규정하고 질서를 부여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신의 아이 ‘루체몬’이 강림한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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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몬은 신에 의해 태어난 가상 생명체로, 디지코어가 없기 때문에 통상적인 진화를 할 수 없어 얼핏 성장기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능에 가까운 힘과 권능을 지닌 존재였다. 루체몬은 신에게 부여받은 권능으로 황룡몬을 DW 지하에 봉인한 후, 패권다툼을 시작한 사성수들을 그의 권능으로 제압했다. 신에 의한 직접적인 ‘질서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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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DW는 ‘신’의 통제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변수 하나가 루체몬에게 남아있었다. 루체몬에게 ‘자아’가 생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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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디지몬들에게 숭배받음으로써 스스로가 '숭배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착각하기 시작한 루체몬은 자신의 창조자, 즉 '신'에 대한 반란을 꾀하기 시작한다. 당황한 ‘신’은 루체몬을 회수하려 했으나, 통제를 벗어난 루체몬은 디지몬들에게 '신'의 독선을 폭로하고, '질서와 선의 신세계'라는 기치로 반역 전쟁을 선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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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루체몬의 반역 전쟁은 그의 독선에 질린 디지몬 내부의 반란에 의해 종식되고 만다. 이때 루체몬에게 거역한 10개체의 영웅들은, 창세기 이후 전설과도 같았던 궁극체의 단계에 최초로(실제로는 아니지만, 당시 디지몬들에겐 최초라 여겨졌을 것이다.) 도달한 존재들로서, 후세에 의해 '십투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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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전사한 십투사의 데이터를 수습해 '스피릿'을 만들고, 봉인당한 루체몬을 삭제한다. 그리고 루체몬에게 타천당한 수많은 악의 디지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루체몬의 권능을 셋으로 나누어 세 대천사에게 나누어주고 ‘신의 군단’을 통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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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천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4. 2차 반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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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삼대천사 체제가 DW의 영구적인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삼대천사 체제의 이후를 위한 여러 실험들을 진행했다. 개중에는 디지코어 포식을 생략한 진화인 “아머 진화” 실험, “위그드라실”이라고 이름붙인 운영 체제의 실험, 그리고 궁극체를 초월한 존재를 만들기 위한 “초궁극체” 실험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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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궁극체 실험을 위해 ‘신’은, 무겐마운틴에서 물러나 삼대천사가 지키는 비밀의 공간인 ‘커널’을 만들어, 그곳에서 자아가 없는 인공 디지몬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치천사 세라피몬이 이를 눈치채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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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몬은 자신들이 숭배하던 신이 고작 디지몬과 DW를 흥미본위로 밖에 여기지 않는 외지성체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삭제당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던 루체몬의 잔류 데이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부추겼다. 세라피몬은 실험 중인 초궁극체 알카디몬을 탈취하고, 자신과 뜻을 함께했던 대천사 오파니몬과 함께 2차 반역전쟁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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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몬은 인간으로부터 디지몬을 해방시키고자 했으나, 전쟁이 이어지자 그의 의지는 분노와 광기로 변모해버렸다. 마침내 성장을 마친 알카디몬이 생태계마저 교란시킬 정도로 폭주하자, DW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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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라피몬의 반역 전쟁에 유일하게 끝까지 저항했던 성기사 오메가몬, 마그나몬, 알포스브이드라몬은 자신들만의 힘으론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판단해, 당시 궁극체 사이에서도 유난히 강력한 힘으로 '파괴신'이라 불리우던 황제드라몬에게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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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모드’까지 각성하며 응전한 황제드라몬과 성기사들이었지만, 궁극체를 초월한 알카디몬의 강함과 세라피몬의 군세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은 이 모든 일의 뒤에 자신이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던 ‘루체몬’이 있음을 깨닫고, DW를 아예 초기화시키기로 결심한다. ‘신’은 황제드라몬에게 성기사 오메가몬의 힘을 부여해 ‘팔라딘 모드’로 각성시켜, 알카디몬과 함께 DW 전체를 초기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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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가 초기화되는 과정에서, 초기화 이전의 종의 메모리가 살아남아 ‘고대종’이 된다.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혀 광기에 빠진 세라피몬과, 디지몬으로서 불가능한 ‘세라피몬을 사랑해버린’ 오파니몬은, 각각 죄악의 이름을 쓴 채 봉인당해버린다.
5. DW 2차 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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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해도 삭제해도 살아남는 루체몬에 대한 견제책이 필요해진 ‘신’은 ‘어느 묘티스몬’의 조언을 받아, DW의 심연에 죽은 정보들과 악한 디지몬들의 공간인 다크 에어리어를 만든다. 이리하여 반란전쟁의 주범인 세 마왕은 DA에 봉인당해 그곳에서 훗날을 도모하게 되었고, 낮을 두려워했던 ‘어느 묘티스몬’은 ‘신’의 허락을 받아 영원한 심연인 DA에 성을 얻어 영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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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대 삼대천사를 옹립시킨 ‘신’은, 더 이상 자신이 DW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커널의 실험 중 하나였던 운영체제를 기동 시키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리하여 세계 하나 분의 용량을 충당할 거대한 호스트 컴퓨터, ‘위그드라실’이 새로운 DW의 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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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은 1, 2차 반역전쟁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한 끝에, 신의 개입이 없다 하더라도 황제드라몬 팔라딘 모드와 같은 강력한 디지몬의 힘으로 위기의 DW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위그드라실은 2차 반역전쟁의 영웅이었던 세 성기사, 오메가몬, 마그나몬, 알포스브이드라몬의 데이터를 통해, 그들과 같이 강력한 성기사형 디지몬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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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이 ‘로얄 나이츠’의 이름을 부여한 성기사 13체가 하나의 집단으로 완성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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