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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62
흑과 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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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데미지를 입히지 못 하고 격력한 소모전을 버리길 6턴. 150이라는 정말 보잘 것 없는 데미지가 듀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발생했다. 양의 필드에는 튜너 몬스터인 [광룡성-리훈]만이 남아있고, 패는 한 장동 없다. 카드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은 폭시 크리스타 또한 마찬가지. [진룡검황 마스터P]를 필두로 양을 압박했던 그녀지만, 이제는 필드도 패도 한 장도 없다.
7번째 턴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제 그녀가 믿을 것은 지금 드로할 카드 한 장. 무엇인지 모를 불확실한 카드 하나였다. 그녀는 카드를 뽑아들고 그것을 양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드로한 카드는 [생명 단축의 패]."
"칫."
그것은 이미 한 번 사용한 적이 있는 마법 카드. 양은 그 카드의 이름을 듣고 표정이 굳었으며, 폭시는 그것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생명 단축의 패]를 발동해 카드를 3장 드로하마."
패가 세 장이 되도록, 애시당초 그녀에겐 [생명 단축의 패]를 제외한 카드가 하나도 없으니 3장을 그냥 드로하는 것이었다.
[생명 단축의 패]를 발동하면 카드를 3장 드로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최초의 발동 조건으로, 이번 턴에는 특수 소환이 없음을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두번째로 발동한 이후의 시점부터 턴 종료시까지 상대가 받는 데미지는 0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턴 종료와 동시에 패를 모두 버려야만 한다.
"후후후. 이거 참 운이 좋구나. 카드를 세 장 세트하지."
그리고 운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듯, 그녀에게 어떠한 리스크도 남기지 않았다.
"차례를 마치마."
그녀는 패를 3장 불리고, 그것을 전부 필드에 세트해놓음으로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필드를 가다듬었다.
--- 폭시 크리스타 ( LP : 385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
패
--- --- ---
--- 양 ---
몬스터 : □[광룡성-리훈]
마법 / 함정 :
패
--- --- ---
-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그 카드를 뽑다니…….
"뽑은 건 뽑은거다. 어쩔 수 없다."
그 일이 얼마나 일어나기 어렵건간에,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양이 해야할 일은 지금 필요한 카드를 뽑아 지금 해야할 행동을 하는 것 뿐.
"드로."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몬스터 한 마리가 그의 손에 잡혀왔다.
"[염룡성-순게이]( LV 4 / ATK 1900 ) 소환!"
그의 앞으로 커다란 불씨가 확 터져올랐다. 불꽃이 환하게 타오르며, 네 발로 땅을 짚었다. 화염은 곧 짐승의 형상으로 빛을 줄여가며 온전한 생물로서의 형상을 남들에게 보였다.
"배틀이다. 순게이로 직접 공격."
순게이가 폭시를 향해 입을 쫙 벌리고선 굵은 불덩이를 쏘았다. 여인은 가볍게 손짓하며 카드 한 장을 발동시켰다.
"지속 함정 [진룡황의 부활]발동. 묘지에서 [진룡황 바하루스토스F]( LV 9 / DEF 3000 )를 소생시키마."
순게이의 불꽃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 강렬한 열기에 폭시 주변의 공간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며 유리 깨지듯 투명한 조각들이 부서졌따. 그러나 폭시를 덮치는 화염은 지면 아래에서 갑자기 분수치는 물에 막혔다. 드높게 치솟은 물살은 파도가 되어 지상에 떨어졌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한 마리 거대한 괴물. 서로 모양이 다른 날개를 세 쌍을 달고 파닥이는 악마, 괴물이었다.
"메인 페이즈2."
공격이 막히자, 양은 그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바로 행동을 바꿨다.
"레벨4 순게이에게 레벨1 리훈을 튜닝."
붉게 타오르는 짐승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금빛을 뿜어내는 용은 그 뒤를 따랐다. 허공을 저으며 헤엄치는 용에게 금빛이 덧씌워졌고, 그의 목덜미로 검붉은 불빛이 타올랐다. 불덩이는 정오의 태양처럼 뜨겁고 밝게 지상을 비추더니, 이윽고 하늘에 발을 저으며 내려왔다.
"싱크로 소환. [원룡성-보우텐코우]( LV 5 / DEF 2800 → 3300 )"
지상에 내려온 태양은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용이었다.
"보우텐코우의 효과 발동. 덱에서 [룡성의 휘적]을 가져온다."
양은 덱에서 초록색 카드 한 장을 가져와선 바로 듀얼디스크에 꽂아넣었다.
"[룡성의 휘적] 발동."
묘지에서 세 장의 몬스터가, [광룡성-리훈]과 2장의 [염룡성-순게이]가 빠져나왔다. 그는 그것을 덱으로 돌려 셔플시켰다.
"카드를 2장 드로."
두 장 다 분홍빛으로 빛나는 카드였다.
"카드를 2장 세트."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룡성의 구지]. 지금 필요한 카드들이 절묘하게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덱에서 [광룡성-리훈]을 묘지로 보내고 보우텐코우의 효과 발동. 레벨을 5에서 1로 변경한다."
묘지에는 리훈이 필드에는 보우텐코우와 구지. 원래라면 듀얼을 시작할 때에 이렇게 마련했으면 좋아겠지만, 지금이라도 마련되었으니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리버스 카드 오픈이니라."
여우의 요사스러운 꼬리가 꿈틀대기 전까지는.
"라이프를 1000 지불하여 속공 마법 [코즈믹 싸이크론] 발동. 세트 카드 하나를 제외하마. ( LP : 3850 → 2850 )"
"!"
눈과 모래 섞인 강렬한 돌풍이 몰아쳤다. 바람의 표면에 떠다니는 입자들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양의 카드를 짖이겼다. 제외된 것은 [룡성의 구지]. 최악이다.
"턴 엔드다."
기껏 준비해놓은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 폭시 크리스타 ( LP : 2850 ) ---
몬스터 : □[진룡황 바하루스토스F]
마법 / 함정 : □[진룡황의 부활] + ■
패
--- --- ---
--- 양 ---
몬스터 : □[원룡성-보우텐코우]
마법 / 함정 : ■
패
--- --- ---
"나의 턴이니라. 드로."
폭시는 기세등등하게 카드를 뽑아들었다.
"좋은 카드가 들어왔구나. [진룡황의 부활]을 묘지로 보내고 [매직 플랜터] 발동."
자신 필드의 지속 함정 카드를 하나 묘지로 보내고 카드를 2장 드로한다. [진룡황의 부활]을 이용한 소생을 포기해야 하나, 폭시에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카드를 2장 드로. 부활의 파괴 효과는 사용하지 않으마."
그녀는 그 대신이라며, 카드 한 장을 뒤집었다.
"세트해두었던 [죽은 자의 소생] 발동."
[룡성의 구지]를 날린 것으로 모자라, 그녀는 양에게 있어 치명적인 카드 하나를 더 뽑아들었다.
"되살아나거라. [앤틱 기어 리액터 드래곤]( LV 9 / ATK 3000 )"
지상에 흩뿌려진 고철들이 한 구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며 마모되는 고철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결집체는 하늘로 떠오르더니, 커다란 날개 한 쌍을 활짝 펼쳤다. 지상에도 하늘에도 용이 나타났다.
"레벨9 리액터 드래곤과 바하루스토스F로 오버레이."
그녀는 손바닥을 맞대며 하늘과 땅을 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지면을 덮는 거친 파도. 눈 앞에서 두 가지 재앙이 동시에 포효했다. 우렁찬 울음 소리에 천지가 요동치며, 허공에 숨어있던 투명한 유리들이 일제히 깨졌다. 깨진 유리 틈새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피를 흘리는 유리 너머로는 새까만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세상이 있었다. 그 세계의 왕은 환하게 타오르는 항성처럼 밝고 뜨거운 눈동자 여섯을 가졌고, 날개가 여섯 쌍이었으며, 비늘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심해와도 같은 색이었다.
"엑시즈 소환. [진룡황 V.F.D.]( Rank 9 / ATK 3000 )"
더 비스트. 사람의 피와 영혼에 갈증을 호소하는 악마. 양에게 있어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용이었다.
"더 비스트의 효과 발동. 빛 속성을 선언하겠다."
더 비스트의 효과로 선언한 속성을 가진 몬스터는 효과를 발동할 수 없고 공격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효과를 발동한 뒤에는 필드에 있는 몬스터가 모두 빛 속성이 된다. 어차피 그러지 않아도 양의 필드에는 빛 속성인 보우텐코우밖에 없지만 말이다.
"체인2. [방황의 바람] 발동. 더 비스트의 공격력을 절반으로 하고 효과를 무효화한다."
더 비스트가 지상에 나오며 짙게 깔린 안개가 크게 흔들렸다. 새까맣게 회전하는 돌풍이 더 비스트를 둘러싸고 그의 날개를 때렸다.
"체인이니라. 패에서 속공 마법 (#)[RUM-웜 포스] 발동."
그러나 그것은 한낱 바람일 뿐, 더 비스트의 육중한 몸을 날려보낼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새까만 마룡은 크게 날개짓하여 바람의 방향을 바꿔버리고는 드높게 날아올랐다.
"어둠에서 태어나, 검정이 된 괴물이여. 내가 있는 곳으로 오거라."
용이 허리와 무릎을 굽혀 몸을 둥글게 말았다. 거대한 꼬리와 날개를 구부린 몸 위에 엎어놓자, 그의 몸이 빈틈없이 밀봉되었다.
"꼬리 아홉 달린 요호야. 새까만 피를 털어내거라."
구형으로 말린 마룡의 몸에서 앞부분이 아홉 갈래로 나뉘어 전개되었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꼬리. 꼬리를 움직여 둥글게 말아놓은 몸을 풀자 새까맣게 뜨거운 피가 줄줄 흘러넘쳤다. 검붉은 피를 모두 흘린 그의 몸이 잿빛으로 하얗게 변했다.
"엑시즈 소환. (#)[나인 테일즈]( Rank 10 / ATK 3000 )"
더 비스트는 용의 몸을 버리고, 꼬리 아홉 달린 거대한 여우의 모습으로 다시금 양을 노려보았다.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사용해 효과를 발동하마. 묘지에서 [진룡황 V.F.D.]( Rank 9 / ATK 3000 )를 특수 소환."
폭시는 오버레이 유닛이 된 더 비스트를 바로 사용하여, 다시금 필드로 불러냈다. 두 마리 짐승이 땅을 밟아 지진을 일으켰다. 웅대한 울림이 다리를 타고 전해졌다.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그녀석을 불러보았다 한들 보우텐코우의 수비력은 3300. 그 두 녀석으로는 넘을 수 없다."
"흐흐흐. 잊은게냐. 내게는 아직 패가 하나 더 남아있다는 사실을."
여인은 짧게 혀를 핥더니, 초록색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금지된 성배] 발동. 대상은 [진룡황 V.F.D.]( Rank 9 / ATK 3000 → 3400 )니라."
"하필이면 그 카드를……."
"배틀이니라."
더 비스트의 공격력이 보우텐코우의 수비력을 뛰어넘었다. 마룡은 날개를 펼치고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보우텐코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마룡을 보고선 마찬가지로 하늘로 도약하여 그의 손이 닿는 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뭉개버리거라."
보우텐코우의 행동따위 이미 다 예측했다는 듯, 그의 등 뒤로 투명한 유리같은 것들이 깨졌다. 새빨간 피를 보우텐코우의 금빛 비늘에 튀기며, 묵직한 손 하나가 튀어나왔다. 파란빛의 비늘인 것으로 보아 바하루스토스F의 것이었다.
- 가르르르!
보우텐코우를 손아귀에 넣은 새파란 용이 씨익 웃었다. 보우텐코우는 발버둥 쳤으나 움직이지 못 했고, 더 비스트의 입 안으로 새파란 괴룡과 함께 삼켜졌다.
"더 비스트의 효과가 적용되었으니 보우텐코우는 효과를 발동할 수 없느니라."
그리고 당연하게도, 더 비스트에 의해 윤회의 사슬은 끊겼다.
"가거라 나의 분신."
꼬리 아홉 달린 새하얀 여우가 양을 향해 달려갔다. 여우의 날카로운 이빨이 서슬퍼렇게 빛났으며, 양은 새까만 날개를 펼치고 여우의 앞발을 피해갔다. 그러나 그것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 구미호는 꼬리로 지면을 내리치며 땅을 뒤엎었고, 바닥에서 튀어오른 눈 섞인 돌조각이 양을 찔렀다.
"큭. ( LP : 4000 → 1000 ) "
주먹만한 돌조각이 사방에서 튀어오르는 사이, 커다란 입을 들이민 구미호에겐 창을 하나 내던졌다. 구미호는 입을 거두고는 앞발을 휘둘러 양을 후려쳤다. 양은 지면에 내동댕이 쳐졌다. 루어시가 양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그를 받아냈다.
"하아…… 하."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양. 뼈가 부러지고 피가 흘러넘쳤으나 초월체 특유의 회복력으로 상처를 버티며, 겨우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꼴이 말이 아니구나."
폭시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 하는 양을 보며 비웃었다.
"할 게 없다면 턴을 마쳐라."
"그 꼴로 입만 살았구나. 좋다. 차례를 마치마."
--- 폭시 크리스타 ( LP : 2850 ) ---
몬스터 : □(#)[나인 테일즈] + □[진룡황 V.F.D.]
마법 / 함정 :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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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 LP : 10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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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시의 부축을 받으며, 양은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내 턴이다. 드로!"
[세피라 트라 그라마톤]. 악을 지르며 카드를 뽑았으나, 그것은 지금 사용하지 못 할 카드였다.
"펜듈럼 존에 [세피라 트라 그라마톤]을 세팅한다."
양의 옆에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의 힘은 더 비스트와 나인 테일즈와 겨루어 볼만한 것이지만, 지금 그는 몬스터가 아닌 마법으로서 필드에 나타나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후후. 아하하!"
힘없이 카드를 세팅해놓는 양의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했다. 폭시를 죽이겠다며 벌써 세 번째 달려드는 그가 지금은 물에 빠진 쥐처럼 초라하고 볼 것 없는 꼴이 되었는가. 폭시는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그렇게 웃고 있을 떄가 아닐거다."
"무엇이 우습지 않다는 거냐? 최후에 이르러서 쓸 수 없는 너의 그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우습거늘."
"멋대로 떠들어라. 나는 묘지에서 이 카드를 발동한다."
"하?"
양은 묘지에서 초록색 카드를 한 장 꺼내들었다. 카드의 이름은 [셔플 리본].
"펜듈럼 존에 세팅한 그라마톤을 덱으로 되돌리고 카드를 하나 드로한다."
그는 듀얼디스크에 올린 카드를 다시금 덱으로 되돌렸다. 그의 덱이 빠르게 섞였다.
"과연. 그런 것이로군."
폭시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뽑아보거라. 너의 최후의 한 장을."
"드로."
잡아당긴 카드의 색은 초록색. 양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내질렀다.
"마법 카드 [죽은 자의 소생] 발동!"
"!"
"묘지에서 튜너 몬스터 [원룡성-보우텐코우]( LV 5 / DEF 2800 )를 특수 소환한다."
금빛을 띤 용이 저벅저벅 그의 옆으로 걸어왔다. 용의 비늘에 늘러붙은 피가 수증기로 끓으며 사라졌다.
"보우텐코우의 효과로 덱에서 [수룡성-비시키]( LV 2 / ATK 0 )를 서치, 바로 소환한다."
"레벨 합계는 7. 네놈!"
"레벨2 비시키에게 레벨5 보우텐코우를 튜닝."
푸른 물빛의 거북이 느릿느릿 나타났다. 보우텐코우는 그의 등딱지 위로 발을 올리더니, 그를 들고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찬란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약속하거라. 오직 나의 피만을 마실 것을. 오직 나의 살을 뜯어먹기를."
양을 받치던 소녀가 검을 빼어들었다.
"나의 어금니. (#)[루어시]( LV 7 / ATK 2500 )"
좌우를 기준으로 흑백이 나뉜 양처럼 절반은 흑색, 절반은 백색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를 보며 폭시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 보우텐코우의 효과 발동입니다.
루어시는 오른손에 쥔 칼을 땅바닥에 꼽았다. 그러자 지면이 쩌적거리며 금빛을 뿜어냈다.
"덱에서 튜너 몬스터 [광룡성-리훈]( LV 1 / DEF 0 )을 특수 소환한다."
금빛의 정체는 물고기처럼 생긴 자그마한 용. 그의 몸집은 작았으나, 루어시를 등에 태우기엔 충분했다.
"레벨7 루어시에게 레벨1 리훈을 튜닝."
황금빛 용을 탄 루어시가 양손으로 칼을 쥐고 앞을 향했다. 그녀의 검에 새하얀 빛이 모여들고, 뜨거운 불꽃이 이글거렸다. 까마귀 깃털처럼 새카만 날개를 활짝 펼친 뒤 용의 정수리에 칼을 꽂았다. 새빨간 피 대신 찬란한 금빛이 터져나왔다.
"나의 반려. 나의 피를 마셔 목을 축이거라."
양은 큰 기침과 함께 피를 흘렸다. 모래와 눈이 섞인 새하얀 땅이 그의 피로 붉게 물들여지고 있을 때, 루어시는 불타는 금빛을 덮어 썼다.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던 그녀는 이윽고 성인의 몸이 되었다.
"나의 어금니. (#)[루어시-양지엔]( LV 8 / ATK 3000 )"
양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성인이 된 소녀를 본 폭시 또한 이를 악물며 탄성을 뱉었다.
"배틀이다. 더 비스트를 공격!"
소녀를 태운 리훈은 금빛으로 타오르며 사라졌고, 루어시는 날개를 하늘에 휘저으며 유유히 하늘을 날았다. 그녀가 오른손에 쥔 검을 빼어들고 적을 겨냥했다. 새까만 칼 끝이 가리키는 것은 구미호였다.
"루어시의 효과 발동. 네놈의 링커를 장착한다."
구미호는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는 여인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나 그녀의 칼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타오르자, 구미호는 새하얗게 빛나며 그녀의 왼손으로 빨려들어갔다. 요괴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새하얀 칼 한 자루가 되어 루어시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네놈!"
폭시가 루어시를 향해 그리고 양을 향해 소리쳤다.
"백년을 산 대요괴의 힘을 네가 감히 다룰 수 있을 것 같더냐!"
폭시의 포효가 현실로 실현되듯 루어시의 왼손에 뜨거운 불꽃이 붙었다. 칼의 모습이 된 구미호는 그녀에게 예속되기를 원하지 않듯 그녀에게 저항했다. 살을 태우고 뼈를 찌르는 격통에 루어시가 이마를 찌푸렸다.
"아둔한 요괴 녀석."
양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언제까지고 네년의 힘이 나를 웃돌거라 생각하지 마라."
"몸은 이미 걸레짝이 되었건만 입만 살았구나!"
"아직 눈치채지 못 한거냐."
양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제 혼자 허리를 세웠다. 그는 카드 한 장 쥐지 않은 오른손으로 그의 오른쪽 얼굴을 차지하던 악마 모양의 가면을 뜯어냈다. 살이 뜯겨나가는 격통이 뒤따랐으나, 양은 그것을 쓰레기 다루듯 뽑아내고 멀리 던졌다. 피가 잔뜩 쏟아져 나왔지만, 그의 얼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가면이 가리고 있던 곳에는 그의 왼쪽 얼굴과 가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기묘한 것이 있었다.
"네놈…… 그건 대체 무어냐."
"네년이 씌운 가면같은 건 이제 필요 없단 뜻이다."
"네녀석!"
루어시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왼팔에 힘을 줬다. 그녀의 팔이 화염을 짓누르고 불타는 것은 칼날에 한정시켰다. 태양처럼 밝게 타오르는 칼과 새까만 칼을 교차시킨 채 루어시가 외쳤다.
- 양섬!
십자로 교차된 검을 휘두르자, 검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대기가 갈라졌다. 더 비스트의 단단한 비늘이 찢기고, 그의 근육마저 모두 찢겨나갔다. 토막난 용의 신체가 폭포수처럼 피를 흩뿌렸다.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 더 비스트는 비명을 지르며 여인을 향해 불덩이를 쏘았다. 여인은 그것을 피해 더더욱 가까이 용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더 비스트의 턱 아래에 도달했다. 여인은 조용히 용의 턱에 새하얀 칼을 꼽아놓고, 불꽃을 해방시켰다. 새하얀 불길이 마룡의 머리를 터트리며 솟아 올랐다.
"캬아악! ( LP : 2850 → 0 ) "
새하얀 불길이 여인을 덮쳤다. 몸에 불이 붙은 채로 괴성을 내지르는 폭시. 양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걸었으나, 이미 힘을 다 써버린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크으윽."
이제 더이상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제 한계, 그는 땅바닥을 향해 앞으로 쓰러졌다.
양의 흐릿한 시야에 불에 타들어가는 폭시가 보였다. 그녀의 머리 위로 더 비스트의 커다란 살점 하나가 떨어졌고 폭시는 그걸 피하지 못 했다.
"그래. 이걸로 끝이다."
양이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직후 새까만 칼 한 자루가 그의 옆에 날아들었다. 검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양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루어시가 있었다.
- 아뇨. 끝나지 않았어요.
그녀는 양을 일으켜 세우며 부축했다.
- 끝난 것은 복수의 삶 뿐. 도리어 이제 시작해야지요.
루어시는 환한 미소로 양을 바라보았다. 흐릿하게 보였으나, 무척이나 안심되었다.
"고맙다……."
- 무얼요.
양은 그녀의 포근한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
RUM-웜 포스
속공 마법
① : 자신 필드의 엑시즈 환룡족 엑시즈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자신의 몬스터보다 랭크가 1개 높은 환룡족 엑시즈 몬스터 1장을 대상의 몬스터의 위에 겹쳐 엑시즈 소환 취급하여 엑스트라 덱에서 특수 소환한다.
나인 테일즈
Rank 10 / 어둠 속성 / 환룡족 / 엑시즈 / 효과 / ATK 3000 / DEF 3000
LV 10 몬스터 X3
① : 1턴에 1번, 이 카드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하고 자신 묘지의 몬스터 한 장을 선택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몬스터를 특수 소환한다.
② : 이 카드의 전투에 의해서 자신에게 발생한 전투 데미지는 상대 플레이어도 받는다.
루어시 ( ※ 약시 )
LV 7 / 바람 속성 / 환룡족 / 싱크로 / 효과 / ATK 2500 / DEF 2000
튜너 1장 + 튜너 이외의 몬스터 1장 이상
① :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공격 표시로 존재하는 한,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는 공격 표시가 된다.
② : 1턴에 1번, 이 카드가 전투를 실행하는 공격 선언시에, 패를 한 장 묘지로 보내고 발동할 수 있다. 상대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 1장을 골라 장착 카드로 취급하여 이 카드에 장착한다.
루어시-양지엔 ( ※ 양검 )
LV 8 / 바람 속성 / 환룡족 / 싱크로 / 효과 / ATK 3000 / DEF 2500
튜너 1장 + 루어시
① : 1턴에 1번, 이 카드가 전투를 실행하는 공격 선언시에 발동할 수 있다. 이 카드와 전투를 실행하는 몬스터 이외의 상대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 1장을 골라 장착 카드로 취급하여 이 카드에 장착한다.
②: 이 카드의 공격력은, 이 카드의 효과로 장착한 몬스터의 원래 공격력만큼 올린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학기 시작하니 점점 쓸 기회가 줄어드네용
다른 때에도 로그에 오류가 있고 그렇지만, 요번에 특히나 자주 발생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