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용왕이 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트리비아
이번에는 작중 모티브를 따온 현실의 장기기사들에 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1. 쿠즈류 야이치
'사상 4번째 중학생 프로기사' '최연소 용왕' 하면 떠오르는 프로기사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 명밖에 없죠.
바로 와타나베 아키라 영세용왕입니다.
와타나베 용왕은 2000년 15세의 나이로 프로데뷔한 뒤 2004년 20세라는 젊은 나이로 용왕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당시 와타나베 용왕은 비교적 하위 리그인 용왕전 4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면서 상위 리그 진출자들을 꺾고 기여코 도전권을 따냈습니다.
그 해 용왕전은 최종 7번국까지 갔던 치열한 시합이었고, 결국 4승3패로 와타나베 용왕이 승리합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1권에도 잠깐 나오죠.
그 뒤로 와타나베 용왕은 2014년까지 9년간 용왕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최초의 영세용왕 자격을 얻습니다.
2014년 잠시 용왕 타이틀을 빼앗기지만, 재작년에 다시 타이틀 탈환에 성공했죠.
올해 역시 타이틀 보유자로서 용왕전을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는 어쩐지 질 것 같지만(...)
아무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용왕 자리에 머물고 있는데다
뭐니뭐니해도 2017년 11월 현재 유일무이한 영세용왕 자격을 가졌기 때문에 용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사입니다.
이렇게 작중 주인공 쿠즈류 야이치의 행적은 여러모로 와타나베 용왕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여담이지만 1권에서 용왕 타이틀 획득 후 11연패했다는 에피소드는 아마 나카하라 마코토 16대 영세명인에게서 따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카하라 명인은 프로기사가 되자마자 매년 순위전을 승급하면서 기여코 22세에 최연소 명인(당시 기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야이치의 최연소 용왕보다도 더 대단한 위업이지만, 거기서 모든 힘을 쏟아내버린 탓인지
명인이 되고 나서는 한동안 공식전에 나가는 족족 전부 지는 바람에 거짓말같은 9연패를 당했다고 합니다(...)
2. 소라 긴코
장기계 사상 최강의 여성...이라는 거창한 별명은 아니지만, '여류기사가 아니면서 여류 타이틀을 보유한 여성'이라면 누군지 짐작이 가죠.
카토 모모코 여왕(장려회 1단)입니다.
대부분의 여성 기사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류기사의 길을 택하는 게 일반적인 반면, 카토 여왕은 11세의 나이에 여류기사가 아니라 장려회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시에는 장려회원은 여류기전에 참가하는 게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토 여왕 역시 공식 여류기전은 참가하지 않고 장려회에서만 활동했죠.
그런데 2011년 여류왕좌전이 새로 생기면서 일본장기연맹은 '장려회원의 여류기전 참가 제한' 규칙을 없애기로 결정합니다.
제한이 풀린 덕분에 그 해 카토 여왕은 여류왕좌전에 출전해서 그대로 우승하고 초대 여류왕좌에 등극했습니다.
이후에는 마이니치 여자오픈에도 우승하며 여왕 타이틀도 보유하게 되죠.
<용왕이 하는 일!> 1권이 처음 나온 2015년 당시에는 작중 긴코처럼 여왕과 여류왕좌 두 타이틀을 모두 카토 여왕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여류기사가 된 적 없이 순전히 장려회원으로서 여류 타이틀을 획득한 여성은 현재까지 카토 여왕 뿐입니다.
지금도 여류기전에 참가하는 동시에 얼마 없는 여성 장려회 유단자로서 활동하고 있죠.
한편 <용왕이 하는 일!> 작중에서는 장기계 역사상 장려회 유단자가 된 여성은 긴코가 유일하다고 하지만, 사실 현실에는 드물긴 해도 몇 명 더 있습니다.
카토 모모코 이외에도 사토미 카나 퀸3관과 니시야마 토모카 3단이 장려회 3단에서 활동중이죠.
이 중에 사토미 퀸3관은 원래 여류기사로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서 나중에 장려회에 들어간 케이스라 긴코와는 사정이 약간 다릅니다.
니시야마 3단은 여류기전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고 장려회원으로만 활동하고 있고요.
둘 다 최초의 여성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장려회 3단 리그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아직 프로 승단은 멀어보입니다.
3. 샤칸도 리나
4권의 중요 인물,
여류기사번호 7번, 영세 타이틀인 퀸 칭호를 4개나 보유한 여류기사, 바로 시미즈 이치요 퀸4관이죠.
여류 타이틀 획득수는 무려 43회로 여류기사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참고로 2위는 사토미 퀸3관의 20회.
아직 마이나비 여자오픈과 여류왕좌가 없던 시절, 4개 여류 타이틀을 한 해에 전부 독점한 전무후무한 기록도 갖고 있고요.
그야말로 여류기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샤칸도 리나처럼 고스로리를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괴인은 아닙니다.
4. 칸나베 아유무
개인적으로 <용왕이 하는 일!>에서 가장 간지나는 설정은 주인공 야이치나 긴코가 아니라 바로 아유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류기사가 키워낸 프로기사라니, 상상만 해도 뜨거워지죠. 일종의 로망이라고 할까요.
여류기사가 약하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부정하듯이 스승의 전법으로 명인에게 승부를 거는 장면은 4권에서 가장 불타오르는 명장면이었죠.
게다가 샤칸도 리나에게는 단순한 사제 관계를 초월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묘사도 언뜻언뜻 나오고요.
개인적으로는 <용왕이 하는 일!>에서 긴코 다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커플입니다.
제 생각에는 나중에 아이가 야이치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해본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지 않을까 싶네요.
아쉽게도 현실에는 여류기사를 스승으로 둔 프로기사는 아직 없습니다.
프로기사는커녕 여류기사를 스승으로 둔 여류기사조차 드문 게 현실이죠.
언젠가 현실 장기계에서도 칸나베 아유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추가
긴가민가 했는데 7권에서 아유무에게 '차세대 명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걸로 봐서 모티브는 사토 아마히코 명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토 명인은 장기계에서도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로, 아유무같은 기사 복장까지는 아니지만 유명 브랜드 옷차림을 자주 보이곤 합니다.
패션과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점, 또 4권에 나온 립크림 투료 같은 일화 때문에 '귀족'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요.
야이치의 모델인 와타나베 아키라 9단과도 신인 시절부터 친교가 있었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소설과는 반대로 사토 명인 쪽이 연하지만.
5. 사이노카미 이카
여류기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4권의 빌런 히로인(...) 이카쨩에 대해서도 정리해보죠.
4권에 언급된 사이노카미 이카의 별명이나 기풍으로 짐작하건대, 일명 '이즈모의 번개'로 불리는 사토미 퀸3관이 모티브인 듯합니다.
현역으로 활동중인 최고의 여류기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이 사토미 카나라고 대답할 겁니다.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벌써 영세위를 3개나 보유하고 있고, 여성 최초로 장려회 3단에 오르기도 했죠.
'만약 사토미 퀸3관이 약간 늦게 태어나서, 장려회에 들어가지 않고 여류기사로만 활동했더라면' 이라는 가정에서 탄생한 게 이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작중에서도 앞으로 이카 역시 장려회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고요.
물론 현실의 사토미 퀸3관은 이카같은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6. 츠키미츠 세이이치
2권의 최종보스였던 츠키미츠 세이이치 17대 영세명인.
말할 필요도 없이 현실의 17대 영세명인 타니가와 코우지 명인이 모티브입니다.
<용왕이 하는 일!> 1권이 나오던 2015년 당시 일본장기연맹 회장이었기도 하죠.
작년 장기계에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건의 책임을 지는 바람에 지금은 일본장기연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지만요.
타니가와 명인은 역대 두 번째 중학생 프로기사로 데뷔했고, 21세에 명인전에 진출해서 역대 최연소 명인에 등극했습니다.
그 뒤로도 수차례 명인 타이틀을 획득하며 17대 영세명인의 자격을 얻었고요.
또 일명 '하부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기사들과의 대결로도 유명하죠.
특히 하부 명인과는 유난히 공식전에서 자주 만나서 무려 150번 이상 대국했던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예전 한국 바둑계의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국수의 대결 비슷하다고 할까요.
작중 츠키미츠 명인의 '월광류'라는 전법 역시 타니가와 명인의 '광속류'라고 불리는, 상대의 옥장을 빠르게 압박하는 기풍을 패러디한 겁니다.
6. 오이시 미츠루
3권의 목욕탕 주인(...) 오이시 미츠루 옥장의 모티브는 작가 후기에서도 슬쩍 언급된 쿠보 토시아키 9단이죠.
일명 3대 몰이비차 기사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몰이비차에 대한 집착이 강한 프로기사입니다.
그 화려한 전법 때문에 팬들도 많고요.
하지만 목욕탕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소재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로리들의 목욕 장면을 넣고 싶었을 뿐인지...
이 아래로는 4권 이후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딱히 스포일러는 없지만 읽고 싶지 않으면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7. 오키토 요우
6권에 나오는 '장기 소프트에게 진 기사' 오키토 요우 제위의 모티브는 아무래도 미우라 히로유키 9단이겠죠.
미우라 히로유키 9단은 굉장히 금욕적이라고 할지, 다른 기사들과 그다지 교제하지도 않고 별다른 취미도 없고
거의 매일 혼자서 장기 연구에 몰두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프로 기사 중 최초는 아니지만, 장기 소프트와 대결해서 졌던 적도 있고요.
이런 민감한 소재를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곧바로 소설에 등장시킨 건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8. 쿠누기 소타
6권에 나온 천재소년, 쇼타 군...이 아니라 소타 군.
카토 히후미 9단의 최연소 프로 입단 기록을 62년만에 갱신해서 화제가 되었죠.
솔직히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쓸 말이 없네요.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합니다.
9. 혼인보 슈마이
이번에는 장기계 인물이 아니라 옆동네(?)인 바둑계로 옮겨가보죠.
6권에 등장한 혼인보 슈마이 선생의 모티브는 기인으로 유명한 古후지사와 히데유키.
그것도 모에선을 맞아서 젊은 아가씨로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조훈현 국수의 스승 중 한 명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인물이니만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작중 나온 에피소드들이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무시무시합니다. 어떤 건지는 스포일러가 되니 직접 읽어보시길.
사실 이 목록에는 중요한 인물이 한 명 빠졌는데
이 인물에 대해 언급하면 5권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5권이 정발된 다음 따로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쩌면 다음주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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