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미연시 <미래세계의 맹인>의 스핀오프 격 작품입니다.
게임을 재밌게 했기에 이번 소설도 기대를 많이 했고, 재밌게 읽은 것 같습니다.
작품은 홀로그램이 만연한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곳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전자각막을 이식받고, 홀로그램이 뒤덮힌 도시 속에서 살게 됩니다. AR 기술의 궁극의 진화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건물의 외형은 물론, 음식, 옷, 헤어 스타일. 심지어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물들도 드론에 홀로그램을 씌워둔 것입니다. 핸드폰을 들고다닐 일도 없이 허공에 뜬 UI로 문자건 통화건 모두 해낼 수 있습니다. 허나 주인공은 이런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미래세계의 맹인>의 주인공인 시재는 맹인으로 홀로그램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미래세계의 유령>의 주인공인 윌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검은 그림자로 뒤덮힌 '유령'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결함으로 주인공은 고독하고, 그렇기에 어떤 이를 만나고 변화를 겪게 됩니다. 주제랑 배경이 같으니 설명하기가 편하군요.
끝도 없이 편해진 미래세상은 어딘가 헉슬리의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하지만(마침 영어제목에 new world도 들어가고) 작품은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띄지 않습니다. 간간히 감시사회나 홀로그램의 기만에 대해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인간의 관계입니다. 평범하게 될 수 없는, 비주류의,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 서로 얽히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주연들의 고독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상징성을 지니지는 않습니다. 이 시리즈는 어떤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또한 그렇기에 모든 이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합니다.
<맹인>과 강한 연결점은 없지만 플레이 후에 읽는다면 이런저런 요소에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홀로그램의 비중과 그 설명은 게임 쪽이 더 자세하기도 하구요.
...게임부터 꽤 호불호가 갈려서 추천하기가 좀 겁나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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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도 기억을 온전히 저장하는 렌즈였던가? 비슷한 소재가 있었죠. | 17.10.13 02: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