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노래> 리뷰 시리즈 링크(16편 작성/20-30편쯤에 완결될 예정)]
안녕하십니까, 호리두스입니다. 제가 리뷰를 안 쓴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네요.
일단 카툰 살롱에서는 개봉 예정작들인 <울프워커>와 <브레드위너>의 소식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울프워커는 예고편도 등장했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컨셉 트레일러라 진짜 작품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는군요.
<브레드위너>야 2017년 말 개봉이라지만 <울프워커>는 2018년 초에야 제작이 시작될 것 같다고 하니...
그리고 3월 25일에 2017 아일랜드 애니메이션 시상식(Irish Animation Award)에서
<바다의 노래>가 애니메이션 영화 부문에서 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어지간히 배아픈 소식인데요, 4월 초반에 카툰 살롱 회사 개방일(Open Day)이 있었습니다...ㅠㅠㅠㅠ
저는 이 때 한참 일하던 도중이었는데 못 가 봐서 정말 아깝더라고요.
젠자아아아아앙 제작 중이냐고 가서 물어봤어야 했는데에에에엑
그리고 제가 4월 초중반부터 시간이 났는데도 리뷰를 못 썼던 이유는...
제가
아일랜드에
갔다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5월 초에 갔으니 지금이야 2주간의 여정을 끝내고 한국에 왔지만
여행 준비하느라 바빴던 나머지 여러분들이 보고 계시는 이 글 자체는 여행 이전부터 조금씩 쓰던 글입니다.
아일랜드 여행 후기도 써야 되겠다, 다음 리뷰도 엄청 늦어질 것 같네요.
거기에 이번 리뷰도 의외로 많이 길어져서
여행이랑 관련이 있는 <바다의 노래> 이야기는 죄다 다음 리뷰로 빼야 분량이 맞을 것 같습니다. 으악 살려줘
지난 리뷰에서 무작정 이타치를 시전한 여동생 때문에 어쩌다 시공의 폭ㅍ...이 아니라 우물 속으로 끌려가게 된 벤.
여동생이 들어가고 개가 따라 들어가고 거기에 오빠가 끌려들어간다니,
역시 시공의 폭풍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군요! 시공 좋아!
아 근데 진짜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할 만 해요. 오버워치 이후로 싹 망해버린 사이퍼즈보단 나을걸?
소: "?"
우물 안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던 사람들이 바친 공물로 가득하군요.
이건 영화가 아니다, 횡스크롤 게임의 망령이지
이렇게 벤과 쿠도 요정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군요.
이 벽화는 켈트족이 아일랜드에 들어오기 전부터 아일랜드에 살고 있던 선주민들의 양식을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트북에도 그렇고 언급에서도 그렇고 Pictish라고 쓰여 있는 건 조금 아쉽더군요.
명료하게 픽트족이라고 쓰인 걸 보면 톰 무어 감독님은 뉴그레인지 거석문화와 더불어 픽트족의 미술 양식에 영감을 받으신 것 같은데
이 픽트족이 고대부터 중세까지 스코틀랜드에서 살았던 사람들인지라...
마카의 모티브에서도 스코틀랜드가 언급되는 걸 보면 스코틀랜드에서도 두루두루 모티브를 따 왔다고 하면 되겠지만 말입니다.
한편 저 그림의 남자는 아마 '케르눈노스(Cernunnos)'로 추정됩니다.
이 케르눈노스라는 이름은 켈트 신화에서 매우 자주 나오는 정체불명의 '뿔 달린 남신'에게 주어진 임의의 이름으로,
이 이름 자체는 서기 1세기 무렵에 건조되었다는 갈리아인의 건축물인 "뱃사람의 기둥"에서
로마 신화의 여러 신들과 함께 기록되었다고 하네요.
굳이 따지자면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본명 말고 성씨로만 불린 것..과 비교를 해야 하나?
문제는 이 뿔 달린 남신의 이름이 진짜 케르눈노스인지, 그렇다고 해도 어떤 신이었는지 전혀 밝혀진 게 없다는 겁니다.
인도유럽어족 전체가 세부사항은 달라도 골자가 비슷한 것과 같은 맥락인지 신들의 구조는 그리스 로마랑 비슷하긴 해요.
문제는 이 뿔 달린 남신만 밝혀진 게 없대
진짜 뭐죠 이건
마지막으로 이 글 쓰다가 알아낸 거지만, 저기 아일랜드의 고대문자인 오검 문자가 쓰여 있더군요.
대충 해석해보니 왼쪽의 선이 TOMM, 오른쪽 선이 BEN...
감독님도 참, 자기 이름이랑 아들 이름을 영화에 새겨 놓으시다닠ㅋㅋㅋㅋ
저는 속눈썹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물 속에 들어가기만 해도 눈도 못 뜨고 난리인데
얘는 어째 눈 잘만 뜨고 가네요. 물 무서워하는 거 맞냐 너
으아 앙댓!
구명조끼 덕인지 벤은 어디론가 물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벤도 <어드벤처 타임>의 핀만큼 머릿결이 이쁘구만요 아주.
일단 물 밖에 나오게 된 건 다행인데 시얼샤도 쿠도 없고...
어째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보통 괴상한 곳이 아니군요.
여기에 대체 왜 나무로 만든 배가 있는 거죠?
하도 이틀동안 개고생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멘탈이 와장창나야 정상일 상황인데도
벤은 예전과는 달리 '괜찮아.. 괜찮아..'를 중얼거리며 정신을 다잡으려고 애씁니다. 대견한 녀석.
초전개에 익숙해지는 모습이 <유희왕>이랑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같군요.
아.. <유희왕 ARC-V>는 뺍시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실드를 못 쳐 주겠어요.
지금으로서는 빛덩어리 말고는 도저히 길을 찾을 방법이 없기에 빛무리를 따라가는 벤.
이렇게 벤의 (영화 러닝 타임 기준) 1분간 항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10여분 뒤 벤은 세비야에 도착하고...
즐거운 고연전 날에! 연대생 우는 소리~ 으 쌰라 으쌰!
지고가는 연대생이 처량도 하ㄱ... 당신들 누구야! 읍읍!
지금까지 영화가 보여줬던 연출에 비하면 상당히 밍밍한 페이드아웃이지만...
걱정 마십쇼, 다음 장면에 정말로 아름다운 연출이 나옵니다.
역시나 돌로 굳어버린 요정들이 또 보이는군요.
지하에서 노를 젓던 벤은 시얼샤를 떠올리며 고둥을 바라보지만
시얼샤는 정신을 잃은 채 부엉이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상황.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은
어느새 벤의 배가 됩니다.
노를 젓다 지친 건지 그새 잠들어서는 허연 실 투성이인 곳으로 들어서는 벤.
하루 동안 수많은 일을 겪다 보니 벌써 한밤중입니다.
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 보니....
아, 시얼샤가 셀키로 각성했을 때 나왔던 그 의미☆불명의 풍성충이군요.
그리고 그 존재가 부르고 있던 노래는...
네, 벤이 어머니에게서 배운 노래이자 디나 시들이 부르고 있던 그 노래였습니다!
영화 초반에서 등장했을 때 그대로 눈깔빔을 날려주고는...
뭐야, 사라졌네요.
요새 만화 캐릭터들 사이에 영화 트레일러를 다운받아 보는 취미라도 생겼답니까?
정색하고 눈에서 LED만 키면 멋있어보이는 줄 안다니ㄲ....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무리 노래의 베이스가 민요 이라고는 하지만
요정의 노래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거기에 종(種)이 뭐냐면서 동정(同定)까지 시도합니다. 와 초면인데 못 하는 말이 없네
벤이 원어판에서는 '저는 아무도 아니에요(I'm nobody)'/
더빙판에서는 '그런 거 아니에요(할배가 '사람 아이잖아?!'라고 아연실색했습니다)'라고 말실수를 하자
순간이동까지 선보이면서 더더욱 의심하는 풍성할부지.
꽤나 재밌는 건 이 장면을 그리스 고전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엮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한번마니라도 집에가고시픈데
사방에 괴물 천지지, 동료들은 조별 과제 조원들만큼 무능한 주제에 죄다 눈에 맛이 갔지,
병역기피에 걸었던 청춘 하지만 모두 눈에 맛이 갔...이 아니고 도저히 햄보칼 수가 없는 오디세우스의 모험기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서사시는 누구 만든거야
대충 그런 느으낌 오디세이아 읽기 좋은 날!!
키클롭스의 섬에 약탈을 나선 오디세우스는 호기심 때문에 집 주인을 보겠다고 고집 부리다가
집 주인 키클롭스 '폴리페무스'에게 잡혀 잡아먹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의 우티스(Ουτις)라고 말했는데,
이 가명을 믿은 폴리페무스는 "나를 찌른 것은 '아무도아니'요!"라고 외쳤고,
다른 키클롭스들은 '님 천벌받음 하하저런!'이라면서 돌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보면 다소 어색하긴 한데, 이 우티스가 "아무도 나를 찌르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네요.
집에 가려고 고생하는 인물(오디세우스/벤)이 인간이 아닌 존재(폴리페무스/???)를 만나서 한 말이라는 점에서
고도의 노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애초에 뇌피셜인데 알 게 뭐야
말 실수 정정 좀 하고 얘기 좀 해 보겠다는데 계속 갑툭튀하는 걸로도 모자라 주인공을 털로 칭칭 감아버리기까지 하는 할배.
이 장면 엄청 정신없습니다. 뭐 이래뵈도 이 영화 2번째 개그신이라.
그러나 벤의 말을 무시한 수수께끼의 생명체는 갑자기 빛무리를 잡고는 건전지 좀 갈아 보겠다고 하십니다.
"올라와, 올라오거라, 작은 빛덩이야!
(Suas, suas na solise beag)"
불-뻡 다운로드판 프랑스어 자막을 참조했습니다. 맘같아선 카툰 살롱에 물어보고 싶은데...
이래놓고 후반에 나오는 아일랜드어 대사 하나는 그냥 프랑스어로 써 놨더군요.
아예 아일랜드어로 쓰던가 아예 프랑스어로 쓰던가 할 거면 하나만 해 이 자슥들아
진짜로 빛무리들이 일제히 빛나기 시작하고, 정체불명의 털덩어리는 기쁨을 주체하.. 지..
기쁜 거라기보단 그냥 맛이 간 게 아닐ㄲ읍읍
벤: '(뭥미)'
이 장면에서 벤 놀라는 표정부터 해서 별 표정이 다 나오는군요.
저 빛무리의 이름은 술샤(Solise)였군요. 아일랜드어로 '빛'이라는 뜻입니다.
딱----히--- 아일랜드에 존재하는 요정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연출을 위해서 만든 존재인 듯.
아트북을 살펴보니, <바다의 노래>가 체인질링이랑 요정들을 더 다루는 이야기였던 초반 시절에는
술샤가 전형적인 날개 달린 요정으로 그려진 컨셉아트가 있더군요.
엥 이거 두 개 합치면 <젤다의 전설> 시리즈 나비 아니냐
헤이! 룩! 리쓴!
애니 리뷰에서 개그씬이 길면 사진 찍는 데는 고생이지만 쓸 글은 적어져서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암 그렇고 말고.
어쨌든 벤 못지않은 허당력을 자랑하는 이 할배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건망증이 심각하게 심하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나긴 머리카락에 저 존재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거든요.
어쩐지 건망증이 심하더라니, 풍성한 모습과는 다르게 탈모였구만 이 할부지.
빙글☆빙글☆벤
이번 장면에서 벤 정말로 비명 많이 지릅니다.
클라이맥스 장면보다도 비명을 많이 지른다니 역시 허당이야!
이 장면 꽤 귀여웠습니다. 요망한 ㅅ..ㅛ... 귀요미같으니라고.
나 사촌동생은 저 나이 때 순진하긴 했어도 생긴 건 썩 안 귀여웠는데 말이죠.
이름을 물어도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이 불쌍한 아죠씨의 이름은...
벤이 끄적이던 그림책에도 나왔던 위대한 샤나키(The Great Seanchaí)였습니다!
성우 소개와 캐릭터 소개는 분량상 다음 리뷰로..
일단 이 장소가 인간계는 아니고, 이 할부지가 온갖 기억을 보존해둔 할부지다 보니
벤이 시얼샤를 찾기 위해서는 샤나키에게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근데 정작 그 데이터베이스라는 게 2017년에 윈도우 XP 쓰는 것마냥 자주 망가진다는 게 문제지....
과연 벤은 이 곳을 빠져나가 시얼샤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어르신 또 건망증이 도지면 어쩌지?!
그리고 저는 여행 후기를 언제쯤 쓰게 될까요?! 다음 리뷰는?!
샤나키의 캐릭터 소개와 마침내 풀리는 첫 번째 과거의 실마리를 다음 리뷰에서 만나보시죠!
(IP보기클릭)124.59.***.***
(IP보기클릭)1.237.***.***
위아래 구분이 잘 안된다는 것만 빼면 보기 쉽습니당 | 17.05.29 00:3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