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통틀어서 각색과 축약이 제일 많았던 에피소드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글도 작품 해설보단 원작과의 비교가 주로 이어질것 같군요
항상 그랬듯이 이전 글들과 같이 읽어주시면 더욱 재밌으실 것 같습니다
에리리가 주역으로 활약하는 3권과 6권은 다른 권들에 비하면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카토나, 미치루, 우타하가 주역이 되는 에피소드는 히로인의 본심이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만
에리리가 주역인 에피소드는 에리리의 행동 보다는, 토모야가 에리리에게 가지고 있는 본심이 중점적으로 다뤄지죠
뭐, 이건 사실 에리리가 겉과 속이 똑같은 호구다 보니 카토나 우타하 처럼 숨길 요소가 없는게 원인입니다만 =ㅅ=;;;
또 다른 원인은 작품의 회자인 토모야가 다른 히로인들의 본심에 대해서는 오해를 하고 있는 반면
에리리에 대해서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아, 윤리 군. 이제 네 결단만 남았어」
「서, 선배.....」
「눈앞에 있는 눈을 감은 여자애, 그녀의 촉촉이 젖은 붉은 입술은, 남자의 용기를 기다리고 있어. 자아」
그리고 문뜩 쳐다보니, 그녀 "이외"에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이 한 명 더 있었다.
긴 흑발을 책상에 늘어뜨린 채, 나와 몇 센티미터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온 여성이......
「자아!」
「우, 우타하 선배......?」
우타하 선배의 숨결이 내 얼굴을 희롱하면서, 그 숨결이 흘러나오는 부위가 나와 맞닿으려는 것처럼 가까워진 순간.....
이제 집착을 그만두고, 토모야와 거리를 벌리는줄 알았으나 은근슬쩍 토모야의 주위를 맴돌고 계신 우타하 선배 ㅋㅋㅋㅋㅋ
원작의 색기 공격이 생략된건 매우 아쉬웠으나 우타하가 아직 토모야를 포기하지 않았단걸 보여줘서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ㅎ
「첫 번째는, 평소 지각 같은 건 하지 않는 카토 양이 처음으로 지각한 점」
「그러니까 그건 다른 볼일이.....」
「흐음, 그건 어떤 볼일이었어? 괜찮다면 가르쳐주지 않겠어?」
「그, 그건.....」
하지만 지금 우타하 선배에게 추궁당하고 있는 카토는 평소의 카토와 달랐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밖에 있었다는 당신의 발언,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추위를 타고 있는 점」
「뭐, 뭐어. 조금 전까지 건물 밖에 있기는 했어요」
「어디에 있었는데? 그리고 뭘 했어?」
「카스미가오카 선배.....」
카토는 평소처럼 가볍게 흘려 넘길 수가 없었다.
독기 어린 딴죽이기 때문에 응수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카토는..... 평소에 비해 멍함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방금 창밖으로 교정을 쳐다보다가, 당신이 한 남학생과 나무 아래에서 단둘이 만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어」
「아니, 그건 여담이 아니라 결정적 증거 같은데요? 다른건 전부 곁다리 아니에요?」
인기 연애 소설가의 통찰력에 감탄한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어때? 카토 양, 반론 안 할 거야?」
그리고 우타하 선배가 판 함정에 그대로 빠지고 만 카토는.....
「으음, 예. 맞아요. 고백 받았어요」
「어..... 어..... 어~?」
아쉽게도 애니에선 생략된 추궁 장면입니다
평소의 카토 답지 않게 아무 일이 없었다며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우타하의 추궁에 당황하거나
에리리가 고백 받았을땐 무덤덤했던 토모야가 카토가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보자 마자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 일품인 장면이죠 ㅋ
애니에서는 평범하게 거절하는걸로 각색되었지만
원작에선 '겨울 코미케 때문에 지금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해서 상대방이 기겁하게 만들어
추가적인 고백도 전부 미연에 방지해버리는 카토의 무시무시한 정치력이 보이는 장면입니다 ㅋ
「지금까지 '주인공 이외의 남자에게 고백 받은 여자애'라는 상황에서 여라기지 전개 패턴을 상상해봤잖아?
카토 양, 당신은 그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해?」
「으음~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전부 이 질문을 위한 전 단계였다니, 너무 돌려서 말하는 거 아니에요? 카스미가오카 선배」
.........그리고 이 회심의 공격을 받은 카토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성의나 위기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않는 듯한 투로 대답했다.
「어떻게 할 거야? 사귈 거야? 거절할 거야? 아니면 주인공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한동안 관찰할 거야?」
하지만 우타하 선배는 카토의 대충 흘려 넘기기 스킬을 오늘만큼 눈감아주지 않았다.
선배가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카토도 그제서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면서 선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중략)
「으음~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뭔데?」
「카스미가오카 선배, 요즘 삶은 재촉하고 있지 않아요?」
「.......」
(중략)
「그러니까 카토 양.....」
「카스미가오카 선배」
「응?」
그런 입가심용 잡담을 한 우타하 선배가 다시 카토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가.
「이미 답은 나왔네요. 방금 카스미가오카 선배가 말한 대로에요.」
「내, 가?」
「지금은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기라면서요?」
이번에야말로 카토는 진심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우타하 선배를 정정당당하게 맞상대했다
「카토, 그 말은....」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잠깐만, 카토 양. 그건 완벽한 커뮤니키 붕괴 플래그야」
「아~ 아뇨. 그러니까.....」
(중략)
「그래서 좀 전에도 그렇게 말한 거야. 지금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서클과 작품, 그리고 겨울 코믹마켓이거든, 아키 군.」
「그, 그럼....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해서야>」
「저기, 카스미가오카 선배.... 뭐든 연애 쪽으로 결부시키지 좀 말아줄래요?」
사에카노 1부에서 카토의 태도가 극적으로 변하는 이벤트가 총 3번있습니다.
처음에는 편안한 동성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2권에서 토모야가 우타하에 달려간 뒤로 자기 감정을 깨닫고
대놓고 다른 히로인들을 질투하거나, 살짝 여우 같은 견제를 하는 등, 이전에 비해 노골적으로(?) 호감이 있단걸 표현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5권 에필로그에서 우타하와 대화를 나누며 다시 한번 극적인 태도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질투와 견제와 어필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토모야에 대한 호감은 철저히 부정하죠.
이건 현재 그녀가 매우 난처한 상황에 쳐해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신을 제외한 서클의 히로인들은 게임을 빌미로 토모야에게 접근하는게 목적이지 서클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이죠
거기에 왜인지 우타하와 미치루는 자신을 최대 연적으로 취급하고 있고
5권의 이벤트를 통해 누군가가 토모야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거나, 연인 사이가 된다면 서클이 그 즉시 공중분해 될거란게 확실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카토가 보기에는 가장 승리 히로인에 가까운) 연적 에리리와 인간적으로 너무 친해져 버렸죠.
'상식인'인 카토는 남자를 두고 절친과 다툴만큼 뻔뻔하지 못합니다.
「어쩐지 학원제의 준비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잖아요.」
「뭐, 아마도 완성이 가까워질수록, 지금까지 이상의 지옥이 시작될테지만 말이지」
「하지만 분명히, 그 지옥을 뛰어넘으면,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 되겠죠?」
「카토쨩......」
「그러니까 에리리도, 카스미가오카 선배도, 그리고 효도양도,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카토는 토모야에게 끌리는 자신의 감성을포기하고 이성이 내린 결론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합니다.
토모야의 꿈과 어느새 자신에게도 소중한 장소가 되버린 서클의 유지를 위해 현상 유지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하죠.
거기에 작중의 미친 존재감과는 별개로 카토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약간 낮은편입니다
여자로서도, 서클 멤버로서도 자기 보다 몇랭크 더 높은(?) 에리리나 우타하를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하물며 토모야가 자신을 좋아할리 없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죠
이 시점의 카토는 토모야에 대한 마음을 거의 정리하고 사실상 토모야와의 관계는
같은 서클의 동료인 것 만으로 만족하기로 결심한 상태라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역시 이 주장과 자세는 정말 에리리다웠다.
양과 질을 만족시키는 작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항상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지만, 항상 지나치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며.
그렇기 떄문에 안심하고 맡길수 있다. 안절부절도. 두근두근도 느끼지 않으면서....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향성의 차이니까 말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방향성이 아닐 뿐이다.
토모야는 크리에이터로서 에리리의 자질을 평가할때
절대 주관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철저히 객관적인 기준으로 에리리를 평가합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그녀의 작품을 즐겼다거나, 주관적으로 대단하게 느꼈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죠
마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차마 대놓고 현실을 부정할수는 없으니
마지 못해 객관적인 사실만을 늘어 놓으며 그녀가 적당히 뛰어난 크리에이터라고 애 둘러 표현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걸 보고 기뻐하는 그딴 여자 클래스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도, 효도 미치루도, 다 박살내버릴거야」
「......뭐?」
「아무래도 요즘 들어 입만 산 졸개들이 토모야에게..... 아니, 서클에 공헌하고 있어요~ 하고 어필해대는 게 영 눈에 거슬렸거든」
에리리를 포함한 본작의 히로인들이 매번 물을 먹는 이유가 이거죠
토모야는 작가에 대한 경애와 이성에 대한 호감을 철저히 구분하는 인물입니다
뭐, 우타하의 예시처럼 작가에 대한 동경이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토모야는 에리리나 우타하를 크리에이터여서 좋아하는게 아니라, 인물 그 자체에 이성적으로 끌리고 있는거죠.
그렇기에 크리에이터가 아닌 카토한테 푹 빠진거기도 하고요
근데 히로인들은 이 사실을 계속 눈치 못채고, 어떻게던 작가로 인정만 받으면 토모야에게 사랑 받을수 있을거란 착각을 하고 앉았으니....
덕분에 이 멍청한 그딴여자는 카토가 제일 위험한 연적이란것도 인지 못하고 있습니다 =ㅅ=;;;
「아키 군은 에리리를 믿어?」
「뭐, 그 녀석의 '안정성'만큼은 말이야」
최선을 다하고, 작품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결코 빠져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창작만이 아니라 생활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그 녀석이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분명 어떻게든 할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를 버리면서까지 마음의 안정을 도모했던 녀석인 것이다.
「그럼 아키 군, 토요일에 같이 에리리가 어쩌고 있는지 보러가지 않을래? 그리고 에리리를 데리고 돌아오자」
「어 가자니..... 나스 고원에?」
「아~ 그래. 당일치기는 어렵겠네. 그럼 에리리에게 부탁해서 별장에서 하룻밤 묵고, 일요일에 돌아오는 건 어때?」
「.......」
「아키 군?」
「아, 그게.... 주말에는 내가 무리야. 게임을 완성해서 납기해야 하거든」
(중략)
하지만 내가 방금 우물쭈물한 것은 카토가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 카토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에카노 1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중 하나는 토모야가 에리리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카토나 우타하 같은 캐릭터를 묘사할때면 덤덤히 사실만을 말하거나, 은연중에 애정을 드러내는데 반해
에리리를 묘사할때는 그녀의 매력을 폄하하거나, 초등학생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직접적으로 그녀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죠.
이오리를 제외하면 히로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놓고 화내는 모습을 보여준 히로인이기도 하고요.
「옛날의 이 녀석을 이렇지 않았다. 내가 억지로 시킨 미소녀 게임에 결국 빠져버러, 전용 메모리 카드까지 사서 「올 클리어 축하해」 CG까지 본 귀여운 여자애였다. 어설프지만 애정을 듬뿍 담아 직접 그린 카타OO의 일러스트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환한 미소를 짓던, 너무나도 매력적이 여자애였다.」(1권)
「그건 그렇고 에리리 녀석, 왜 저렇게 점잔 빼는 거야? 에로 동인 작가 주제에.....」(3권)
「왜 나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녀석과 일부러 국교회복을 한것일까.」(FD)
위 예시를 제외하고도 흥미로운 묘사가 많으니 나중에 시간 나실때 직접 찾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ㅋ
아무튼 표면적으로는 에리리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에리리를 제대로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에리리가 다시 자기 곁을 떠나는 상황이 오자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진 상황이죠.
덕분에 머리로는 이게 서클을 위한 일이라며 납득을 하면서도, 무의식중에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도적으로 에리리랑 다시 대면하는걸 피할려고 하고 있고요.
마지막은 토모야와 에리리가 썸씽이 있었단걸 듣고 뾰루퉁해진 카토로 ㅋ
기껏 에리리 주역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에리리의 호구호구스런 모습이 안나오니 많이 아쉽군요 ㅠ
이번 글은 분량 문제상 2개로 나눠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내에 파트 2로 찾아 뵙도록 하죠.
(IP보기클릭)125.181.***.***
(IP보기클릭)1.235.***.***
(IP보기클릭)1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