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수도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이 금오산에 나타났다고 구미시가 7일 밝혔다. 곰을 발견한 등산객은 “5분 정도 앉아있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모험왕’ 반달가슴곰 KM-53이 김천 수도산을 떠나 이번에는 구미 금오산에 나타났다.
종복원기술원은 7일 반달가슴곰 KM-53이 지난 5일 밤 경북 금오산 도립공원에 진입해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 박모씨도 지난 6일 오전 금오산을 오르다가 철탑 부근에서 곰을 발견해 구미시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김천 수도산에 방사된 KM-53은 최근까지 수도산과 가야산 자락을 오가며 지내왔다. 그러다 지난 1일쯤 수도산에서 금오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도산과 금오산의 거리는 약 70㎞이며, 산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이동 경로에 2차선 국도가 있었지만, 차량이 적은 밤에 도로를 건넜다.
KM-53이 금오산으로 이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현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은 “여름에 접어드는 6월부터 8월까지 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면서 “현재 곰이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데다 KM-53 자체도 호기심이 많은 개체라 수도산과 서식 환경이 비슷한 금오산 쪽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5년 1월 전남 구례군의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난 KM-53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2017년 두 차례나 수도산에 나타나 다시 잡아다 지리산에 풀어줬고, 지난해 5월 다시 수도산으로 향하다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결국 곰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지난해 8월 수도산에 풀어줬다.
이러한 지리산 탈주 시도 때문에 ‘모험왕’ ‘탈출왕’ ‘콜럼버스’ 따위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곰이 너다섯살이면 사람으로는 20대의 나이다. 한창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을 때다.
종복원기술원과 금오산도립공원은 반달가슴곰과 주민들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생동물은 인간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고, KM-53도 공격 성향은 없어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시민들도 곰에 가까이 접근해서는 안된다. 사람과 익숙해지면 야생성을 잃을 수 있는 데다 우발적인 충돌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사현 센터장은 “이미 24시간 모니터링팀이 금오산에 진입할 때부터 추적을 하고 있었다”면서 “금오산도립공원 측과 협조해 반달가슴곰 보호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걸고, 안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종복원기술원에서 재활 훈련을 하는 KM-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