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지 않는, 바래지 않을
- 니코, 이름(하편)
- 에필로그 : 불러줘(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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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불러줘!」
화면 너머, 전설의 아이돌은 변함없이 멋지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호응을 요청하며 넓은 플로어를 뛰어다니는 그 모습이 백미 중의 백미다.
자연스레 흐르는 땀과 빛나는 미소가, 마치 그 시간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할까.
수많은 관객의 프레셔를 이겨내는 즐거운 얼굴이 더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지켜보는 관객들을 두근두근 가슴 뛰게 하는, 그야말로 무대의 신.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빠져들어 두어시간이 지나갔다.
「다음으로 마지막 곡이야.」
「「「「아아~」」」」
「응, 마지막 곡이니만큼 다들 따라와줘.」
벌써 끝이라니.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아닌데도 관객들처럼 탄식이 흘러나온다.
무대 위의 그녀에게서도 시원함과 아쉬움이 엉긴 묘한 감정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아이돌로서 프로답게 책임감이 깃든 얼굴로 마지막 노래를 시작한다.
여태까지의 시간을 최고로 만들어준 그녀와 그 짧으면서도 긴 시간을 공유하는 우리.
달고 단 아이스크림의 마지막 한 입을 남겨놓은 것 같은, 노래의 처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라이브는 끝을 향했다.
「고마워! 다음 무대에서 또 봐!」
이윽고 그녀가 허리를 깊게 숙이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도 크게 손을 흔드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팬들은 연신 '고마워!'를 외친다.
그리고 그 감사의 인사는 그녀가 내려간 이후에도, 곡의 반주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화면 너머의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며 니코도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전전전은 역시 최고의 복습 교재네.」
화면이 서서히 검게 페이드 아웃되며 영상이 끝났다. 1편의 재생이 종료되었음에도 여운이 남아서, DVD세트를 정리할 생각을 않고 가만히 일어났다.
「그럼 이제 니코도 일상에서 또 힘내볼까.」
그녀의 라이브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표정이나 제스쳐 등의 연출도 볼 때마다 공부가 된다. 그렇기에 니코에게 있어서 큰 자극제 중 하나였다.
「그래. 힘내지 않으면.」
하지만 오늘은 늘 느끼던 감상이나 혹은 배워야 할 것 외적으로 신경쓰이는게 있었다.
관객들이 환호할 때 마다 전해졌던,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상야릇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에서부터 자신의 안에 쌓여가는, 무언가 얹힌 듯한 감각.
그것이 탐탁치 않아 전설의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는 DVD의 표지나 '전전전' 세트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창 밖을 쳐다봤다.
「뭘까. 봄이라서 그런가.」
니코답지 않게 센티멘탈한 하루.
어쩌면 밖에서부터 꽃내음이 느껴져서일까.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향기 속에서, 아이돌 연구부를 처음 결성한 날에 봄의 분위기로 둥실둥실한 기분이 되었었던 것을 떠올렸다.
「...봄인 것은 맞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즐거운 느낌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슬픈 것인가하고 자신에게 되물으니 그것도 아니었다.
약간 무뎌졌던 아이돌에의 향상심이나 단순히 남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같은 것 또한 아닌 듯 했다.
다만 이 감정은 높낮이가 심해서, 눈으로 볼 수 있게 그래프로 수치화한다면 현재 그 라인이 상당히 요동치고 있을 거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쩐지 오늘은 상태가 조금 이상할지도.」
익숙하지 않은 그 감정에 방심이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변한다.
뒤늦게 이성적인 자신을 되찾으려 애쓰지만, 가슴에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이길 수가 없었다.
스피커볼륨을 크게 하고 라이브를 보는 중에도 이렇게까지 심장이 뒤흔들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몸 안의 모든 소리가 울려 시끄러웠다.
「아아, 참지 못하게 되버렸잖아.」
이것은 외로움..? 서러움..? 분함...? 허망함...?
아니, 그런 단순한 단어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막막해져만 가는 가슴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관하며 그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할 수 있는거라곤,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 조금 담담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뿐.
그렇게.
삶은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던 자신과.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다다르고 싶은 목표에는 한 걸음도 가까워지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이.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감정을 부실에서 홀로 계속 삼켜낸다.
「바보같아.」
전혀 나답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을 떨치고 상쾌하게 손도 씻을 겸 화장실로 향했다.
이미 하교시간이 지나서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몇 되지 않았기에, 빨개진 눈을 감출 생각도 없이 복도를 거닌다.
걸어가면서 마주한 것은 떨어져 있는 벚꾳 몇 잎뿐. 아무도 없는 복도가 처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으아. 얼굴 심하다.」
다다른 화장실은 복도만큼이나 텅 비어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왼편으로 자리한 세면거울로부터 얼굴을 확인하니, 충혈된 눈과 빨개진 코가 인사를 해온다.
그 표정이 멋쩍은지, 거울 건너편 트윈테일 소녀가 눈가를 정리하기 위해 손수건을 꺼냈다.
「그래, 니코는 역시 이 편이 어울려.」
눈가를 적당히 문지르고 니코니코니-☆. 다시 말끔한 얼굴로 자신작인 무구한 미소를 짓는다.
울적하고 칙칙한 건 내가 아냐. 그러니까 나중에 유명해져서 비운의 주인공 역을 맡게 되면 좀 소화하기 어려울지도 몰라. 하고 드라마 연기를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후우. 괜찮아, 이제.」
손수건을 깔끔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고, 머리도 예쁘게 다시 묶는다. 니코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양갈래 머리는 중요하니까 두, 세번이나 확인했다.
「에? 여기에 계속 붙어 있었던거야?」
복장도 단정히 정리할 생각으로 이곳저곳 살펴보다가, 아까 노조미와 만나기 전 손 위에 올려 놓았었던 벚꽃이 가디건 위에 달라붙어 있는 걸 찾아냈다.
아무렇게나 버렸었는데 옷에 달라 붙어 여태까지 근성 있게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그 인내력에 감탄하며 카메라 필름을 닮은 투명한 갈색의 꽃잎을 집어 들었다.
'니코니~!'
약간 바랜 꽃잎을 다시 마주한다.
'니코니~!!'
그러자 노래를 재생하듯 아까 미쳐 기억해내지 못했던 오랜 추억이 되감겨 나왔다.
어린 나에게 목마를 태워주시던 아빠의 햇님같은 미소, 해질녘 유치원에서부터 함께 집에 돌아가던 도중의 길목들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니코니코니~!!!'
그 거리들을 지나가며 아빠가 니코니코니하고 노래해주실 때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기뻤었던게 생각났다.
지금에 와서는 그 이유가 노래에 내 이름이 들어가서였는지, 아빠의 미소도 니코처럼 눈부셔서 그랬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 날 저녁 먹을 햄버그가 기대되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그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기분이 될 수 있는, 니코가 가진 최고의 보물이었다.
(...어쩌면 아빠는 걱정되셨던걸까? 그래서 '니코'란 이름을 주셨던걸까?)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미소 지을 수 있는 이름과 '니코니코니'라는 행복의 노래.
아빠는 이 모든 것이, 무심코 꺾여버릴 것 듯한 오늘 같은 날에도 나를 이끌어가는 커다란 힘이 될 거라는 걸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이름'처럼..웃어보이라고 했지, 노조미.)
이름.
이름에는 운명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여지껏 솔직히 와닿지 않았지만.
그 날의 사진처럼,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어느새 최고로 밝은 얼굴이 된.
거울 속 당당한 포즈의 자신을 통해, 이제서야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았다.
(이 미소...이게 니코의 운명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아무리 힘들더라도, 조금도 타협하지 않겠어. )
아빠가 소망하던 것.
내가 되고 싶던 것.
두 가지 바람이 섞인 '니코'라는 이름.
그 이름에서부터 곧 넘쳐서 쏟아질 것 같은 강한 기운을 느끼며, 꽃잎을 내려놓고 다시 거울을 응시했다.
(반드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돌이 되보이겠어.)
보이지 않는 큰 힘에 저절로 불끈 쥐어지는 손.
투지 넘치는 주먹에서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펴서 니코니코니의 제스쳐를 만든다.
그리고 깃든 운명처럼 최강의 미소가 데코레이션으로 스며들어서 마무리.
그렇게 완성되어 거울에 비쳐진 '니코니코니'는, 평소에 많은 연습을 통해 다다랐던 자신작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이 미소가 언젠가 하늘에까지 전해지도록.)
물려받은 미소로 팬들의 마음을 밝혀 주는 아이돌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이름 같이 환하게 웃으며 들여다본 거울 너머에는.
카메라 필름의 사진처럼, 바래지 않은 기억 속의 아빠가 니코의 옆에서 함께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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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건강하게 되는 웃음의 마법이죠 마법사 니코 시작했습니다ㅠ | 17.07.23 23: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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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의 앞날을 내다보시고 이름을 지으신게 틀림없습니다ㅜ | 17.07.24 10: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