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상담을 온 외고 나온 신사는 자신은 단순히 주식 관련 투자뿐만이 아니라 옵션, 스왑 등 파생상품도 하고, 나중에는 부동산과 금지금(순금 골드바)까지도 총망라해서 투자하는 회사를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고객은 아무 말 않고 자신에게 돈을 맡기고 자신은 단순히 주식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증권사 경험 및 자신의 대학과 외고 인맥을 전부 동원해 정보를 모아 돈이 되는 모든 상품에 다 투자해서 이익을 크게 낼 것이라는 포부를 당당하게 밝힙니다.
이런 투자일임업 회사의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27억원의 최저자기자본이 있어야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허가가 나는 요건이 27억원이 아니라, 일단 신청서를 쓸 수 있는 요건이 27억원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외고 신사에게 이런 사항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제가 '금융감독원에 문의하신 적이 있나요?' 라거나 '금융감독원 매뉴얼 확인해보셨나요?'라고 말하면 외고 신사옆에 앉은 포켓치프는 화를 냅니다.
'아니, 변호사님은 우리가 하는 얘기 이해 못한 거 같은데요, 이런 업무 해본 경험 전혀 없는거죠? 아니 회사 설립하는 절차와 자문 맡기는거에 금융감독원에 가보라니 이게 말이 되나요?'
저는 포켓치프의 말은 무시하고 외고 신사에게 차분하게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 회사 설립의 절차와 자본시장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려고 다시 시도합니다.
저 나름대로 외고 신사에게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당신 퇴직금과 평생 모아둔 돈을 노리는 사기꾼이니까 실제 상황을 내가 알려줄 테니 당신이 직접 금융감독원 찾아가서 문의 좀 해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고 신사가 저의 신호를 알아챌 리가 없습니다.
외고 신사는 제가 보내는 신호는 못 알아차리면서 계속 자신은 XX외고를 나왔고 자신의 동창들 중에는 성공한 변호사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다들 김앤장 같은데서 대기업 업무만하는 너무 고급 변호사들이라 자신의 투자자문사 창업 관련 문제는 너무 하찮은 일이라 맡아주지 않기에, 여기 한 번 찾아와 본 것인데 변호사님은 이 일을 해본게 맞냐 라는 말을 하면서 대놓고 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투자일임업과 투자자문업 같은 경우에는 최소 자본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않고 운영하는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은 불법이고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포켓치프는 '아니 지금 우리가 자본이 얼마 있는지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무시하는 겁니까?'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냅니다. 포켓치프는 외고 신사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그런 얘기 하시는 거에요?'라고 말하며 외고 신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신들은 돈이 충분하고 돈 몇 십억 정도는 지금이라도 대표님, 즉 외고 신사가 전화만 하면 여기 저기 큰 투자자들이 바로 보내주는 정도라고 말합니다.
저는 금융감독원 관련 매뉴얼을 즉석에서 컴퓨터로 열어서 보여주고, 심지어 금융감독원 담당부서와 담당자 전화번호까지 주면서 연락해보라고 하나 외고신사는 그럴수록 불쾌해합니다.
외고신사는 제가 보내는 신호를 전혀 알아채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포켓치프와 함께 저를 무시하고 깔보는 발언을 합니다.
'여기 변호사님이 여의도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변호사님이 파이낸스쪽일을 해봤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 말씀을 잘 이해를 못하시네요.'
이 정도 됐으면 더이상 이 사람들을 제 사무실에 머물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내보내려고 하는 찰나에 포켓치프가 선수를 칩니다.
'대표님, 제가 그러게 뭐라 그랬나요. 제가 아는 거기 법무법인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이런건 전문이 따로 있는 거라서 일반 변호사들은 몰라요. 서초동 거기가 이런 회사 수백번 설립업무 했다는 곳이에요. 자 갑시다!'
포켓치프는 외고 신사를 데리고 나갑니다. 외고 신사는 저에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한쪽에서 큼직한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들고 저의 말을 메모하면서 앉아 있었던 젊은 남자 조수가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앉아있는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조수의 눈이 저의 눈과 마주치고 순간 조수는 웃으면서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의 목례를 저에게 보냅니다. 저 역시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웃어줍니다.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가 맘놓고 이 인간에게 돈을 뜯겠습니다.'
'어쩔 수 없구나, 이제 외고 신사는 너희 것이다. 상담료나 내고 가라.'
말은 한마디도 안했지만 서로의 눈빛에서 이런 메시지가 오갑니다. 포켓치프와 조수가 저를 자신들의 사기의 도구로 이용해 먹었으니 저도 최소한 상담료는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우시지마 한 편 다 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