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킹, 드워프, 그리고 야성미가 넘치는 전사.꼭 그러라는 법은 없는데도, 이들을 논할 때 빼먹으면 섭섭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상남자들의 무기, 전투용 도끼죠.
예리하고 멋스러운 인상을 주는 도검과 달리, 거칠고 강인한 이미지를 내세워 개성을 확보한 무기입니다.
또한 게임에 따라서는 투척용 무기로도 쓸 수 있어서요. 도검과는 차별화된 액션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무기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실제 전투용 도끼는 어땠는지 물어보는 지인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유물 자료를 보여주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라, 생각보다 덜 무겁고 얇을 수도 있네?”
그래서 창작물의 도끼와 유럽 역사에서 쓰인 전투용 도끼의 차이를 궁금히 여기는 분들을 위해 자료를 준비해봤습니다.
마침 1월 15일, 도끼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 게임, 갓 오브 워가 PC판으로도 출시돼서요. 같은 질문을 하는 분이 늘어날 거 같으니까요.
*주: 이 글에서는 바이킹~르네상스 도끼의 평균 크기/무게를 다룹니다. 인도/터키 등 타지역의 도끼, 예외적으로 큰 도끼의 스펙은 다를 수 있습니다.
유럽 박물관 자료를 검색하면 도끼 유물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킹 전사의 부장품으로 묻힌 도끼 유물도 찾을 수 있었고요. 전투용 도끼로 명시된 유물도 찾을 수 있었어요.
또한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정복(1064~1066)을 다룬 작품, 바이외 테피스트리에서는 양손도끼를 들고 싸우는 전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데인족의 도끼(Danish Axe)로 검색하면 여러 유물과 재현품을 확인할 수 있고, 13세기 무장을 살펴볼수 있는 모건 바이블에서도 양손도끼가 나오죠.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오면, 창날이나 다른 공격수단을 더한 폴액스와 할버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투척용으로도 활용했던 도끼도 실존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프랑크 족의 도끼 프랑시스카가 있죠.
비잔틴 역사가 프로코피우스에 따르면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그들은 각각 칼, 방패, 도끼를 들고 다녔다. 쇠로 된 도끼머리가 달린 이 무기는 두껍고 양날을 날카롭게 새웠으며 손잡이는 짧았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 돌격할 때, 신호에 맞춰서 도끼를 던져 적들의 방패를 쪼개 부수고, 상대를 죽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이런 기록들을 보자면, 전투용 도끼는 판타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도 쓰인 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창작물의 도끼는 가능한 묵직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게 국룰이지만요. 실제 전투용 도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벌목용 도끼보다 얇게 만들 수도 있고, 무게도 생각보다 덜 무거운 수준으로 그칠 수가 있어요. 크기도 극단적으로 커지기보다는 일정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보였고요. 설령 양손도끼라 해도 말입니다.
아래의 유물은 후기 바이킹 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도끼 머리입니다. 날 길이는 25cm이고 박물관에서는 양손도끼로 보고 있지만요. 본래 무게는 800g에 그친다고 합니다.
밑에 보이는 건 10~11세기 스칸디나비아에서 쓰인 도끼머리인데요.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인데도 520g에 그쳤습니다. 아마존에서 파는 장작패기용 도끼에 비한다면 생각보다 덜 무거운 편이죠. 총 길이는 90cm지만 머리 무게는 2.2kg짜리가 있으니.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세요. 굵직한 통나무가 더 단단하겠습니까? 아니면 사람 머리통이 더 단단하겠습니까?
당연히 사람의 머리통을 부수는 게 더 쉬우니 무리하게 두껍고 묵직하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사람은 도끼에 맞지 않으려고 피하기까지 하니까요.
물론 옛날 전사들이 쓰는 모든 도끼가 무조건 얇고 덜 무겁다고 단언해서도 안 되겠죠. 전투용만이 아닌 도구로 쓰려고 적당히 굵은 도끼를 가지고 다닐 수는 있으니까요.
예외적으로 큰 유물도 나올 수도 있겠죠.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의 유물은 또 다를 테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은, 모든 옛날 전투용 도끼가 창작물에서처럼 무겁고 두꺼운 무기라고 넘겨짚으면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이번 글의 핵심 내용이에요.
여기서 잠깐, 그래도 갑옷을 상대하려면 결국은 아주 묵직한 도끼가 필요하지 않겠냐고요?
질문에 답변드리기 위해 갑옷이 발달했던 시대의 폴액스와 할버드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전체 길이가 2m 내외인 폴암도 전체 무게는 2kg대에 머무르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이걸 지인한테 보여주니, “롱소드보다 훨씬 길어서 더 무거울 줄 알았다” “못해도 4~5kg은 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머리 부분도 창날이나 망치머리,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아주 커보이지만, 도끼머리 크기만 따지면 적당한 선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 와중에 비교적 도끼날이 큰 유물도 찾아내긴 했습니다만, 이것도 총 무게는 2kg대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율을 맞춰서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들 올려드립니다. 길이는 박물관에서 기록한 날 길이 참조했습니다.
하긴 도끼머리를 크고 무겁게 만들어야만 위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도끼 머리 크기는 그대로 놔두더라도, 양손으로 휘두를 수 있게 자루를 길게 늘려주면 위력을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끼 머리를 키우는 대신 창날이나 갈고리, 혹은 망치머리를 더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고요.
창날을 더하면 갑옷 틈새를 찌르는 게 가능해지고
갈고리를 달면 팔다리를 걸고 제압하는 공략법을 좀 더 다양히 쓸 수 있습니다.
망치머리를 달면 갑옷의 취약한 부분을 때려 더 피해를 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도끼날만 키운 무기는 어떨까요? 대표적인 예로 버디슈가 있는데, 이것도 창작물의 도끼처럼 전반적으로 거대하기보다는 위아래로 길쭉한 형상이 많았습니다.
총 무게도 생각보다 덜 나갔고요. 전체 길이 1m 중후반인 유물들 무게가 약 1~2kg대로 머물러 있더군요. 현대인 관점으로는 이것도 큰 도끼이긴 하지만, 창작물의 거대한 양손도끼에 익숙해진 분들께는 덜 무겁고 얇아 보일 수 있죠.
단, 현실이 이렇더라도 창작물은 묵직해보이는 디자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작물에서는 눈에 잘 띄는 무기를 써야 하잖아요. 특히 탑뷰나 쿼터뷰 게임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전체 화면 대비 캐릭터 크기가 작다 보니, 도끼를 두껍고 크게 묘사하지 않으면 아예 안 보이거든요.
숄더뷰나 백뷰, 자유시점의 3D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펙트에 덜 가려지고 부피감이 늘어나 보기 좋아지니까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말입니다. 도끼를 중시하는 게임이나 영상 매체는 험악하게 생긴 몬스터나 초월적인 존재와 싸우는 경우가 많더군요.
혹은 도끼 주인이 초월적인 존재거나 이종족인 경우도 있고요.
이런 설정이 깔린 창작물이라면 실제 도끼보다 더 험악하고 묵직해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요즘은 현실성을 추구하는 창작물도 나오고 있지만요. 되도록 큰 도끼를 참조하거나, 은근슬쩍 도끼 머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인상을 강하게 묘사하는 데에는 큰 무기를 쥐어주는 게 가장 직관적이니까요.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약)
(IP보기클릭)22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