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인간 외의 종족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뱀파이어, 서큐버스, 엘프, 드래곤 등등
수많은 종족이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가며 서로 대화하고, 직업을 갖고, 결혼도 평범하게 하는 세상이니만큼
우리 가족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 날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후루룩……."
엄마는 식탁에 앉아 동물의 피가 담긴 팩을 빨대로 마시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평범한 인간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식탁, 같은 가족인데도 엄마가 피를 마시고 있는건 여전히 적응이 안되었다.
그렇게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는데
식사를 마칠 즈음, 엄마가 문득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으음……."
엄마가 작게 중얼거렸다.
"슬슬 때가 된 것 같네."
"뭐가?"
내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아픈 건 잠깐이니까 잘 참으렴."
"……응?"
다음 순간
엄마가 순식간에 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읏……!"
날카로운 통증이 목을 찌르고
그 뒤의 기억은 없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뭐야."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어지러워 관자놀이를 누르니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엄마가 나를 물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
아...
"꿈인가……."
끔찍하게 이상한 꿈을 꿨다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내려온뒤
아직도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은 채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라도 하면 정신이 들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거울을 본 순간,
"……."
나는 굳어버렸다.
거울 속에는 내가 있었다.
분명히 나인데 내가 아니었다.
붉은 눈동자, 무릎까지 찰랑이는 새하얀 머리카락
마지막으로…… 낯선 얼굴.
"으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오자
쾅!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그러나 엄마는 거울 속의 나를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환하게 웃었다.
"와... 나랑 똑 닮았네!"
"뭐가 닮아! 이게 나야?!"
나는 다급하게 거울을 가리키자
엄마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
"원래 네 모습이야."
"무슨 소리야?"
엄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으로 자라야했었어."
"……뭐?"
엄마의 설명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 자체를 뒤집어 놓았다
나는 원래 여자아이로 태어났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 희귀한 병 때문에 남성의 외모로 성장해야했고, 인간인 상태로 치료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의사는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뱀파이어로 변이시키는 것
뱀파이어가 되면 그 병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엄마는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어제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가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었다는 거야?"
"응."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말하면 무서워할 것 같았거든."
"당연히 무섭지!"
엄마는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 얼굴로 웃었다.
"그래도 이제 건강해졌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학교 정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던 내가
오늘부터는 새하얀 장발에 붉은 눈을 가진 뱀파이어 소녀가 되었으니까
심지어 엄마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골라준 교복까지 입고 있었다.
치마에 초커.
그리고 어깨를 넘어 길게 흘러내리는... 뭔가 때깔좋아보이는 귀신같은 흰 머리카락
거울을 볼 때마다 현실감이 없었는데, 학교에 오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걸 친구놈이랑 선생님한테 어떻게 설명한다...'
어제까지 남학생처럼 생겼던 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했다는 걸 누가 믿어줄까?
나는 학교 정문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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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1화만 쓰고 던질 만화 플룻으로 구상중인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