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관 극장이 쫓겨나고 멀티플렉스가 점령한 지금은
극장이라고 하면 그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다.
아이맥스관이나 MX관 같은 특색이 있을 뿐이다.
'원더우먼'이 개봉하면 모든 극장에서 다 같이 상영한다.
선호하는 지역, 극장, 상영관을 고르면 끝이다.
어릴 적에는
극장이 개봉관 - 재개봉관 - 2본 동시상영관으로 나뉘었다.
필름 상영 시절이라 영화가 개봉하면
특정 개봉관에서 우선 상영을 하고
거기서 어느 정도 뽑아먹은 후 재개봉관으로 넘어갔다.
돌고 돌아 지칠 대로 지친 필름은 마지막으로 동시상영관에 온다.
가격은 500원씩 1,000원씩 차이가 났다.
부산 온천장에는 '동성극장'이라는 동시상영관이 있었다.
영화 두 편을 싼 가격에 같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조합이 늘 괴이했다.
심형래가 출연한 영화와 '나인 하프 위크'를 같이 상영하는 식이다.
시설은 당연히 열악했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트래비스가 항상 가던 뽀르노 극장이나
'트루 로맨스' 클라렌스의 단골 극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쥐가 돌아다니고
잣같은 변태들도 있었던,
지금 생각하면 꽤나 위험에 노출된 환경의 시설이었다.
그곳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극장이다.
당시 어린이였던 나는
전체 관람가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서 극장으로 갔다.
남기남 감독의 '영구와 황금박쥐'라든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같은 거 말이다.
매표소 아저씨는 항상 "이것만 보고 나와라" 하며 표를 건네주었고
나와 친구들은 큰 소리로
"당연하죠 아저씨! 저희는 어린이인걸요!" 하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당시로서도 개봉한 지 꽤 지난 '에이리언'을 봤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와 '투 문 정션' 같은 것도 볼 수 있었다.
'라스트 액션 히어로'의 주인공이
스크린 속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보며 그러하듯
"와! 존나 직이네 마!"를 조그맣게 외치며 즐거워했었다.
"야, 숨어있다가 뒤의 것도 마저 보고 가자" 하고는
다른 상영작인 에로 영화까지 다 보고 나오곤 했었으니
거기가 바로 놀이터이자 학교였다.
이제는 극장 자체에 추억을 가질 일이 없다.
기껏해야 용아맥에서 봤었지, 여의도 4DX가 쩔더라 정도나 있을 뿐.
지금은 그곳에 (대한민국의 모든 곳이 그러하듯)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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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온천극장이 있고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스파쇼핑에 스파극장 거기서 부산대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면 나오는 소방서 삼거리에 동성극장 그중 온천극장이 꽤 좋았었는데 ㅋㅋㅋㅋ 그 시절 그립네요 | 21.07.26 19: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