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플래티넘 인증샷부터)
아틀리에 시리즈를 오랫동안 해오신 분들의 평을 보면, 플래티넘이 역대급으로 쉬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아틀리에 시리즈를 소피로 입문했던 사람인데, '시리즈 첫 작품'을 해본 것은 라이자가 두번째가 되겠군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소피의 아틀리에와 비교를 하면서 평가를 한 게 많았습니다.
자잘한 것까지 언급하면 점점 글이 길어지니, 굵직한 것 몇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사항을 언급하자면, 저는 ps4 & 비타 게임 총 21개를 플레이해서 4개 빼고는(슬라이쿠퍼3, 데메크5: 진행중이지만 아마도 못 딸것 같음 / 록맨 11, 웰컴파크: 이쪽은 아주 포기) 전부 플래티넘 달성했고(신비 시리즈 전체 포함), 록맨 X 애니버서리 컬렉션의 'X 챌린지(vol1)' 하드모드 기준 34위까지 올라간 전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1. 스토리
그리 좋은 평가를 못하겠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여느 RPG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라는 것인데, 그 과정 중 하나였던 엠펠을 포함한 라이자 일행과 마을 사람들간의 갈등에서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현재진행형인 '세대 차이'와 '꼰대 Vs. 어린것'의 구도를 '굳이 여기서도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그 갈등이 해소된 것도 따지고보면 주인공 일행의 말을 듣고 검증을 했던 것이 아닌, 사실상 인민 재판을 했다가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것이었죠. 그 후에 마을 주민들이 전적으로 라이자 일행을 신뢰했는가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라이자의 부모님부터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농사나 도와라"라고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아틀리에 시리즈 중에는 이보다 더 암울한 스토리의 작품들도 여럿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에스카와 로지는 '세계 멸망'이 코앞이라는 설정이라고 들은 적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제가 처음 접한 작품이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힐링물에 가깝다는 '소피의 아틀리에'였다보니, 그냥은 넘기지 못하겠더군요.
2. 전투
'시도는 좋았으나, 신선하지는 않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전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아쉬웠던 것은 기왕에 실시간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제대로 된 실시간 방식으로 했어야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리얼 타임 전투는 아니란 것이었죠. '퀵 액션'을 할 때는 일시적으로 시간이 멈추는데, 제작진은 이걸 나름대로 전략적인 요소로써 차별화시킨 것 같습니다만... 어찌됐든 퀵 액션을 하는 동안은 모든 시간 흐름이 멈춘 채로 진행되니, 제대로 된 '실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AP를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데, 이것 역시 그리 좋은 평가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MP를 신경쓰지 않고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만, 파티원 한명이 쓰러지면 이것만으로도 패널티인데, 거기에 AP 레벨을 하나 낮춘다? 제가 이것 때문에 여러 보스전에서 딜을 근소하게 못넣어서 3명이 다 KO당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오더들도 굉장히 난감한 게 많더군요. 단순하게 '스킬을 사용해라', '아이템을 사용해라'는 말할 것도 없이 쉬운 조건이고, 'O속성 공격을 해라'도 나름 괜찮습니다. 그런데 'O속성 내성을 감소해라'라는 명령은 제가 한번도 성공시킨 적이 없습니다. 캐릭터 자체 스킬로 발동된것도 본 적이 없고, 아이템 중에서도 이런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뭔지 연금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라면 잘 기억했다가 전투에서 써먹었을텐데, 전혀 기억도 안날 뿐더러, 공략 등을 일일히 찾으면서 해당 아이템을 만든후 속성 내성 깎으며 할 바에는 차라리 내성 감소 따위 갖다 버리고 템빨 레벨빨로 단순무식하게 밀어붙이는게 저의 정신건강에 더 이롭더군요.
AP 레벨에 따라서 평타의 추가타는 물론, 스킬들의 부가 효과가 생긴다는 점 역시, 신비 시리즈에서 아이템에 추가 대미지를 부여하는 특성들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한번의 공격으로 더 많은 대미지를 넣을 수 있었기에, 그닥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봤던 '실시간 턴제 전투'를 채택한 게임 중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게임은,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이었던 '다크세이버(닥세월드)'였습니다. (참고로 전 90년생 늙다리입니다)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공격과 마법은 물론 아이템 사용까지 전투중에는 모든 게 다 실시간이었죠. 그러다보니 RTS까지는 아니더라도 컨트롤이 꽤나 중요한 작품이었고요.
사실 저는 소피의 아틀리에를 통해 '턴이 시작될 때 '미리 명령을 내리고' 시작되면 그에 따라서 행동한다'는 전투 방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 접한 방식이다보니 익숙치 않아서 시행착오도 굉장히 많았고, 지금도 소피를 평가할 때 이부분은 그리 좋게 평가를 못했습니다(소피도 이랬는데 피리스는 뭐....) 라이자는 그런 소피 때와 완전히 다른 전투 방식이었는데, 이 역시 제게는 그리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3. 연금술 발상 및 조합
솔직히 이건 반반입니다. 이미 만들어놓은 조합품을 다시 조합해서 활성화시키지 못한 효과들을 다시 활성화시킬 기회를 준다는 점과, 특성들이 여럿 간소화되어 'A특성과 B특성이 합쳐져 C특성이 나온다'라는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게 봅니다.
하지만 연금술 조합 발상은 신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몇몇 아이템들은 상점에서 팔거나 NPC를 통해 얻는 책을 보고서 개방이 된다는 점도 그렇고, 라이자에서는 특정 아이템을 조합할 때 어느 아이템을 투입하면 새로운 레시피가 개방된다는게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잘 느꼈습니다만... 소피에서도 이미 도감에 '~을 n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방법을 '친절하게' 다 알려줬습니다. (아니 소피때는 이렇게 친절했는데, 피리스 때는 왜 그 모양이었던거지...?)
사실 재조합도 마냥 긍정적으로는 볼 수 없었는데요. 플레이어의 연금술 레벨의 상한선이 99인데.... 99짜리 연금술 조합하라는 트로피를 하면서 신발+배낭세트를 계속 올려봤는데, 아이템 습득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 세트의 연금술 레벨을 99를 넘겨버리기 때문에 조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져서, 결국 습득량 증가는 끝까지 올리지 못하고 다른 부분에서 레벨을 99까지 올린 적이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상한선이 99인데, 그 상한선까지 도달했음에도 만들어낼 수 없는 조합을 구현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더 결정적으로 '던켈하이트'였나요? 이걸 써야 하는 소모품도 있었는데, 문제는 저 던켈하이트가 정말 더럽게 안나오는 재료라고 하더군요. 일본쪽 위키를 보니, 저걸 드랍하는 몹과 몇십판을 싸웠는데도 하나 나오지 않아서 보틀을 썼다고 하던데... 신비 시리즈에서 '재료가 안나와서' 아이템을 조합할 수 없는 상황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저도 보틀을 썼으니 망정이지, 그 보틀이란 것도 분명히 인터넷에 도는 패스워드를 쳤음에도 아예 적용이 안되거나 전혀 엉뚱한 세계가 구현된 경우가 절대 다수였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시리즈에서 가장 정석적인 방법인 드랍하는 몹 잡기로도 확보하는 게 저따위면 뭐...
4. 캐릭터들
여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감히 깔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남캐들인데... 신비 시리즈에서 봤던 남캐들과 비교했을 때 딱히 차별점을 못찾겠습니다. 대표적으로 엠펠의 '과거에는 연금술을 썼지만 이제는 모종의 이유로 쓸 수 없다'는 점과 '현재는 다시 쓸 수 있고, 파티 멤버로 합류했다'라는 부분은 신비 시리즈에서 나온 알트와 비슷하네요. 애초에 이건 파티원 수가 6명밖에 안되기에, 그만큼 캐릭터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5. 트로피 획득
피리스에서 나왔던 '그 분을 이겨라' 혹은 리디&수르에서 나왔던 '모든 배틀 믹스 스킬을 사용해라' 식의 괴랄한 트로피는 없었습니다만... 사실 그렇다고해서 마냥 따기 쉬운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앞서말한 트로피들정도는 아니지만, 이 작품도 노가다를 요구하는 트로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앞서 말했던 연금술 레벨 99짜리 아이템 조합하기. 플레이어의 연금술 레벨을 99까지 올리는 것도 곤욕일 뿐더러(이거한다고 현자의 돌 만든게 몇번이더라...) 까딱하면 아이템의 레벨이 최대 상한선인 99를 넘겨버릴 수도 있어서 무턱대고 재료 투입할 수도 없습니다. 라이자의 레벨 50 만들기 역시 나름 노가다라면 노가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소피는 20까지밖에 안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가장 짜증나게 했던 트로피는 채집지 레벨51 이상 만들기... 앞서 언급했듯 제가 직접 레벨을 올리자니 아이템 계속 투입하느라 젬은 젬대로 나가고, 막상 조합시켜보면 어째서인지 그놈의 레벨이 반토막나서 51을 넘기지 못하고... 그냥 인터넷에 올라온 패스워드 치고 끝내자 했더니 어째서인지 안먹힌다고 난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여전히 열받네요.
마지막으로 땄던 트로피인 롤 올려서 브레이버 만들기.... 신비 시리즈에서는 신경쓸 필요도 없었던 요소가 하나 더 생긴데다가 '어떤 롤을 올려야 하나?'라는 나름 복잡한 계산을 ㅎ 해 해야했던 과제였기에, 이쪽도 만만치않게 노가다를 요구했습니다.
5. 결론
초보자들에게 최적화된 작품이다? 빈말로라도 동의 못하겠습니다. 저라면 차라리 소피를 입문작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분명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만, 제게는 '초보자 친화적? 어딜 봐서?'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물론 아틀리에 시리즈의 골수 팬이 아니라서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았기에 '모르는 게 많아서', '알 지도 못하면서' 이런 평가를 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기에 저 나름대로 라이트 유저로서 평가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얼마전에 후속작이 공식 발표되었죠. 그것도 아틀리에 시리즈 최초로 주인공이 연임하는 사례라고 하더군요.(그럼 이리스 시리즈는 뭐죠...? 이리스는 주인공 이름이 아니었던건가...? 정말 몰라서 그런거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아쉬운 게 굉장히 많았던 사람인데, 후속작에서는 좀 더 추가되는 요소가 있다고 하니,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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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 플레 검색 후에 축하 댓글을 적었습니다. 늦은 축하 댓글 양해 바랍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22.03.29 19: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