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겉만 그럴듯한 게임이라는 소릴 들어도 아무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 게임이 아직까지도 덤핑이 안 되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초회 물량이 여전히 남아돌던데 유통사 쪽에 뭔가 그런 정책이라도 있는 건지 뭔지.
정가 54800원, 현재 오픈마켓에서 아무리 싸도 4만원 정도입니다만 가격 값을 하는 게임이라고는 절대로 말을 못 하겠습니다. 중고가도 3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데, 그 값에 구한다고 해도 본전을 뽑는다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 의문이네요. 사실상 PS4 게임으로서는 풀 프라이스인데, 유통사는 진심으로 이 게임이 그 돈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어휴. 같은 소릴 반복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만큼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하던 저에게 있어선 워낙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임이었기에, 예판을 옛날 옛적에 놓친 한정판을 구하려고 날마다 중고시장 확인하다가 겨우겨우 중고로 한정판을 업어왔더니, 어차피 AAA급 게임 정도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이 지경일 줄이야.
그래픽은 좋았습니다. OST도 좋았습니다. 캐릭터도 좋았습니다. 애초에 그런 매력이라도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게임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나머지가 다 문제입니다. 전체적인 만듦새와, 특히 플레이어 편의성. 재앙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우선 볼륨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요. 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 진행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넓디넓은 맵을 다 돌아다니지도 않고 금방 끝나 버립니다. 애초에 진행방식이 워낙 단조로워 길이가 짧은 편인데도 길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럼 풀 프라이스만큼의 나머지 볼륨은 뭘로 채우느냐 하는 건데, 수집품 수집입니다. 전체 맵 중에서 스토리에 관여하지 않는 부분들은 오직 수집품과 서브 이벤트만을 위해서 있습니다. 이런 요소는 큰 인기를 끌었던 오픈월드 게임에서도 많이들 있었던 것들이죠. 호제던이라던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예시로 든 호제던은 친절하게 수집품의 대략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맵을 보고 빠른 이동으로 필요한 데만 골라 다니면서 효율적으로 수집품을 모을 수 있는 반면 이 게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수집품 위치? 모릅니다. 안 보여줍니다. 뭐 탐험 게임이니까 이 정도는 감내 가능합니다. 순간이동이 가능한 지장보살 위치? 표시 안 해줍니다. 세이브를 한 데만 따로 주인공이 그려넣는다는 설정이면 충분할 텐데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지장보살 근처에 있지 않더라도 순간이동이 가능한가요? 아뇨, 절대 안 되죠. 그럼 지장보살이 많나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장소에 따라 다릅니다만, 플레이어의 느려터진 이동속도로 득실득실한 요괴들을 뚫고 도달하기엔 제법 먼 거리를 두고 꽤 띄엄띄엄 떨어져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게임에서 제일 화나는 부분입니다. 일례를 들자면, 엔딩 후에 마지막 요괴를 상대했던 전망대 위쪽 동굴. 수집품을 모으기 위해서 반드시 한 번은 갔다 와야 하는데, 그 길이 정말 멀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머나먼 거리입니다. 심지어 도중에 거미 요괴들까지 떨어지는 통에 왔던 길 다시 오고 싶지 않으면 동굴 안에서 추가로 세이브를 해야 하는데, 그럼 일부러 죽어서 동굴 밖으로 나간다는 편법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동굴 안에 있는 지장보살들은 서로 순간이동도 안 됩니다. 저장만 시켜주죠. 그렇게 천길만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어서 동굴 끝에서 수집품을 주우면? 별 거 있을까요, 다시 그대로 온 길 돌아가서 동굴 밖에 있는 지장보살까지 걸어가야죠. 물론 도중에 실수로 죽으면 다시 걷는 거고.
대체 뭘 시키고 싶었던 건가요? 우중충한 분위기를 잘 살린 동굴 그래픽을 충분히 감상하며 '아, 최종보스전 생각나네. 그때 연출 진짜 감동적이었는데' 하는 여운에라도 젖어야 되는 겁니까? 아마 플래티넘 트로피 딴 사람치고 이 부분이 짜증나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최소한 제가 예상하기엔 그렇네요.
이런 구간이 여기만이 아닙니다. 특히 그놈의 지하수로는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고요. 어차피 스토리 클리어했을 때부터 게임의 목적은 수집품 모으기인데, 무슨 오픈월드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광활한 맵을 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부적 하나 넣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랜덤 확률로 달리기가 빨라질 때가 있다' 네 '라이트로 적을 비추면 적이 느려진다' 네, 심지어 '개를 데리고 다닌다' 같은 하등 쓸모도 없는 부적이나 넣어줄 게 아니라?
물론 개를 데리고 다니는 건 효과는 없더라도 이런저런 이벤트에 작용합니다. 잘 알죠. 근데 거기에 일말의 힌트라도 있었습니까? 개를 데리고 다니면 전작 주인공과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고, 공장으로 납치를 안 당할 수 있다? 그런 걸 게임에서 단 한 줄이라도 설명해주나요? 없죠. 전혀 없습니다. 자기가 무슨 다크 소울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마냥. 아니, 하다못해 다크 소울도 저장은 되지만 순간이동 기능이 없는 화톳불 따위의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오브젝트는 안 만듭니다.
여튼 이 부분도 할 말이 많습니다. 이벤트의 실마리라는 걸 조금이라도 줄 수는 없었나요? 어차피 인터넷으로 공략 뒤져볼 테니까 굳이 말 안 해줘도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한 걸까요? 정체불명의 쪽지로 설명해 주는 이벤트 몇 개 말고는 정말 '아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서 해?' 라는 의문이 절로 튀어나오는 이벤트들뿐입니다. 특히 우는 바위 옮기기, 밭 옆에 있는 신사에 동전 15개 넣기, 인형 얻어서 단절의 신한테 가위 바꿔먹기, 연못에 물건 10개 던져넣기 같은 것들은 진짜… 참… 하아.
그리고 출몰하는 요괴들. 딱 봐도 얘한텐 이거 써야겠다 하고 감이 오는 극히 일부의 요괴들을 제외하면 대처법 자체를 전혀 알 길이 없어서, 처음에는 그냥 무조건 한 번 죽고 '아, 여기서는 무조건 얘가 나오는구나' 하고 그 다음부터 알아서 피해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요괴들. 이런 거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합니다. 한 번도 안 당해봤으면 일단 무조건 죽으라는 게 말인가요? 하다못해 주인공한테 일기 외에 따로 도감 같은 걸 쥐어줘서 만난 요괴 생김새와 '이런 걸 던지면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아' 같은 간단한 기록이라도 시켜줄 수는 없었나요? 보스전도 끔찍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니혼이치야 이게 공포 게임이냐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지금 하고 있는 게 슈팅게임인지 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당혹스러운 보스전. 캐릭터 조작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고 히트박스 판정도 좀 괴상해서 어지간히 숙달되지 않는 이상 몇 번은 죽게 되는데, 그럼 그 길고 긴 보스전을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도서관이었나 어디었나의 보스전이랑 공장에서 나와서 커다란 구체 요괴한테 쫓기는 부분은 진짜 죽을 때마다 탄식밖에 안 나왔습니다. 어려움에 대한 게 아니라, 불합리함에 대한 탄식.
심지어 이 게임은 저에게 PS4 콘솔 게임을 하는데도 도중에 버그로 게임이 튕겨서 진행상황을 날리는 아주 진기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여태 꽤 많은 플포겜을 하면서 오류로 튕겨본 게임이 딱 두 개인데, 위쳐랑 이 신 요마와리예요. 그나마도 위쳐는 딱 한 번 튕겨봤는데 요마와리는 플티 딸 때까지 세 번이나 튕겨봤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콘솔게임이 이렇게 되는 거죠? 튕김 현상 잡는 사후패치 같은 건 아예 신경을 안 썼나요? 모르겠네요, 이건 제 플포 기기 문제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드는데 워낙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험이라 언급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동 옵션을 좀 넣어줄 수는 없었을까요. 적이 가까워질 때마다 쿵쿵 울려대는 건 그렇다 쳐도 죽을 때마다 무슨 영겁의 시간 동안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고 울리는데, 정작 게임 내에는 그 흔한 진동 ON/OFF 옵션도 없습니다. 나중에 가면 시간을 절약할 목적으로 고의로 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손목이 안 좋아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듀얼쇼크 배터리도 더 빨리 닳을테고.
여하튼 종합해서, 이 게임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정말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볼륨을 억지로 잡아늘린 인디 게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게임 전체에 산재해 있는데 그 의도를 도무지 이해해 줄 수가 없는 불합리함. 이게 왜 있어야 하는지도,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분위기 잡자고 마구잡이로 쑤셔넣은 것 같은 오브젝트들. 스토리건 이벤트건 게임 내에서 설명이라곤 조금도 해 주지 않는 과분한 친절함. 게임의 장르적 특성과 퀄리티를 고려하면 차마 할 수 없는 선택일 텐데도 가차없이 풀 프라이스를 책정한 개발사의 양심까지. 아, 그리고 제가 한정판을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이유였던, 또한 애초부터 기대는 정말 전혀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딱 이 정도였구나'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던 한정판 특전 부록소설도, 뭐,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었네요… 네.
적어도 마음에 드는 요소는 분명히 있었던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래저래 불평하면서도 플래티넘 트로피는 땄고요. 지금도 엔딩 스탭롤에서 흘러나오던 테마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안타까움만 더해지네요. 솔직히 기대 안 한다고 했으면서도 사실 저 스스로도 이 게임에게서 나름대로의 매력적인 세계를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안타까움도 더 클 수밖에 없는 거겠죠.
재미있었다면 재미있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착잡한 게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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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 플레 검색 후에 축하 댓글을 적었습니다. 늦은 축하 댓글 양해 바랍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22.04.21 19: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