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말이라 바쁘네용.
글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마이피에 시를 올려놓고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글 맨 마지막에 링크를 걸어둡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최악이었다. 결코 생각치도 못한 결말. 용상, 그녀는 그렇게 구슬픈 눈으로 바닥에 시선이 꽂힌채 입에 재갈을 물린듯, 말 한 마디를 못했다. 조활은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지금 그녀가 겪는 일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지, 감히 예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도 상처는 많이 받아와 봤지만, 그녀는 상처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더욱 뒷통수를 긁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자신이 내민 손길 만큼은 용상이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하려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어졌다.조활은 문득, 알현실에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금향궁은 본래 모든 무림인들이 적대시하는 니교, 인간도(人間道)입니다."조활이 놀라서 물었다."이, 인간도?? 니교라구요?? 정, 정말이십니까??"온부인은 말없이 눈만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세, 세상에나... 그, 그럼 이 사실을 상 누님은 알고 있는 겁니까??""상아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래야 합니다. 상아의 태생은 구 무림계의 영웅인 용연의 딸자식이요, 결코 흐린 소문만큼은 피해야 할 순수한 아이입니다. 우리가 니교라는 것과는 절대로 관련이 없어야 합니다. 절대로...""마... 말도 안돼..."조활은 아연실색했다. 용상,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 인간도의 법왕이었으니, 만일에 이 사실을 용상이 알게된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격의 도가니일 것이 자명했다. 조활은 이를 어쩐다... 라고 하며 입술을 물어뜯다가 문득, 강릉에서의 일이 떠올랐다."궁주님, 후배가 듣고보니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만... 혹시 그때, 강릉사변과 겹치는 듯, 느끼는 것은 후배의 착각이렵니까? 어째 무림대회의 의의도 그렇고, 단순한 연관관계가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후배의 예상이... 맞는 것일지요?"온부인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활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온부인은 천천히, 차분하게 입을 뗏다."강릉성 포위전. 남궁횡 노태야. 그리고 축생도 법왕, 정원랑... 왕이장......"온부인은 왕이장의 이름을 거론하자 잠시 몸이 떨려왔지만, 그것은 잠시 한 순간 뿐이었다."왕이장. 그분과는 과거에 인연이 깊은 분이십니다. 아주... 잘아는 분이시지요. 한때 동료이기도 했습니다만..."조활이 그녀의 말에 조심히 물었다."그렇다는 것은 강릉의 사태에 대해 깊이 알고있다는 이야기 이십니까?""......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말씀드리기 앞서, 지금부터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온부인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이 이야기 자체로 그가 진노할 것이라는 한줌의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조활은 냉정했다. 조활은 온부인이 금향궁은 니교라는 것까지 알려준 것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동반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미 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이해력을 총 동원해 생각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다. 온부인은 마음 속에 걸리는 점이 있었지만, 그의 깊은 속내에 짧게 탄복하고는 한결 차분해진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일단 조 소협께서는 제가 인간도의 법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굉장히 신중하십니다. 덕분에 본궁이 이야기하기 수월하게 되었으니, 그저 조 소협께 감사드릴 뿐입니다."조활은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저... 는... 단순합니다. 상 누님. 그녀를 상처입히기 싫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궁주님을 잠시나마 믿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로 저에게 정보를 제공하시려는 것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길... 뿐입니다."온부인은 고개를 숙여 조활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일단 한 가지, 조 소협께 여쭙겠습니다."조활은 온부인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두려웠다. 니교란, 본래 무림계 안에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이며, 시체를 떠도는 파리 목숨보다도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함에도 니교 중 인간도의 법왕 입에서 나오는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조활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입안에 고이던 침을 꿀꺽 삼키며 감히 정면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었다."말씀... 하시지요."온부인은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니교는 나쁜 것입니까?"너무나 터무니 없는 질문이었다. 그야 당연히..."그, 그야... 당... 연히... 당연히......"조활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는 인간도 법왕. 하지만 그 이전에 금향궁의 궁주이자, 용상의 하나뿐인 소중한 스승이었다. 조활은 그녀의 질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니교.알려진 바에 따르면 니교는 마교와도 다를 것이 없는 극악무도인이다. 그리 알려졌다. 그러나 조활은 다시 차분하게 모든 소문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니교까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니교들은 하나같이 극악무도 하였는가? 강릉사변때 축생도들과 법왕 왕이장은 어찌 사라진 것이지? 신파, 구파로 나눠진 개방을 하나로 합쳐 무림에 기여하고자 한 왕이장의 희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이지? 조활은 그의 희생에 마냥 부정적이었던 니교에 대한 생각은 이미 금이 가있었다.' 이들이...... 마교라고? '조활의 의구심은 왕이장을 통해 마음 속 한 구석에서부터 이미 싹트고 있었다. 단지 속으로 나오는 한 마디에 더욱 신중을 가하기 시작했다."......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니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움직이는 듯 보였습니다. 마치, 어수선한 현 송나라 무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하나로 뭉치게 끔 희생하기도 했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문으로 니교는 마교와 다를 바 없다고는 하나, 실제로 그들이 움직인 사례는 극히 적으며, 오히려 무림이 직접 일어서서 해야할 일을 대신하는 듯 싶지요. 마치 화합을 도모하려는 모습을 보이려 하는 듯 했습니다. 왕이장, 축산도 법왕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말입니다...... 어...? 내가 지금 무슨 소릴......?""......"스스로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니교가 이리 다니고 있었다면 도무지 현 무림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가 분명히 느낀 것은, 니교는 척살의 대상이라고 낙인찍혀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악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반면 마교는 지난 대사형의 일도 있었지만, 마치 잔당들은 무림의 속에서 암약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종적은 감추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끝없는 악의가 의도적인 느낌이 다분할 정도로...순간 조활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섬뜩함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설마."온부인은 그저 조활을 쳐다볼 뿐이었다."혹여, 그들... 마교를 만나셨습니까?"조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온부인은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암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조활의 두 주먹은 대사형이 죽은 그날의 기억이 스쳐지나가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어 쥐어버렸다. 용서할 수 없는 폭거나 다름없었으니 분노가 잠잠히 머리를 타고 올라왔다."......설마 대사형이 그들에게 살해당한 것은 마교에 의한,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입니까...?"온부인은 두 눈을 감고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도와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만, 그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부디 저희의 손이 닿지 못한 것은 용서바랍니다. 인간도의 인원들은 조용한 모습치고는 생각보다 제법 바쁘답니다."고개숙인 온부인에 놀라 조활은 안절부절 못했다."아, 아닙니다, 궁주님. 힘이 닿기 힘든 타지입니다. 신경쓰실 것을 염두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습격은 모두가 허를 찔린 사건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대사형이 그리 허무하게 죽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필 오색니에 해독당해 당문의 힘을 잃어버리기까지 했으니 억울하다면 억울하겠군요. 게다가 상대도 상대였으니..."온부인은 조활의 이야기에 상황은 대충 파악했다. 침울하기는 하나, 더 이야기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깥에서부터 풍겨오는 살구향. 지금 밖에서는 ' 그녀 '가 오고 있었다.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서둘러 조활과의 상황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조 소협, 이야기 중에 죄송하지만 지금은 더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해진 것 같습니다.""왜, 왜 그러시는... 어? 이 향은... 살구?"온부인은 비파의 현을 한 번 튕기고는 말했다."조 소협께서는 이제부터 잠시 숨어 계셔야 겠습니다.""네?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지금 오고있는 그녀는 마교는 아니나, 현 무림에서 가장 경계해야하는 집단의 우두머리입니다. 그녀가 곧 당도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현장을 조 소협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온부인은 비파를 든 채로, 조활의 눈빛을 바라보며 현을 다시 한 번 튕겼다.팅!순간 조활의 턱이 굳어버렸고, 목이 따끔거리더니 목젖마저 굳어버리고는 말소리가 결코 새어 나오지 않았다. 조활은 놀라서 두 손으로 목을 부여 잡아 상태를 확인했지만 몸은 멀쩡한데 목소리만을 막아내는 극히 제한적인 음공에 당한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입을 뻐끔거리며 현 상황에 대해 묻고자 했지만, 나오지않는 소리로는 도저히 온부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온부인은 그대로 비파를 다소곳이 내려놓고 조활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조 소협께서는 저와 간악한 자의 대화를 몸을 숨긴채 들어주시기를 청합니다. 이는 상아에게 있어서 조 소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디 이 이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판단하셨으면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조활은 삐걱이는 용상을 업어들고 성설의 안내를 받아 당문인들과 함께 금향궁 밖으로 나섰다. 모양새는 마치 강제로 쫒겨나듯 하였다.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당문과 금향궁 간의 관계를 의심받지 않았다. 당문인들은 성설이 일러준 객잔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당문인들을 인도하고는 자신들의 객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덧 정신을 차린 용상이 무언가 초점없는 눈빛으로 조활에게 말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 동생.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겠어? 나...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으니까... 미안해. '용상은 조활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아니, 이저 믿을 것은 조활 뿐이었다. 금향궁은 모종의 이유로 그녀를 파문시켰고, 아직 완전히 마음의 정리가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정리할 시간과 생각이 필요했다. 조활은 그녀를 잠시 놓아주었지만 걱정은 쉽게 사그러들지는 못했다."그리 말했지만 역시 걱정된단 말이지... 상 누님. 아무 말 못하여 미안하오. 온부인, 궁주님의 의지를 무시할 수는 없었소. 하아... 마음의 짐이 무겁군..."조활은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탁자에 놓인 물잔에 물을 담고는 천천히 쓸어내리듯 마셨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짐덩이가 제법 부피가 크고 무거워 한 번에 내려보내질 못해 두 번째를 들이켰다."푸하!! 어제만 해도 조활 인생에 다시 없을 꿈 같은 순간을 맛보았는데 단 몇 시진만에 이꼴이 될 줄은... 무림은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이냐. 이상하구나, 이상하구나."침대에 드러누운 조활은 텅 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처지가 감당하기에 너무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대사형, 장문인. 비록 외성제자에 불과한 제가 당문의 대표로서 이곳에 당도했지만,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흘러가서 제가 과연 이것을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내일 있을 무림대회에 당문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그때 순간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목소리에 조활의 표정은 영문을 모를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 떠오른 형상은 마치 이전에 꾸던 꿈과 같았다. 대사형이 죽고난 뒤의 너무나 힘들었던 날의 꿈.조활은 당시 꿈 속에서 어떤 신비해 보이는 방안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자신의 허벅 다리를 베개 삼아 그를 위로해주던 어떤 고혹적인 여성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후후... 조 군(君). 당신의 대사형은 죽었습니다. 슬프고, 슬프겠지요. 하늘이 원망스럽고 원수는 가증스러울 것입니다. 다만, 조 군께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소녀는 보고 싶지는 않군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하늘의 뜻이랍니다. 비통하지요. 모든 탓을 하늘에 돌리고 싶으시겠지요. 그러나 소녀의 힘이라면 하늘을 거스릴 수(逆天)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당신은 하늘을 거스르겠습니까, 아니면 운명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대체 꿈 속의 그 여자는 누구지? 나를 조 군이라고 부르다니, 이상해. 게다가 살구향도 미세하게 난것 같기도 하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게다가 그 이후로의 선택은 기억도 나지 않아."그러나 꿈 속의 여인이 건네준 선택지에 문득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은 일 일지가 고민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대사형의 귀환이었지만, 하늘을 거스른다고 과연 그것이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비가 내리는 것이 맞는 것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데, 그것을 거스른다면 무슨 대가가 자신을 덮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연, 옳은 일이란 무엇일까?"역천(逆天)이라... 나라면 무슨 선택이 옳았던 것일까..."쉭!그때 바깥에서 미세하게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 공기가 베어지는 듯한 소리. 그리고 익숙한 리듬. 조활은 그 소리에 홀린 듯 이끌려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창문을 열어 바깥을 바라보았다. 주변에는 무엇도 없었다. 착각이라 생각하기에는 익숙한 소리였다. 조활은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나가볼까?"조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창을 열어 재끼고 재빨리 경공을 사용해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방향으로 뛰어 올랐다.어둑해지기 바로 직전의 시간에 조활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걱정에 가득차 있었지만 믿는 구석은 있었기에 그녀가 잠시 외출하는 순간에도 보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걱정과는 다르게 안심의 한숨을 쉴 수 있는 모습을 보고는 괜시리 미소가 지어졌다."......후우. 훌쩍."검을 휘두르는 백의의 여협이 은근슬쩍 눈에서 차오르던 눈물이 나자 재빨리 소매로 닦고는 다음 초식을 출수했다. 흔들림이 없으려 노력했지만 머리 속에는 오만가지 잡생각에 그녀의 초식은 쉽사리 길을 찾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 나머지 눈물은 나고, 잊고 싶으며, 잡생각을 떨치고 싶었지만 스스로가 홀로서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이 무거웠다.탁!"......조... 동생? 훌쩍."조활은 덤덤히 미소지으며 용상에게 다가가 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주었다. 용상은 조활의 행동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왜 이러시오, 누님.""그, 그야..."조활은 용상의 떨리는 어깨를 붙잡고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눈이 마주치자 용상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고는 그의 품을 검으로 꿰뚫듯 안겨 들어갔다."흑흑...! 어째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있을 수가 있는거지? 어째서?? 왜 내가 파문되어야 한단 말이지?? 흑흑. 조 동생이 말해줘. 가르쳐줘. 스승님하고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 살구향 나는 여인은 뭐고??"...살구향이라......' 후후... 모든 것은 본녀의 의도대로...... 조 군께서는 이제 소녀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역천...... 이번 생에서 비록 우리는 이어지지 못하였으나, 다음 생을 노려보지요. 미약하나마 선물은 놓고 가겠사오니, 부디 마음에 드시기를...... '무언가 떠올려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안개 속에 알고 있던 형체가 사라진 듯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살구향의 여인. 떠올려야 겠다고 생각하려해도 그렇지 못했다. 이상하다라고까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마치 영원의 미로 속에 갇힌 듯 쉽사리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용상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조활이었다.
"나는 지금에 와서 누님께 이야기 드릴 수 없소. 궁주님과의 약속이 있었으니까. 나는... 지킬 수 밖에 없소. 미안하오."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속으로 한탄했다. 용상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떠오르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속이 꽉 막힌듯 답답했지만 그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정시킬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걱정마시오. 나는 누님을 지켜줄 것이오. 언제고 곁에 있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안아만 드리겠소. 속이 풀릴 때까지 곁에 있어주겠소."그것만이 조활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었으니, 용상은 거리낌없이 그의 품 속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한없이 흐느낄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용상은 제법 진정이 된 듯 조활의 품에서 벗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빗질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둘이 있던 공간은 어두운 시간대의 숲이었지만, 하늘에 얼굴을 내민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기에 알 수 있었다. 한참을 울어서 그런지 한결 시원해졌지만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흉이라도 보듯 뾰루퉁한 표정으로 부끄러워하는 용상."......바보같지?"수줍은 용상의 질문에 조활은 건치미소와 함께 답했다."그렇소! 천하의 백운화(白雲花)가 이토록 흐느끼다니, 누님의 당찬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감춘 것이오?"조활에게 이리 농락을 당했어도 용상은 결국 수줍은 소녀와도 같았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부끄러워 피하기를 두어번 반복했고, 조활은 그저 묵묵부답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뾰루퉁해진 용상이 원망하듯 입을 열었다."진짜 못됐어.""후후..."조활은 그리 웃어넘기고는 용상의 덜 닦인 얼굴과 눈, 코를 소매로 닦아주었다. 용상은 그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얼굴이 덜 닦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허겁지겁 얼굴을 뒤로 빼어 조활을 뿌리쳤다."내, 내가 무슨 애야??"조활은 웃고 있었다."애 인데?""야!"그러자 조활이 두 팔을 벌려 용상에게 보였다. 그의 시선은 얼른 들어오라고 유혹했고, 용상은 쉽사리 다가가질 않았다. 그대로 그의 품을 허락 당한다면 지는 것 같아 쉽게 결정 내리질 않았다. 그러자 조활은 능글맞게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아~~ 팔이 아픈데~? 슬슬 바람이 차가워지니 추운 것 같기도? 어서 들어가서 식사도 하고 싶은데~ 배고프다~? 하지만 누가 오지를 않는구나~?""으으..."용상은 조활의 능글맞음에 결국 혼란스러운 마음을 접고 그의 곁에 몸을 맡기듯 흘러들어가 안겼다. 조활은 음흉한 표정으로 두 팔을 포개어 안으며 그녀를 맞이했다."너, 얼굴이 너무 음흉해.""그야, 이런 미인을 안는데 음흉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이것이야말로 천국이오만? 흐흐.""......음흉해 정말."그러자 용상은 안기는 것을 잠시 멈추고 둘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뒷머리에 손을 가져다 꼼지락하더니 꽂아둔 푸른 비녀를 빼내어 조활의 앞에 가져다줬다. 그러자 조활이 물었다."응? 이 비녀는... 뭐요?"용상은 이번에는 조활의 눈을 확실히 마주했다."여, 여자가 비녀를 남자에게 건네준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그제서야 조활이 입을 떡하니 벌리고는 너무나 놀라했다. 하지만 이내 못생긴 얼굴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두 어번하며 용상의 비녀를 받았다."저, 정말 괜찮겠소, 누님?"용상의 눈빛은 태양빛처럼 올곧았다."너는 내 선택이야. 금향궁은 나에게 등을 돌렸지만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있어. 내가 너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잖아? 게다가... 둘이서 그 밤을 보냈는데 이대로 나를 버릴 셈이야?......사내로서 책임을 져라."조활의 표정은 음흉하리 번졌다."흐흐... 그, 그럼 당연하잖소. 책임져야지. 사내가 되어 나를 의지하는 여인을 눈뜨고 구경만 할 수는 없잖소. 이전에는 자신 없었지만 분명히 하겠소. 이 비녀, 확실히 받아 드리겠소. 후일, 꼭 다시 꽂아드리겠으니..."어느샌가 용상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붉은 노을처럼 얼굴이 달아올라있긴 했지만, 금향궁에서의 일은 이제는 더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순간이 매우 황홀했다. 용상은 비녀를 받아든 조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니 그 역시 풀려있는 그녀의 얼굴표정을 보고는 다행이다 여겼다.스르릉.그런데 갑자기 용상은 뜬금 쇳소리를 내며 검을 뽑아들었다. 순간 조활은 화기애애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긴장감에 휩싸여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용상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사, 상 누님? 검은 왜 뽑으시는 거요?"왠지 개운해진 얼굴 표정으로 한 껏 조활을 쳐다보았다."이제 난 금향궁이 아니잖아? 그러니 나를 제어할 수 있는 규칙은 사라진 셈이지."조활은 긴장의 눈초리와 함께 자세를 잡고 허리춤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그, 그렇다는 것은..."용상은 여지껏 속이 시원하지 못했다. 금향궁에서는 다른 누구와의 대련을 금지 당했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눈에 비친 것은 조활, 그 뿐이었다."이제부터 마음껏 대련해야겠어. 금향궁의 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상대 해줘야겠어, 조 동생?"조활은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 와버렸다."......올 것이 왔는가."용상은 활짝 웃었다."절대 안 봐줄거니까 그리 알아두라고? 나를 취한 남자는 나보다 강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돼? 그래야 내가 마음놓고 살수있지 않겠어?"용상의 천상검은 아름다운 달빛을 머금고 검날은 한층 더 날카로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조활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넌지시 용상의 말에 답했다."이미 나보다 강하신데 감히 내가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소, 누님?""아니, 또 틀렸어 동생. 넌 이미 나를 넘어섰잖아. 저번에 내가 사절로 갔을 때 말이지?""그, 그때는 누님이 봐준 거 아니셨소?""절대 아니야. 나는 늘 최선을 다한다고? 그러니 나는 그걸 한번 더 증명해볼 거야. 그러니 부디 죽지 말라고...... 조 랑(郞)?"조활은 순간 뒷통수를 맞은 것 처럼 얼얼해졌다. 자신이 무얼 들었는지, 무슨 호칭을 들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고 싶었다."자, 잠깐!! 지, 지금 뭐라고 하셨...?!"용상에게는 이미 고민을 훌훌 털어버린 장난스러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히힛! 안 가르쳐줄거야!!""자, 잠깐!?"쉭! 챙! 챙! 휘익! 촤아앗!!용상의 매섭고 날카로운 검격을 시작으로 조활과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조활이 그날 용상에게 이겼던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다. 배움의 깊이가 용상보다도 얕고, 심오하지 않은 잡다한 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겨우 지금의 수준으로 이끌어낸 조활의 기지였다.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 그녀를 이길 정도로 완성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용상 역시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었다.용연칠절 龍淵七絕전 무림맹주의 일곱가지 각기 다른 절학들을 모은 무공의 집합으로 용상은 그것의 직계 전승자였다. 게다가 금향궁의 무공도 두루 섭렵하여 그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는 강력한 무력을 가진 실력파 중 한명이다.촤악! 챙!!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일이 벌어지면 어쩔 줄 몰라하고 순수한 심성 덕분에 스스로가 의문을 품기 시작할 무렵, 더 이상의 진전이 더디기 시작하며 마음 속에는 망설임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금나라와의 관계. 마교의 등장. 비협의 죽음. 하후란과의 관계와 그녀의 자살. 그리고 금향궁.그야말로 용상의 마음 속에는 거친 나무뿌리가 덩굴처럼 휘감겨 그대로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심마(心魔)가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었다. 알고 싶지도 않던 일들이 억지로 용상의 마음 속을 후벼파기 시작했었고, 주변 일들에 억지로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게다가 금향궁마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분노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힘들었다.뛰쳐나가고 싶었다.소리지르고 싶었다.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속 시원히 베어내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기력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상태여서 축축하고 기분나쁘게 질척이는 젖어버린 땅만을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마음 속에는 비가 주륵주륵내리고 있었다. 천둥번개가 머리 속에 메아리치며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그런데.챙! 휙! 촤아악!!"으아아!! 죽겠소! 죽겠소! 진짜로 죽일 셈이오?!""하하하!! 농담도 적당히 하거라!! 죽다니, 말도 안되지!"그녀의 가슴에,그녀의 마음에,그가 깊숙이 박혀 왔다. 마치 소나기가 흠뻑 땅을 적시다 그쳐, 갈라진 새까만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빛처럼, 그가 축축히 젖은 용상이 딛은 땅바닥을 그녀를 중심으로 서서히 말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조활은 용상에게 있어서 구원의 빛이자, 태양이었다.세상은 그를 못생겼다, 흉측하다, 망측하다며 욕을 했지만, 용상에게는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금향궁에서부터 받은 가르침에 따라 외모는 이미 그녀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됨됨이와 그것을 아우르는 넓은 그릇. 그리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조활은 용상에게 있어 또다른 검 한자루 였다."어?어?! 누님 조심!!""꺄앗!?"그리고 용상은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자신이 그를 위해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알았다. 더이상의 망설임을 벗어버리고, 응어리진 새까만 심마를 정화하여 자신의 역할을 정했다.조활이 자신의 검이라면, 자신은 그의 검집이 되겠다고 말이다."괘, 괜찮으시오, 누님?""......응."용상은 너무 기쁜나머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고, 조활은 그녀를 사뿐히 허리를 감싸 안아들었다."거,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소. 간만에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경거망동하며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시니, 안그래도 대련을 금지당하셔서 굳어버릴대로 굳어져버린 몸이 잖소. 그러니 이리 발을 헛딛고는 넘어질 뻔하지 않았...... 읍!?""......"용상은 조활에게 안긴채로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사뿐히 포갰다. 남녀는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어제의 밤처럼 소리없이 굳어져 버렸다. 조활은 그녀의 달콤함에 그저 황홀했고, 용상은 그의 따스함에 허전했던 마음이 채워져 갔다. 서서히 겹쳐져 포개어졌던 얼굴이 떨어지고 용상의 얼굴과 조활의 얼굴은 영문도 모른채 새빨개져 마음 속 깊숙이부터 장작이 타오르듯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서로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굳어있을 무렵, 용상이 먼저 수줍게 입을 열었다."......우리... 이제 들어갈까, 조... 랑(郞)?"조활은 못들었던 그녀의 한 마디에 드디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조활은 조심스레 자신의 얼굴을 용상의 얼굴에 스쳐지나가듯 다가가 음흉한 귓속말로 속삭였다."내일은 무림대회인데 잠 못자도 되겠소?"용상은 그의 간들어진 속삭임에 고막까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리고 이어서 조활의 품 안에 안긴채 두 팔로 그를 더욱 끌어안고는 그의 음흉한 유혹에 답하듯 소곤소곤 속삭여 조활을 더욱 소름끼치게 만들었다........."......너나 각오해."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10). 끝.
* 뭔가 달달한 내용을 쓰고 싶었... 습니다. 이전 화도 그랬지만... 근데 달달할런지...
* 다음 소설은 제 개인 소설 -마이라-입니다. 링크는 밑에.
* 망우협려전 11장부터 드디어 무림대회에 들어서는데,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게임 본편의 무림대회 텍스트는 빠르게 넘길 예정입니다. 애초에 단편으로 끝낼 생각이기도 하고... 10화를 넘어간 시점에 단편이 맞느냐 싶긴하지만...
여튼 무림대회 텍스트는 빠르게 넘길 생각이니 갑자기 내용이 생략되어도 이해부탁드립니다.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마이피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