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 이하 사펑 2077 )을 아우르고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 세상을 구하다 ] 가 아니라 [ 나 자신을 구하다 ] 입니다.
즉 사펑 2077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구하는 이야기인 것이죠
실제로도 나이트 시티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일개 용병인 브이가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비대하고 공고합니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모순점이 생깁니다. 주제는 분명 나를 구하는 것인데 결국 내 자신도 구하지 못 하는 결말만 이어지며
실제로도 게임은 그러한 결말만을 강요합니다. 이것은 게임 주제에 맞지 않은 명백한 모순이지요...
게임 초반에 덱스터는 브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전설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삶이지만 그저 그런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을 것인가
이에 브이는 ( 물론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트 시티의 전설이 되기를 희망 하며 또 자신이 전설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대가가 따르죠 그리고 그 대가가 바로 조니 실버핸드의 인격체가 담긴 렐릭인 것입니다. 렐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브이의 정신과 몸을 지배하려 하며 브이의 신경망은 렐릭과 동화하여 브이의 인격체를 이물질로 인식한 나머지 브이의 인격체를 지우고
조니 실버핸드의 인격체로 대체하려고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이는 재키를 잃지만 그 덕에 조니와 많은 얘기를 하며 그와 수 많은 갱단을 물리치며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조니
덕분에 브이는 사이버웨어를 몸에 덕지덕지 달고 몸을 강력하게 개조해도 조니가 그 부담을 덜어주기에 사이버사이코도 되지 않죠
하지만 그럼에도 브이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조니가 자신의 몸을 차지하게 될거라는 것을 압니다. 심지어 그 시간 조차
얼마 남지 않았죠 그래서 브이는 조니를 동료이자 친구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몸과 신경과 정신을 갉아 먹는 기생충이라고도 생각 하죠.
그것은 조니와의 대화 선택문에서도 잘 표현이 됩니다.
게임을 진행 하다 보면 어쩌면? 혹시? 라는 일말의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 하긴 하지만 언제나 답은 하나죠 [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
어쩌면 이 비극적인 결말이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핵심 메시지와 세계관을 관통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브이와 함께한
시간도 그렇게 짧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 자신이 브이가 된 것 처럼 감정 이입을 하게 되기도 하고 브이의 아크로바틱한
몸 놀림과 기술에 순간적으로 내가 진짜 브이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그리고 선택에 따라 타케무라와 유대감을 쌓아 아담 스매셔를 쓰러트리고 사부로를 죽인 그의 아들 요리노부를 사부로의 새 몸으로 만들어 줄 수도
아니면 아라사카를 단신으로 박살내어 타케무라가 할복하고 지옥에나 떨어지라는 저주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니에게 몸을 넘겨 줄 수도 있으며 아니면 조니와 함께 죽음을 맞이 할 수도 있고 또는 우주로 가서 진정한 전설이 될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비록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덱스터가 말한 것 처럼 생명은 보장 받았으나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나이트 시티의
NPC들 처럼 군중 속으로 사라져 영원히 그 모습을 감출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뜻으로 이어집니다. [ 모두 다 가질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선 반듯이 포기 해야 하는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
문제는 그 대가라는 것이 너무 비극적이고 무엇이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하는 너무 터무니 없는 대가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것은 나 자신을 구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분명 게임의 주제는 나 자신을 구하는 것인데... 왜 CDPR은 이런 모순의 결말만을
원했을까?... 사펑의 세계관이 다 이렇게 암울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블루아이즈가 브이를 온전히 치료해 주고 렐릭의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해 주는 열쇠일거라 생각 했는데 그것 또한 뭔가 깔끔하게 결말도 안 나더군요
그래서 전 요즘 AI랑 재미삼아 만약 브이가 잘 치료를 받아서 살아 남았다면 또는 만약 사이버 펑크 2077을 계승하는 온라인 게임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며 놀기도 합니다. 브이의 엔딩을 맞이한지 10년 뒤에 이야기라는 가상 시나리오를요...
엣지러너를 전 아직 보지 못 했습니다. 후유증도 심하고 노래만 들어도 눈시울이 불거지는 PTSD에 시달린다고 해서 겁이나서 아직은 용기가 없어 안 봤지만
결말은 어느정도 알고 있고 또 유튜브로 조금씩 조심조심 나눠서 보고는 있지요 그런데 엣지러너의 영상을 보며 엣지러너의 주인공 데이비드가 없는데 엣지러너2
가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엣지러너2에도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감명 깊었던 데이비드는 이미 죽었고
엣지러너 크루들 중 생존한 루시와 팔코는 모습을 감추었으며 엣지러너는 거의 와해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엣지러너2가 나온다고 한들 그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펑2077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지금 CDPR은 사펑의 후속작 사이버 펑크 오리온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브이가 없는데 나이트 시티가 무슨 의미가 있고
사이버 펑크 오리온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엣지러너를 유튜브로 조금 조금씩 본 뒤에 사이버펑크 2077을 해서 그런지... 브이의 삶과
그 존재가 더 아련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데이비드도 죽었는데 이젠 브이까지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니...
전 솔직히 아직 사펑 2077도 엔딩을 못 보고 있습니다. 엔딩을 보면 브이는 죽을 것이고 브이가 사라져 버릴테니 브이가 최소한 자신의 수명 만큼은 살아 남길 바라고
또 그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있길 바라기에... 저의 사이버 펑크 2077은 엔딩 바로 직전에 멈춰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나이트 시티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는 있지만... CDPR이 위쳐3 때 처럼 송즈 오브 패스터 처럼 말을 뒤집고 사펑 2077의 추가 DLC를 하나 더 내주길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그 DLC를 통한 새로운 엔딩에서는 제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 생각이 이렇다는 것 뿐입니다... 긴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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